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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 또 암살
남예멘의 어떤 ‘개각’(1986)이란 포스팅에서도 다룬 바 있지만, 예멘의 정치투쟁이란 것은 어딘지 모르게 '마피아 항쟁사'를 떠올리게 하는 그런 것이다.

1977년 10월 12일 [북예멘 대통령] 알 함디가 암살되었는데 그 정황은 여전히 불확실한 부분이 많다. KGB는 [북예멘 대통령직을 승계한] 아흐마드 알 가쉬미로 하여금 알 함디의 암살은 [내무장관 겸 정보부장] 카미스가 저지른 일이라고 믿게 만들려고 적극 공작을 펼쳤다. 또한 소련 에이전트들은 알 가쉬미에게 카미스가 그를 쫓아내고 스스로 권력을 장악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정보를 흘렸다.

1978년 6월 24일, 결국 알 가쉬미가 암살되었지만, 카미스에 의한 일은 아니었다. 그 전날 남예멘 대통령 살림 루바이 알리가 알 가쉬미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다음 날 그와 면담하기 위해 [북예멘 수도] 사나에 특사를 보낼 예정이라고 알렸다. 특사가 알-가쉬미의 집무실에 와서 서류가방을 여는 순간 가방이 그대로 폭발해 두 사람은 폭사하고 말았다. 이틀 후 살림 루바이 알리는 아덴에서 처형되었다. 표면적으로는 알-가쉬미의 암살을 꾸몄으며 서방과 사우디아라비아의 후원 하에 예멘인민민주공화국(남예멘)에서 쿠데타를 일으키려고 했다는 죄목이었다.

후에 루바이 알리의 추종자들은 그 폭탄은 그의 친소파 경쟁자인 압드 알 파타 이스마일의 명령으로 서류가방에 설치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마일은 그 후 루바이 알리의 뒤를 이어 대통령에 취임했다. 모스크바는 즉시 이스마일을 지지하기 위한 선전선동 공세를 펼쳐 예멘인민민주공화국에 대한 사우디와 미국의 위협을 비난하는 한편, 아덴만 앞을 소련 군함으로 초계하고 에티오피아에서 쿠바군을 실어 날라 신정권을 보호했다.

알 가쉬미의 뒤를 이어 예멘아랍공화국(북예멘)의 대통령에 취임한 인물이 알리 압둘라 살리흐다. 그는 권좌에 오른 며칠 후 벌어진 암살 시도를 가까스로 피해냈다.

(*) 편집자에 따르면 미트로킨이 빼돌린 KGB 문서고에 알 함디, 알 가쉬미, 루바이 알리의 암살에 직접 관련된 내용은 없다고 한다.

Andrew, Christopher, and Vasili Mitrokhin. The World Was Going Our Way: The KGB and the Battle for the Third World. New York: Basic Books, 2005. p.218(번역은 필자)

두 명의 전임자가 비명횡사한 후 권좌를 차지한 살리흐이지만 그를 노린 도전도 계속되었다. 3개월 후인 10월 15일에 또 다른 암살 시도가, 이듬해 2월에도 ……

이 살리흐가 1978년 이래 지금까지 33년째 예멘 대통령을 해먹고 있는 바로 그 사람이다, 그의 전임자들인 알 함디(3년 4개월, 재임중 암살)와 알 가쉬미(8개월, 재임중 암살)의 최후와 비교해 볼 때, 그간 있었던 수많은 암살 시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오래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살리흐란 사람이 얼마나 몸조심에 철저한 인물인지를 잘 보여준다.

며칠 전에 살리흐가 대통령 궁 안에서 로켓공격을 받고 부상당했는데, 이건 상당히 놀라운 일이다. 보도 내용대로라면 지금과 같은 비상시국 하에서 강화된 경호를 받고 있을 대통령의 동선이 공격자에게 사전에 유출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 사용된 무기가 무엇인지도 궁금증을 더한다. (포병) 로켓이나 대통령의 적들이 비교적 손쉽게 입수할 수 있음직한 박격포 따위는 그 정밀도로 볼 때 이런 암살시도에 적합한 무기라고 하긴 힘들다. 감제고지에서 내려다 보며 대전차미사일 같은 거라도 쐈을까? 아니면 로켓은 잘못 전해진 이야기고 실은 대통령궁 안에 폭탄을 밀반입했다든가?


2011년 6월 10일 8:45추기
살리흐 암살시도는 폭탄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으며 부상 상태도 초기 보도보다 심각. CNN, BBC, stratfor 참조.
by sonnet | 2011/06/07 00:30 | 정치 | 트랙백 | 덧글(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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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들꽃향기 at 2011/06/07 00:33
예멘에 하사신 교파가 활동하고 있다고 해도 믿을 상황이군요 (...)
Commented by jeltz at 2011/06/07 04:51
실제로, 하사신파의 모태인 이스마일파는 예멘에 아직 남아있습니다....
Commented by SKY樂 at 2011/06/07 00:34
빈틈이 보이자 또... 라는거군요.
예멘에서 독재자하는 것도 쉬운일은 아닌듯.
Commented by 큐베 at 2011/06/07 00:44
정말 생명줄 하나만큼은 질긴 인간이네요.
Commented by 앨런비 at 2011/06/07 00:51
...뭐지;;
Commented by ghistory at 2011/06/07 02:57
질문드림: 왜 국내 언론매체들은 Salih/Saleh를 흔히 '살레' 라고 표기하여 왔는지 궁금합니다.
Commented by jeltz at 2011/06/07 04:54
살레흐 대통령은 지금까지 자기 부족(하쉬드)는 챙기고 지방 부족들에게 큰 힘을 주면서 버텨왔는데, 이번에 한번 꽝~ 터지니깐 수습이 안되는 모양입니다..... 포탄까지 대통령궁으로 날아올 정도라니..
Commented by 핫케익 at 2011/06/07 05:23
살리흐가 마이클쯤 되겠군요. 대부2부에선 마이클이 형의 배신으로 위험에 처하는데, 살리흐도 혹시 친족의 배신으로?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해야겠군요.

그러고 보니 1부에서 갱 중에 닉네임이 터키인이 있었죠. 여러모로 시칠리아 마피아의 투쟁이 아랍 부족 투쟁과 닯았네요.
Commented by 행인1 at 2011/06/07 08:50
부족간 항쟁에 외세가 양념(?)으로 들어가니 (보는 입장에서는)흥미진진의 극을 달리는군요. 그나저나 살레흐가 '부상 치료'를 위해 사우디로 떠났다는데 이후가 어떻게 될련지...
Commented by 라피에사쥬 at 2011/06/07 10:04
살리흐 암살시도에 대해선 여러가지 이야기가 많더군요. 반대파 측에서는 '이건 대통령놈이 자신을 불쌍하게 보이게 만들려는 자작극임!'을 주장하고[..] 집권당 쪽에선 누가 저질렀는지 혼란스러워 하고.

반대파의 민병대가 대통령궁이 바라다보이는 주변 지역을 점령하고 있는만큼 원거리 공격도 가능한 일이고 폭탄을 밀반입하는 것 역시 정부인사들중 편을 바꾸는 이들이 나오고 있는만큼 제법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데, 어쨋든 그 어느때보다 살리흐 정권이 위기에 처한 것은 사실인듯 합니다.(이제 수도에는 내무부 건물과 대통령궁 정도만 남았으니;;)
Commented by 카군 at 2011/06/07 12:03
남예멘 "개각"도 그렇지만, 저동네는 무슨 정치인들이 아니라 코사 노스트라 멤버들 레벨이군요. 여하간 대한민국 정치체제는 참 선진적이에요. 아니 정말로. llorz
Commented by Allenait at 2011/06/07 12:27
저동네는 기냥 수틀리면 죽이려 드는군요(...)
Commented by Falmehawk at 2011/06/07 12:46
어새신 크리드:예멘
Commented by 萬古獨龍 at 2011/06/07 13:00
........... 정계가 암흑가... 아니 암흑가 보다 더한!?
Commented by 한빈翰彬 at 2011/06/07 13:22
기존에 말론 브랜도 제안이 있었던 건 아닌지...
Commented by 만슈타인 at 2011/06/07 14:20
암살천국이군요.
Commented by 네비아찌 at 2011/06/07 14:31
자국 대통령을 처형해버린 남예멘 정치가들도 상상초월이군요. 이건 뭐 베네치아 10인 위원회도 아니고...
Commented by 로자노프 at 2011/06/07 17:41
저게 정치판인가요 아님 암흑가인간요..... 답이 없군요. 그건 그렇고 대통령 저렇게 마음대로 처형해도 되는 건가요?

덧: 저런 초 막장 암흑가랑 삐까뜨는 상황에서 30년 이상 정권 유지한 살레흐도 대단하긴 하군요.
Commented by 삼천포 at 2011/06/07 17:48
ㅎㄷㄷ
Commented by 샤쿠샤인 at 2011/06/07 18:39
오늘 살레 대통령의 자세한 상태가 나왔는데 예상보다 심각하다고 하네요.
CNN이 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의하면
폐기능이 완전히 망가졌고 전신의 40%가 화상을 입었으며,
폭탄 파편이 심장 안쪽 7cm까지 들어간 점으로 보아
포격이 아닌 폭탄테러일 가능성이 높고 귀국은 커녕
생존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하니 이미 정치 생명은 끝난 거 같습니다.
Commented by 마즈 at 2011/06/09 09:22
Commented by sonnet at 2011/06/10 08:56
현장의 상태로 봐서 로켓공격은 전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현장 사진을 기초로 한 다음 분석 참조.
http://www.stratfor.com/analysis/20110608-dispatch-tactical-breakdown-saleh-assassination-attempt
Commented by 마즈 at 2011/06/09 09:29
으....뭐 아프가니스탄이나;;;;예만이나 ㅎㄷㄷㄷ하군여 ;;;요르단이나....
중동지역이 도시기반으로 성장한다고해도 부족기반이라;;;참....

서방식 민주화라는 권력분할혹은 이양이;;;
해당지역 부족민들의 이권갈등으로 부활해버리니 ㄷㄷㄷㄷㄷ

마치..잉카제국과 폐루의연합부족사이에 잉카가무너지고
스페인군입갤과 동시에 천연두유행으로 페루연합동맹이 흔들리자에서
내전이발생해 멸망하고만 모 도시가 생각나는군여ㄷㄷ
Commented by sonnet at 2011/06/10 08:57
네. 외부세계 사람들이 자기네식 잣대로 평가하면 큰 코 다칠수밖에 없죠.
Commented by 특이성 at 2011/06/12 19:44
에티오피아에서 쿠바군을 실어 날라 신정권을 보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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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미제의 심장을 겨누는 쿠바군을 저 멀리 에디오피아로 빼서 뭘 했던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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