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를 안정시켜 개혁을 빠르게 진행하자담화: 덩샤오핑
일자: 1988년 5월 19일
우리 당의 제13차 대표대회와 전국인민대표대회 제7기 제1차 회의의 정신은 모두가 지금보다 진일보하게 사상을 해방시키고 생산력을 해방하는 것입니다.
물가를 해방시켜야 개혁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습니다. 물가문제는 역사가 남겨놓은 것입니다. 지난날 물가는 모두 나라에서 정했습니다.
예를 들면 식량과 여러 가지 부식품은 오랫동안 수매가격이 아주 낮았습니다. 이 몇 년간 몇 번 올리긴 하였으나 여전히 비교적 낮습니다. 그런데 도시의 판매가격은 높일 수가 없었습니다. 수매가격과 판매가격이 거꾸로 서니 나라에서 보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치법칙에 어긋나는 이 일은 한편으로는 농민들의 적극성을 동원시킬 수 없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나라에서 커다란 부담을 안게 되는 것입니다. 해마다 물가 보조금에 쓰는 지출이 몇백억이 됩니다. 따라서 나라의 재정수입은 경제건설에 투자되는 게 적고, 더구나 교육, 과학, 문화사업 발전에 쓰는 것은 더욱 적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물가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부담을 벗어버리고 가벼운 몸으로 전진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최근에 우리는 고기, 계란, 야채, 설탕 네 가지 부식품 가격을 풀어주기로 결정했습니다. 먼저 한 걸음 내디딘 셈이지요. 중국에서는 ‘다섯 관문을 넘기어 여섯 명의 적장을 죽인’ 관공(關公)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관공보다 더 많은 ‘관문’과 ‘적장’이 있을 것입니다. 한 관문을 넘긴다는 것이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닙니다. 아주 큰 모험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번에 부식품 가격이 풀리니 다투어가면서 물건을 사들이는 사람도 있고 의논이 분분합니다. 불만에 찬 말도 많습니다.
그러나 많은 인민대중들은 중앙을 이해합니다. 이 결심은 반드시 내려야 합니다. 지금 넘은 이 고비가 성공할 수 있겠는지는 오늘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성공하기를 희망합니다. 성공하자면 매 한걸음 전진할 때마다 모두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부지런히 일하고, 대담하면서도 세심하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때그때마다 경험을 바탕으로 문제를 발견하면 조절하고 실제 상황에 부합되게 처리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물가개혁은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어려움을 맞받아 반드시 처리해야 합니다. 전당과 전국인민들에게 이것이 아주 어려운 사업이고 완전무결한 방침과 방법은 없다는 것을 이해시켜야 하고, 우리가 봉착한 것은 모두 새로운 사물들이고 새로운 문제이므로 경험은 우리 스스로가 창조해야만 함을 알게 해야 합니다.
우리는 실천이 진리를 검증하는 유일한 표준이라고 했습니다. 물가를 풀어주고 개혁을 빠르게 하는 것이 정확한가 아닌가의 여부는 실천을 보아야 합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순조로운 상황도 있고 위험한 상황도 있습니다. 다행이 이 10년 동안 중국에 만족스러운 발전이 있었고, 인민생활도 개선되었습니다. 그리고 위험에 적응하는 능력도 어느 정도 증대되었습니다. 나는 늘 동지들에게 모험을 두려워하지 말고 더 대담해지라고 합니다. 소심해서 이것저것 두려워하다 보면 길을 걸을 수도 없으니까 말입니다.
중국 경제의 발전 속도는 그렇게 느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1988년에 풍랑이 일게 될지 모르지만, 속도는 여전히 10%를 초과할 것입니다. 매일 풍랑 속에서 전진하는 상황이 되겠지만, 네 배로 늘리는 임무는 틀림없이 완수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현 상황이고 전망입니다.
이는 『덩샤오핑 문선 제3권』에서 가져온 것인데 인민무력부장 오진우가 인솔한
북한 군사대표단을 접견했을 때 한 담화의 일부이다.
개혁개방을 권해본 중국에서도 다룬 바 있지만, 1980년대 중국은 이렇게 북한 대표단이 올 때마다 - 설령 그것이 경제와는 별 관련없는 군사대표단이더라도 -
귀에 못이 박히게 개혁개방을 하라고 요구했음을 잘 보여준다. 덩샤오핑이 장관급에 불과한 오진우를 만나준 것 자체가 중국 측의 배려인지라, 북한 대표단은 뭐라 말도 못한 채 묵묵히 개혁개방 실무에 관한 강의를 듣고 돌아갔을 게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