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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사례
천안함 격침 사건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결정은 작년 4월에 있었던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안보리 의장 성명(S/PRST/2009/7)의 전례에 비추어 비교 평가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나 생각한다. 구체적인 비교나 평가에 대해서는 다음 글로 미루기로 하고, 우선 국제NGO인 International Crisis Group에서 나온 보고서 중에 이 문제를 다룬 대목이 있는데, 적절한 요약인 것 같아 한번 옮겨 보기로 한다.


A.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

4월 5일의 로켓 발사가 있은 다음 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를 어떻게 대응할지를 놓고 씨름했다. 이 로켓발사가 유엔안보리 결의 1718호를 위반한 것인지를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이 안보리 결의 1718호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자국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된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이러한 맥락에서 기존의 미사일 발사 유예 공약을 재확립”할 것을 명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일본 머리 위를 날아간 로켓의 궤적 탓에, 당시 안보리의 비상임이사국이었던 일본은 강력히 반응하고 미국과 유엔이 더 강하게 대처하도록 압력을 가했다. 오바마는 이 발사를 “유엔안보리 결의 1718호에 대한 명백한 위반(violation)이며 동북아 지역과 국제 평화와 안보에 대한 위협”이라고 불렀다. 미국이 이 문제를 안전보장이사회로 가져올 준비를 함에 따라, 중국은 평소처럼 “일단 두고 보는(wait and see)" 접근법을 취하면서 북한이 위성을 발사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북한은 핵과 로켓 기술의 평화적 이용권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미국이 이 문제를 안보리로 가져간데 대해 놀라지 않았지만, 모든 관련국들이 6자회담과 UN 프로세스에 매달려 있는 한 중국의 국익은 잘 보호될 거라고 믿고 있었다. 유엔에서라면 중국이 반대하는 조치를 남들이 피해가도록 비토권을 흔들어 보일 수 있었고, 다른 관련국들이 유엔의 틀 밖에서 행동을 추구하는 것을 단념시키는데도 도움이 되었다. 6자회담은 의장국인 중국에게 북한에 대한 국제적 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어 중심적 역할을 보장해주었으며, 증대되고 있는 다자 외교 정책 지향성이나 “책임감 있는 강대국”으로 보이고자 하는 열망에도 잘 부합했다. 6자회담이 꼭 핵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지는 불확실했지만, 이 프로세스는 협상이 계속되는 상태를 유지하고 위기가 끓어오를 가능성을 낮춰주면서 중국으로 하여금 국제적 대응에 대한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게다가 중국의 관점에서 보자면 6자회담은 문제해결에 진전이 없는 것에 대해 남한의 국내정치나 납치 문제에 관한 일본의 과잉대응 같은 편리한 변명거리를 제공해 주었다. 또한 6자회담은 중국의 대미관계를 상당히 호전시켜 주었다.

그러나 중국은 이 문제를 유엔에서 밀어붙이기로 한 미국의 결의를 과소평가했다. 중국 대표는 미국 대표단이 취한 강한 입장에 놀랐고, 중국이 가장 약한 형태의 행동인 언론발표문(press statement)을 얻어낼 가능성은 없다는 것을 곧 깨달았다. 중국은 또한 로켓발사에 대한 일본의 반응도 과소평가했다. 미국은 일본 및 남한과 손잡고 “북한은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된 모든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결정한다”라고 되어 있는 1718호 결의의 5절을 강조했다.

중국은 강한 어조의 의장성명을 제안함으로서 결의가 채택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최종적으로 채택된 의장성명은 그것이 탄도미사일이었는지 우주발사체였는지 명기하지 않은 채, 그 사건을 막연하게 “4월 5일의 발사”라고만 묘사한 중국이 제시한 4월 9일자 초안에 기초한 것이었다. 미국과 중국 모두 이러한 타협을 자국의 승리라고 받아들였다. 의장성명은 또한 이 발사가 1718호 결의를 위반한 것이며 향후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한 어떤 발사도 기존의 안보리 결의의 위반이 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의장성명은 북한에게 향후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한 어떠한 발사도 실시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1718호 결의에 의한 기존의 제재 조치들을 실질적으로 증대 강화할 것을 허용했다. 미국과 일본은 심의 결과에 만족했으며, 특히 단호한 결론에 기뻐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형식은 강하고 효과적인 대처(내용)만큼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라고 논평하였다.

의장성명의 강한 어조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구속력이 있는 결의를 구속력이 없는 의장성명으로 대체하고 ‘위반(violation)’이라는 말이 성명에 나타나지 않도록 해준 것으로 북한에 대한 의리는 충분히 지켰다고 느꼈다. 중국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 의장성명은 중국의 핵심 이익 중 어떤 것도 위태롭게 하지 않았다. 6자회담은 영향 받지 않은 채로 남았고, 의장성명에 지역 안정을 위협할만한 조치는 포함되지 않았다. 의장성명이 채택되자, 중국의 유엔대사 장예수이는 이번 대응은 균형과 신중함이라는 두 측면에서 중국의 요구사항을 만족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의장성명에 대한 중국대사의 지지와 묘사는 북한을 강타했다. 중국이 미국과 일본의 대응 강도를 예상하는데 실패했던 점을 본다면, 이는 아마도 의도치 않게 북한으로 하여금 그들이 로켓발사에 대해 유엔에서 보호받을 수 있다거나 혹은 앞으로 달려 나가도 된다고 느끼게 만들었을 수 있다.


B. 6자회담으로부터의 탈퇴

북한은 그들의 적법한 권리라고 이해하고 있는 것에 대응해 이루어진 의장성명의 강한 어조에 격분했다. 의장성명이 발표된 다음 날, 북한은 UN이 자신들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하고, 6자회담으로부터의 영구 탈퇴를 선언했다. 북한은 또한 “모든 수단을 다해 자위를 위한 핵억지력을 증강할 것”이며, 자신들이 보유한 모든 플루토늄을 무기로 전환하고, 영변 핵 시설의 가동과 대륙간탄도탄 실험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관점에서 보자면 6자회담은 5개국이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 이중 잣대를 적용해 북한을 털어먹는 데 사용되고 있었다.

로켓 발사에 대한 관련국들의 단합된 행동은 이러한 시각을 강화했다. 북한은 특히 중국과 러시아의 대응에 당황했으며 이를 배신으로 받아들였다. 북한은 [구속력이 있는] 결의 대신 구속력이 없는 의장성명으로 만들어준 중국의 역할을 무시하고 대신 강한 어조에만 집착했다. 위성 발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은, 북한의 즉각적인 6자회담 탈퇴에 더해 핵실험으로까지 이어졌다.

중국 외교관들은 북한이 6자회담 참석을 거부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북한의 그러한 행동이 영구적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또한 그들은 북한이 6자회담 제2단계의 의무에 따라 불능화 과정에 있던 핵시설을 재건하리라고도 생각지 않았다. 중국은 북한의 대응이 이해할 수 없이 강렬하며 “북한이 UN과 6자회담에 맞서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Shades of Red: China’s Debate over North Korea. International Crisis Group Asia Report 179, 2 Nov. 2009. pp.2-4

by sonnet | 2010/07/13 09:18 | 정치 | 트랙백 | 덧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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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쿠라사다 at 2010/07/13 09:38
북한을 도와주고서도 욕먹는 중국..... 이것 참 말그대로 애물단지로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10/07/14 12:34
그렇죠. 짜증이 안 날 수가 없을 겁니다.
Commented by Allenait at 2010/07/13 11:03
과연 중국이 언제까지 북한 편을 들어줄까 모르겠습니다. 저리도 욕을 먹으니..
Commented by sonnet at 2010/07/14 12:37
in the foreseeable future...
Commented by 일화 at 2010/07/13 11:23
그래서 이번에는 자국에 대한 비난은 참을 수 없다는 북한의 입장을 고려해서 성명이 나온 것이로군요. 역시 히스토리를 알아야 이해가 되는 측면이 많네요.
Commented by sonnet at 2010/07/14 12:17
네, 이 사례에 비춰 보면 이번 결과는 무척 이해하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계원필경 at 2010/07/13 13:11
북한으로써는 어떠한 UN의 발표(결의안이든 의장성명이든)를 자기에 조금이라도 누를 끼친다고 생각하면 바로 디스를 해버리니... 나중에는 중국이 UN에 북한에 관련된 어떠한 의제도 못올리게 하거나 아니면 북한을 디스해버릴지도 모르겠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10/07/14 14:10
북한이 원하는 건 세계가 북한의 시각에 맞추는 것이다보니... UN이 우리에게 사과해라 막 이런 어이없는 사태가 나오는 거지요.
Commented by 삼천포 at 2010/07/13 17:53
부칸은 정말 운이 좋은거 같습니다..

한반도라는 특이한 환경에서만 생존할수있는

특수 생물체

갈라파고스 이상이군요
Commented by 밀파크 at 2010/07/13 21:14
운이 좋다기보다는 환경에 대한 적응?
Commented by sonnet at 2010/07/14 12:27
그렇습니다. 지정학적 가치를 최대한 뽑아먹는 데 아주 이골이 난 놈들이죠. 그리고 김부자의 개인적 재능도 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런 짓도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죠. 그래서 3대장군의 재능은 어떨지가 궁금해지는 싲점.
Commented by newroman at 2010/07/13 23:48
글 말미에,
"북한은 UN이 자신들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라네요.
ㅎㄷㄷ...
어느 나라가 감히 저렇게 말할 수 있을까요...
Commented by sonnet at 2010/07/14 12:16
대단한 적반하장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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