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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사 제목 바로 짓기
수십 년 동안 마오쩌둥의 비서를 지낸 후차오무(胡喬木)는 최고지도자의 비서인 동시에 신문출판을 감독하는 부서인 신문총서 서장을 겸직했다. 이에 따라 매일 오전 8시에 인민일보 대표가 당일 신문을 들고 후차오무의 집에 찾아와 후가 신문을 읽으며 논평한 내용을 메모해 즉각 시정조치를 취하고 향후의 편집방향에 반영을 했다고 한다.

국가의 모든 일에 대해 당이 일원적 영도를 시행하는 것은 공산당 체제에서는 당연한 것이지만, 그래도 최고지도자의 비서가 직접 이를 관장하는 것은 꽤 특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는 마오쩌둥이 언론의 선전선동 기능을 얼마나 중시했고, 자신의 의도가 철저하게 언론에 반영될 것을 요구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와 관련된 일화 한 가지.

“평론이 따분한 감을 주는 것은 우선 그 내용이 평범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평론을 보고서는 필자가 제창하는 것이 무엇이고 반대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없고, 사람들더러 어찌하라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이날 인민일보 제3면에는 개명소년(開明少年)이라는 잡지의 글을 전재한 것이 있었다. 그 내용은 히말라야 산맥의 최고봉을 외국사람들처럼 에베레스트 산이라고 할 것이 아니라 주무랑마봉(珠穆朗瑪峰)이라고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제목은 ‘우리의 위대한 조국에는 세계에서 제일 높은 산이 있다’이다. 아주 불만스럽게 생각한 호교목은 서한에 자기의 의견을 다음과 같이 논술하였다.

“제목에 주의를 돌립시다. 이건 내가 인민일보에 제기하려는 한가지 요구입니다. 오늘 제3면에 실린 글을 한 편 보았는데 제목이 ‘우리의 위대한 조국에는 세계에서 제일 높은 산이 있다’로 되어있습니다. 이 제목은 신문에서 흔히 보는 좋지 않은 제목 중의 하나입니다. 이 제목을 보고는 글의 내용과 관련되는 그 어떤 암시도 받을 수 없고, 글을 읽어 보려는 흥미도 가질 수 없습니다. 이 제목이 전하는 뜻을 누구나 다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글에는 아래에 열거하는 것과 같은 정확한 제목을 달아야 합니다.

‘에베레스트 산이라는 명칭은 전부 시정되어야 한다’,
‘에베레스트산의 이름은 조국의 원명을 회복하여 써야 한다’,
‘외국인의 이름으로 우리나라 최고봉을 명명하는 것은 잘못이다’,
‘우리나라 지리상 명칭의 엄중한 착오’,
‘세계 최고봉은 누가 발견한 것인가’,
‘세계 최고봉의 발견자는 외국 사람이 아니라 중국 사람이다…”


이 예를 자세히 지적하는 것은 인민일보에 유사한 흠집이 너무도 많기 때문입니다. 거의 매일 매 면마다 이처럼 내용과 맞지 않는 제목, 요령부득한 제목, 생기가 전혀 없는 제목을 보게 됩니다. 이런 현상을 확실히 시정할 것을 나는 편집부에 요구하고 싶습니다.

섭영렬 저, 최재우 역, 『모택동과 그의 비서들』. 서울: 화산문화, 1995. pp.81-82

인민일보 사설은 왜 하나하나가 격문인지, 또 인민일보에 표적으로 오르는 것이 그처럼 높은 확률로 높으신 분의 뜻인지를 잘 보여주는 이야기라고 하겠다.
by sonnet | 2010/03/20 09:39 | 정치 | 트랙백 | 핑백(1) | 덧글(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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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a quarantine sta.. at 2010/07/06 13:26

... 다. 『환구시보』(環球時報)는 국제문제를 다루는 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이다. 중국의 언론 관행으로 볼 때 이런 관변언론의 사설은 문자 그대로 국가와 공산당의 입장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중국의 두 번째 반응은 6월 22일 외교부 정례브리핑에서 나왔다. 이날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 more

Commented by 지네 at 2010/03/20 09:45
어떻게 보면 요즘 인터넷에 남발하는 낚시성 기사의 제목을 생각나게 하는 글이네요.

물론 내용적인 면에서는 다르겠지만...

확실히 기사 제목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글을 읽어 보려는 흥미'를 자아내는 건 역시 제목이니까요.
Commented by sonnet at 2010/03/22 10:29
네. 그 '효과'가 중요한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너무 효과만 따먹으려 들다 보니까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내긴 하지만요.
Commented by 네비아찌 at 2010/03/20 09:49
제목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글이었네요.
지네 님 말씀처럼 제목이 좋아야 사람들이 글을....^^;
Commented by sonnet at 2010/03/22 10:32
일단 낚고 보는 것입니까 ^^
Commented by 행인1 at 2010/03/20 09:50
"이 제목으로는 독자 동무들을 낚을 수 없어!"가 들리는 '오해'가...;;;
Commented by sonnet at 2010/03/22 10:30
하하, 적절한 지적이십니다.
Commented at 2010/03/20 10:2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10/03/22 11:17
계속 사람들을 동원해서 뭔가 일을 벌이고 싶어하니 그런 게 아닌가 합니다.
말씀하신 것은 시간을 내서 보겠습니다. 좀 더 기다려 주십시오.
Commented by Allenait at 2010/03/20 10:48
..확실히 신문기사에서 제목은 매우 중요한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10/03/22 10:41
맞는 말씀입니다.
저는 블로그 포스팅 제목을 뽑을 때 최대한 지루하고 심드렁한 제목을 뽑으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저 같은 사람은 선전선동을 중시하는 사람들 밑에선 일 못해먹을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PAIN at 2010/03/20 11:53
인민스포츠 신문...
Commented by sonnet at 2010/03/22 10:39
하하, 제목으로 낚는다. 인민의 스포츠.
Commented by BigTrain at 2010/03/20 11:55
아래 두 제목은 정말 찌라시의 낚시성 기사를 연상케 하는군요. -_-
Commented by sonnet at 2010/03/22 10:39
저는 네 번째 제목이 제일 마음에 듭니다.
Commented by dunkbear at 2010/03/20 11:56
모택동 시절의 '파문' 시리즈군요. ㅎㅎㅎ
Commented by sonnet at 2010/03/22 11:13
그렇게 되는 거군요, 흐.
Commented by Ciel at 2010/03/20 12:45
사설 제목이라면 '외세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에베레스트라는 이름에 분노한다.' 정도일려나요
Commented by sonnet at 2010/03/22 10:39
글쎄요. '제국주의 잔재 에베레스트를 타도하자' 쯤은 어떻습니까.
Commented by Ciel at 2010/03/22 12:01
제가 졌습니다. ㅇ<-<
Commented by 소시민 at 2010/03/20 12:50
에베레스트산의 이름은 조국의 원명을 회복하여 써야 한다
외국인의 이름으로 우리나라 최고봉을 명명하는 것은 잘못이다

- ... 라지만 티베트인들에게는 에베레스트산이나 주무랑마봉이나 외부자의 관점이

들어간 이름이라 느껴지겠죠.
Commented by sonnet at 2010/03/22 10:37
그렇겠죠. 역시 중국의 대국주의는 가루가 되도록 쳐야 합니다.
Commented by rumic71 at 2010/03/20 12:51
남의 산 가지고...하긴 일본서 제일 높은 산은 후지산이 아니라 대만의 玉山이라는 조크도 있었으니.
Commented by sonnet at 2010/03/22 11:13
하하, 동중국해도, 남중국해도.... '중국' 해니까 다내꺼!
Commented by 길 잃은 어린양 at 2010/03/20 13:01
저도 이 부분에서 꽤 웃었습니다. 마오쩌둥은 외국에 나갔을 때도 전문으로 인민일보 사설을 챙길 정도였으니;;;;;
Commented by sonnet at 2010/03/22 11:16
하하, 과연 양 대인의 눈은 피해 갈 수가 없군요. 이 책도 그렇거니와 모주석이 언론을 아주 꼼꼼하게 다루었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 수많은 비시들도 그렇고요.
Commented by Empiric at 2010/03/20 13:10
오xxxx 제목이 떠오르는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10/03/22 11:16
그게 뭔가요?
Commented by 삼천포 at 2010/03/20 19:17
제목을 방향성있고 강렬한 방향으로 잡았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10/03/22 10:41
그렇죠.
Commented by 들꽃향기 at 2010/03/21 00:47
정말로 인민의 스포츠 신문(....)이 떠오르는군요 ㄷㄷ 사실 근자의 정치적인 몇몇 웹진들도 그렇듯, 자신들의 극단적인 의도를 강조하기 위해 자극성있고 컨텐츠와 다른 제목을 쓰는 맥락은 지금도 이어진다는 점에서 씁쓸하기 그지 없습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10/03/22 10:44
인터넷 시대가 되다보니 제목->클릭 연결이 이전보다 훨씬 중요해져서 더 그런 느낌이 듭니다. "제목을 섹시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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