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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쉬에펑 우언(寓言)

이리와 토끼의 호혜협정(狼和兎的互惠協定)

이리와 토끼가 호혜협정을 맺었다. 이리는 아주 점잖게 말했다.
“이제 너는 내 보호에서 완전 독립하는 거야. 제1조, 이리는 토끼나라의 독립과 영토, 주권보장을 보증한다. 제2조, 이 때문에, 이리가 자유롭게 여행하고, 거주하며 목축하고 장사할 수 있는 권리를 제외하고 어떤 짐승도 토끼 나라 국경선을 들어갈 수 없다. 제3조 평등과 호혜를 위하여 토끼도 이리 나라를 여행하고 거류하며 개간하여 번식 …… 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진다.”
토끼는 이처럼 평등한 것은 없다고 여기고 곧 서명한 뒤 그날 부로 시행하였다. 그 후, 토끼는 나날이 줄어들었고, 이리의 행동 역시 조약에 위배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뱀과 토끼(蛇和兎)

뱀은 토끼의 거주자유를 위하여 법률을 제정하였다. 자신이 친히 토끼에게 달려가 선언하였다. “들어라. 오늘 이후 내가 만약 먼저 문을 두드려 너의 허락을 얻지 않고 마음대로 너의 집에 들어가면 너는 나를 고소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느니라.”
뱀이 이렇게 하는 것은 확실히 성의가 있었다.
뱀이 걱정하는 것은 토끼의 태도였다. 뱀이 느끼기에, 토끼는 줄곧 법률에 대한 관념이 희박하고, 또 토끼는 아마도 뱀에 대한 불신을 단번에 바꾸지 않을 것 같았다. 뱀은 먼저 한 번 시험해 보려고 하였다.
뱀은 일부러 문을 두드리지 않고 재빨리 들어가 토끼 새끼 한 마리를 물어 죽인 뒤 뛰어나와 집밖에서 토끼가 고소하길 기다렸다.
아주 오래 되었지만 결국 토끼는 고소하러 나오지 않았다. 뱀은 시간이 갈수록 화가 치밀어 다시 집안으로 들어가 토끼를 체포하며 벼락치듯이 소리질렀다.
“너 왜 법을 안 지키는 거야?”
“제가 누구의 법을 지키고, 어떤 법을 지켜야 하는데요. 선생?”
“네가 감히 고소를 안 해?”
“방금 강도 짓을 한 것이 당신이고, 지금 법관도 당신인데, 그럼 선생. 날더러 어떤 강도를 잡아서 어떤 법관에게 고소하란 말입니까?”
“쓰쓰쓰” 뱀은 화를 참지 못하고 한 입에 토끼를 먹어버렸다. 뱀은 토끼를 잡아먹은 후, 다시 대중에게 선포하였다.
“내가 이번에 토끼를 잡아먹은 것은 이전과 달리 법에 의거한 것이니라. 또한 체포에서 심문까지 모두 법률적 절차를 밟은 것이다.”


두 친구와 강도(兩個朋友和强盜)

어느 두 친구가 함께 벌판을 지나가다 강도를 만났다. 한 친구는 매우 민첩하게 달아나 풀숲 속으로 숨어 강도가 보지 못했다. 그러나 다른 친구는 도망가지 못해 강도에게 어께에 걸치고 있던 양털 옷을 빼앗겼다. 옷을 빼앗긴 친구는 원래 돈을 양털 옷깃 속에 숨겨 두었기 때문에, 강도에게 “이 양털 옷은 금전 한 개 값입니다. 저는 지금 금전 한 개로 이 양털 옷을 찾고 싶습니다”라고 말하였다. 그러자 강도가 물었다. “돈이 어디 있는데?” 이 사람은 곧 양털 옷깃 속에서 돈을 꺼내 강도에게 보여 주면서 “이것은 진짜 금입니다. 만약 믿지 못하겠거든 저기 풀숲 속에 금세공업자가 숨어 있으니 가서 물어보시오.”라고 말했다. 강도는 이 말을 듣고 풀숲 속에 또 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양털 옷과 돈을 챙겼을 뿐 아니라, 풀숲 속에 있던 친구의 옷마저도 빼앗아갔다.


루쉰의 잡문도 그렇고 여기 소개하는 펑쉬에펑의 우언도 그런데, 20세기 전반에 중국의 좌익문인들은 펜을 무기로 삼은 계몽 내지는 정치선전 활동이 중요하다고 믿었고, 또 활발히 이런 류의 창작활동을 해 나갔다.
마오쩌둥 또한 중국혁명을 성공시키려면 문무를 겸비해야 한다면서, 무에는 홍군의 주더 총사령관이 있다면 문에는 루쉰 총사령관이 있다고까지 문인들을 띄워줄 정도였다. 이렇게 중국 좌익 진영은 문인이나 정치가 할 것 없이 (다소 강조점은 달라도) 모두 문예가 정치의 중요한 무기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중에 정치파동이 날 때마다 문인들이 무더기로 희생당하는 한 가지 원인이 되었다. 모든 번역은, 권석환. “풍설봉(馮雪峰) 우언(寓言) 연구.” 중국문학연구 14.0 (1996): 249-276. 에서 가져온 것.
by sonnet | 2010/03/04 23:46 | 문화 | 트랙백 | 덧글(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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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들꽃향기 at 2010/03/04 23:49
간만에 대차게 웃을 수 있는 우화이군요. 특히 첫째 우화에 대해서는 감탄을 금하지 못하겠습니다. ^^; '계약' 자체뿐만 아니라 정치적-도의적으로는 이리가 잘못한건 없지요......ㅋㅋ
Commented by Ya펭귄 at 2010/03/04 23:59
문제는 횬실적으로 저런 호혜협정은 서로들 자기를 늑대라고 생각하는 상황에서 맺어진다는 점이......
Commented by sonnet at 2010/03/05 14:40
하하. 저는 어릴 때 반공만화 꺠나 보고 컸다고 생각하는데, 저렇게 좀 세련된 물건이 없었던 게 지금 생각하면 아쉽습니다.
Commented by 행인1 at 2010/03/05 00:02
두번째 우화는 왠지 많이 본 듯한 오해(?)가....
Commented by sonnet at 2010/03/05 14:24
그렇게 느끼는 사람들이 있는 이상, 저런 풍자는 여전히 정치적 실용성이 있는 게 아닐까 합니다.
Commented by Allenait at 2010/03/05 00:03
첫번째 우화와 세번째 우화는 어째 어디서 본것도 같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10/03/06 20:29
혹시 기억나시는 것이 있으면 제보해 주십시오. 저도 비슷한 우화의 계보에 관심이 많습니다.
Commented by 누렁별 at 2010/03/05 01:00
혁명이 성공하면 문인들은 토사구팽...
Commented by sonnet at 2010/03/05 14:36
제가 느끼기엔 쓸모없어지니 짜른다와는 또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중국의 경우는 짜르는 것도, 팍 죽이는 것이 아니고, 작가들의 생각이 마오쩌둥의 생각과 똑같아 질때까지 절대로 내버려두지 않고 끊임없이 달달볶는다고나 할까요. 영구혁명론이 영구갈굼정책으로 표현되는 거죠.
Commented by 액시움 at 2010/03/05 10:15
뭔가 떠오르는 현실의 사건이 있으니...쿨럭!
Commented by sonnet at 2010/03/05 14:24
하하. 두 번째인가요?
Commented by 라피에사쥬 at 2010/03/05 10:27
우화에 현실적 용어 내지는 요소가 너무 대놓고 등장하면 문학적으로는 마이너스라는 이야기를 듣곤 했는데, 과연 '정신적 무장'으로서의 문예는 비범하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10/03/05 14:30
신문학을 하는 현실주의 시인이 우언이라는 낡은 장르를 굳이 선택한 것부터가 정치적, 전략적 고려가 많이 작용한 결과가 아닌가 합니다. 민족문화형식논쟁 같은 데서도 이런 전략적 논의가 많이 있었으니까요.
Commented by 동쪽나무 at 2010/03/05 12:55
그래도 토끼는 멸종하지 않아???
Commented by sonnet at 2010/03/05 14:31
왕성한 번식력?! 6억 토끼는 얼마 후 14억이 되는데...
Commented by 게렉터 at 2010/03/05 14:36
저는 마지막에 해설로 덧붙이신: "문예가 정치의 중요한 무기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중에 정치파동이 날 때마다 문인들이 무더기로 희생당하는 한 가지 원인이 되었다." 이 부분이 통렬한 우언 아닌 우언처럼 느껴집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10/03/06 20:24
에휴...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Commented by 말코 at 2010/03/05 22:32
역시 문학과 정치는 관계가 있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10/03/06 20:26
1930년대에 죽은 루쉰, 마오쩌둥의 '연안문예강화' 그리고 문화대혁명에서 살아남은 바진 등은 모두 문학과 정치가 관계가 있다는 데 동의하는데, 그 결합의 정도에 대해서는 서로 상당히 다릅니다. 그게 바로 지향하는 목표나 경험의 차이를 드러내는 점인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paro1923 at 2010/03/05 23:11
그런데, 시국이 어수선해서 그런지 웃어넘기기엔 찜찜한 경구로도 들리네요.
Commented by sonnet at 2010/03/06 20:28
그런 어수선함을 몸으로 겪게 되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Commented by ssbn at 2010/03/06 12:15
중국이 토끼라면 티벳은 도대체 뭐지?......
Commented by sonnet at 2010/03/06 20:16
그것이 바로 거스름 돈(http://sonnet.egloos.com/2887203 )의 세계;;;
Commented by 내모선장 at 2010/03/06 13:09
아니, 호혜협정 자체가 문제 있는 거 아니었나요 저거?

1조와 2조가 전면 배치되지 말입니다? 1조대로라면 2조에서 토끼나라에 다른 나라 백성이 들어가던 말던 그건 토끼가 정할 문제지 이리가 어쩌구저쩌구 할 문제가 아닌데...

Commented by sonnet at 2010/03/06 20:16
하하 이리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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