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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관광 대금 지급 관련
그냥 하기 싫으면 말자고 하는게 낫지 않을까. (sprinter)에서 트랙백


1. 북한의 중유 전용 금지 협상

우선 제일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은 참고가 될 수 있는 과거의 사례일 것이다.
다음은 과거 제네바 합의틀(Agreed Framework)을 통해 미국이 제공하는 중유를 북한이 임의로 전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어떻게 협상했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만약 금강산 관광 대금의 전용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협상이 진행된다면, 내가 아는 한 가장 유사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문제가 터져 나왔다. 제네바 합의에 따르면 미국은 북한에 매년 50만 톤의 “난방 및 발전용 중유”를 제공하기로 되어 있었다. 중유(重油; Heavy Fuel Oil; HFO)는 북한이 탱크를 굴리거나 비행기를 날리는 데 쓸 수 없다는 장점이 있었다. 따라서 미국 측으로서는 북한이 이 중유를 어디에 쓰건 상관할 바가 못 되었다. 그래도 국방부는 합의문 내에 그 사용처를 한정하는 문구를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그 결과 뜻하지 않는 일이 생긴 것이었다.

1월 선봉 화력발전소에 중유 1차분이 전달된 직후 북한이 그 중유의 일부를 빼돌려 근처에 있는 제철소에 사용한다는 보고를 받았다. 이는 제네바 합의의 위반이었다. 그렇더라도 그것으로 모종의 군사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렇지 않아도 비난의 목소리가 높은 판에 자칫 의회의 반대를 재점화시켜 자금지원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었다. 실로 이 문제를 둘러싸고 상원의 세출관련 소위원회 위원장인 미치 맥코넬(Mitch McConnell) 의원과 크리스토퍼 장관은 화난 내용의 편지를 주고받았다. 크리스토퍼는 북한이 합의를 어긴 바가 없다고 강하게 말했다.

그러나 이 사건과 관련하여 행정부와 입법부의 입장은 다르지 않았다. 모두 북한의 약속위반은 용납할 수 없다고 한 것이다. 갈루치는 중유의 전용이 없다는 보장이 없는 한 북한에 중유를 제공하지 않을 것임을 확인했다. 폰먼과 NSC의 정보국장인 조지 테넷(George Tenet)은 이와 관련하여 매주 의회에 보고서를 보내기로 약속했다.

중유 유용과 관련하여 미 행정부는 두 가지 조치를 취했다. 첫째, 향후 유용을 막기 위한 감시조치를 마련하기 위해 부처 간 합동실무그룹을 구성했다. 실무그룹은 중유가 사용될 공장에 현장감시가 필요하다는 것을 즉각 깨달았다. 그러기 위해서(가급적 봉인된) 산업장비를 이용하여 연료의 유출, 그것을 사용하여 생산한 발전량, 그리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측정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 자료를 KEDO로 보내오는 방법을 취하기로 했다. 연료의 유출량, 생산된 발전량, 배출된 가스량 중 어느 하나만 있으면 충분했으나 일단은 세 가지 모두 추진하기로 했다. 문제는 북한과 같이 폐쇄된 사회가 그와 같은 조치를 수용할 것인가였다.

둘째, 로버트 갈루치는 강석주에게 서신을 보내 아직 잉크도 채 마르지 않은 합의문을 북한이 위반한 일을 따졌다. 갈루치는 북한이 제네바 합의문의 하나하나를 모두 지켜야 함을 분명히 했다. 강석주는 처음 일부 중유가 보관을 위해 유조차로 “옮겨졌다”고 하다가 곧 일부가 다른 장소로 옮겨졌음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귀 측이 제공한 5만 톤의 중유는 선봉 화력발전소에서만 사용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후일 귀측의 중유가 유조선에 실려우리나라에 도착할 때 그 처리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향후 경수로 프로젝트를 논의하기 위한 회담의 옆에서 검증문제를 가지고 따로 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그 검증논의는 문제를 한 가지씩 풀어나가길 원하는 북한 측의 뜻에 따라 연기됐다.

6월 경수로 문제가 해결된 이후 양국은 중유의 감시를 위한 “협력조치”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외교적 표현을 써서 협력이지 이는 곧 중유의 사용을 감시하기 위한 방법에 대한 논의였다. KEDO를 대신하여 고참외교관 제임스 피어스(James Pierce)가 이끄는 팀이 평양에 도착했다. … 북한의 수석대표는 석유수입국장인 이태근이었다. 이태근은 중유가 제때 공급될 수 있는가라는 한 가지 문제만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면서 미국이 중유공급일정표를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 (제네바 합의문에는 1995년 10월~12월 사이에 10만 톤을 제공한다고만 되어 있었다.) 또 4만 톤을 조기에, 즉 7월 중에 제공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한 요구를 예상치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 자리에서 좋은 이야기를 해줄 수 없었다. KEDO가 중유제공의 직접적 주체였는데 아직 제대로 자리도 잡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피어스는 그와 같은 요구를 얼버무리는 한편 갈루치와 전화로 상의했다. 예상대로 갈루치는 그 문제는 협상대상이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이 모든 것은 다 도청되었을 것이었다.

반면 현장 감시 문제에 있어서는 이야기가 쉽게 풀렸다. 이태근은 연료량, 발전량, 배기가스량 등 미국이 제안한 세 가지 중 두 가지는 안 된다고 했으나 연료량 측정을 허용하기로 했다. 미국이 원했던 것이 그것이었다. 또 북한은 자세한 것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 팀을 선봉의 현장으로 데려가는 데 동의했다. 헬기수송비용을 위해 필요하다며 수천 달러를 요구하던 북한 측은 결국 일행을 20시간이 걸리는 기차 여행으로 안내했다. 선봉에 도착했을 때는 아직도 새 차 같은 1987년형 캐딜락이 기다리고 있었다. 북한의 그 시골구석에 그런 차가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미국인들을 맞는 현장의 분위기는 차가왔다. 게다가 미국인들이 온 목적이 공장을 구석구석 뒤지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나자 더욱 그랬다. 그러나 미국 측이 자료를 KEDO로 송신하기 위한 방법으로 위성송출방식을 제안하자 반응이 있었다. 일부는 공짜로 고급 설비를 얻게 된다는 생각에 그를 반겼다. 그러나 결국 북한의 주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대신 팩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그 외 모든 것은 미국 측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미국 측이 평양에 돌아와 베이징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을 때까지 중유제공일정을 문서화하는 것이 문제됐고 그에 따라 합의문 작성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새벽마다 피어스에게 전화를 걸어온 이태근은 출발하던 날 새벽에도 전화를 걸어 할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두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공항으로 가는 차 안에서 이태근은 “기꺼이”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합의문안의 일부를 수정했다. 그래도 피어스는 중유공급일정의 문서화에 대한 그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공항에 도착하여 여권심사를 받는 와중에도 북한인들은 계속 그 문제를 거론했다. 비행기에 도착하여 트랩을 오르면서 피어스는 이태근의 얼굴을 힐끗 보았다. 잔뜩 낙담한 그의 얼굴은 중유공급일정을 정하지 못했다는 말을 윗사람에게 어떻게 말하나 하는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두 달 후 미국의 기술자들이 북한으로 들어가 현장에 감시장비를 설치했다. …

중유의 전용을 둘러싼 문제를 협상을 통해 해결하는 와중에 미국 정부는 북한의 행태에 대해 적지 않은 교훈을 추가로 얻었다. 첫째, 궁지에 몰려 있는 북한은 합의문의 제약조건을 넓게 해석하거나 아예 회피하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하려 들 것이라는 점이었다. 이는 물론 지난 2년 동안 북한과 첨예한 협상을 벌여온 미국인들에게는 새로운 일은 아니었다.

둘째, 북한은 푼돈에 놀랄 만큼 집착하여 때로 보다 큰 이익에서 손해를 감수하기도 했다. 발전소에 감시 장비를 설치하는 것은 전과 같으면 국가안보를 해친다며 펄펄 뛸 일이었다. 그것은 북한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이 있으면 과거의 선례는 쉽게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1995년 북한은 중유가 그토록 절실히 필요했던 것이다. 또 피어스와 문서로 합의를 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구두로만 논의된 감시 장치의 설치를 허용했다. 이 또한 북한이 일단 우선순위를 부여하면 기타 작은 일들은 쉽게 이행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였다.

마지막으로 북한이 미국이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힌 중유제공 일정을 문서화할 것을 끈질기게 요구한 것은 북한의 협상 패턴에 대한 기왕의 인식을 확인시켜 준 사례였다. 상대방을 언제나 못 믿어 하는 북한 측은 상대방의 속셈을 알기 위해 벼랑 끝 대결도 서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런 그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미국도 같은 수준에서 상대해야 했다. 즉 처음부터 그 요구를 받아줄 수 없다고 말한 다음 끝까지 버텨야 했던 것이다.

Witt, Joel S., Poneman, Daniel B., Gallucci, Robert L.,
Going Critical: The First North Korean Nuclear Crisis, Brookings Institution, 2004
(김태현 역, 북핵위기의 전말: 벼랑 끝의 북미협상, 서울, 모음북스, 2005, pp.431-436)

이 이야기는 인용한 본문 중에 결론이 있으니 각자 읽어보는 정도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한다.



2. 대체성 가정의 검토

다음으로 다른 곳에서 벌어지는 논의들(예를 들어 여기여기)을 보면 암묵적으로 대체성, 특히 완전대체성을 가정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이 가정을 좀 따져보고자 한다.

대체성 가정이란 이런 것이다. 북한에는 두 가지 외화수입이 있다고 가정하자. 하나는 정상적인 무역 같이 문제의 소지가 없는 백색 수입이고 다른 하나는 무기수출 같은 흑색 수입이다. 대북경협은 백색 수입에 속한다. 또한 북한은 두 가지 유형의 외화 지출을 한다. 첫째는 민생고 해결을 위한 식량수입 같은 백색 지출이고, 다른 하나는 핵무기 개발 같은 일에 사용되는 흑색 지출이다.

완전대체성 가정이란 만약 우리가 원조나 경협 등의 전용을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을 설치해도 북한에게는 전용이 가능한 다른 수입(흑색 수입)이 있기 때문에 북한의 흑색 지출에는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간단히 그림으로 그려보면 이렇게 된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북한이 기존의 지출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는데 필요한 충분한 수입을 백색 수입 이외의 분야에서 이미 확보하고 있다는 모종의 가정을 깔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가정이 틀릴 가능성도 많이 있다. 다음 그림을 보자.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우리는 원조 총액을 한 푼도 늘리지 않으면서도 전용방지체제를 설치하는 것으로만도 북한 대중에게 제공되는 지원을 두 배로 늘리고, 북한의 핵개발 지출을 1/3 감소시킬 수 있다.

일반론적으로 말하면, 원조나 경협이 북한의 외화획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을수록 완전대체성 가정이 맞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대로 원조나 경협이 잘 풀려 규모가 확대되면 확대될수록 완전대체성 가정이 맞을 가능성이 낮아진다. 따라서 원조나 경협의 규모가 커지기 전에 전용방지체제를 확보해둘 필요가 있다. 뒤집어 말하면 전용방지체제가 잘 정비되기 전에 원조나 경협의 규모를 키워서는 안 된다는 뜻도 되겠다.


3. 애스크로(escrow) 시스템

간단히 설명하자면, 애스크로 시스템은 금강산 관광으로 인한 지급금을 공신력있는 제3국의 대형 금융기관이 북한 명의로 맡아 갖고 있다가, 북한이 백색 지출, 즉 핵이나 미사일 개발, 군비증강 등에 해당되지 않는 품목을 위해 지출하는 경우라면, 그 금융기관이 북한 대신 북한에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한 업자에게 지불을 대행하는 것이다.

나는 이런 애스크로 시스템이 대북정책을 놓고 국내의 상호주의자들과 햇볕정책 지지자들 간에 벌어지는 남남갈등을 잠정적으로 타협시킬 수 있는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현재 집권 중인 상호주의자들에게 있어 애스크로 시스템은 남한의 선의의 협력을 북한이 악용할 가능성을 줄여 주기 때문에 그들의 업적이 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햇볕정책 지지자들에게 있어서 애스크로 시스템은 일단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는 방도가 될 수 있고, 나중에 북한과 외부세계가 다시 대결국면으로 돌아서게 될 경우 금강산 관광 사업을 죽이지 못하게 보호할 방패막이가 될 수 있다.

과거 햇볕정책 지지자들은 대북협력의 전개를 역사적 필연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었다. 따라서 그들은 협력의 후퇴 가능성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미북관계가 경색될 경우 금강산 관광은 여지없이 "무기개발 사업에 전용될 수 있는 눈먼 돈을 공급하는 채널"로 지목받아 폐지 혹은 축소하라는 압력을 받게 되곤 했다. (과거 크리스토퍼 힐은 미국은 개성공단은 개혁 개방을 위한 북한 인력의 훈련 차원에서 납득할 수 있으나 금강산 관광은 그런 효과도 없는 사업이라고 혹평한 바 있다.)

하지만 애스크로 시스템을 사용 중이라면, 북한이 금강산 관광 수입을 악용할 가능성을 제기하며, 미국이 한국에 압력을 가할 때, 우리 돈은 애스크로 계정으로 관리되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으며 그런 문제는 애스크로를 쓰지 않는 중국에 가서 이야기하는 게 좋겠다고 당당히 이야기할 명분이 있다.

햇볕정책이 궁극적으로 성공한 정책이 될지 실패한 정책이 될 지는 알 수 없으나, 설령 성공한 정책으로 끝난다 하더라도 그간의 남북관계의 부침으로 볼 때 앞으로도 상당한 기복이 있을 것은 각오하는 게 정상일 것이다. 그렇다면 궂은 날에 대비한 보험으로서 애스크로 시스템은 햇볕정책 지지자들에게도 상당한 매력이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상호주의자들보다 훨씬 강경한 대북 불신파들에게도 애스크로 시스템은 매력이 있다. 대북 불신파는 기본적으로 북한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기를 치는 사기꾼이라고 본다. 대북 불신파의 신조가 맞다면 북한은 애스크로 시스템을 상대로 예의 협잡을 벌일 것이다. 엉터리 수출입 서류를 꾸민다든가 담당자를 매수한다든가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애스크로 수탁 은행이 공신력 있는 대형 금융 기관인 이상 완벽한 무자료 야매 거래는 불가능하며 상당한 근거가 남기 마련이다. 고로 대북 불신파에게 애스크로 시스템은 심판의 날을 기다리며 북한에게 대한 기소장을 채울 근거들을 수집하는 덫(honeypot)이 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애스크로 시스템은 매파적 관여 정책과 유사하게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서로 다른 전제를 고수하면서 해묵은 갈등을 반복하는 국내 제 정파들 사이에서 충돌 없이 각자의 전제를 실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설령 그것이 동상이몽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by sonnet | 2009/10/09 12:41 | 정치 | 트랙백 | 덧글(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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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Allenait at 2009/10/09 12:51
애스크로 시스템이라.. 용산에서 물건 살때 좀 써봤습니다만 괜찮더군요.

아무튼 간에, 북한이 애스크로를 받아들일지가 의문입니다. 그리고 그 일을 해줄 제 3국의 금융기관이 어디가 될지도 관건이겠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10/09 12:57
북한 입장에서야 그냥 받는게 애스크로보다 융통성이 있으니 아마 강하게 반발하겠죠. 굽힐 때 굽히더라도 한 번은 벼랑끝 투쟁한다고 봐야 정상일 듯.
애스크로 수탁기관은 관련국인 6자회담 참가국을 제외한다고 보면, 역시 유럽의 적당한 은행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과거 이라크의 경우엔 BNP Paribas가 담당했었지요.
Commented by dunkbear at 2009/10/09 13:09
예로 드신 북한의 중유 전용 금지 협상의 경우, 상대가 미국이기 때문에 북한이 츤츤거리다 굽혔을 지 몰라도 우리나라하고 협상하면서도 같은 결과가 나올 지는 좀 의문이기는 합니다. 특히 북한이 북미관계 개선을 남북경협보다 더 높은 순위로 여긴다면 더더욱...
Commented by sonnet at 2009/10/09 21:30
동의합니다. 사실 미국 측 문헌을 보면 북한이 의외로 미국과의 약속은 지키려고 노력하는 측면이 있지 않느냐는 의견들을 볼 수 있는데, 그건 북한이 미국을 특별하게 보니까 그렇고, 한국과의 약속에까지 연장해서 생각하기는 무리라고 봅니다.
그런데 이런 관점에서 보게 되면 대북불신파의 견해가 제일 유력해지게 되겠군요.
Commented by 일화 at 2009/10/09 13:17
말씀대로 입장이 다른 사람들의 합의를 최대한 이끌어내는 효과가 있을 듯 합니다.
물론 그래도 북한의 입장을 고려해서 반대하는 사람은 남겠지만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10/10 20:19
북한에 뭐 해주고(혹은 북한의 비위를 맞춰주고) 싶어서 안달난 것처럼 구는 사람들을 가끔 보는데 도대체 무슨 동기로 그러는 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기 힘들더군요. 이건 뭐 오른 뺨을 맞으면 왼 뺨을 대주는 것도 아니고...
Commented by 피그말리온 at 2009/10/09 13:20
과거 햇볕정책 지지자들은 대북협력의 전개를 역사적 필연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햇볕정책은 지지하는 측면이 있지만 이 문장 만큼은 공감합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10/10 20:21
그 비슷한 것으로 "냉전체제 극복"이라는 구호도 있습니다. 이것도 역사적 필연이라고 생각한 것 같은데, 결과적으로는 구호가 정책을 망쳐놓은 아주 좋은 사례이지요.
Commented by 삼천포 at 2009/10/09 13:20
애스크로 시스템이라 재미있는구조네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10/10 20:22
네, 현물로 주기엔 너무 융통성이 떨어진다고 생각될 때 대안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구조이지요.
Commented by 행인1 at 2009/10/09 13:26
이걸 하려면 아마 적절한 시기를 골라야할듯 싶습니다. 금강산 관광에 북한이 매달려야할 때라던가...
Commented by sonnet at 2009/10/10 20:24
한겨레 기사에서는 남한 정부가 애스크로 시스템을 염두에 두는 것처럼 나왔지만, 그게 정부 내부에서 검토 중인 아이디어인지, 북한에게 실제로 제안되는 단계까지 간 것인지 그런 것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어떤 시점에 어떻게 제안되느냐도 중요한 문제겠지요. mb가 이야기하는 비핵개방3000은 실제 실시될 경우 액수가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흑색자금 용도로의 전용을 차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Commented by 길 잃은 어린양 at 2009/10/09 14:05
만약 북쪽이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대북 지원시 국내의 보수층을 어느 정도 달랠 수 있는 구실은 될 듯 싶습니다. 북쪽이 받아들일지는 의심스럽습니다만.
Commented by sonnet at 2009/10/10 20:27
그렇게 보아주시니 기쁩니다. ;-)
저도 북한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의심스럽게 생각합니다만, 식량지원 모니터링 등 어떤 것은 또 받아들인 전례가 있으니까 잘 타진해 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노정태 at 2009/10/09 14:10
주옥선 여사가 구매자의 결제 금액을 맡아주고 물건이 넘어가면 판매자에게 넘겨주는 것을 연상시키는군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10/10 20:22
말씀하신 그런 것과 흡사한 것이지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 at 2009/10/09 14:45
다나와의 그 애스크로인가요? ㅎㅎ
Commented by sonnet at 2009/10/10 20:22
네, 그 비슷한 것입니다.
Commented by Qn at 2009/10/09 15:25
좋은 글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10/10 20:44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nighthammer at 2009/10/09 16:09
음, 과거 햇벝정책때 대부분의 지원이 현물로 들어간 걸로 압니다. 돈으로 들어간 원조는 별로 없던 걸로...
그래도 저런 애스크로 시스템은 좋은 것이지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10/10 20:51
현금지원은 특검까지 갔던 4억5천만 달러 상당의 대북송금 문제가 대표적이죠.
식량지원의 경우에도 WFP프로그램과는 달리 한국과 중국의 식량지원은 주민에게 분배되는 것을 모니터링하지 않고 그냥 북한 측에 인도만 해 주어서 전용 가능성이 계속 문제가 되었습니다.
보다 근래의 문제 사례로는 http://bit.ly/ykcKw 같은 것이 있습니다.

뭐라고 해야 할까, 지금까지의 대북지원이 최선의 방법으로 이루어졌다고 하긴 힘듭니다. 이걸 빌미로 사업을 몽땅 죽일 필요까지는 없을지 몰라도, 문제제기와 개선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Commented by maxi at 2009/10/09 16:31
에스크로 시스템이"공신력있는 제3국의 대형 금융기관이 북한 명의로 맡아 갖고 있다가, 북한이 백색 지출, 즉 핵이나 미사일 개발, 군비증강 등에 해당되지 않는 품목을 위해 지출하는 경우라면, 그 금융기관이 북한 대신 북한에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한 업자에게 지불을 대행하는 것이다." 이었군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많은 논란 혹은 북한의 공격이 있을 것 같은데, 우선 핵이나 미사일 개발, 군비증강 등에 포함되는 해외 수입품의 종류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다양하지 않을까요? PS2가 처음 나올때 "군사목적의 프로세서로 운용" 될수 있다고 불량국가에 대한 수출이 제한되니 마니 하는 농담같은 진담이 떠돌았을 정도로 컴퓨팅 자원에 대한 무기 전용 우려는 큽니다. 비료 원재료나 생물 배양시설의 경우도 핵이나 화학무기 개발에 사용될수 있으므로 제한... 하는 식으로 군비증강 및 핵 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자원이나 이용할수 있지만 "민용으로도 쓰는" 자원의 수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더군다나 수출규제품은 일종의 국가적 선언으로 한국,일본,유럽,미국 전부 다 큰 틀에서는 비슷하지만(고성능 둔감성 화약같이 대놓고 무기 만들수 있는 재료들) 세부적으로는 전부 다르니까요. 에스크로 시스템을 통해서 이런 "틈새"를 파고들 여지가 많아 보입니다.

물론 금강산 관광은 우리가 우리 기업이 우리 돈을 주는 것이지만 북한이 에스크로 시스템 무력화를 노리고 일부러 "논란성 상품" 만을 취급할 경우 골치가 좀 아플겁니다.

물론 그 "공신력있는 제 3자 금융기관" 이 생길 가능성도 낮아지게 될 것이고요.

개인적으로는 에스크로 시스템의 도입이 이상적이나 진행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으리라고 봅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10/09 21:27
그건 최종적으로는 남한, 북한, 수탁은행 3자 합의에 달린 문제이지만, 5대 국제수출통제체제(ZAC, NSG, AG, WA, MTCR)에는 각각 trigger list가 있고, 거기엔 2중용도품목들도 들어 있습니다.이런 기존 목록들을 따르는 것이 일을 쉽게 하는 길이겠지요. 물론 1718/1874 같은 다른 안보리 결의가 있다면 이들도 포함되어야 하겠고요.

사실 보다 있음직한 경우는 업체와 짜고 리베이트를 받는 겁니다. $100짜리 물건을 $120 짜리 계약서를 작성해 구입한 다음 업체에서 $10을 리베이트로 받는 거죠. 그럼 겉으로 보기엔 완벽히 합법적인 듯 하면서도 업체와 북한이 각각 $10를 챙길 수 있겠지요.
Commented by maxi at 2009/10/09 21:28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정말 머리 쓰면 안될게 없네요.

ps 3를 60만원 주고 사서 용산 게임랜드 업자에게 10만원 커미션으로 주고 들고온 ps3로 클라우딩 컴퓨터 환경을 조성해서 핵무기 시뮬레이션을...(농담입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10/10 20:54
그래서 이런 걸 실제로 진행하게 된다면, 그냥 수탁기관에만 맡겨둘 게 아니고, 실제로 북한이 어디다 지출을 하는지 우리 쪽에서 관심을 갖고 그 내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애스크로가 어려운 시기에 사업을 지키는 방패가 될 수 있다고 말한 것은 평소에 깐깐하게 관리를 했을 때 이야기고, 이걸 대충 맘대로 써라 분위기로 관리했다가는 어려운 시기에 정통으로 역풍을 맞게 될겁니다.
Commented by d/s at 2009/10/09 18:49
뭐어, 윗동네가 그럴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만약 경협에서 핵개발로 흘러드는 돈보다 무기수출 일부가 민간으로 흘러드는 양이 더 많다면 에스크로 시스템은 별 효과가 없겠지요. 오히려 전용방지 이후 반대론자들의 기세가 약해지면서 원조가 늘면, 무기수출수입에서 민간으로 보내는 양이 줄면서, 핵개발 자금이 증가 되겠지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10/09 21:15
북한이 그럴 나라면 이 문제를 이렇게 오래 끌 이유가 없었겠죠.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 유엔안보리결의 1718/1874호 이행을 통해 북한의 흑색자금을 감소시키는 것이 국제사회의 중요한 과제라는 점을 환기하고 싶습니다.
Commented by 에이브람스 at 2009/10/09 22:28
가장 무난한 방안이지만 북한이 받아들일지가 관건이겠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10/10 20:55
그렇지요. 우리 쪽도 "단 10원도 허투루 내줄 수 없다"는 자세로 깐깐한 협상을 할 마음의 준비를 갖춰야지요.
Commented by JJJ at 2009/10/09 22:43
제가 머리가 나쁜지 약간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있어서 그런데, "원조나 경협의 규모가 커지기 전에 전용방지체제를 확보해둘 필요가 있다." 라고 하신건 원조나 경협의 규모가 커지면 완전대체성 가정이 맞을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에 결국 북한 지도부에 입장에서는 손해를 보는 것이고, 따라서 결론적으로 원조나 경협의 규모가 커지면 북한이 이런 전용방지체제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인가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10/10 20:57
우리 입장에서 전용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선 지원을 하면 안 되기 때문이지요.
Commented by Empiric at 2009/10/10 03:19
'장군님 목에 방울달기'
과연 순순히 잡혀줄 것인가...
Commented by sonnet at 2009/10/10 20:55
하하 네.
Commented by deokbusin at 2009/10/10 03:51
괜찮은 발상이긴 합니다만, 북한이 저걸 수용할 리가 없다는 것은 둘째치고 비밀이나 한겨레에 틀어박히신 분들은 감동조차 안할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maxi at 2009/10/10 10:39
용어 정정을 좀..

비밀-X 비밀 이슈방-O

비밀에서 노무현이 만든 밀리 오타쿠 빨갱이라고 불리는 사람으로서 비밀 이슈방 사람들이랑 같은 카테고리는 좀 억울합니다. ㅜㅜ
Commented by sonnet at 2009/10/10 21:10
북한이 아무 것도 수용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북한과의 협상은 하나도 할 필요가 없겠지요. 사실 아무리 뭐래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것보다야 가망성이 있지 않겠습니까.
Commented by paro1923 at 2009/10/10 16:46
'참호전'보다 더한 '잠수전'이라 물밑 싸움의 판 만들기도 답답하긴 하네요.
국내에는 '진짜 실용주의자'들이 영 희귀하다 보니 더더욱...
Commented by sonnet at 2009/10/10 21:10
골치 아픈 문제죠.
Commented by sociolib at 2009/10/12 11:02
잘 몰라서 여쭙습니다. 에스크로가 뭔지 잘 몰라서(무식... -_-;) 찾아본 후 본글의 예에 적용해 보았는데, 제가 이해하기로는 다음 순서와 같습니다.

1. 남한과 북한이 모두 믿을 수 있는 제 3자가 있다.
2. 남한이 먼저 제 3자에게 금강산 관광 대금을 맡긴다.
3. 제 3자가 대금을 확인하고 북한에 이를 알린다.
4. 북한이 남한에 관광 서비스를 제공한다.
5. 남한이 관광 서비스를 잘 받았음을 제 3자에게 확인하여 준다.
6. 제 3자는 남한이 맡긴 대금으로 쌀, 비료 등 현물을 구매하여 그 현물을 북한에게 준다.

제가 이해하기로는, 보통의 상식적인 에스크로라면 위 6번이 그냥 "제 3자가 남한이 맡긴 대금을 북한에게 준다."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위 6번은 일반적 에스크로에서 한 단계 더 나간 것이 아닌지요...? 그렇다면 6번이 조금은 비상식적인 스텝이 될 수 있으므로, 이런 것을 상대에게 요구하는 것은 원론적으로는 조금 무리일 듯합니다. 단, 상대방도 일반적인 상식인이라는 전제하에... -_-;; 북한의 경우에는 조금 다를 수도 있겠네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10/12 11:22
예. 이 경우에 애스크로는 남한이 북한에게 돈을, 혹은 북한이 남한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을 위험성에 대한 보장장치가 아니고, 북한이 그 돈을 핵개발 등에 전용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보장장치여서 그렇습니다.
본문에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완전대체성 가정이 맞다면 북한은 애스크로에 별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거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럼 또 그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이걸 못 받아들일 이유는 별로 없다고 볼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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