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빈세가 돌아오다* 필자: 대니 로드릭(Dani Rodrik), 하버드 케네디 행정대학원 교수
* 출처:
Project Syndicate* 일자: 2009년 9월
내 평생 볼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일이 지난 8월 말에 벌어졌다. 영미 금융 제국의 주요 정책결정자 중 하나가 토빈세, 즉 국제 금융 거래에 대한 과세를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그가 바로 영국의 금융규제를 책임진 금융감독청 청장 어데어 터너다. 터너는 금융부문의 비대화와 파렴치한 수준에 달한 보수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국제 금융거래에 대한 과세가 이런 문제들을 억제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본다고 언급했다.
그런 언급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붕괴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오랫동안 생각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발언은 이제 상황이 크게 바뀌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그런 과세 구상은 [눈이 돌아갈 정도로 빠르게 굴러가는] “국제 금융의 바퀴에 모래를 좀 뿌리자”며 1970년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토빈이 처음 제기했었다. 토빈은 환율의 과도한 등락을 우려했다. 그는 외환의 단기 유출입에 세금을 물리면 투기를 억제하고 국내 거시경제 관리에 다소의 융통성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구상은 처음 제기된 이래 다양한 NGO와 운동 조직 사이에서 금융을 억제하는 한편, 그들이 선호하는 대의 -해외원조, 백신, 녹색 기술 등 당신이 원하는 것은 뭐든- 를 실현하기 위한 거액의 수입을 확보할 수 있는 이중의 덕목을 가진 묘안으로 받아들여져, 그들 사이에서만 널리 회자되는 주제(cause-célèbre)가 되었다. 또한 이 제안은 프랑스(다들 예상했겠지만!)와 다른 몇몇 유럽 대륙의 지도자들의 지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터너가 이 제안을 언급할 때까지, 국제 금융의 양대 산맥인 미국과 영국의 주요 정책결정자 중 그 누구도 토빈세를 호의적으로 논평한 적이 없었다.
토빈세의 매력은 장기 국제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에 큰 악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단기투기를 억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모든 국제 금융 거래에 대해 0.25%의 세금을 물린다고 생각해 보자. 이는 0.25%보다 작은 수익을 노리고 뛰어드는 데이 트레이딩과 각 시장 사이의 미세한 차이를 노리는 장기 거래를 일소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유형의 경제활동은 사회적 가치가 의심스럽다. 게다가 그러한 활동은 거기 들어가는 사람의 재능, 전산 자원, 자금 같은 유용한 자원을 잡아먹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그러한 거래 관행이 사라지는데 대해 미련을 가져서는 안 된다.
한편,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상당한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은 그런 세금에 크게 구애받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본은 여전히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며, 금융 시장이 자국 경제를 현저하게 잘못 운영한 정부를 벌하는 과정을 방해하지도 않을 것이다.
게다가 그런 세금이 거액의 조세수입을 거둘 수 있으리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국제 통화 거래에 대한 약간의 과세에 따른 추정수입은 매년 수천억 달러에 달할 것이며, 터너가 암시한 것처럼 모든 국제 금융 거래로 과세기반이 확대된다면 그 수입은 더 커질 것이다. 정확한 액수가 얼마가 되건 간에 이 금액은 아주 클 것이며, 예를 들어 해외원조액이나 도하라운드 국제무역협상 타결에서 얻어질 어떤 현실적인 추정치보다도 클 거라고 말하는 데 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예상대로 터너는 런던 “시티”의 은행가들과 재무성으로부터 가혹한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그런 비판 상당수는 헛발질에 속한다. 몇몇 사람들이 주장하듯이 토빈세는 단기 금융의 비용을 증가시킬 것이다. 하지만 토빈세는 바로 그렇게 만들 목적으로 고안되었다는 것을 그들은 잊고 있다.
어떤 이들은 그런 세금이 금융 시장에 내재된 유인(incentive)의 문제를 적절히 다루지 못한다고 주장하면서, 마치 그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효과적이고 잘 입증된 대안을 갖고 있는 양 말한다. 또 어떤 이들은 토빈세가 금융 중심지로서 런던의 역할을 위협할 것이라고 불평하면서, 이 제안이 전 세계적으로 실시되는 것이 아니라 런던에만 적용되는 것처럼 묘사한다. 혹자는 해외의 금융 중심지로 이전함으로서 토빈세를 쉽게 회피할 수 있을 거라고 지적하면서, 다른 모든 금융 규제에는 이와 같은 문제가 없는 것처럼 처신한다.
워싱턴의 경제정책연구센터의 딘 베이커가 논평하듯이, 어떤 경우에도 토빈세를 피하기 힘들게 만들 창의적인 방안이 많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그는 조세를 회피하는 상사를 고발하는 금융기관 직원에게 정부가 거둔 수익의 10%를 지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자체 감찰을 위해 강력한 유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금융시장의 장기적 불균형 해소를 돕는 역할은 토빈세가 해낼 수 없는 종류의 일이다. 그런 세금은 미-중 무역 역조를 방지할 수 없으며,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시한폭탄 같은 글로벌 저축 과잉을 중단시킬 수 없고, 미국으로부터 수출된 부실 모기지 자산에 짓눌리는 사태로부터 유럽이나 다른 나라들을 보호해줄 수도 없다. 그리고 해외에서 돈을 꿔다 지속 불가능한 통화 및 재정 정책을 추구하는 나라 정부들을 정신 차리게 만들 수도 없다.
이런 문제들을 다루기 위해서 우리는 다른 거시경제적, 금융적 처방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국제금융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도박판의 사회적 가치에 대해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길 원한다면, 토빈세는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나 자신은 토빈세에 대한 신중한 지지 입장이지만, 이 칼럼을 번역하면서는 다소 망설였다. 국내에서 이 제안을 거론하거나 지지하는 사람들 중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토빈세는 이를 지지하는 대부분의 사회운동가들의 생각 혹은 바램과는 동떨어지게도 실제로는 온건하고 또 꽤 제한적인 효과와 목표를 추구하는 정책이다. 토빈 본인 왈, "[내 제안을 듣고는] 엉뚱한 놈들이 박수갈채를 보내더라"(but the loudest applause is coming from the wrong side)참고* 위 컬럼의 발췌역:
한겨레* 영국 금융감독청의 토빈세 도입 구상
tobintax.pdf (한국금융연구원, 주간금융브리프, 2009.8.29)
*
IMF, 차기 G20서 토빈세 검토 (매일경제, 2009.9.27)
토빈세는 널리 다루어진 주제라고는 할 수 없는데, 어쨌든 이에 대한 학계의 평가를 개괄한 책으로는 Haq, Mahbub ul, Inge Kaul, and Isabelle Grunberg.
The Tobin Tax: Coping with Financial Volatility. Oxford University Press, USA, 1996. 을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