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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경제이론의 설명력

요즘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행동경제학을 바탕으로 한 대중서나 평론이 대거 유행하면서, 이들이 기존 경제학 이론을 통채로 뒤집은 것처럼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 정작 남들보다 먼저 이 분야에 목청을 높여왔던 쉴러와 애컬로프는 상당히 다른 입장을 취한다.

경제의 안정성에 대한 이 이론은 한편으로 상당한 타당성을 지닌다. 가령 이 이론은 왜 대부분의 구직자들이 심각한 경기침체기를 비롯하여 거의 모든 시기에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지 설명해준다. 다시 말해서 이 이론을 통해 대공황의 절정기인 1933년에 미국의 실업률이 25%에 이른 이유는 설명하지 못하지만 왜 나머지 75퍼센트의 노동인구는 일자리를 찾았는지 설명할 수 있다. 그들은 애덤 스미스가 지적한 상호 간에 이익이 되는 생산과 거래에 참여했기 때문에 일자리를 얻었다.

만약 우리가 한 레스토랑에서 우연히 엿들은 어떤 학생의 말에 따른다면, 이 이론은 높은 점수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 학생은 단어시험에서 70퍼센트나 답을 맞췄는데도 C를 받았다고 불평했다. 게다가 이 이론은 200년 동안 현실적인 타당성이 가장 낮았을 때도 여전히 매우 높은 적중률을 보였다. 현재 상승 중이긴 하지만 6.7퍼센트에 머문 미국의 실업률에서 알 수 있듯이 대부분의 시기에 이 이론은 상당히 정확하게 상황을 예측했다.

하지만 대공황 시기로 다시 돌아가서 살펴보면, 1933년에 왜 취업률이 75퍼센트나 되었는지 질문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머지 25퍼센트의 노동인구가 일자리를 찾지 못한 이유를 묻는다. 우리가 보기에 거시경제학은 완전고용을 달성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완전고용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것은 애덤 스미스의 고전적 모델에 맹점이 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른 경제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상당수의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이유에 대한 애덤 스미스의 설명이 기본적으로 옳다고 생각한다. 또한 일정한 근거와 함께 자본주의의 경제적 우위를 내세우는 그의 주장도 근본적으로 옳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의 이론은 경제에 너무나 많은 다양성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한다. 그리고 정부 개입이 거의, 혹은 전혀 필요 없다는 애덤 스미스의 간단명료한 메시지는 그 정당성을 획득하지 못했다.

Akerlof., George A., Shiller, Robert J., Animal Spirits,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09
(김태훈 역, 『야성적 충동: 인간의 비이성적 심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랜덤하우스코리아, 2009, pp.26-27)


이들은 기존 경제학적인 설명은 기본적으로 옳지만, 그것이 잘 다루지 못하는 비교적 작은, 그러나 사람들이 느끼기에는 커다란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사람들의 심리적, 행태적 요소를 반영하는 이론이 필요하다고 본다.

왜 상대적으로 작은 부분이 중요한가? 이 문제는 사람들이 쉽게 정복된 질병에 대해선 흥미를 잃고 아직도 해결 안 된 난치병에만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잠재적인 위기가 나타났을 때 정부가 선제적으로 잘 대응해 그 싹을 제거했다면 사람들은 그런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지나갈 것이며, 위기가 벌어져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이에 대응했다면 대단치 않은 일화적 사건으로 치부되고 끝날 것이다. 오직 정부가 실패해 큰 고통을 느낄 때만 사람들은 이 문제를 진정 중대한 것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고로 정책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해결된 문제는 이미 문제가 아닌 것이다.
by sonnet | 2009/09/29 10:54 | 경제 | 트랙백(1) | 핑백(1) | 덧글(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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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파파라치님의 이글루 at 2009/09/30 11:08

제목 : 문화와 경제학
기존 경제이론의 설명력대학 신입생때 "indiffernent curve"에 대해 배우면서 교수님이 해주신 말씀이 생각난다.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budget"에 대해선 알고 있지만(사실 때론 그조차도 의심스럽지만), 자신의 "indifferent curve", 즉 "preferrence"에 대해선 잘 모른다고... 그러니 여러분들은 자신의 "indifferent curve"가 무엇인지 알아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more

Linked at latourdepise : 행.. at 2009/09/30 10:25

... http://sonnet.egloos.com/4245039Do not make a fuss about things. ... more

Commented by 일화 at 2009/09/29 11:03
해결된 문제는 이미 문제가 아닌 것이다. => 진짜 명언이네요.
인간이 지속적으로 행복을 느낄 수 없는(불행을 느끼지 않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죠.
Commented by sonnet at 2009/09/30 08:00
어떤 면에서는 진취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말입니다 흐.
Commented by sprinter at 2009/09/29 11:06
확실히 정확한 설명입니다. 아담스미스의 경제학 이론에 케인즈의 거시이론까지 합치면 '대부분의 일상'을 설명하지요. 자본주의가 파워가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구요. 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사는 해결된 문제에는 관심이 없으니. ㄲㄲㄲ.

이게 생각해 보면 전형적인 '한계혁명'의 사례 아니겠습니까. 새로운걸 얼마나 해줄수 있느냐에만 관심이 있다, 라는.
Commented by 오그드루 자하드 at 2009/09/29 13:00
기존 케인즈의 거시이론을 통째로 뒤집겠다고 나온 물건도 있지만요.
http://www.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8901098075
Commented by 카린트세이 at 2009/09/29 13:02
이 책 이야기를 여기서도 보는군요... ㄲㄲㄲ

그러고보면 이런쪽(?) 이야기들도 참 생명력이 끈질기다 싶습니다...
Commented by 누렁별 at 2009/09/29 16:40
아니, 케인즈 선생도 폰 미제스 선생도 돌아가신 지 꽤 됐는데 뭐 죽이니 살리니 타령인지 -_-;
Commented by 액시움 at 2009/09/29 22:57
공자도 죽이고 케인즈도 죽이니 이거 사람 무서워서 연구나 하겠습니까.;;
Commented by sonnet at 2009/09/30 08:04
네, 현실을 폭넓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학문적 목표와, 위기를 잘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정책적 목표는 성질이 좀 다른데, 사람들이 이 둘을 뒤섞어 생각하는 느낌이 있죠. 후자에 대한 비판이 전자로 과도하게 넘어가는 건 어느 정도 차단해 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Commented by Empiric at 2009/09/29 11:17
이과식으로 설명하면 애덤 스미스의 경제학은 "1st order solution"이고, 최근 이론들은 2nd order, 3rd order perturbation을 설명한다는 말이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9/30 07:48
하하.
Commented by Ya펭귄 at 2009/09/29 11:31
소방서는 있지만 비소방서는 없으니까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9/30 07:49
사실 소방서도 예방 차원에서 안전검사나 안전교육 같은 걸 하긴 하는데, 그게 한계가 있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것 아니겠습니까.
Commented by 삼천포 at 2009/09/29 12:22
크게 앓아봐야 교훈을 얻죠

no pain no gain 은 사실 아픔이 있어야 얻을수 있는게 아니라

아픔이 있어야 얻음을 인지할수 있기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09/30 07:50
그게 어려운 점이죠. 반대로 "자라 보고 놀란 놈 솥뚜껑보고 놀란다"란 것도 있어서 골치이지만요.
Commented by 행인1 at 2009/09/29 14:04
크루그먼도 비슷한 말을 했던것 같은데 은근히 흥미롭습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09/30 07:50
크루그먼도 일반인용 단행본은 거의 사이비경제학과의 투쟁으로 점철되어 있잖습니까? pop internationalism부터 해서.
Commented by 피그말리온 at 2009/09/29 15:45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빨리 라면 끓여 주세요.

문득 이 말이 생각나버린ㅋㅋ.
Commented by sonnet at 2009/09/30 07:55
하하.
Commented by Allenait at 2009/09/29 16:05
그러고 보니 이준구 교수의 미시경제학 5판 후반부에 저런 행태주의 경제학을 일정량 소개하더군요. (무려 1개 장을 할애할 정도로)
Commented by 누렁별 at 2009/09/29 16:41
이준구 교수도 아직은 행동경제학의 결과들로 교과서를 다시 써야 할 만큼은 아니라고 언급했죠. 마침 얼마 전에 행동경제학을 주제로 책 한 권 내신 것 같던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9/30 07:58
기존 교과서에 어떻게 "통합"할지는 아직 꽤 먼 문제일 것 같습니다.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 명료한 분석틀이랄 만한 게 있어야...
Commented by 누렁별 at 2009/09/29 16:35
주류 경제학이 비교적 단순한 모형으로 많은 것을 설명하고 있지만, 그저 빙산의 일각이 아닌가 싶습니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가 경제학을 비롯한 사회과학의 근본 문제가 아니겠습니까.

제가 보기에 저 인용문에서 가장 강조될 부분은 "그러나.. "로 시작되는 마지막 문장 같은데요. 저 책에서 저자들은 케인즈가 정말 말하고 싶었던 부분은 쏙 빼고 당시 고전학파들이 받아들이기 쉬운 껍데기만 취했던 게 아니냐고 묻고 있더군요.

행동경제학에서 가정하는 H. Simon 의 "제한된 합리성"을 지닌 인간형을 "행정인"이라고 하더군요 -_-;
Commented by sonnet at 2009/09/30 07:37
제가 강조한 전제를 충분히 수용하고 있다면, 말씀하신 그 마지막 부분에 대한 설명을 들을 자격이 되는 걸 겝니다.
Commented by 파파라치 at 2009/09/29 17:56
그런데 고전경제학이 해결하지 못한 그 일부분이 때론 거대한 방둑을 무너뜨리는 구멍이 되기도 한다는거...
Commented by sonnet at 2009/09/30 07:38
맞습니다. 정책결정자라면 그런 점에 대해 스스로에게 늘 경계심을 품고 있어야겠지요.
Commented by 마나™ at 2009/09/29 22:52
그래도 작은 모순을 어떻게든 때워보려다 경제이론의 기초를 무시하는 환Q형 사이비 대안경제론자들은 좀 문제인듯...(대부분 경제학 전공도 아니긴 하지만)
Commented by sonnet at 2009/09/30 07:40
뭐 만병통치 약장수가 날뛰는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니까요. 제가 생각할 때 경제이론의 기초는 "사람들은 유인에 반응한다"인데, "늘, 그리고 정확히, 최적으로" 반응한다는 것은 과도하게 강한 가정이고 부정확하지만, 반대로 "반응하지 않는다"는 확실하게 틀린 이야기거든요.
Commented by 고어핀드 at 2009/09/30 10:51
상대성이론이 뉴턴의 고전적 물리학 체계를 뒤엎은 것은 아닐텐데 말입니다. (이 공돌이 같으니라고!)
Commented by sonnet at 2009/10/05 01:16
그렇게 성공적으로 옛 이론을 통합, 대체, 확장할 수 있으면 쾌거겠지요. neo-classical synthesis가 사실 그런 목표에 다가간 예가 아닌가 싶긴 한데...
Commented by 少雪緣 at 2009/09/30 11:51
원래 승진은 맡은일 묵묵히 하는넘이 아니라 안되는 일 되게 하는 넘이 하는거죠.(폭력, 협박, 야유, 납치, 강제, 뇌물, 데이터 조작등등을 쓴거 같지만 그런건 상관 업어)
Commented by sonnet at 2009/10/05 01:16
하하, 우선 관운이 좀 따라야지요 ^^
Commented by LISF at 2009/09/30 15:59
총알구멍이 몇 개 나긴 했지만 아직도 굳건한 정상과학이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10/05 01:09
예, 행동경제학은 기존의 설명 틀을 대체할 만한 설명 틀이랄 걸 제시할 상황이 못 됩니다.
Commented by Lucid at 2009/11/04 03:21
저는 약간 다르게 생각합니다. 행동경제학이 현실적으로 쪽수(!)에서 밀리고 있고, 학문 자체가 아직 정립단계인데다가, 매우 큰 위험 - 사회과학에서 연구자 가공의 실험을 통해 논지를 증명하려는 - 을 감수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기존 미시경제학의 틈은 엄청나게 크다고 생각합니다.

제한적 합리성 운운은 과거 한계혁명 시대부터 있었던 이야기지만, 그것을 불완전하나마 실험으로 어느 정도 밝히고, 그 제한적 합리성에 "어떠한 경향"이 존재하는가를 알아보는 것은 기존 경제학이 기본적으로 전제하는 "극도로 합리적인 인간"이라는 엄청난 가정의 뿌리를 갉아먹는 셈이니까요.

저는 경제학에서 해결된 문제는 단 1%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해결될랑말랑한 것처럼 보이는 문제는 많아도...
Commented by 김이름 at 2010/04/01 22:43
실례지만 환Q형 사이비경제학에 대해서 알려주실 수 있으십니까?
사이비경제학들의 주장은 무엇이며 내용에는 뭐가 문제인지 알고 싶기도 하지만,
최소한 어떤 종류들이 사이비 경제학에 들어가는지만이라도 알려 주셨으면 합니다.
Commented by 부정변증법 at 2010/11/01 11:03
음. 저는 개인적으로 흔히 환Q 경제학자로 오해받는 "불교 경제학"의 제창자 에른스트 슈마허가 유럽에서는 슘페터의 영국에서는 케인즈의 수제자이면서 전후 EEC의 전신이 된 유럽석탄협회의 고위직을 지낸 정통파 경제학자였다는 점이 흥미롭고, 궁금하기도 합니다. 한번 다뤄 보실것을 정중히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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