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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보는 중국의 시각 변화와 중국 지도부의 정치적 대응
중국 지도부는 무슨 문제가 있던 간에 북한 문제는 대충 덮어두려 한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리고 필요하다면 여전히 억압적인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그렇게 해오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현 세대(더 이상 젊지도 않다)들 사이에서는 점점 더 짜증나게 구는 북한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확산되어가고 있다.

중국 상하이미디어그룹(SMG)이 북한 사회를 조망하는 영상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방영했다 북한측으로부터 체제의 부정적인 측면만을 부각시켰다는 항의를 받고 곤경에 빠졌다. … 중국 관영 중앙(CC)TV에 이어 중국 제2의 언론 그룹인 SMG는 다큐멘터리 채널을 통해 지난 7월 20일부터 24일까지 '북한 직접 들여다보기'라는 제목의 영상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 북한 당국은 다큐멘터리가 방영된 이후 "SMG가 북한사회의 어두운 면을 강조했다"고 비판한 뒤 외교채널을 통해 베이징 당국에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고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들은 전했다. 북한이 문제로 삼은 영상물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150일 전투'와 관련된 부분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북한측의 항의를 받은 베이징 언론 당국은 이달 초 리루이강(黎瑞剛) 총재를 포함해 경영진과 간부진들을 베이징으로 소환해 다큐멘터리 제작 경위 등을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SMG 관계자는 "사안이 어떻게 전개될 지 누구도 모른다"면서 "그룹 내부에는 최소한 다큐멘터리 채널을 책임지는 경영진이 해임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상하이시 선전부 관계자도 이번 사안에 대해 확인을 한 뒤 "이번 일은 정치적으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정재용, "中 방송사, 北영상물 제작했다 혼쭐," 연합뉴스, 2009년 8월 30일



이런 사건은 처음이 아니며 사실 몇 년을 주기로 반복되고 있다.

“한국전쟁 참전은 명백한 잘못이었다”는 시각은 “중국은 북한에 속아 참전하게 됐다”는 새로운 역사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왕중원(王忠文) 텐진(天津) 사회과학원 대외경제연구소 연구원은 격월로 발행되는 잡지 ‘전략과 관리’(2004년 8월호)에 “북한 문제와 동북아시아의 정세를 새로운 관점에서 본다”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해 북한의 세습제와 정치 탄압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김정일은 정치 박해를 통해 절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극좌 정책을 펴고 있다.” “북한은 중국과의 선린 관계를 오랫동안 이용해 왔으면서도 중국이 필요할 때는 정작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다” “북한의 무책임한 행동 때문에 중·미 관계가 종종 악화된다. 그리고 북한은 중·미간 분쟁을 일으킨다.” 이 논문의 주안점은 북한의 정책과 행동이 중국의 국익을 크게 흠집 내고 있다는 것이다. 논문 내용은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로 알려졌고 한국 언론이 이를 보도했다. 북한은 논문을 신랄하게 비난했다. 이 잡지는 폐간 위기에 몰렸다.

그들은 후진타오 체제에서 당과 정부가 말하고 싶어도 말하지 못하는 것을 대변하고 있다. 대만 통일과 경제 발전, 대국 노선, 전략적 미·중 협력 관계, 민주화, 민족주의 등에 대한 갈망이 이런 신사고 외교를 이념적으로, 또 심정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그들에게 북한은 ‘부(負)의 유산’에 불과하다.

船橋洋一, 『ザ·ペニンシュラ·クエスチョン 朝鮮半島第二次核危機』, 朝日新聞社, 2006
(오영환 외 역, 『김정일 최후의 도박』, 서울:중앙일보시사미디어, 2007, p.426)



잘 알려진 역사학자 양쿠이쑹도 비슷한 경험담을 전한다. 전에는 더 심해서 홍콩을 통해 가명으로 글을 발표해야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정치적 엄포 때문에 학자들이 이쪽 분야를 연구할 때 몸을 사리게 된다는 것이다.

새로이 해제된 러시아 당안[공문서]을 이용해 한국전쟁 관련, 특히 중국의 출병참전과 관련된 연구는 근래 미·러 양국 학자들이 치중한 비교적 중요한 문제이다. … [하지만] 중국 학자 중에는 이 당안을 이용해 깊은 연구를 한 사람은 오히려 얼마 되지 않는다. 여기에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북한과의 외교관계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중국정부는 그 동안의 주장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방면의 연구는 한계가 있으며 북한 측의 불필요한 간섭을 피할 필요가 있다.[4]

[4] 필자는 이미 전부터 러시아에서 공표된 문서를 이용해 이 문제를 연구한 학자 중의 한 사람이다. 필자가 1994년에 쓴 연구성과는 필명 靑石으로 홍콩 월간 『明報』에 게재되었다. 1997년 필자는 중국참전 문제에 관해서 잡지 『百年潮』에 시리즈로 소개의 글을 실은 적이 있다. 그러나 그 결과 북한 측의 외교교섭을 불러일으켰다. 『百年潮』도 이로 인해 상급기관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다.(p.282)

楊奎松, “중국의 한국전 출병 시말,” 박두복 편, 『한국전쟁과 중국』, 백산서당, 2001


일본 총리 나카소네 야스히로는 중국 지도자들과 회담해 보고 중국이 북한을 ‘몸에 난 아픈 종기를 만지는 심정’으로 대한다는 말을 전한 바 있는데, 절묘한 비유인 것 같다.
by sonnet | 2009/09/12 18:59 | 정치 | 트랙백 | 덧글(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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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Allenait at 2009/09/12 19:10
'몸에 난 아픈 종기를 만지는 심정' 이라.. 정말 절묘하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9/13 08:26
네, 표현이 아주 훌륭하죠.
Commented by ghistory at 2009/09/13 10:03
그렇지만 나카소네 야스히로의 인상평이 늘 적중하지는 않아서, 일본 민주당보고 한여름의 소프트 아이스크림처럼 곧 녹아서 없어질 것이라고 1996년에 말했지만, 그 평가는 들어맞지 않았습니다.
Commented by 少雪緣 at 2009/09/12 19:16
집나가서 사고치고 돈떨어지면 찾아오는 집나간 삼촌같은 존재일겁니다-_-;;
Commented by sonnet at 2009/09/13 08:26
하하핫.
Commented at 2009/09/12 19:1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09/12 19:20
찾아보고 알려주겠음. 어디 CD가 있을 거야.
Commented by paro1923 at 2009/09/12 19:29
'주먹이 운다'...란 느낌일까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9/13 08:28
핵실험 후엔 정말 그런 느낌의 논평이 나왔죠.
Commented by 헤르모드 at 2009/09/12 19:35
다양한 루트로부터 얻어지는 중국의 북한인식에 대해 잘 배웠습니다. 공부가 되었습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09/13 08:29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일화 at 2009/09/12 19:37
확실히 지금의 중국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존재라는 점은 확실한 듯 합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09/13 08:28
미국에게 생색을 내면서 동북아 외교의 주도권을 쥐게 해 줄 수 있는 아이템이긴 한데, 사실 북한이 너무 심하게 굴어서 얻는 것 보다 잃는 게 더 많은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dunkbear at 2009/09/12 19:42
중국 지도부도 언젠가는 한계에 다다르겠죠. 그게 언제냐가 관건.
Commented by sonnet at 2009/09/13 08:38
막연하게 말하자면 화평굴기를 할 때까지는 라고 하면 적당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Commented by あさぎり at 2009/09/12 19:48
동생이 맨날 사고친걸 수습해야 해서 골이 뽀개질 것 같은 형이라든가...
Commented by shaind at 2009/09/12 19:55
사실 북한은 지금처럼 문제아 국가가 되기 전부터 중국의 "연루 우려"를 자극하는 "계산된 모험주의"를 즐겨 사용했으니, 만성 두통이라고 해야겠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9/13 08:59
웬수라고 읽는다.
Commented by shaind at 2009/09/12 19:53
http://sonnet.egloos.com/4199143 와 비교해서 읽어보면 확실히 중국을 북한의 패트런 정도로 생각하는 세간의 인식은 실제와는 상당히 동떨어진 것 같습니다.

저기에 인용된 최명해의 책을 읽어보았는데, 확실히 중국이 한반도를 미국과의 공동관리대상으로 생각한다면, 북한에게는 중국도 일정수준 위협적인 존재가 아닐까 싶습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09/13 08:38
그 책이 재미있으셨다면, 도서관에서 같은 저자의, 김흥규 최명해, "양빈(楊斌) 사건과 북한ㆍ중국 관계," 『한국정치학회보』 제39집 제1호, 한국정치학회, 2005. 3, pp.325-345 를 찾아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북한의 대중외교의 약점이 아주 적나라하게 묘사되는 재미있는 글입니다.
Commented by shaind at 2009/09/13 20:27
한국정치학회지는 저희 학교 특성상(...) 도서관에 구비가 안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OTL
Commented by sonnet at 2009/09/13 21:47
음, 하드카피로는 없더라도 도서관에 DBpia 같은 학술DB가 들어오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쪽을 검색해 보시죠.
Commented at 2009/09/12 20:0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09/13 08:42
그렇지만 한동안은 더 덮어주지 않을까요.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동안은요.
Commented by ghistory at 2009/09/12 20:22
첫번째 회색 인용문의 '다규멘터리'→'다큐멘터리'.
Commented by sonnet at 2009/09/13 08:44
수정했습니다.
Commented by ghistory at 2009/09/12 20:25
중국에서 북한을 풍자하려 구 동유럽 공산주의권의 풍자 유머들을 번안-변조해서 즐기던데, 다만 정치분야 풍자들은 없고 북한의 빈곤을 비아냥대는 풍자들 위주더군요. 하기야 중국측도 정치자유와 관련해서는 그다지 내세울 만한 게 없으니.

어쩌면 소련-러시아나 중국에게 북한은 자신들의 지나간 과거를 바라지도 않는데 회상하게 하는 불쾌한 이웃 빈국인지도.
Commented by sonnet at 2009/09/13 08:58
사실 그런 불쾌한 기억들을 자꾸 떠올리게 한다는 이야기가 많더군요. 기차타고 다니는 김정일이라든가...
Commented by 행인1 at 2009/09/12 23:01
확실히 북한-중국 관계가 사람들 생각하는 것과는 차이가 크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9/13 08:41
북한이 중국 말을 잘 들어먹으면 유용할 수도 있겠지만, 말을 도통 들어먹지 않는 분위기잖습니까.
Commented by 漁夫 at 2009/09/12 23:19
사방에 다 골치니 이제 'Jungil, quo vadis?' 인지도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9/13 08:50
사방에 다 골치가 된지도 한 20년은 넘는 것 같습니다. 이전엔 저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말이죠.
Commented by Eraser at 2009/09/12 23:25
귀찮은 존재인데 신경 안쓰기에는 너무나도 막나가고..
Commented by sonnet at 2009/09/13 08:41
북한은 자기네들 기준으로 저런 단속을 요구하겠지만 중국은 점점 더 개방화 자유화 될테니 더 부담스럽겠죠.
Commented by maxi at 2009/09/13 00:23
여기서 문제는 이 사람들은 구 소련 시절에도 같은 방법으로 지도자 동지의 "짜증" 을 유발하셨다는 점.

생각해보면 70년대 후반의 주한미군 대규모 철수나 판문전 도끼만행 사건같이 비교적 원만히 해결되고 남침이 일어나지 않은 결과는 저런 북한의 "자주외교"(풉) 의 덕이 컸다고 봅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09/13 08:55
자주 때문에 중-소의 지원을 못 받은 것인지, 중-소의 지원을 못 받아 자주를 하게 된 것인지, 이 선후관계를 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두 가지 요소가 얽혀 있긴 합니다만.
Commented by 라피에사쥬 at 2009/09/13 00:47
스스로 키운 종기는 잘라낼때도 더욱 아픈것과 마찬가지인듯[..]
Commented by sonnet at 2009/09/13 08:58
그런가 봅니다.
Commented by rdta at 2009/09/13 02:50
북한도 그걸 알고 있으니 미국에 매달리려 하는 것이겠지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9/13 08:57
북한이 왜 그렇게 미국에 매달리려 하는지에 대해선 몇 가지 설이 있고, 이 블로그에 소개한 적도 있습니다만, 저는 사실 아직도 충분히 이해가 가진 않습니다. 왜 그렇게 집착하는 것일까요?
Commented by H-Modeler at 2009/09/13 13:08
그놈의 종기란건 또 만지면 만질수록 독이 올라서 더 커지니 그거 또 문제인 듯 합니다.-_-
Commented by sonnet at 2009/09/15 09:32
"어떻게"에 달린 문제니까 그건 그 말만 갖고 평가하기엔 좀.
Commented by nishi at 2009/09/13 15:32
북한이 한번 더 핵실험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9/15 09:32
제재의 강도가 더 올라가겠죠. 하지만 누가 쳐들어갈 것 같지는 않은데요.
Commented by 미연시의REAL at 2009/09/15 01:33
80년대부터 이어져온 불편한 동거의 상처가 곪을때로 곪은게 아닐까 합니다. 이제와서는 말이죠.. 결국 2010년이후로 이제 북핵의 장기화는 결국 북중간의 갈등을 결국 초래하는게 아닐까요? 최악의 경우.. 북한이 핵문제 관련해서 다시 움직이려 할경우에.. 중국군의 움직임가능성도 배제 못하는 상황이 올수 있다 봐야합니까?
Commented by sonnet at 2009/09/15 09:32
관찰자 따라 다르지만 불편한 동거의 역사는 60년대부터 꾸준하다고 보는 측면도 있습니다. 다만 저는 말씀하신 것 같은 중국군의 움직임 가능성은 낮게 보는 편입니다.
Commented by 미연시의REAL at 2009/09/15 17:27
그렇다면 소넷님께서는 이 불편한 동거의 곪을때로 곪은 관계에서 북한이 행동에서 터졌을때의 중국의 대응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것은 어떤 것이라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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