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변 폐연료봉 저장시설에서 나오는 거품의 정체 (실피드)
좋은 의견 잘 읽었습니다. 저도 기술적인 부분은 잘 모르기 때문에 그냥 이 문제에 관련해 제가 정리한 내용을 중심으로 적어 볼까 합니다. 다른 분들도 의견이 있으시면 환영합니다.
저자 Quinones는 외교관이기 때문에 기술적인 부분은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그는 영변 시설을 견학하면서 북한 측 설명을 일방적으로 들은 것이 아니고 미국 측 기술팀과 줄곧 함께 활동했기 때문에, 그가 기술한 내용은 주로 이 기술팀에게 듣거나, 회의 중 자신이 보고 들은 것들에 입각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했느냐는 또 다른 문제이지만요. 참고로 이 기술팀은 핵문제를 관장하는 미 에너지성의 외주를 받은
NAC International이란 업체 소속인데, 핵연료 등의 처리에 대해서는 많은 경험이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1994년 11월 12일, 사용후 핵연료봉 처리의 방안을 놓고 미국 측과 북한 측 사이에 첫 번째 회의가 열립니다.
처음부터 [영변원자로 부주임기사] 이[성환]가 주도권을 쥐었다. 그는 미국 측에 대해 문제의 핵심은 사용후핵연료를 건식저장하느냐 습식저장하느냐에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 측 전문가들은 건식저장을 바랬다. 미국측은 물론 습식저장을 요구했다. 이는 북한 팀은 세 가지 기준에 입각해, 즉 안전성과 선택된 방법의 이행의 신속성과 비용대비효과에 기초해 최종적인 결정을 내리고 싶다고 주장했다. 이는 정치적인 고려처럼 부적절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우리들 전원이 그 반대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느 쪽 저장방법에도 문제가 있었다. 핵물리학과 원자로와 사용후핵연료에 관련된 것에 단순하면서도 완전히 안전한 것 따위는 하나도 없다. 동시에 플루토늄의 보관이나 제조능력이 정치적 의미를 갖지 않을 리도 없다. …
아마도 북한 측이 건식저장을 바란 이유는 그 쪽이 개개의 사용후핵연료봉의 보존상태가 좋고 재처리해서 플루토늄을 추출하기 쉬운 점에 있었다고 생각된다. … 미국은 일관되게 습식저장을 주장했다. 여기에는 미국 측의 관점에서 보면 핵연료봉이 용해되어 결국은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여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작업이 복잡화되고 늦어진다는 이점이 있었다. 하지만 안전성도 또한 중요한 관심사였다. 만약 손상된 핵연료봉이 공기에 노출되면 그것이 발화해 유독가스와 방사능을 대기 중에 방출한다. 미국 측 전문가는 북한 측에 대해 어떠한 방사성 가스의 누출도 방지하는 첨단기술의 스테인리스 용기 안에 핵연료봉을 저장하겠다고 확약했다.(pp.55-56)
여기서 중요한 점은 연료봉의 보관 문제가 표면적으로는 부식에 따른 안전한 보존의 문제이지만, 정치적으로는 나중에 있을지도 모르는 플루토늄 추출 작업의 난이도와 관련된 쟁점이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비슷한 이야기를
다른 출처로부터도 본 적 있습니다. IAEA 관계자들에 따르면 심지어 위에서 말한 것 같은 캐니스터에 봉인한 후에도 부식이나 변성 문제가 계속 된다는 것입니다.
Scientists here assume Kim has up to nine bombs of fissile material not only because North Korean scientists are capable of reprocessing fuel rods - but because to the threat of rust.
As time elapsed, Kim had to choose whether to scrap his hard-earned nuclear stockpile or reprocess it, says a Vienna-based diplomat with close ties to the inner circle of Mohammed ElBaradei, head of the 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
"The rods were canned, welded, and placed under water for cooling(in the early 1990s). But we know the welds were corroding, and plutonium reacts very badly to rust," says the diplomat. "DPRK(North Korea) would have had to reprocess for safety considerations, and that is what we assume."
두 번째로 '그 가스가 수소가 맞는지 확인했느냐에 대해서는 책에 구체적인 언급은 없습니다. 다만 기술팀 안에는 화학자도 있었고, 북한측 과학자들까지 배속받아 현장에서 채취된 샘플들을 시험하기 위한 실험실을 운영했다는 이야긴 나옵니다. 참고로 책의 내용으로 볼 때 이 실험실의 제일 중요한 업무는 수조 내 물의 상태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것이었던 듯 합니다.
그리고 이들 기술진은 수조에서 올라오는 '거품'의 양을 아주 주의깊게 관찰했다고 합니다. 저는 이들이 그게 뭔지도 모르고 측정했을 것 같지는 않은데, 어떻게 확인할 방법이 없긴 하군요. 또한 물의 온도를 낮추어 거품 발생을 줄이려는 시도도 합니다.
오전 11시 15분, 우리들은 거품 수 계측을 종료했다. 미국 팀 전원이 저장수조의 표면의 1/4씩 나누어 거기서 올라오는 거품을 2분간에 걸쳐 세었다. 그 결과 각 1/4 당 2분에 55~60개의 거품이 계측되었다. 이 계측수를 기준으로 삼아 그 이후에 계측되는 거품 수와 비교하면 사용후핵연료가 어느 정도 속도로 부식되는 중인지 대략적인 힌트를 얻을 수 있을 터였다.(pp.134-135)
세번째로 참고가 될 만한 것은 나중에 연료봉을 수납하는 데 쓴 캐니스터의 얼개와 보관과정에 대한 기술입니다.
캐니스터에 22본의 핵연료봉을 담은 후 뚜껑이 설치되어 고정된다. 아르곤과 질소의 혼합 가스를 캐니스터에 강제주입해 수분을 배출한다. 이를 통해 연료봉의 추가적인 부식을 막을 수 있다. 폭발을 방지하기 위해 각각의 캐니스터에는 여분의 가스를 배출하기 위한 안전밸브가 있다. 그리고는 캐니스터 뚜껑에 달린 모든 밸브를 닫고 연결된 호스를 뺀다. 캐니스터는 작업 스테이션에서 들어내 저장 랙에 집어넣게 된다. … 최후에 두상식 크레인으로 랙을 들어올려 수조 반대쪽 끝의 물 속에 집어넣게 된다.(p.274)
제 생각에는 물을 빼고 대신 불활성 가스를 충진하는 것으로 보아 이들은 (산화마그네슘 피막이 형성되어) 부식이 중단되었다고 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부식 문제가 마그녹스 피복에 기인하는 것인지 그 안의 연료봉 자체와 관련된 것인지까지는 모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