От Ильича до Ильич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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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에는 두 명의 담당자가
돈 에스테반 데 가마레는 에스파냐 왕을 위해 오랫동안 열성과 충성을 다해 전쟁과 외교에서 활약했으며, 특히 저지대 나라들의 대사를 오래 지낸 바 있는 인물입니다. 국왕의 자문단에는 그의 활동을 국왕에게 잘 평가해줄 만한 고위직에 그의 친척 한 사람이 있었지만, 그는 보수조차 전혀 받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그의 후배들이 국내와 국외에서 그보다 더 높은 직책에 오르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마드리드로 가서 자신의 불운이 무엇 때문인지 알고자 했습니다. 친척 대신을 찾아간 그는 자신이 그동안 이루어낸 많은 중요한 성과들이 간과되고 잊혀졌다고 불평을 늘어놓았습니다. 대신은 그의 말을 듣고 있다가 침착한 어조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 모든 게 바로 자네 탓이네. 자네가 만약 훌륭한 외교관이자 충직한 신민으로서 활동한 것만큼 궁정 조신으로서 일했더라면, 아마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높은 고위직에 올랐을 것이네. 결국 자네의 성실성이 승진에 걸림돌이 된 셈이지. 자네의 보고서는 늘 국왕 폐하께는 입안에 가시와도 같은 쓰라린 진실로 가득 차 있으니까 말일세."

예를 들어 프랑스가 승리를 거두었을 때 그는 에스파냐 국왕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고 그 이야기를 사실 그대로 보고했습니다. 만약 어느 도시가 포위당했다면 그는 지원군을 파견하지 않을 경우 도시가 곧 함락되리라고 보고하는 것입니다.

또는 에스파냐 궁정이 약속을 지킬 것 같지 않다는 이유로 동맹국이 불쾌감을 드러낼 경우 그는 국왕에게 외교상 입에 발린 말로 얼버무리지 말고 실제로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했습니다.

반면에 프랑스의 다른 지역에서 근무하는 다른 에스파냐 협상자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더 중시한 나머지, 국왕에게 프랑스의 힘이 약화되고 있으며 군대는 오합지졸이어서 전쟁 수행 능력이 전혀 없다고 보고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대사의 친척은, 현재 국왕은 좋은 소식을 전해오는 사람들에게마저 높은 보수를 지불할 수 없을 형편인데 그 대사처럼 시종일관 불쾌한 진실만을 보고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대할지는 뻔하지 않느냐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친척이 말해주는 에스파냐 궁정의 사정을 듣고 … 저지대로 돌아간 그는 친척의 충고에 따라 처신해서 손쉽게 돈을 벌었습니다. … 진실이란 두 명의 담당자를 필요로 합니다. 그것은 바로 진실을 말하는 자와 진실을 듣는 자입니다.


Callieres, Francois De, On The Manner of Negotiating With Princes, Paris, 1716
(남경태 역, 『어느 원로대신의 협상에 관한 충고』, 서울, 위즈덤하우스, 2001, pp.133-135)

관련글: 어떤 베스트셀러 이야기, 오늘의 한마디(Shakespeare)
by sonnet | 2009/08/13 13:46 | | 트랙백(1) | 덧글(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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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SkyNet for a.. at 2009/08/14 05:39

제목 : 진실에 관한 진실
진실에는 두 명의 담당자가 (by sonnet) by 오돌또기 이 글은 한 때 세계를 휘어 잡았던 스페인이 주도권을 상실하고 쇠락해 가는 과정의 소소한 면을 소개해 준다. 일단 글 부터 읽어 보시고 (길지도 않아요), 그 다음에 이런 식으로 다시 한 번 읽어 보길 권한다 (접어 놓았음). 더보기 소넷 님이 소개해 준 일화에서 스페인 국왕에게 해외정보를 수집해 올린 신하 돈 에스테반 데 가마레를 신문사라고 생각하고, 국왕을 뉴스를 소비하는 일반시......more

Commented by 萬古獨龍 at 2009/08/13 13:49
뼈가 담긴 이야기 한토막. 잘 읽었습니다.
Commented by 삼천포 at 2009/08/13 13:49
맞는 말이네요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죠
반대로 거짓이라도 듣는사람만 있다면 만사오케이![?!]
Commented by at 2009/08/13 13:53
그래서 결국 에스파냐는 프랑스에 밀렸음. 이랄깔요?
Commented by 액시움 at 2009/08/13 14:00
결국은 에스파냐 좆ㅋ망ㅋ
Commented by shaind at 2009/08/13 14:01
"고장난명"은 진실에 관해서도 성립하는 이야기군요.

왠지 카산드라가 생각나기도 하구요, 뭐...... 아주 오래된 진리죠.
Commented by organizer™ at 2009/08/13 14:01
돈을 버는 사람은 뭘 해도 버는군요.... ㅎㅎ ;;;;
Commented by rumic71 at 2009/08/13 14:11
어째 팔레비 망할 때 CIA와 카터 관계 같습니다...
Commented by 네비아찌 at 2009/08/13 14:16
그래도 돈 가마레는 재빨리 처신을 바꾸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지을수 있는 유연성을 가진 사람이었군요. 대부분의 "진실을 말하는 자"에게는 없었던 장점을 가진 분인거 같습니다.
Commented by 우마왕 at 2009/08/15 12:41
그랬기에 저지는 영국의 밥으로 그리고 에스파냐 조 ㅈ ㅋ 망 ㅋ
Commented by Empiric at 2009/08/13 14:33
'진리 따위 거져 줘도 안 가져!!' (울면서 석양을 향해 달려간다)
Commented by Alias at 2009/08/13 14:39
사실 왕이나 고위관료 혹은 정치인 같은 지위라면 진실을 말할 수는 없더라도 진실을 들을 수는 있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는 사람이 많으니 문제죠...
Commented by 고어핀드 at 2009/08/13 14:47
진수성찬도 먹을 자격이 되는 인간이 먹어야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Commented by 고어핀드 at 2009/08/13 14:46
결국은 에스파냐 좆ㅋ망ㅋ(2)
Commented by 구데리안 at 2009/08/13 15:02
국가 지도자던, 크고 작은 조직의 지도자던간에 인의 장막에 둘려싸이는걸 가장 경계를 해야하는데,...

딱 전형적인 레퍼토리군요(먼산)
Commented by vicious at 2009/08/13 15:27
개인적으로 비슷한 경험이 있어 100% 이해와 공감이 가네요.
전 회사에서 비슷한 짓 하다가 구조조정 하니깐 바로 키요틴당했던 일이 생각나네요.

"옳은 길은 단 한번도 편한 적이 없었다" 라는 글귀가 생각나는 일화입니다.
Commented by xavier at 2009/08/14 02:54
공감 100%

전 그랬다가 아버님한테 처세술에 관한 야단아닌 야단, 설교아닌 설교, 강의아닌 강의를 근 한달간 매일 (다른직장 들어갈때까지) 집밥먹는 댓가로 받았어야 됬습니다.

40대 초반에 부장에 올라가신게 실력도 실력이지만 연줄과 처세술이 필요하셨다는데에 그간 쌓아놓은 아버님의 이미지가...

요약:
소년은 어른이 되었다. T_T
Commented by 일화 at 2009/08/13 16:39
에스파냐의 역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하는 일화로군요. 역시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불편한 진실은 환영받지 못하는 군요.
Commented by lacommune at 2009/08/13 16:40
의미심장하네여
Commented by 라피에사쥬 at 2009/08/13 18:05
일찍이 딕의 보좌관을 다그치며 '알카에다는 프라하에서 이라크 관료랑 접촉한 일이 없거든!'을 외쳤던 한 사내는 개전후 1년이 좀 지나 쓸쓸히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는데....[펑]
Commented by 조이 at 2009/08/13 18:51
카이사르가 한 명언이 있지요. "사람은 자기가 보고싶은 것만 본다". 스페인 왕의 입장에서는, 저지대 대사라는 양반이 맨날 안좋은 소식만 전하니까 별로 보고싶은 생각이 없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 안좋은 정보가 맨날 정확하게 맞아떨어진다면 더더욱 보기 싫을지도...
Commented by 삐레 at 2009/08/13 19:01
결국은 에스파냐 좆ㅋ망ㅋ(3)
Commented by 아빠늑대 at 2009/08/13 19:20
결국은 에스파냐 좆ㅋ망ㅋ(4)
Commented by abrams at 2009/08/13 21:20
처세술에 관해 언급하는 옛 위인들이 한 번 정도 언급하는 것이 올라오는 보고의 내용에 관한 것들 가운데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이 닥쳤는데 자신이 그걸 느끼지 못할 때 그것을 늘 정직하게 알려주는 자를 중용하라는 것이 나오는데 막상 현실에선 그게 지켜지지 않는 걸 생각하면 쓴 웃음이 납니다.
Commented by 행인1 at 2009/08/13 23:32
"보고해야" 하는 사람들이 늘 새겨들어야할 글이로군요.(응?)
Commented by 스카이호크 at 2009/08/14 00:04
전령죽이기로군요(...)
Commented by organizer™ at 2009/08/14 00:49
다시 - 제대로 - 읽어 보니.. 인의 장막이 왜 만들어지는 지를 간결하게 설명하는 글이었군요.

결국 상급자가 원하는 정보를 갖다 주는 사람이 이긴다는 이야기(물론 돈도 벌고...) ;;;;
Commented by LISF at 2009/08/14 00:50
반지의 제왕에서 나오는 간달프와 뱀혓바닥이 생각나는군요...
근데 현실에서는 간달프가 쪽박차고 뱀혓바닥은 승승장구하니 이거야원 orz
Commented by H-Modeler at 2009/08/14 01:39
저런.....대마왕 법칙에서도 나쁜 소식을 가져온 전령을 죽이지 말랬거늘......ㅠㅠ
Commented by paro1923 at 2009/08/14 08:53
하긴, 그래서 쓴 말도 '설탕코팅'해서 말할 수 있는 스킬을 가진 사람이
당대에도 그렇지만 후세에 더 킹왕짱 대접받는 것이겠죠.

...하지만 그런만큼 습득하기도, 아니 찾아보기도 힘든 유니크 스킬...;;;;
Commented by 瑞菜 at 2009/08/14 23:00
그래서 저는 쓴 소리 하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싫어해도, 좋아합니다.
Commented by H-Modeler at 2009/08/15 05:33
그....그거슨 츤데레....[...]
Commented by danew at 2009/08/14 23:11
코르테스가 상황을 세심하게 재구성한 편지를 쓰고 프로쿠라도르를 자주 보냈다는 게 역시 다 이유가 있는 거죠.
Commented by gforce at 2009/08/16 03:59
No good deed goes unpunished.

아 그리고,
http://en.wikipedia.org/wiki/The_wire

저번 모임때 추천드렸던 물건입니다.

http://www.washingtonpost.com/wp-srv/national/longterm/cult/larouche/larou1.htm
그리고 이게 언급했던 Lyndon LaRouche관련 기사.
Commented by sonnet at 2009/08/16 19:05
네, 감사히 잘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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