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8월 20일, 워터게이트 특종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떨친 워싱턴포스트의 탐사보도 전문기자 밥 우드워드는 크로포드 목장을 방문해 부시 대통령과 2시간에 걸친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나는 큰 목적을 완수할 기회를 잡을 것입니다.” 부시가 말했다. 우리가 앉아 있는 큰방으로 커튼을 통해 미풍이 불어와 안락한 느낌이었다. “세계평화를 완수하는 것보다 더 큰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의 답변이 계속되었다. “행동은 꼭 전략적 목표나 방어적 목표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이것이 당신이 알다시피 이라크 같은 경우요. 콘디는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을 원하지 않지만, 좀 있어봐. 여담인데 말이요. 이것이 어떤 결실을 맺는지를 보게 될 거요. 우리가 더 나아간다면 이라크의 정권교체에 전략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겁니다. 그러나 내가 관여하는 한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것도 있는데, 그것은, 거기에는 한없는 고통이 뒤따릅니다.”
부시가 라이스를 흘낏 보았다. “또는 북한 말이오.” 그가 재빨리 덧붙였다. “북한 얘기 좀 합시다.” 그러나 그는 이라크를 싸잡아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라크, 북한, 이란은 그가 연두교서에서 “악의 축”이라고 규정한 나라들.
대통령은 상체를 앞으로 내민 자세로 앉아있었는데, 북한 지도자에 대해 말할 때에는 자리에서 껑충 뛰어오르기라도 할 것처럼 격앙되었다.
“나는 김정일을 증오합니다.” 그는 허공에다 손가락질을 하면서 소리쳤다. “나는 이 자에 대해서는 내장에서 우러나오는 본능적 반발심을 가지고 있어요. 자기 백성들을 굶기고 있지 않습니까? 그곳 범죄수용소에 대한 첩보를 봤소. 엄청난 규모요. 이 큰 시설들을 이용해 가족을 갈라놓고 사람들을 고문합니다. 질렸…”
“미 정보기관에서 제공한 정치범수용소의 위성사진을 보았습니까?”
“물론이오. 질리게 만들더군.” 어떻게 문명세계가 백성들을 기아선상에 빠뜨린 북한 대통령(국방위원장을 잘못 지칭한 것)을 방관하고 버릇없이 굴도록 놓아두는지 의아해했다. “이것은 내 본능이오. 종교일 수도 있고, 또 나의… 어쨌든 나는 이 문제에 열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북한이 미국의 우방인 남한을 전복시키기 위해 막대한 군사력을 배치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고도 했다.
“나는 바보가 아니오.” 대통령은 계속 말했다. “너무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시도할 경우 -이 자가 쓰러질 경우 국민들이 져야하는 재정부담이 너무 클 것이라는 거요. (그렇게 되면) 누가 이들을 챙겨야 하느냐? 글쎄요, 난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자유를 믿든가, 그래서 자유롭게 인간답게 살든가, 아니면 그렇지 않든가 둘 중의 하나를 택해야 하는 거지요.”
그는 자신의 진의가 제대로 전달됐는지 모르겠지만 “이라크 국민들에 대해서도 이와 유사하게 느끼고 있다”고 부연했다. 사담은 시아파의 영향권에 있는 변두리 국민들을 굶기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염려해야 할 인간의 조건입니다.”
“이라크의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공격할 수도 있고 공격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아직 결정된 것은 없어요. 하지만 모든 것은 세계를 더 평화롭게 만들기 위한 방향에서 결정될 것입니다.”
“나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이 해방군으로 인식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가 한 마디 덧붙였다.
Woodward, Bob,
Bush at War, Simon & Schuster, 2002
(김창영 역, 『
부시는 전쟁중』, 서울, 따뜻한 손, 2003, pp.459-461)
2002년 8월은 부시가 한참 이라크 침공 준비에 집중하고 있을 때입니다. 그리고 이라크 문제는 세계적인 화두로 다뤄지고 있었습니다. 거물급 논객들이 신문 지면을 통해 이라크 전 찬반론을 열심히 펼치고 있었지요.
이런 상황에서 부시는 이라크 이야기를 하다가, 중간에 갑자기 자청해서 북한 이야길 꺼낸 다음 김정일 정권을 비난하는데 열을 올립니다. 그리고는 북한의 악행에 대한 이야기를 발판으로 삼아 도로 이라크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강화합니다.(In case I didn’t get the message, he added, “And I feel that way about the people of Iraq, by the way.”)
이처럼 크로포드 인터뷰에서 등장한 북한에 대한 강렬한 묘사는 북한 그 자체를 주제로 한 것이라고 보기 힘들었습니다. 그건 맥락을 보면
방향을 약간 흐린 듯 하면서도 결국은 이라크 침공을 정당화하기 위한 예시로서 등장했던 것입니다. 이는
'악의 축'이란 개념이 원래 이라크 한 나라를 겨냥해 만들어 진 것이고 북한과 이란은 너무 명백한 의도를 희석하기 위한 목적을 겸해 나중에 추가되었다는 점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부시는 이 인터뷰가 끝나고 우드워드를 데리고 직접 농장 구경을 시켜 주는데, 그 와중에 다시 이라크를 강조합니다.
되돌아 걸음을 옮기면서 부시가 또 이라크 문제를 꺼냈다. “이라크에 대해서 어떤 형태로 전쟁을 하든 나의 계획이나 정책결정 모델은 당신이 쓰려고 하는 그 책에 다 담겨 있을 겁니다. 아프가니스탄의 처음 몇 달과, 전 세계 테러리즘에 대한 눈에 보이지 않는 CIA 비밀작전 말이오.”
“당신은 그 내용 전부를 다 알고 있어요.” 부시가 거듭 확인했다. 당신이 들은 얘기를 중시하라고 다짐하는 것 같았다. 한 조각 한 조각을 모두 꿰어 맞추면 전체가 완성된다. 그는 무엇을 배웠고 어떻게 대통령직을 수행해 나갔고 광범위한 목적에 어떻게 초점을 맞추었으며, 어떻게 결론을 내렸고 왜 전시내각을 자극하고 국민들이 행동하도록 압력을 가했는가.
나는 이것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긴장했다. 이 언급과 그 전의 발언은 이라크 공격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 같았다. 인터뷰 초반에 그가 이런 말을 했다. “나는 모든 위험성이 평가되었다는 점을 확실히 하고 싶어 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대통령이라면 끊임없이 분석하고 위험성을 바탕으로 결심을 합니다. 무엇을 성취할 수 있는가 하는 목적과 연관시켜 위험에 뛰어드는 전쟁 중에는 특히 더 그렇지요.” 그가 얻고자 하는 것은 명백한 것 같았다. - 사담 제거.
트럭으로 돌아오기 전, 부시는 이라크 퀴즈에 한 가지를 문제를 덧붙였다. “아직 이라크에 대한 성공적인 계획을 보지 못했소.”그는 조심스럽고, 또 인내해야 했다.
“대통령은 성공적인 군사계획을 좋아합니다.”
같은 책, pp.464-465
보시다시피 이는 부시의 관심이 온통 이라크에 집중되어 있었음을 잘 보여줍니다.
이 책은 이라크 전이 발발하기 전에 출판(2002년 11월)되었다는 점을 언급해 두는 게 의미가 있을 지도 모르겠군요. 참고로 우드워드는 같은 인터뷰를 이라크 침공을 완료한 후에 나온 자신의 다음 책에서도 소개하는데, 여기는 북한 이야기는 빠지고 이라크 이야기만 나옵니다.
8월 20일, 나는 크로포드 목장에서 9.11 테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주제로 부시와 2시간이 넘는 인터뷰를 했다. 『부시는 전쟁중』을 저술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는 세계를 재편하는 것에 대해 허풍으로 들릴 만큼 거침없이 포부를 피력했다.
“나는 이 기회를 이용해 원대한 목표를 이루고자 합니다.”
그는 ‘세계를 개량하고 평화롭게 만드는 전체적 목적에 걸맞게 미국은 한걸음 한걸음 나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자청해서 이렇게 설명했다.
“이라크가 바로 이런 경우요. 여담이지만 -그리고 결실을 맺을지 지켜볼 일이지만- 우리가 계속 추진해 나간다면 이라크의 정권 교체에 전략적인 측면에서 깊은 뜻이 담겨있을 것이 확실해요. 그러나 내가 관련돼 있는 한 그 이하입니다. 그것은 이라크가 고통의 땅이라는 점이지요.”
후세인은 이라크 내의 시아파 교도들을 굶주리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우리가 염려해야 할 인간의 조건입니다. 이라크의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공격할 수도 있고 공격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아직 결정된 것은 없어요. 하지만 모든 것은 세계를 평화롭게 만들기 위한 방향에서 결정될 것입니다.”
그러나 부시는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에 대해서도, 또 후세인이 미국에 어떤 위협을 가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우리는 무력과 이의 사용에 대해 모든 사람들의 동의를 구하고자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부연함으로써, 국제적 연대나 UN 차원에서는 불량국가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암시했다.
“그러나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 행동, 확신에 찬 행동을 하면 찜찜해 하던 국가나 지도자들도 결국 우리를 지지하고 평화를 향한 어떤 긍정적인 진전이 있음을 스스로 입증하게 되는 부수적 효과를 얻게 됩니다.”
인터뷰를 마친 뒤 대통령은 나를 자신의 픽업트럭에 태우고 목장을 구경시켜 주기도 하고, 같이 걷기도 했다. 산책을 하면서 그는 이라크 문제로 되돌아갔는데, 나는 당시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던 다양한 작전계획에 대해 전혀 낌새를 채지 못했고, 부시 또한 ‘아직까지는 성공을 보장할만한 작전안을 갖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그래서 ‘인내를 가지고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나누며 헤어졌다. 다음날 부시는 기자들에게 이라크에서의 정권 교체를 달성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면서 스스로를 “참을성 있는 사람”이라고 묘사했다.
Woodward, Bob,
Plan of Attack, Simon & Schuster, 2004
(김창영 역, 『
공격 시나리오』, 서울, 따뜻한 손, 2004, pp.215-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