От Ильича до Ильича
by sonnet 2006 이글루스 TOP 100 2007 이글루스 TOP 100 2008 이글루스 TOP 100 2009 이글루스 TOP 100 2010 이글루스 TOP 100 2011 이글루스 TOP 100
rss

skin by 이글루스
그리고… 전면전 옵션
딱히 의도한 것은 아닌데, 점점 더 확률이 희박해지는 순서대로 가는군요. 주말이니 간단히 쓰겠습니다.

미군이 북한 전역을 점령, 장악하고 WMD 프로그램을 찾아내 없애겠다고 한다면, 미국이 이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은 휴전선 근처에 미군을 대거 증원한 후 밀고 올라가는 것과 중국의 동의 하에 중북 국경지대에 병력을 전개한 후 압록강을 넘어 쳐들어가는 정도밖에 남지 않겠지요(혹시 미군이 다른 아무 도움 없이 강습상륙만으로 북한을 끝장낼 거라고 생각하는 분 계신지?). 이 방식은 실제로 걸프전과 이라크 침공 양 쪽에서 사용되었고 미군은 늘 여러 달에 걸쳐 현지에 충분한 병력을 집결시킨 후에야 공격에 나서곤 했다는 걸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걸프전과 이라크전에서는 남쪽, 즉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에 병력을 집결해서 공격을 했는데, 미국은 이 외에도 대안을 모색한 적이 있습니다. 2003년의 이라크 침공 당시 미국은 터키를 설득해 터키-이라크 국경을 통해 육군을 투입할 수 있게 하는 협상을 진행합니다. 이를 위해 미국은 원조 30억 달러, 차관 30억 달러, 페르시아만 국가들로부터 걷어 제공하는 무상석유원조 10억불 상당, 전후복구사업 수주권 등을 제공하겠다는 당근을 터키에 제시합니다. 그러나 다 된 협상을 막판에 터키 의회가 거부하면서 북부에 투입될 예정으로 대기중이던 제4보병사단은 갈 데를 잃게 되어, 결국 이 부대는 주요 전투가 종료될 때까지도 이라크에 투입되지 못하고 맙니다.(*) 이는 현지 국가들이 갖는 거부권의 힘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리고 걸프전이나 이라크전을 돌이켜보면 미국은 기습침공을 하기보다는 실제 군사행동에 나서기 전에 전쟁의 명분을 쌓기 위해 국제사회에서 아주 강력하고 전방위적인 외교활동을 펼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 이유는 두 가지 방향에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현존 최강대국으로서 미국은 국제사회질서의 수혜자이기 때문에, 기존 질서를 통해 명분을 획득하려 노력하는 것이 대개 그들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점입니다. 다른 한 가지 이유는 전면전 자체의 특징에서 옵니다. 즉 미국이 꼭 정정당당하게 싸우는 국가라서가 아니라 어차피 전면전 준비에는 여러 달의 시간이 걸리고 그런 대규모 증원을 완벽히 숨겨서 할 수도 없는 만큼, 그동안 팔짱 끼고 노느니 외교를 위한 시간으로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점입니다.


결국 북한 정권을 전면전으로 제거하겠다고 한다면 다음 세 가지 점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1) 적어도 한 현지 국가의 전면적인 협력이 필요하고,
2) 여러 달에 걸친 병력 증강이 요구되며
3) 국제사회에서 침공 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대대적인 외교활동을 펼치게 될 것

북한에 대한 전면 침공을 위해 중국을 설득한다는 건 한국을 설득하는 것 이상으로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이 옵션은 현실성이 없습니다. 게다가 설령 그런 일이 진행된다 하더라도 그게 기습적으로 벌어질 가능성은 더 낮습니다.


정리하면 북폭은 그 후의 흐름이 좋을지 나쁠지는 젖혀두고라도 미국이 언제든지 독립적으로 선택할 수는 있는 옵션이라면, 레짐체인지 공작이나 전면전은 실행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옵션이라는 겁니다.


* Gordon, Michael P., and Trainor Bernard E., Cobra II: the inside story of the invation and occupation of iraq, Pantheon, 2006(Vintage 2007), p.384,392
by sonnet | 2009/06/27 14:54 | 정치 | 트랙백(1) | 덧글(21)
트랙백 주소 : http://sonnet.egloos.com/tb/4175496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Tracked from 메인게시판 at 2009/06/28 10:56

제목 : 노무현의 대북정책은 설래발이었나?
노무현의 대북정책은 설래발이었나? 지난 6월 15일 참여정부 시절 6자회담 대표이자 외무부 장관을 지낸 민주당 송민순 의원이 CBS에서 대담을 나눴습니다 (전문 링크). ......more

Commented at 2009/06/27 15:0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06/28 17:12
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uriel at 2009/06/27 15:21
기존에 존재하는 한미 연합 훈련 또는 북태평양 훈련을 대규모로 하고, 미군이 가지고 있는 전작권을 이용해서, 무리가 있긴 하겠지만 하던 훈련의 장소를 북한으로 하는 것은 어떨련지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6/28 17:18
남한과 미국이 북한을 선제공격하기로 미리 합의하고 훈련으로 위장해서 전투준비를 갖춘 후 그대로 밀고 올라가는 시나리오는 가능할 것입니다. 팀스피리트 훈련 등에 대해 북한이 비난하는 것도 그런 식의 시나리오에 입각한 것이구요.
하지만 한국이 전혀 동의할 의사가 없는데 엉터리 작전계획으로 한국을 등쳐서 북한을 공격하게 조종한다는 것은 거기 참가하는 한국군이 몽땅 프로그램된 대로 움직이는 로보트도 아닌데 말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해해성원짱 at 2009/06/27 17:02
확실히 전면전은 리스크도 크고, 한국을 비롯한 관련국들의 동의를 얻기 힘들테니 매우 희박한 옵션 일겁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제한적 폭격'을 한다고 해도 제 생각에는 전쟁의 확산은 막을 수 없을듯 합니다. 북한으로서는 전쟁=사생결단 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6/28 17:25
네, 그건 폭격에서 전면전으로 확전되는 시나리오지요.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이고, 미국측도 그 점을 염두에 두었다는 것은 http://sonnet.egloos.com/2941757 등에도 언급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확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면 더 대규모 폭격이 필요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Commented by 스카이호크 at 2009/06/27 21:23
민병대나 삼지창의 무리 비행은(그럴 리는 없겠지만) 북폭 / 전면전 중 어느 쪽에 가까울까요?
Commented by H-Modeler at 2009/06/28 13:19
대충 머릿속 + 옆에있던 계산기(오겜하느라....;;)로 간단한 계산만 끄적거려 봤는데, 오하이오급 한척에 실려있는 트라이던트 D-5 24발, 즉 192발[..............]의 W88 핵탄두(475kt)를 전부 공중폭발로 때려박는다고 가정하면, 대충 휴전선 정도 길이를 세번 이상 50% 사망율 범위(초기감마선과 열복사의 유효범위 - 공중핵폭발시의 주된 피해원인) 안쪽에 집어넣을 수 있더군요.
475kt의 핵탄두의 피해범위는 몾찾아서 100kt 보다는 조금 넓고 1mt보다는 많이 좁다고 가정했는데, 실질적인 피해범위가 더 넓다면 네번까지 훑는것도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_-
휴전선 이남이 직접적인 피해범위에 들지 않는 아슬한 라인까지 내려서 터뜨린다 해도, 한척분 쏟아부으면 최소 휴전선 이북 20킬로미터 가량은 그야말로 정진 정명의 비무장지대[................]가 되겠더랍디다.
물론 지형에 의한 왜곡이 있으니 폭풍이나 복사열/방사선이 항상 이상적인 형태로 작렬하는건 아니겠지만, 대충 '최고로 이상적인 상황'을 가정할 경우에 저정도가 된다는 얘깁니다.[...]

만약 두척 이상 분량을 털어넣는다거나, 아니면 일단 한척분쯤 잘 버무려 넣고 나서 항공기의 핵폭탄으로 심혈을 기울여 핍박[....]하기 시작하면 뭐, 폭격이니 전쟁이니 하는게 아니라 그저 지금까지 짜증 돋군데 대한 화풀이로 행하는 잔인한 유린행위라고밖에 할 수 없겠습니다.-_-


.........계산 대충 해보니 정말, 핵경쟁의 20세기 중후반은 그야말로 미친 시대였다는 생각밖에.....;;;;
Commented by sonnet at 2009/06/28 17:31
제가 전면전이라고 언급한 것은 지상군을 동원한 (재래식) 영토점령 작전인데, 말씀하신 건 역사상 한 번도 없었던 전면핵전쟁이니까 (그럴 리가 없겠지만) 단연 제3의 카테고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bearstone at 2009/06/27 22:06
혹시나 제한적인 북폭을 할 경우에도 북한이 전면전으로 확산할 것이라고
많이들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그게 가능할까요?
입으로야 강성대국이니 뭐니 말이 많지만 전면전이라는게 말로만 되는게
아닌데 침공을 당한다면 모를까 북폭정도로 북한이 확전하는게 쉽지는
않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북폭으로 피해를 입는다해도 당장 정권을 잃는것도
아닌데 준비도 없이 패전이 눈에 보이는 전면전을 선택할 만큼 북한정권이
어리석지는 않을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파파라치 at 2009/06/27 23:53
자국에 폭탄이 떨어지는데 수수방관해도 괜찮을 만큼 국민에 대한 강력한 통제력을 가지고 있는 정권은 없지요.
북한처럼 "강성대국"이라는 슬로건으로 강압적 통치에 대한 불만을 희석해온 나라의 경우는 더욱 그럴겁니다.
북한 정권은 자신의 파멸로 끝날 것이 분명한 전쟁을 피하고 싶겠지만(아마도...), 그랬다가는 정권이 붕괴할 것임이 또한 분명하기에 원하지 않아도 전쟁을 택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일화 at 2009/06/28 00:14
제한적인 북폭은 이미 실익이 없으니 큰 의미가 있는 논의는 아니겠습니다만, 제한된 지역에 폭격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적으니, 전쟁을 하지 않으면 정권이 붕괴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06/28 17:35
기정사실화를 통한 확전 저지도 상당한 가능성이 있지만, 어쨌든 확전은 무시할 수 없는 시나리오이긴 합니다. 확전 가능성을 높게 보는 사람들은 대개 북한은 제한적인 북폭이 그게 다인지, 보다 대규모적인 공격의 첫단계인지 구별할 능력이 없을 거라는 논거를 들곤 하지요.
Commented by Alias at 2009/06/28 21:03
sonnet님이 말씀하신 북한의 구별능력 문제는, "제한 폭격의 안전 확보"를 어디까지 넣느냐에도 달려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스텔스기를 동원해서 "조용히 단 한번에 폭탄 떨구고 튀는" 식이라면 제한폭격이겠거니 생각할 수 있지만...

계획이 이런 식으로 세워질 수도 있죠...

1. 폭격대상의 위치는 파악했는데 강력한 지하시설물에 숨겨져 있다.
2. 그러니 핵을 빼면 유일한 파괴수단인 벙커버스터 써야한다
3. 그런데 F-15는 레이더에 걸리는데?
4. HARM을 호위기에 주렁주렁 달고 일단 흩뿌리자...-_-; (이라크에서 그랬죠)

이러면 전면전으로 비화할 확률 훨씬 높아지죠...
Commented by 일화 at 2009/06/28 00:14
기존 질서를 허무는 폭군의 이미지는 미국이 가장 꺼리는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불카누스들이 미국 답지 않은 행동을 했다고 비판받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가 아닐까 싶네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6/28 17:42
네, 저도 부시행정부 시대에 일방주의적 행태로 상당한 소프트파워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부시가 집권하기 전까지는 클린턴 행정부가 일방주의적이라고 많은 비판을 받았다는 겁니다. 지금은 부시 덕인지는 몰라도 클린턴은 국제주의적이었다고 기억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Commented by sunlight at 2009/06/28 04:25
그 밑의 일화 님 말씀이 있어서 제 개인의 의사를 보태고자 합니다.

뭐 폭군이니, 이런 말 보다도 .. 만약 우리가 폭격을 해야 할 때는 그야말로 우리 목숨을 다 내놓아야 한다고 봅니다.100% 다 죽는다는 얘기는 아니고 그 와중에 살아남는 사람도 많겠죠. 하여튼 그런 식의 북한 폭격은 말도 안 된다고 봅니다.

대신, 우리는 "만약, 북한이 남한에 미사일을 조준하고 위협을 가하거나, 핵 폭탄을 가할 위험이 있다거나 하면 그야말로 1mm의 시간도 낭비 없이 그 주력 전력을 타격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우리가 당하기 전에 먼저 제압하는 전략이 가장 옳다고 봅니다. (과연 그럴 수 있는지는 제쳐두고...) 만약 그래서 내가 죽으면, 그건 별로 억울 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06/28 17:53
그런 전략은 개념적으로는 막을 수도 있는 전쟁을 너무 빨리 현실화시키며, 실용적으로는 그런 공격을 성공시키기 위한 신뢰성 있는 정보를 입수하기 힘들다는 현실적 문제의 벽에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핵무기의 중요한 역할은 이런 식의 선제공격의 가치를 떨어트리는데 있었습니다. 그런 시각이 많은 정치지도자들과 주류 전략가들의 동의를 얻었기 때문에 냉전이 선제공격을 대체하게 된 거지요.
Commented by Crete at 2009/06/28 10:57
소넷님 반론을 준비했습니다.

노무현의 대북정책은 설래발이었나?
http://acro.pe.kr/zbxe/?document_srl=4659

Commented by sonnet at 2009/06/28 18:00
네, 확인했습니다.
Commented by Ha-1 at 2009/06/29 11:34
...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이 남한을 공격할 (특히 핵으로) 확률은 제로에 수렴하고 미국이 북을 전면적으로 칠 가능성은 이라크의 그것과 똑같이 높은 수준이라고 주장하시는 분들이 많죠

:         :

:

비공개 덧글

<< 이전 다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