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의도한 것은 아닌데, 점점 더 확률이 희박해지는 순서대로 가는군요. 주말이니 간단히 쓰겠습니다.
미군이 북한 전역을 점령, 장악하고 WMD 프로그램을 찾아내 없애겠다고 한다면, 미국이 이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은 휴전선 근처에 미군을 대거 증원한 후 밀고 올라가는 것과 중국의 동의 하에 중북 국경지대에 병력을 전개한 후 압록강을 넘어 쳐들어가는 정도밖에 남지 않겠지요(혹시 미군이 다른 아무 도움 없이 강습상륙만으로 북한을 끝장낼 거라고 생각하는 분 계신지?). 이 방식은 실제로 걸프전과 이라크 침공 양 쪽에서 사용되었고 미군은 늘 여러 달에 걸쳐 현지에 충분한 병력을 집결시킨 후에야 공격에 나서곤 했다는 걸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걸프전과 이라크전에서는 남쪽, 즉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에 병력을 집결해서 공격을 했는데, 미국은 이 외에도 대안을 모색한 적이 있습니다. 2003년의 이라크 침공 당시 미국은 터키를 설득해 터키-이라크 국경을 통해 육군을 투입할 수 있게 하는 협상을 진행합니다. 이를 위해 미국은 원조 30억 달러, 차관 30억 달러, 페르시아만 국가들로부터 걷어 제공하는 무상석유원조 10억불 상당, 전후복구사업 수주권 등을 제공하겠다는 당근을 터키에 제시합니다. 그러나 다 된 협상을 막판에 터키 의회가 거부하면서 북부에 투입될 예정으로 대기중이던 제4보병사단은 갈 데를 잃게 되어, 결국 이 부대는 주요 전투가 종료될 때까지도 이라크에 투입되지 못하고 맙니다.(*) 이는 현지 국가들이 갖는 거부권의 힘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리고 걸프전이나 이라크전을 돌이켜보면 미국은 기습침공을 하기보다는 실제 군사행동에 나서기 전에 전쟁의 명분을 쌓기 위해 국제사회에서 아주 강력하고 전방위적인 외교활동을 펼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 이유는 두 가지 방향에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현존 최강대국으로서 미국은 국제사회질서의 수혜자이기 때문에, 기존 질서를 통해 명분을 획득하려 노력하는 것이 대개 그들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점입니다. 다른 한 가지 이유는 전면전 자체의 특징에서 옵니다. 즉 미국이 꼭 정정당당하게 싸우는 국가라서가 아니라 어차피 전면전 준비에는 여러 달의 시간이 걸리고 그런 대규모 증원을 완벽히 숨겨서 할 수도 없는 만큼, 그동안 팔짱 끼고 노느니 외교를 위한 시간으로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점입니다.
결국 북한 정권을 전면전으로 제거하겠다고 한다면 다음 세 가지 점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1) 적어도 한 현지 국가의 전면적인 협력이 필요하고,
2) 여러 달에 걸친 병력 증강이 요구되며
3) 국제사회에서 침공 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대대적인 외교활동을 펼치게 될 것
북한에 대한 전면 침공을 위해 중국을 설득한다는 건 한국을 설득하는 것 이상으로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이 옵션은 현실성이 없습니다. 게다가 설령 그런 일이 진행된다 하더라도 그게 기습적으로 벌어질 가능성은 더 낮습니다.
정리하면 북폭은 그 후의 흐름이 좋을지 나쁠지는 젖혀두고라도 미국이 언제든지 독립적으로 선택할 수는 있는 옵션이라면, 레짐체인지 공작이나 전면전은 실행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옵션이라는 겁니다.
* Gordon, Michael P., and Trainor Bernard E., Cobra II: the inside story of the invation and occupation of iraq, Pantheon, 2006(Vintage 2007), p.384,392
# by sonnet | 2009/06/27 14: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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