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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폭 재론

1994년의 북폭 계획에 대해서는 영변폭격안과 미국인 소개 계획에 정리해 둔 바 있습니다. 읽어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계획은 그 성격상 한국의 협조 없이는 집행이 어렵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계획의 약점이 94년의 준비과정을 통해 잘 드러나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점을 바탕으로 2차 북핵위기의 성격을 생각해 보지요. 저는 2차 북핵위기는 처음부터 북폭 가능성은 낮았다고 생각합니다. 2차 북핵위기는 북한이 비밀 우라늄 농축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문제가 위성 사진에 그대로 노출되는 영변 원자로가 아니라 지하에 숨겨놓았을 것이 뻔한 우라늄 농축 플랜트가 되자 그것을 정확히 찾아낼 수 있느냐가 문제의 선결조건으로 떠오릅니다. 그런데 금창리 사찰 실패에서 보듯이 당시에도 미국이 그 정보를 자신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할 근거가 있었습니다. 설령 한 군데를 안다고 해도 정보란 것의 성격상 그게 다인지는 더더욱 확신하기 어렵기 마련이구요.


백악관 NSC에서 아시아담당 책임자였던 마이클 그린의 글을 한 번 보지요.

허상1:“미국은 언제라도 북한을 공격할 기세다.”
이 오해는 나와 백악관의 동료들을 가장 곤혹스럽게 했던 것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2002년 서울에서 “북한을 공격하거나 침략할 의도가 전혀 없다”고 밝힌 말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졌어야 했다. 물론 미국은 외교관계에 있어서 언제나 모든 선택 가능성을 열어두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제로 대북 군사적 공격이 한번이라도 적극 고려됐다는 뜻은 아니다. 사람들은 1994년 클린턴 행정부가 북한 영변을 공격하려 했다고 생각하고, 따라서 이번 외교가 실패하면 즉각 군사 행동으로 갈 것이라고 단정한다. 클린턴이 실제로 그랬든 않든, 지금은 1994년이 아니다.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은 지하에 숨어 있어 공격이 어렵다. 게다가 지금 북한은 보복 위협을 줄 수 있는 미사일과 대량살상무기를 그때보다 훨씬 많이 보유하고 있다. 또한 미국은, 북한이 미국의 공격 위협을 구실로 삼아 (6자회담에 참여한) 주변 강대국들을 분열시키고 대미(對美) 압력을 가중시키려 하는 만큼 이것이 오히려 북한을 외교적으로 도와주는 셈이 된다는 것을 알아챘다.

마이클J 그린, 내가 목격한 한미관계, 조선일보, 2006년 2월 28일

그린의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믿을지, 한국을 안심시키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일지는 읽는 사람 마음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그가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을 공격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그것은 앞서 제가 한 이야기를 그들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by sonnet | 2009/06/22 11:34 | 정치 | 트랙백(1) | 핑백(3) | 덧글(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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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마케터의 블로그스타 -.. at 2009/06/22 18:49

제목 : 94년 북폭에 대한 03년 노무현과 레이니의 청와대..
북폭 재론뭐 외교전략상의 문제점 이런 잘 모르겠다. 그런걸 논하자는 것은 아니고 다만 다만 94년 북폭계획의 과정과 이를 2003년 당시 정부가 어떻게 판단했는지에 대한 자료가 있기에 이를 기술하는 것 뿐..++++++++++++이라크 전쟁과 한미동맹 (참여정부 절반의 비망록에서..지은이 이진)3월들어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초읽기에 들어섰다. 911테러는 미국으 세계전략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미국인은 더이상 미국 ......more

Linked at a quarantine sta.. at 2009/06/22 19:02

... 북폭 재론 에서 이어집니다. 윌리엄 페리(민주당)는 94년 1차 북핵 위기 당시 국방장관이었고, 브렌트 스코우크로프트(공화당)는 전 국가안보보좌관(포드 & 아버지 부시)으로서 ... more

Linked at a quarantine sta.. at 2009/06/24 12:55

... 구분않고 사용했던 것에 비해, 안에서는 꽤 날카롭게 갈랐던 것 같고, 특히 펜타곤이 북폭파라면 체니 부통령실이 레짐체인지에 꽂혀있다는 식으로 보았던 것 같습니다. (ytekai) 저는 사실 북한의 레짐체인지 가능성은 거의 무시해도 좋은 정도라고 생각합니다만, 이종석이 이걸 그렇게 걱정했다고 말씀하시니까 한 번 정리를 해보도록 하겠습 ... more

Commented by FELIX at 2009/06/22 12:12
북폭가능성이 낮다와 대북제제옵션에 북폭이 들어간다는 전혀 다른 문제지요. 특히 남한당국자들, 그것도 94년의 쓰라린 기억을 가진 그 당국자들에게는 말이지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6/22 12:18
거야 이수혁이 말하듯이 "미국이 군사적 선택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하여 군사력을 한반도에서 한국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는 행사하지 않을 것이며, 군사적 선택을 배제한다고 말했다고 하여 어떠한 경우에도 군사력은 사용되지 않는다고 믿을 수도 없다"지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6/22 12:34
그리고 저는 실제로 쓰라린 기억을 가졌을 YS 정부의 경험이 얼마나 상속되었을지 의문스럽게 생각합니다. 노무현 정부의 의사결정자들 대부분은 94년 당시 재야였을 것 같은데요.
Commented by FELIX at 2009/06/22 13:05
그런건 09년에나 나올법한 지나친 낙관주의지요. 악의 축 세 나라중 한나라가 초토화되는걸 보면서 남한정부보고 왜 쫄았니 하는건 무리지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6/22 13:55
반대가 아닐까 싶은데요. 2003년에는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었다고 인정해 줄 수 있지만, 그게 2004년말쯤 되면 대부분 정리가 되거든요. 미국이 이라크전에서 금방 빠져나올 가능성이 없다는 것도 명백해지고요.
Commented by Ya펭귄 at 2009/06/22 12:18
사실 군사력으로 HEU 관련 부분을 제거하려면.... 그걸 할 수 있는 방법은 체제 교체 정도 밖에는 없을 것인지라....... 노통장이랑 그쪽 라인 양반들이 군사적옵션사용고려==막부체제전복 이라는 식으로 이해하게되는 단초로 작용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06/22 12:22
이라크에서 하듯이 일단 육군으로 몽땅 점령해야 하는데, 한국의 동참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지요.
Commented by sprinter at 2009/06/22 12:32
그런데 이 컨셉은 '미국이 정 하고 싶으면 막을 수 없다'라는 말과는 모순되지 않겠습니까?
Commented by sonnet at 2009/06/22 12:39
그게 바로 "정 하고 싶으면"에서 "정"이 가능성이 아주 작은 극단적인 상황이라는 것, 동시에 윤영관이 말하듯이 참여에 따른 영향력 행사의 여지가 크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본토를 지키기 위해서 서울 사는 미국인들을 위험에 노출시키고라도 북한을 쓸어버려야겠다고 결심한다든가 그런 식이어야 하겠지요.
Commented by sprinter at 2009/06/22 12:47
이라크 - 아프간 전쟁을 보면 그 '정'이라는게 의외로 낮다고 생각할 여지도 많았을거라는게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기는 합니다. 그게 적절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결국은 그 '정'에 방점을 둘 것인지 '막을 수 없다'에 방점을 둘 것인지가 중요한데, 당시 '정'에 관심을 둔 사람이 몇이나 될지는 좀 의심스럽기도 하고... 실제 그 '정'이 별로 설득력을 발휘하지 못해서 윤영관씨가 밀린거 아니겠습니까.
Commented by sonnet at 2009/06/22 12:51
그러니까 돌이켜보면 누가 옳았던 거 같으냐고 이야기하는 거잖습니까. ;-)
Commented by sprinter at 2009/06/22 12:58
하지만 게시판 - 댓글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노무현 정부가 아니라 다른 정부였으면(특히나 보수정부) 저렇게 갔을 것이다' 라는 분위기인듯 해서요. ㄲㄲㄲ. 제가 보기에는 다른 정부라도 해도 '사실 미국은 남한 문제에 별로 관심이 없으니 우리가 판에 끼면 계속 기회가 있을것이다' 라는 걸 국민들에게 설득해 내는게 쉽지는 않을것 같아서요. ㄲㄲㄲ. 대략 분위기가 쇠고기 협상 정도의 분위기가 나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OTL;;;
Commented by sonnet at 2009/06/22 13:59
지금 제가 그 설득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습니까 (웃음)

"미국이 군사적 선택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하여 군사력을 한반도에서 한국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는 행사하지 않을 것이며, 군사적 선택을 배제한다고 말했다고 하여 어떠한 경우에도 군사력은 사용되지 않는다고 믿을 수도 없다"

이 말이 깊은 통찰력을 가진 반면,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은 수용한다는 의미에서) 상당히 달관한 자세거든요. '적극적으로' '우리의 주도로' 뭔가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좀처럼 인정하기 싫어하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Commented by sprinter at 2009/06/22 14:36
음, 이렇게 말하면 그렇지만 그 컨셉은 통찰력 이전에 무력감을 가중시키는...^^;;;

무력감만 가중시키는게 아니라, 확실성이 부족한게 제일 큰 문제입니다. 확실성이 부족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밀고 나가는게 정치적으로 쉽지 않은게 문제죠. 어떻게 대응해야 합니까? 라고 물어보면 '잘' 이라고 밖에 대답해 줄게 없는 컨셉 아니겠습니까;;; 어쩌면 앤드류 포크의 망령이 지배하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6/22 14:49
하하, 그 무력감이 약소국의 본질 아니겠습니까. 저는 결국 '동북아 균형자'란 게 결국 약소국이 약소국 아닌 것처럼 행세하며 살고 싶은 소망의 산물이라고 봅니다.
Commented by sprinter at 2009/06/22 15:00
아니, 약소국이라서 무력한것 까지는 좋은데, 그래도 '결정'은 좀 되어 있어야.^^;;;

우리가 '당한다'의 문제보다 '불확실성'의 문제가 더 큰것 같습니다. 그 상황을 '견뎌내라'라는건, 확실히 신경이 굵지 않으면 무리겠군요. ^^ 얇으면 움직이고, 움직이면 손해볼 확률이 올라가겠죠. 후...

동북아 균형자은 확실히 그런 소망의 발로라고 해도 할말은 없겠네요. 쩝;;;
Commented by sonnet at 2009/06/22 15:15
그런 희망이 결국 다음과 같은 시도로 나타난 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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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이나 서주석은 “북한과 동북아시아의 환경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예측 가능한 환경으로 바꾼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다시 말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물리적 방법으로 대비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도록 함으로써 물리적 방법까지 동원하지 않는다는 능동적인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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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방법이 일을 더 나쁘게 만든다고 보는 키신저 같은 사람들이 반대편에 있는 것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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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본다면 가장 평화스러웠던 시대는 가장 평화를 추구하지 않았던 시대였던 것 같다. 즉 평화를 향한 이러한 노력이야말로 평온함을 달성하는데 가장 효과가 적은 방법인 듯하다. 평화 - 전쟁의 회피로 표현될 수 있는 - 가 한 세력 혹은 일군의 세력의 일차적 목표가 될 때마다 국제체제는 국제사회에서 가장 무자비한 일원의 처분만 기다리는 신세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http://sonnet.egloos.com/4118648 )
Commented by 윤민혁 at 2009/06/22 13:02
노무현 집권 직후부터 미국이 이라크를 상대로 으싸으싸 하고 있던 시점이라, 그게 크게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여기에 2003년 6월에 주한미군 감축 통보 왔던 것까지 겹쳐서, 동맹의 의사 따위는 무시하는 오만한 미국에 우리도 할 말을 하는 것으로 맞서야 한다는 식으로 자주파의 힘이 강해졌던 것도 함께요.

그때는 이라크 침공에 병력이 매여 있어서 당장은 북을 칠 상황이 아니라는 걸 알던 저도 이라크가 안정화되면 우리가 무슨 소리를 하든 일방적으로 북한에게 충격과 공포를 시도하고, 이라크 때는 기대할 수 없었던 인접국의 안정화 목적 대규모 병력 제공을 우리에게 강요 - 강요를 안 해도 안 갈 수 없겠죠. 상대가 북한이니까요. - 하지 않을까 긴장하면서 상황을 살폈던 기억이 납니다. 노무현 행정부도 저와 별로 차이 없는 이유로 미국의 진의를 의심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06/22 14:08
불확실성이 컸던 2003년은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미국이 이라크에서 오래 머물러 있을 것이 점차 분명해지고, 아시아에서는 6자회담을 통해 미국의 구상이 어느 정도 드러난 후인 2004년 말, 2005년 초에 접어들면 이미 처음 생각의 약점이 드러났다고 봐야죠.
Commented by 윤민혁 at 2009/06/22 14:25
동감입니다. 그리고 그 시점쯤 해서 참여정부 역시 대미 인식과 대북 인식을 상당히 바꿔나가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이후의 행동은 상당부분 관성에 의한 것이 컸다고 보는 중이고, 비슷한 시점에서 부시 행정부 역시 적당히 대북 태도를 바꾸기 시작했고요. 사실은 부시가 쫄고 한국은 질렸다는 쪽에 가깝게 느끼고 있습니다만.
Commented by 만슈타인 at 2009/06/22 15:06
일단 어떻게든 미국에 편승하는 대한민국 외교나 인식이 미국의 상황변화에 영향을 받은 한 사례라 봐야할 거 같습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06/22 15:31
윤민혁/ 저는 부시 행정부의 입장 변화는 2기 들어서 라이스가 새로 국무장관이 되면서(2005년초), 그리고 중간선거 패배 후 럼스펠드를 짜르고 임기 말의 외교적 업적을 위해 다시 한번 북핵협상에 힘을 실어주면서(2007년초) 이 두 번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참여정부의 대북인식이 바뀌었는지는 솔직히 전혀 모르겠습니다.

만슈타인/ 네, 저는 '닉슨 쇼크' 같은 것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그런 식으로 외부에서 주어진 환경이 변화하면, 약소국은 기본적으로는 거기 적응하는 거 외에 답이 없죠. 약간이라면 노력하기에 따라서 환경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데, 더 결탁해서 바꿀건지, 더 이탈해서 바꿀건지가 윤영관-이종석 전략논쟁의 핵심인 것이구요.
Commented by pengo at 2009/06/22 14:20
북한 : 전쟁 하면 이길 가능성이 별로 없고

남한 : 전쟁이 일어나는 것 자체를 원하지 않고

미국 : 전쟁을 해서 이겨도 이득보다 손실이 더 크고

..이런 상태이니 의외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아주 낮은게 아닌가 싶네요.
Commented by organizer™ at 2009/06/22 14:25
그 와중에 -- 각종 위협(론)에 -- '실리'는 일본이 챙기고 있는 듯 합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06/22 14:27
중국도 전쟁을 원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니까, 사실 의도적으로 전면전이 나긴 쉽지 않은 상황이지요.
Commented by 행인1 at 2009/06/22 14:36
그나저나 이제는 '건설적으로' 앞날을 생각해봐야 할텐데 정말 답이 안나오는군요. 서독을 따라하기도 그렇고, 이스라엘을 따라하기는 더 그렇고...;;;
Commented by sonnet at 2009/06/22 15:00
이전에도 언급했지만 저는 서독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북한의 핵무장이 기정사실화되는 현 상황에서는요.
Commented by 델카이저 at 2009/06/22 14:44
사실 2003년 이라크 전에서도 그닥 많지도 않은 병력으로 정권 자체의 제거에는 성공했으니 "무서븐 미쿡의 힘"에 쫄지 말라는게 좀....

단지 04년도에 가면 결국 쉽지 않은 상황 아니었나.. 하는 것도 아프간 끝나기도 전에 이라크를 밀어버린 걸로 봐서 불안하게 본게 오판일 지언정 잘못이라고 보긴 힘들 듯 합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06/22 14:58
아니 미국의 힘이 막강한 건 주어진 사실이니까 그걸 인식하는 게 문제는 아닌데요. 미국이 북한을 단독 공격할 가능성이 얼마나 되냐와 관련된 현실적 제약은 별개로 친다면, 그런 일정한[아마도 작은]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미국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윤영관과 이종석의 노선 중에서 어느 게 더 나은가 하는 게 두 번째 쟁점이 되는 거지요.
Commented by 델카이저 at 2009/06/22 16:33
글세요....

전 저런 판단은 대부분 "잘 훈련된 외교관"이 가장 정확하게 내린다고 봅니다. 즉 대통령 노무현이 아니라요..(당연히 학자 이종관 보단 실무진 경험이 풍부한 윤영관이 더 정확했겠죠..) 문젠 이 잘 훈련된 외교관의 판단을 신뢰하는데 있어서 단지 외교관의 경력만 가지고 채택할 수 없다는 거죠.. 당장 약한 국내 기반에 조-중-동의 마타도어에 시달리는 와중에 노무현이 외교적 업무에 대한 훈련도가 별로 없는 상황이라면 깜깜하게 모르는 상황에서 누구 말을 믿느냐 밖에는 결론이 안납니다.

제가 알기로는 해양수산부 장관 지냈다고 하지만 노무현 본인이 외교 실무라인에서 뛰어본 적은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외고집 적인 부분이 있었던 데다가 외교 실무에 대해 공부하긴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니 최악의 상황.. 잘 모르는데 사람보고 누구말을 믿느냐로 귀착되지 않았나 싶은데요..-_-;;


말씀하신 내용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으며 맞는 이야깁니다. 그렇지만 그걸 국민에게 어떻게 설득할 것이며 노무현 본인이 전문적인 외교관의 실무적 지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잘 이해할 수 있었는가는 별개의 문제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저도 IT쪽에서 인프라에 관련된 업무 설계를 윗분들에게 제시 할 때 그 분들의 최대 고민은 이 쪽에 전문적인 지식이 없다보니 단순히 제 말만 듣고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너무 자주 발생한다는 거죠.. 그럼 결국 인간적인 믿음으로 앉고 가야 하는데 조직에 여유가 있다면 몰라도 그게 없다면 문제가 심각해 지더군요.. 저 때도 비슷한 상황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06/22 19:22
"국민에게 어떻게 설득할 것이며" 이게 중요하다는 데 저도 동의합니다. 사실 그걸 설득할 수 없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도 충분히 납득이 가구요. 예를 들어 이라크 파병과 관련해서 자신의 지지자들의 반대를 무릅쓴 것은 그런 의미에서 상당한 용기의 산물이라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我行行 at 2009/06/22 14:48
미군 지상군이 북한을 점령하고 친미정권을 세우는 수고까지 하지 않더라도
미군의 북폭으로 외과수술만 하고 환자는 자기체력으로 회복하게 하는 방법도 있을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06/22 14:50
본문에 썼듯이 1)어딜 때려야 할지 잘 모른다, 2)확전의 위험이 있다 이 두 가지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문제이지요.
Commented by 我行行 at 2009/06/22 14:54
HEU시설을 정확한 위치를 안다 하더라도 폭격으로 수술하기에는 방사능 누출 같은 위험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소햏이 생각한 수술은 뇌수술입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06/22 15:09
지도자를 죽인다고 핵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불확실성만 더 커지는데 그게 미국 입장에서 무슨 이익이 있나요? 저는 장점을 모르겠습니다.
Commented by 마키아벨리 at 2009/06/22 15:29
김정일이 죽으면 핵폭탄 발사버튼은 누구손에...??<-가 문제겠지요.
미국은 이런 문제를 정말 싫어하는 걸로 압니다만...
Commented by 我行行 at 2009/06/22 15:39
김정일이 죽고 정권이 교체되었다 하더라도 미친(美親)정권이 등장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들은 미국이 가진 엄청난 위력앞에 쫄지 않을까요?
한놈이 미친짓 하다가 강제로 수술 당하는 것을 목도한 자들이라면 강제로 수술 당하지 않으려고 노력할것 같습니다만.
Commented by 델카이저 at 2009/06/22 16:34
빈 라덴과 같은 완전 또라이(...)가 등장할 수도 있지요... -_-;;

가뜩이나 엄청난 불확실성 때문에 골머리 잡는 집단인데요..
Commented by 파파라치 at 2009/06/22 23:45
김정일이 죽고 등장한 정권은 "위대한 지도자 동지를 죽인 악랄 미제"에 대한 복수를 부르짖는 인민을 설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겠지요 ;;;
Commented by 我行行 at 2009/06/22 23:58
감히 대거리 할 생각도 못할 수준의 강력한 수술이어야지요.
충격과 공포
생각만 해도 오금이 저리고 오줌이 절로나는 수준의 수술이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휴전선 남쪽으로 총질하거나 ICBM의 유혹을 받습니다.
Commented by young026 at 2009/06/23 16:56
하마스가 이스라엘에게 쫄아드는 건 못 봤습니다.-_-;
Commented by 섬백 at 2009/06/22 15:32
미쿡은 "북폭 가능성은 낮았다."라고 하는데 우리는 "낮지만 존재한다."에 집중했던 거군요.

약소국 입장에서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새삼 돌아보면 신경이 굵었다고는 할 수 없겠네요.
Commented by sprinter at 2009/06/22 15:54
그게 꼭 신경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생각하는게, 걸린 판돈의 크기가 다르지 않습니까. 남한이 초토화 된다고 해도 미국은 동아시아에서의 동맹 하나가 바보된 정도지만 남한은 지난 50년간 쌓아온 모든걸 일순간에 날리는건데.-_-;;; 기대값이 다르면 같은 확률이라도 그 확률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건 사실 당연한 것이기도 합니다.

단지, 그런것들을 인정한다고 해도 결국 확률을 변경시키는 방법은 신경 굵게 미국이 하는 일에 동참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할 길을 찾아보는 것 밖에 없지 않겠는가 하는게 문제인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06/22 19:59
네. 제 이야기도 용가리 통뼈식의 신경을 바라는 게 아니고, 지금보다는 좀 대범해 지는게 (그리 크게 위험하지 않으면서도) 협상력을 올릴 수 있다 정도입니다. 막연한 비교이지만 제가 민주사회에서 대략적으로 가능하다고 보는 것은 70년대 말~80년대 초의 서유럽 정도의 반응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6/22 16:48
비슷한 포스팅을 하나 썻는데 트랙백 2개를 어떻게 거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핑백이라도 걸겠습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06/22 19:11
포스팅을 일단 하고, edit를 다시 선택한 후 새 트랙백 주소를 넣으면 되는 듯 합니다.
Commented by ytekai at 2009/06/22 18:08
이러저러한 경로로 당시의 안보정책 결정자들을 접할 기회가 있던 1人입니다.

제 기억에, 2004년 후반부터 부시 행정부 말에 이르기까지, 이종석을 포함한 당시 안보정책 결정자들의 뇌리를 장악했던 걱정은 북폭보다는 레짐체인지에 관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밖에서는 이 둘을 잘 구분않고 사용했던 것에 비해, 안에서는 꽤 날카롭게 갈랐던 것 같고, 특히 펜타곤이 북폭파라면 체니 부통령실이 레짐체인지에 꽂혀있다는 식으로 보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미국이 구체적으로 북한의 레짐을 어떻게 체인지 할 수 있는지, 그로 인해 미국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무엇인지, 오히려 훨씬 위험한 상황을 만드는 것인데 그게 과연 선택가능한 옵션인지, 깊이 생각해보면 간단치 않은 선택이었음이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이미 이라크를 박살냈던 워싱턴이, 특히 종교적 신념에 뿌리를 둔 네오콘이, 북한 인권문제를 신앙의 차원으로 접근했던 미국 남부 보수단체들을 유력 지지기반으로 갖고 있던 부시 행정부가, 레짐체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그 증거들은 다양한 내부메모를 통해 세상에 공개된 바 있지요.

유력한 대안이 아닐수는 있지만 부시 행정부 내부의 역학관계 변화에 따라 가능성이 분명히 남아있었고, 특히 파월이나 라이스 같은 비 네오콘이 밀리는 기미가 보일 때마다 그런 우려가 서울의 안보정책 결정권자들 사이에서 증폭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 물론 그 우려의 핵심은 북한체제의 변화 과정에서 발생할 불안정함의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것이었죠. 대량난민의 발생으로 압축되는. 그러한 불안정의 와중에 군사모험주의자들이 이판사판 불장난을 저지를 가능성도 함께.

이라크 등 중동문제에 비해 북한이 미국의 관심사가 아닌 것도 맞습니다만, 당시만해도 북한은 핵개발 의도를 공공연히 소리지르고 있던 사실상 유일한 국가였습니다. 더욱이 이라크나 아프간에 대한 미국의 개입이 이렇듯 진창에 빠진 채 질질 끌게 되리라고는 예상하기 어려웠던 시점이고요. 당연히 '세계의 악당들'을 소탕하려는 '세계의 보안관'이 1번 악당과 2번 악당을 처단한 후에 3번 악당을 어떻게 요리하려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할 이유는 충분했다고 봅니다.

노무현 정부의 안보정책 결정자들이 정통파 관료에 비해 순진했던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국제정치의 워딩이나 갖가지 플레이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했던 것도 맞구요. 그렇지만 당시의 우려가 멍청한 짓이었다거나 근거없는 불안에 집착한 것이라고만 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당시의 미국이 북한에 대해 어떤 장기적인 복안을 갖고 있는지 걱정했던 기억이 나니까요.

p.s. 이를 정치외교학과 북한학이라는 학문분과의 차이로 해석하려는 분들이 계시는 것은 더더욱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결과적으로 구분하자면 그렇게 나뉘는 측면이 있는 것일수도 있겠지만, 노무현 정부 안보정책의 키플레이어 가운데 하나였던 박선원은 워릭에서 국제정치학으로 박사를 했습니다.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었죠.

p.s.2. 당시의 상황을 반추해 현재의 상황에서 교훈을 얻고자 하시는 sonnet 님의 주제의식에는 100% 공감합니다. 특히 현재 상황에서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라는 레토릭을 지나치게 경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뜻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그 접근방법이 2009년과 2004년의 차이를 간과하는 방향이라면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는 취지에서 남긴 긴 댓글이었습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06/22 19:56
상세한 말씀 감사합니다. 많은 참고가 되었습니다.

새 포스팅에 그 이야길 간단히 적었지만 2004년 후반쯤 되면 관심있는 관찰자들 눈에 북폭 가능성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 regime change로 관심이 옮겨간 것은 그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말씀하신 대로 [침공을 하지 않는다면] regime change라는 게 어떻게 가능한지 실행이라는 측면에서 너무나 의문점이 많았습니다. 이라크 침공 그 자체가 다른 모든 방법으로 regime change에 실패했기 때문에 등장한 수단이었던 거지요. 전복공작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과거 어떤 CIA의 전복공작도 그런 환경에서 성공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당시에도 상당히 회의적으로 그 상황을 봤던 기억이 납니다.

어쨌든 말씀하신대로 "노무현 정부의 안보정책 결정자들이 정통파 관료에 비해 순진했던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국제정치의 워딩이나 갖가지 플레이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했던 것도 맞구요. 그렇지만 당시의 우려가 멍청한 짓이었다거나 근거없는 불안에 집착한 것이라고만 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이정도면 저도 충분히 동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만 더하자면 그들은 어쨌든 '과거와는 차별되는 무언가'를 하려고 했던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배후에는 과거 정부의 선택에는 잘못된 게 많았다는 선입견이 있었던 것 같구요. 저는 그들이 과거 정부들은 대미순종적이라고 보면서 자신들만큼 자주적인 정부는 없다고 주장하는데 경악했던 기억이 납니다. FRUS 한국편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도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Commented by jawoon at 2009/06/23 00:22
일단 마이클 그린은 양국간에 잘못된 통념으로 말미암아 애로사항이 있다는 점을 말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기억을 좀더 더듬어 보면 나중에 노무현 행정부도 북한을 놓고 미국의 반응에 대해 오바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던 적이 있어던걸로 생각이 납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06/23 15:02
네. 마이클 그린에 대한 제 생각은 http://sonnet.egloos.com/4170604#12723703.01 여기 조금 적어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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