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정부에서 6자회담 수석대표와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민주당 송민순 의원이 최근 흥미로운 이야기를 했다.
한국을 배제한 채, 美-中-日 3각 협의체가 동북아의 큰 판세를 주도하려는 움직임이 있으며, 이는 우리에게 아주 불리한 흐름[1]이라는 것이다.
송민순> 바깥에서 의견을 교환해서 자기 입장 반영하는 것 하고 자기 문제를 논의하는 장소에서 자기가 빠져있는 것 하고는 엄청난 차이죠. 창밖에서 안에 들어가서 이런 얘기 좀 해달라고 부탁하는 것하고, 자기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자기는 빠져가지고 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받아들일 수가 없는 겁니다.[2]
아주 좋은 지적이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럼 당신이 북핵문제를 담당했던 지난 정권에서 한미일 협의체이던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은 왜 깨졌나? 나는 TCOG의 붕괴와 그에 따른 공백이 美-中-日 3각 협의체 같은 대안적 해결책을 찾게 만든 중요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TCOG의 붕괴에 대해 좀 살펴보자.
한.미.일 3국의 북핵문제 의견조정기구인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이 사실상 붕괴됐다고 산케이(産經)신문이 1일 보도했다. 산케이는 전부터 의견차로 공동성명을 채택하는 공식 회의 대신 서울, 워싱턴, 도쿄(東京)를 오가며 비공식 모임을 거듭해온 TCOG가 5차 6자회담을 앞두고는 아예 열리지 않았다며 TCOG가 유명무실해졌다고 진단했다.
이 신문은 TCOG가 붕괴한 가장 큰 원인은 미.일과 한국의 견해차였다고 지적하고 6자회담의 근간을 이뤄온 TCOG가 붕괴됨으로써 "6자회담이 공동화될 것" (미국 북한문제 전문가)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11월 초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5차 6자회담에서는 북-미, 북-일, 한-미, 한-일, 미-일 등 다양한 양자협의가 열렸지만 매번 열렸던 TCOG는 끝내 열리지 않았다. 과거에는 6자회담장을 떠나서도 TCOG가 수시로 열려 핵문제에서 3국이 결속해 북한에 압력을 가하는 역할을 해왔다.
1993년 미국 국무부와 워싱턴 주재 한.일 양국 대사관 관계자가 북핵문제를 논의하는 것으로 시작된 이 모임은 99년 TCOG라는 이름으로 개칭됐다. 이 회의는 차관급, 국장급으로 참석자의 직급을 조정하면서 고비 때마다 회동, 공동성명을 발표했으나 공식회의는 2003년 1월이 마지막이었다. 이후부터는 회의가 '비공식'으로 열렸으며 공동성명도 발표되지 않았다. 산케이는 TCOG가 붕괴된 가장 큰 원인은 6자회담에서 한국이 의장국인 중국과 러시아쪽으로 기울면서 북한에 유연한 자세를 취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미.일과의 대립이 두드러지면서 공동성명을 채택할 수 없게 됐다는 것. 미국은 한국의 자세에 변화가 없는 한 "회의를 열어도 의미가 없다"며 소극적인 입장이다. 산케이는 이렇게 되면 앞으로 6자회담은 미국, 일본 대 한.중.러의 대립이 더 두드러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3]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최근 일본을 방문한 우리나라 국회 국방위원들을 만나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한·미·일 3국의 단결이 핵심이고 제일 중요한데, 최근 한국이 한·미 동맹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24일 전해졌다.
야치 차관은 “한국은 균형자적 역할을 하겠다고 하는데, 일본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복수의 국방위원들이 전했다. 또 우리 정부도 야치 차관의 이 같은 발언을 주일대사관으로부터 보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야치 차관은 당시 매우 직설적인 어조로 우리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치 차관은 6자회담 참가국의 입장과 관련, “미국과 일본은 오른편에 있고, 중국과 북한은 왼편에 있는데, 한국은 지금 중국과 북한 쪽에 가까운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북핵 문제에 대한 일본의 입장은 무한정 기다리지 않는다는 것”이며 “북한이 핵실험을 하게 되면 식량지원을 하지 않고, 납치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4]
송민순(宋旻淳) 당시 외교부 차관보와 사사에 겐이치로(佐江賢一郞)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동시에 미국을 방문, 각각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회동한 뒤 힐 차관보가 두 사람을 저녁식사에 '사적으로' 초대하는 형식으로 3자회동이 열렸으나 회동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었다.
당시 미국과 일본측은 3자회동 성사에 대한 희망을 공개표명했으나, 한국측은 일본과 역사갈등으로 인한 긴장관계까지 겹쳐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었다. … 미국은 늘 북한 문제에 대해서 뿐 아니라 동북아 지역 전체 전략차원에서 한.미.일 3각 공조 복원을 막후에서 추진해왔다는 점에서 3자협의 재개를 위한 미국의 강력한 종용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의 공식회의가 2003년 1월 이후 실종되고 비공식 회의만 열리는 동안 한국과 미.일간 대북 정책의 차이가 부각되면서 북한이 3각공조의 균열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는 게 미국의 시각이기 때문이다. [5]
이런 배경을 염두에 두고 송민순의 다음 주장을 살펴보자.
사실 지난 2006년과 2007년 즈음에도 6자회담에서 주변화 되는 것을 우려한 일본의 희망과 미국 내 일부의 동조로 美․中․日 협의체를 만들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우리 정부는 관련국 고위경로, 특히 미국에게 그 부당성을 강조하면서 강력히 반대하였다.[6]
즉 2006년과 2007년에 일본이 그렇게 나온 이유는 한국의 반대로 TCOG가 붕괴했다는 사정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훼방만 놓는 한국을 빼고, 강대국들끼리 쇼부를 보자는 생각이 떠오르는 것도 당연하다. 그때 TCOG를 중심으로 긴밀히 협력함으로서 한국을 배제한 대안적 방안이 떠오르지 못하게 만들었어야 하는데, 실수를 한 것이다.
게다가 우리가 배제된 협상을 우려한다면, 우리가 제일 경계해야 하는 것은 1994년이나 2007년에 제네바에서 열렸던 것 같은 미-북 양자회담일 것이다. 송민순은 2007년의 미-북 양자회담을 반대하고 방해하기 위해 노력해왔는가? 아니잖은가.
만약 북핵문제가 CVID하게 해결될 수만 있다면 사실 그 정도 회담에서 우리가 배제되는 것은 감내할 만한 문제일 수도 있다. 최선의 길은 아니지만 사안의 우선순위를 따진다면 그렇다는 말이다. 핵심적인 문제는 어떻게 5개국의 공조를 끌어내어 북한의 핵개발을
좌절시키느냐 하는 것이다.
세 줄 요약1. 송의원 말대로 미-중-일 3강대국 협의체가 북핵문제를 주도하는 것은 우리에게 불리한 일이다.
2. 하지만 대안 없이 다른 국가들의 북핵문제 해결을 막기만 하면 그건 북한의 의도에 봉사하는 최악의 결과일 뿐이다. 북한은 6자회담의 다른 다섯 나라가 영원히 분열된 채 자신들에게 유효한 압력을 가하지 못할 것이라는 데 배팅하고 있다.
3. 한미일 3국 협의체였던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의 붕괴는 한국의 고립을 향한 길을 닦은 것이다. 자업자득이라 하겠다.
[1] 송민순의 의견은 자신의 국회의원 홈페이지의
컬럼, 그리고
CBS 라디오 인터뷰를 참고.
[2]
송민순 민주당 의원 "MB,미국가서 미중일 협의체 담판지어야", CBS 김현정의 뉴스쇼, 2009년 6월 15일
[3] 이해영,
"한.미.일 연대붕괴로 6자회담 공동화 우려", 연합뉴스, 2005년 12월 1일
[4] 이하원,
일본 "한국이 한·미동맹서 벗어나고 있다", 조선일보, 2005년 5월 24일
[5] 윤동영,
북핵 3자협의 재활성화 추진 안팎, 연합뉴스, 2006년 9월 19일
[6] 송민순,
우리의 운명, 강대국들이 다시 좌우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