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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를리히/코르니데스 보고서
Chicken Game(2) (스카이호크) 를 읽고.

만약 위 글처럼 이번 기회에 한국이 핵관련 권리를 좀 더 챙기고자 한다면, 무엇을 주장하고 무엇을 주장하지 않을 것인지, 끝까지 관철해야 될 것과 그리고 협상용으로 바꿔먹을 것 등에 대한 전략적 입장을 보다 세밀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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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들어 미국과 소련이 합작해 핵비확산조약(NPT)을 통해 독일의 발목을 묶으려 들자, 서독은 앞으로의 협상에 대비해 자국의 입장을 철저히 재검토하게 된다. 서독은 일단 외무부 산하에 '군비통제군축국'을 신설해 NPT협상을 준비시키고, 이를 지원하기 위해 RAND연구소를 본따 연방총리실 산하에 과학정치재단(Stiftung Wissenschaft und Politik; SWP)을 설립하였다. 또한 총리실, 국방부, 외무부, 연방의회, 연방군, 기타 연구기관 관계자들로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광범위한 의견교환을 진행한다.

이때 서독의 협상 전략에 큰 영향을 준 것이 우베 네를리히(Uwe Nerlich)와 빌헬름 코르니데스(Wilhelm Cornides)가 준비한 '핵무기의 확산과 서독의 핵 선택권'이란 보고서였다. 네를리히는 과학정치재단의 일원이자 스터디그룹의 과학부문 간사이기도 해서 이들 조직간의 협력을 주도하고 있었다. 이 보고서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1) 서독은 비핵국가와 군소 핵국가 간의 차이를 공식화하는 조치를 막아야만 한다. 특히, 핵무기 약소국가들이 미소 초강대국과 동일한 특권을 가지게 된다면, 그러한 결과는 반드시 막아야만 한다.

(2) 서독은 ‘독일문제(재통일문제)’와 비확산조약(NPT)의 경직된 연계(junktim)을 무리하게 추구해서는 안 되며, 전술적 유연성을 늘 견지해야 한다.

(3) 핵무기 확산의 실제 위험은 미소 대결의 바깥, 즉 유럽 밖에 있기에, 서독은 일반조약(universal treaty) 대신에 지역적 또는 쌍무적 조약의 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4) 미군의 유럽 주둔이 NATO의 구조적 문제(서유럽 단독으로는 소련을 감당할 수 없음; 역주)가 현실화되는데 대한 해결책을 제공하여 실질적인 위기관리 기능을 해 주고 있고, 따라서 핵무기 보유를 덜 중요하게 해주고 있는 이상, 서독은 최소한 미국이 유럽에 주둔하고 있는 동안에는 전략핵무기의 독자적인 보유 또는 공동보유를 포기해야만 한다.

(5) 프랑스가 통합된 해결책에 동의할 용의가 없는 한, 서독은 (NPT를 수용하는 대신) 미국과의 비공식적 및 쌍무적인 조치를 추구함으로서 전략분야에서 발언권을 남겨두두록 노력해야만 한다.

(6) 서독은 핵 전투 및 핵 억지 분야에서 선택권을 열어 두거나, 최소한 NATO를 통해서라도 핵을 사용할 수 있게 함으로서, 비확산조약 때문에 핵 사용권을 봉쇄당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7) 서독은 인도의 핵개발 모델을 따라 그것이 다소 군사적 관련성을 갖게 되더라도 평화적 핵프로그램을 제약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8) 서독은 (아마도 IAEA를 통해) 지금보다도 더 광범위한 규모의 사찰 및 통제를 받아들여야 한다.

(9) 서독은 핵에너지의 군사적 사용의 두가지 다른 분야 -핵추진과 핵무기 효율성 실험- 에서 더 큰 행동의 자유를 얻도록 노력해야만 한다.

Küntzel, Matthias., Bonn und die Bombe: Deutsche Atomwaffenpolitik von Adenauer bis Brandt, Campus Verlag, 1992
(Bonn and the Bomb: German Politics and the Nuclear Option, Pluto Press, 1995, pp.62-64)


이 중 일부는 NPT가 확정되기 전의 것이라 더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도 있지만, 일국의 핵정책이 어떤 요소들을 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여전히 의미 있는 통찰력을 준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9)번에 등장하는 핵추진은 곧 원자력잠수함을 가질 수 있느냐 없느냐란 문제이다. 비핵무기국은 원자력잠수함을 가진 적이 없기 때문에 이 부분에는 국제법이나 제도적인 관점에서 볼 때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잠수함 원자로는 사찰을 받을 것인가? 어떤 조건으로?
by sonnet | 2009/06/15 01:58 | 정치 | 트랙백 | 핑백(2) | 덧글(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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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까지 서울 지키겠나>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01/2017080100197.html 네를리히/코르니데스 보고서 북한이 ICBM을 연이어 발사한 이후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는데 문득 옛날 생각이 났다. 위에 링크한 sonnet님의 블로그에 올라왔던 글 ... more

Commented by 번동아제 at 2009/06/15 02:22
잘 읽었습니다. 우리 입장에서도 여전히 벤치마킹할 대목이 많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6/15 14:52
넵, 지금 봐도 운신의 여지를 남기는 것과 행동에 나서는 것 사이의 미묘한 차이를 여러 측면에서 잘 포착했다는 느낌입니다.
Commented by 만슈타인 at 2009/06/15 07:58
우리 입장에서 벤치 마킹할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지만, 독일과 달리 왜 주변에 3대 핵강국이 전부 몰려있는지...
Commented by sonnet at 2009/06/15 14:57
사실 저 때 독일은 유사시 핵전쟁은 당연한 일로 각오한 상태다보니까 그 때 보다는 우리가 좀 나은 것 같기도 합니다;;;
제가 서독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점 또 하나는 헬무트 슈미트나 프리츠 에를러처럼 사민당(SPD)에도 핵전략에 대해 수준급의 이해를 갖고 독자적인 핵전략을 구상하는 인사들이 갖추어져 있었다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SPD는 수권정당이 될 자질을 충분히 보여주었던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만슈타인 at 2009/06/15 15:00
역시... 더러운 독일이 허언은 아니었는 듯 합니다. 유사시 핵전쟁 각오라... 우리도 북한 핵 전력을 확실히 몰라도, 일단 핵 실험까지 제대로 한 마당이면 준비를 해야 겠지요.
Commented by 스카이호크 at 2009/06/15 09:10
어이쿠. 농담으로 깨작깨작 적어놓은 글에 이렇게 친절한 포스팅을 달아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원래 저는 http://sonnet.egloos.com/4007349 <-이런 느낌으로만 생각했던 터라 별 생각없이 낄낄거리고만 말았는데... 서독 사례는 확실히 참고할 구석이 많네요. 잘 읽었습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06/15 15:04
아닙니다. 쓰신 글을 보고 짧지만 아주 잘 정리되어 있다고 느꼈는걸요. 덕분에 포스팅거리도 하나 벌고... (꾸벅) 말씀하신 것처럼 미국 등을 상대로 양보를 끌어내려면 외각에서 좀 때려줄 필요가 있다는 것은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그리고 일단 북한이 저 정도로 깽판을 쳐주지 않으면 말도 붙여보기 힘든 테마니깐요. 지금 이 시기를 적절히 활용하지 않으면 나중에 두고두고 후회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maxi at 2009/06/15 09:25
실례지만 6번과 관련해서 참조할만한 URL이나 국내 논문, 조금의 내용이 들어간 포스팅이 있으신지 궁급합니다. 한중일의 핵전력 및 핵 잠재력에 대해서 간단히 찾고 있는데 정책적인 부분은 제가 무척 부족해서요..ㅜㅜ;
Commented by sonnet at 2009/06/15 15:50
본문을 작성하는 데 주로 이용한 Matthias Küntzel의 책이 제일 좋은 소스가 아닐까 합니다. 국내 출간본으로는 고려대EU연구센터에서 나온 "유럽의 핵정책"이 볼만합니다.(사실 이 책의 서독편은 거의 Küntzel의 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는 것으로는 Beyond Bomb(http://www10.antenna.nl/wise/beyondbomb/book1.html )의 제4부도 어느 정도 참고가 됩니다. MLF와 INF에 대해서는 단행본이 많으므로 적당한 것을 하나 골라잡으시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Commented by 행인1 at 2009/06/15 10:02
그런데 벤치마킹도 능력이 되어야 하는 것인지라...
Commented by sonnet at 2009/06/15 14:48
그래도 자기 머리만 갖고 맨땅에 헤딩하는 것 보다는 훨씬 쉽지요. 저도 작으나마 벤치마킹을 위한 정보를 소개해 보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이네스 at 2009/06/15 10:28
생각나는건 윗대가리들이 과연 저정도의 통찰력을 보여줄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지요.

가능하단 생각이 안드니 문제지만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6/15 14:49
요즘 언론에서도 부쩍 저런 주제들을 다루고 있지 않습니까. 이럴 때가 아니면 윗대가리들 눈 앞에 한 번 등장할 기회도 없는 주제들이니까, 한 번 기대를 걸어 보고 싶습니다.
Commented by 일화 at 2009/06/15 17:27
역시 서독은 여러가지 면에서 우리와 겹치는 부분이 많군요. 이참에 운신의 여지를 넓혀놓는다면 좋을텐데 우리나라의 외교역량을 생각하면 큰 기대가 안된다는게 좀 그렇네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6/15 20:59
네, 그래도 이런 이야기를 통해서 여론이 조금이나마 생산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Commented by paro1923 at 2009/06/15 19:34
우리 나라는...

왜 "우린 안될거야, 아마"란 말만 떠오를까요... (;;;)
Commented by sonnet at 2009/06/15 21:00
흐. 너무 큰 기대를 갖지 말되 미리 비관할 것 까지야 ;;
Commented by 히알포스 at 2009/06/15 20:47
2년 전쯤에 프랑스의 핵전략에 대해 쓰시면서 서독 이야기도 쓰시겠다고 하셨는데, 이제 보게 되었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6/15 20:55
오래 기다리셨는데 너무 단편적인 이야기라서 죄송합니다. 서독 핵정책은 프랑스보다도 더 굴곡이 많아서 지난번 프랑스 관련 글 정도 분량은 써야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BigTrain at 2009/06/15 20:55
9번 같은 경우는 앞으로도 핵보유국과 비핵국가들 사이에 꽤나 논쟁거리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유가 상승 때문에 비살상적 핵 활용 정도는 비핵국가의 해군들이 원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미 서독이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은 적이 있었군요.

4번에서 굳이 '전략 핵무기'를 강조한 것으로 봐서는 왠지 전술핵무기 보유는 계속 원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예전에 유럽지역 제국들의 핵전략에 대한 논문을 찾은 적이 있었는데 다시 찾아봐야겠네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6/15 21:03
네, 사실 NPT에서 해군핵추진이 금지되지 않도록 투쟁해 문을 열어둔 게 바로 서독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추진은 사실 기술이나 경제적으로 초기투자가 만만치 않고 거기에 정치적인 부담까지 있어서 비핵무기국 중에서는 지금껏 단 한 나라도 넘어간 적이 없죠. 누가 1번 테이프를 끊을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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