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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을 경험한 세대의 퇴장

다음은 1988년에 있었던 로버트 솔로우의 강연 일부이다.

어쨌든 나는 [대공황이 맹위를 떨치던] 1930년대에 성장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것은 1940년 1월이었다. 1930년대 브루클린에 사는 사람들은 누구나 경제학에 관심 있었다고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 급우들보다 두 살 어렸지만 어쨌든 1940년에 열여덟 살이었던 사람들은 지금 예순여섯 살이다. 조금 있으면 현역 경제학자로서 1930년대를 분명하게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은 사라질 것이다. 대공황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는 간절한 소망으로 경제학을 공부한 세대의 경제학자들은 이제 은퇴를 앞두고 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거시경제학자 중 보다 젊은 중년 학자들은 ‘경기순환’은 대체로 만족할 만한 추세를 따라가면서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 정도로만 알고 있다. 말하자면 변동 폭이 좁고, 여러 가지 요소들이 적절히 서로 맞물려 돌아가고, 정적이고, 확률적인 과정이라는 시각이다. 이러한 시각은 내가 이 분야에서 성장하면서 나에게 익숙했던 사고의 틀과는 사뭇 다르다.

지금은 아마도 그들의 생각이 맞을지 모르겠다. 나는 1988년의 눈보라가 내일 또다시 일어날까 봐 두려워 옷을 두툼하게 걸치고 돌아다니는 고리타분한 노친네로 비치고 싶지는 않다. 경기 순환의 저변에 깔려 있는 지적 문제는 그런 일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나는 대공황 같은 것이 확률적으로 자주 일어나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을 확률적으로 드문 사건으로 분류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는 자신하지 못하겠다. 나는 오히려 대공황에 확률적인 사고로 접근하는 것이 애당초 올바른 신호라는 시각에 의문을 표시하는 쪽이다. 나와 동시대인 중 많은 사람이 심각한 경기 부진을 산업 자본주의 경제에 도사리고 있으면서 아주 오랫동안 만족할 만한 경제적 평형상태를 깨뜨리는 요소를 알려주는 척도라고 해석하는 것 같다. 그런 대공황을 촉발하는 방아쇠는 내생적인 사건과 외생적인 사건의 결합이 될 수 있다. 거시경제학의 임무 중 하나는, 아마 이것이 주된 임무일지도 모르겠는데, 그런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불경기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정책을 찾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거시경제학을 평가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하지만 현대 거시경제학에 그런 가능성이 적다고 단언하는 것은 실수라는 생각이 든다.

Breit, William., Hirsch, Barry T.(Eds), Lives of the Laureates: Eighteen Nobel Economists (4th Ed.), MIT Press, 2004
(김민주 역, 『경제학의 제국을 건설한 사람들』, 미래의 창, 2004년, pp.244-246)

영감님께서는 젊은(?) 친구들이 보릿고개대공황을 기억하지 못하고 그 때문에 보다 일상적인 경기변동을 당연하게 생각하게 되는데 막연한 불안감을 피력하시는데... 그 뒤로도 다시 20년이 흘러, 결국 80년 전에 왔던 지난 번 대공황을 기억하는 사람이 거의 전무해진 다음에 된통 한 방 맞게 된 셈이라...
by sonnet | 2009/05/25 09:18 | 경제 | 트랙백 | 핑백(1) | 덧글(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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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a quarantine sta.. at 2009/06/05 08:47

... 의(혹은 그를 소개하는) 책이 몇 권 나와야 독자들을 확보해 논의가 시작될 수 있긴 하겠다만... 記. 민스키는 1919년생으로 로버트 솔로우보다 다섯 살 위다. 그도 대공황을 경험한 세대인 셈. ... more

Commented by 닥슈나이더 at 2009/05/25 09:24
헐... 저 논리가 <블랙스완>에 그대로 쓰여져 있던데......ㄷㄷㄷㄷ

나심은 경험해보지도 않은 일을 사고 실험으로 느낀것인가요... ㄷㄷㄷㄷ
Commented by sonnet at 2009/05/25 21:20
블랙스완 안 봤는데 볼만한가요? 저는 로버트 실러의 '이상과열'이 국내에서 별로 부각되지 않는 게 좀 신기하게 느껴지더군요. 이번 사태에 많은 시사점을 주는 책인데 말이지요.
Commented by 오그드루 자하드 at 2009/05/25 09:48
.....그리고 먼 미래에 우리가 '야, 우리 때는 두번째 대공황을 겪었어~ 똑바로 해 이거뚜롸~'라고 말하게 될지도? (흠많무)
Commented by sonnet at 2009/05/25 21:21
참 고전적인 패턴이지요 ^^
Commented by 지나가던이 at 2009/05/25 09:59
'어른들 말은 틀린거 없어 Vs 노인네들 얘기는 낡고 지루해' 일까요? 저런 걸 보면 참 많은 생각이..
Commented by sonnet at 2009/05/25 21:21
네, 사실 자기가 안 겪어 본 것이 겪어본 것과 같을 수는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Commented at 2009/05/25 10:1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05/27 07:05
저는 잘 모르는데, 원문을 다시 한번 확인해보겠습니다. 지적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Ya펭귄 at 2009/05/25 12:44
뭐 어차피 직접 경험한 양반들의 말조차도 편견에 사로잡힌 꼰대 취급을 하면서 안믿는 세상 아닙니까....
Commented by sonnet at 2009/05/29 01:58
세상이 원래 좀 그런 거니깐요.
Commented by 누렁별 at 2009/05/25 13:03
이제와서 중년 학자들 한테 뭘 기대하기는 좀 늦은 듯 하고, 지금 고생하는 청소년들 중에 이 난국을 타개할 경제학계의 거성이 나올 수도 있겠죠.
Commented by sonnet at 2009/05/29 01:57
저는 경제위기가 일어날 확률을 낮출 수는 있어도 없애는 건 어렵지 않나 하고 보는 쪽입니다. 근데 확률이 낮아지면 낮아질수록 본문처럼 낮은 확률에 대한 경험(면역?)을 가진 사람들은 더욱 줄어들겠죠...
Commented by paro1923 at 2009/05/25 13:16
딱히 어느 쪽이 옳고 그르다 가르기는 힘들군요.
다만 젊은이들은 자신감에, 어른들은 신중함에 더 무게를 두는 게 당연하다면 당연하니...
Commented by sonnet at 2009/05/29 01:56
그게 인간 생활의 일상적인 모습인 것 같습니다. 안 그렇기를 바라는 게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Commented by TSUNAMI at 2009/05/25 13:35
'돌고~도는~물레방아 인생~~'(펑)
Commented by sonnet at 2009/05/29 01:58
;;
Commented by 일화 at 2009/05/25 14:19
원래 저런 큰 건은 잊을만하면 한 번 씩 터지는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대체로 혹시나 하는 생각에 걱정하고 있을 때는 안오다가, 설마하고 있으면 오는 듯 하더군요. (쓰고 보니 웬지 불조심 표어 같다는 생각이...)
Commented by sonnet at 2009/05/29 01:54
네, 사실 이런 건 본질적으로 예측이 힘든 거라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마나™ at 2009/05/25 14:52
한국의 상황을 보면...
너네들은 6.25도 기억못하고 빨갱이질(노인)->유신과 전두환 폭거에 맞서 어떻게 민주주의를 만들었는지도 모르는 생각없는 놈들(386)->20대(뭥미???????)

뒤통수를 맞는 사람은 대체 누구일까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5/29 01:54
뭔가 저글링이군요...
Commented by 이네스 at 2009/05/25 21:42
헐. 돌고 도는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5/29 01:54
세상이 다 그런겁니다.
Commented by 액시움 at 2009/05/25 23:46
산전수전 다 겪고 산 어른들도 젊은 시절에는 그 전 세대의 말씀을 꼰대 취급
에헤야디야
Commented by sonnet at 2009/05/29 01:54
세상이 다 그런겁니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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