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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독감 사태: 허깨비 전염병에 대한 의사결정과정(3)
다음은 1976년의 미국 돼지독감 사태에 대한 미 보건복지교육부 보고서인 『돼지 독감 사태: 허깨비 전염병에 대한 의사결정과정』, (Neustadt, Richard E., Fineberg Harvey V., The Swine Flu Affair: Decision-Making on a Slippery Disease, U.S. Department of Health, Education, and Welfare, 1978)을 발췌 번역한 것이다. 이 보고서는 총 13장 약 100쪽 분량으로 되어 있는데 원서의 구성에 맞추어 총 13회에 걸쳐 연재할 예정이다.
여기 나오는 의학적/기술적 지식들은 30년 전인 1970년대 후반의 것으로 그 이후 벌어진 많은 발전과 발견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 아울러 번역자는 의학/미생물학 분야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으므로 번역의 신뢰성을 보증할 수 없다. 여기 등장한 기술적 사항들을 참조할 경우 반드시 최신의 학계 의견을 다시 확인하기 바란다.
이러한 부적절함에도 불구하고 이 보고서를 요약하게 된 것은 이 보고서가 주제의 특정 측면에 대해서는 그간 나온 다른 어떤 연구들보다도 상세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의료 정책 결정 과정(decision making) 측면이다. 이 사건에서 잘 훈련된 전문가 집단과 그들이 추천한 정책을 전폭적으로 밀어주었던 정치인들은 큰 낭패를 보았다. 전형적으로 선의로 출발해 당혹스러운 결과로 끝난 사례였다. 어째서 그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 보고서는 돼지독감이란 소재를 다루지만 사실은 미지의 위협에 맞서 싸웠던 조직과 조직원, 의사결정자, 그리고 의사결정과정에 대한 드라마이다. (그리고 그런 관점에서 사태를 보기 위해서는 당시 가용하던 지식의 관점에서 사건을 묘사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목차
  1. 신종 독감
  2. 센서의 결정
  3. 장관의 반응 (이 글)
  4. 쿠퍼의 지지
  5. 포드의 발표


3. 장관의 반응

센서의 각서는 3월 13일에 완성되었고 그는 그걸 갖고 워싱턴으로 갔다. 3월 15일 월요일 아침, 그는 긴급회의에서 매튜스 장관을 면담했다. 이 회의는 보건 차관 쿠퍼의 차관보 제임스 딕슨 박사가 준비한 것으로 그 자신과 메이어도 참석했다. 쿠퍼는 오래 전에 정해진 해외 일정을 지키기 위해 카이로에 가 있었다. 하지만 딕슨이 그의 대리였으며, 쿠퍼와 센서는 한 주 전에 전화로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또한 쿠퍼는 필요하다면 바로 연락될 수 있도록 백악관 통신 시설을 섭외해 놓았다)

매튜스는 작년 8월부터 장관직을 맡고 있었다. 정중하고 기품 있는 그는, 자신이 오랫동안 일해 왔던 앨러배마 대학 총장직을 떠나 (그리고 일이 끝나면 돌아갈 예정으로) 그가 거의 알지 못하는 부처를 맡기 위해 왔다. 그리고 7개월은 이런 상황을 거의 바꿔놓지 못했다. 그는 쿠퍼의 부하들에게 대부분의 일을 맡긴 채 명목상의 책임자로 남아 있었다. 게다가 매튜스는 예방 의학에 대해 깊은 공감(deep feeling)을 품어왔다고 우리에게 털어놓았지만, 그의 부하들은 그런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매튜스는 그와 자신의 부하들이 철학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한편 아랫사람들과 이야기해 본 바에 따르면, 그런 생각을 알았더라면 깜짝 놀랐을 거라는 게 부하직원들 대부분의 의견이었다.

센서를 만나기 전에 매튜스 장관은 그의 평소 참모 회의를 가졌다. 쿠퍼를 대신해서는 딕슨이 참석했다. 매튜스의 업무방식은 그의 부서 책임자들과 핵심 참모들을 돌아가며며 확인하는 것이었다. 딕슨의 차례가 돌아오자 그는 돼지 독감 문제를 센서의 각서가 묘사한 대로 “강한 가능성”으로 묘사했다. 이 회의가 끝나자 그 뒤에는 1918년의 이야기가 남았다. 그 회의의 한 참석자가 우리에게 설명한 대로 “우리는 그것이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점을 이해했다 … 하지만 우리들 중 많은 이들이 터진다면 그게 어떠한 일이 될 지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갖고 있었다…”

센서와의 회의가 이어졌다. 센서는 매튜스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그는 자신의 각서에 의존하지 않았다(누가 그러겠는가?). 그는 그 내용을 확대 부연했다. 그는 이 회의를 위해 단단히 준비를 하고 왔고 분명히 이에 대해 우려하고 있었다. 보건위생총국(PHS) 안에서 매튜스는 종종 “허깨비(phantom)”라고 불렸다. 내용도 잘 모르고, 관심도 없으며, 게다가 더 심각한 것은 백악관 예산실(OMB) 같은 핵심 부처에 대한 영향력도 없어서 너무 쉽게 퇴짜를 맞는다는 것이었다. 센서는 예산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었으며, 이미 여러 해 동안 그랬다. 포드의 예산실장이던 제임스 린을 위시해, 닉슨 대통령이 데려온 신 연방주의자들은 각 주가 재량껏 쓸 수 있는 자금을 배정하고 민간 의료계에 최대한으로 의존하는 방법을 선호했다. CDC는 결과를 보장하려면 재량자금을 제한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또한 CDC는 항목별 교부금으로 꾸려가고 있었고, 그것을 더 많이 바랬다. 공화당 행정부 하에서 백악관 예산실과 공중위생총국의 기획 참모들은 모두 새로운 지출을 보류하고 기존 예산을 삭감하려고 생각해왔다. 그들 생각에는 CDC를 통한 프로젝트 예산이 아니라, 주와 메디케어, 메디케이드와의 비용 분담이 가야 할 방향이었다.

센서의 각서는 그의 우려사항을 표현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우리가 중복예산, 제3자 변상, 연방-주 혹은 공공-민간 관계나 책임에 대한 평소의 고려사항들에 따른 통상적인 고려의 결과로 발생하는 관료적이고 프로그램에 입각한 경직성을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이 과제의 어려움은 우리 보건복지교육부가 이 문제에 대해 성공 가능성이 없는 길을 받아들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비상한 대책을 추진하는 방안 중에서 택일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다른 사람들이 우리에게 말해준 것에 따르면 센서는 매튜스를 자신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강하게 밀어붙였다. 그는 자기 자신의 메시지가 띄고 있는 진정한 위력을 과소평가 했든지 매튜스를 과대평가했든지 혹은 양쪽 모두였던 것이 분명했다. 딕슨은 이렇게 기억한다.

나는 그 문제를 매튜스에게 가져갔다. … 그가 내게 물었다. “확률이 얼마나 되오?” 나는 “미지수”라고 답했다. 내가 그 이야기를 하면서 매튜스의 얼굴을 보았더니 이 결정이 승인될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매튜스 자신도 이에 동의하면서, 우리에게 이렇게 말해주었다.

내가 센서와 딕슨으로부터 보고를 받았을 때, 나는 ‘정치적 시스템’은 모종의 대응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들이 과학계의 컨센서스와는 동떨어진 게(인플루엔자 분야의 소수파) 아닌 이상, 다른 방안이 있을 리 없었다. 그들은 그렇지 않았다 - 설령 그들 중 일부가 나중에 말을 돌렸을지는 몰라도. 그러므로 그것은 불가피했다….
1918년이 재래할 가능성이 제기되자 … 누구나 가능성은 제로보다는 크다고 가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미지수”라고 말했다면, 그건 적어도 그들이 말을 해야 될 정도는 된다는 소리였다. 게다가 이번에는 적시에 알게 되었다면 행동을 취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여러분도 나중에 유권자들 앞에 서서 음 그러니까 확률이 너무 낮아서 우리는 행동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겨우 2~5 퍼센트 정도였거든요. 다들 아시겠지만 왜 그런데 공금을 써야 하겠습니까 라고 말할 순 없을 것이다. 우리의 ‘정치 시스템’은 그렇게 동작할 수도 없고 아마 동작할 수도 없을 것이다. … 그러니 다시 한 번 말해서, 이는 불가피한 결정이었다.


게다가 매튜스는 위험성을 젖혀 놓고서라도 그 취지를 지지했다고 회고한다. 그의 관점에 따르면 센서는 틀릴 수도 있었지만, 주와 민간 의료계에게 의존하는 것을 선호하는 행정부의 견해는 예방접종 프로그램을 신뢰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이는 매튜스가 선호하는 바였으며, 그는 그 위험이 훨씬 멀리 있다손 치더라도 그러한 독감 프로그램을 추가로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딕슨은 매튜스의 반응에 대해 그 이상의 것이 있었다고 회고한다.

… 정치적으로도 안 된다고 말할 수 없지만, 그 이상의 무엇이 있었다. 그 “미지수”란 것은 [매튜스에게] 인본적인 관점에서의 위험 … 생명 …을 전하고 있었다. 그것은 그에게 허술하게 다룰 수 있는 것으로는 느껴지지 않았다.


메이어는 보고 듣기만 하면서 끝까지 별다른 역할을 맡지 않았다. 이는 소극성이 아니라 신중함이었다. 그는 센서가 “반강매(hard sell)”에 나서는 것을 보면서 다소 불편함을 느꼈지만, 전에 장관을 만난 적이 없었기에 이런 경우에 나서야할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 문제와 결론을 장관에게 밀어붙이는 센서의 그 단호함과 확고함에 불편함을 느꼈다. 하지만 장관과 면식이 없는 상태에서, 논조를 놓고 센서와 논쟁을 벌이는 것은 망설여질 수밖에 없었다.


메이어는 두 가지 점을 지적했다고 회상했다.

첫째는 대유행 도래의 불확실성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경우 일어남직한 반응에 대한 것이었다. “모든 사람이 … 그 일에 말려들게 됩니다” 둘째는 합당한 기준에 비추어 충분한 백신을 확실히 제조할 수 있겠는지를 우려한 장관의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서 “엄청난 과업”이지만 가능은 하다는 답변이었다.

이 회의는 그런 분위기로 끝났다.

그 직후, 혹은 조금 후에 매튜스는 우연히 갓 나온 어떤 신간에 대한 이야길 듣게 되었다. 알프레드 크로스비가 쓴 『독감의 유행과 평화, 1918』(Epidemic and Peace, 1918)란 책이었다. 매튜스는 즉각 여러 부를 사서 그걸 보건복지교육부, 예산부처, 백악관의 간부들에게 돌렸다. 장관은 포드 대통령에게도 한 부 보냈다.

3월 15일 오전 좀 늦게, 매튜스 장관은 (백악관) 예산실장 린에게 각서를 보냈다.

이번 가을에 대규모 독감 유행이 벌어질 것이라는 근거가 있습니다. 징후에 따르면, 가장 위험했던 유형의 독감이었던 1918년 독감 바이러스가 돌아올 것이라는 것입니다. 1918년에 50만 명이 죽었습니다. 이를 오늘날에 대입해보면 이 바이러스는 1976년에 1백만 명을 죽게 만들 것입니다.
이에 대해 적절한 보호를 제공하려면, 전 국민 예방접종을 위해 요구되는 약 2억 명 분의 백신을 준비할 시간을 갖기 위해, 업계는 지금 지침을 받아야만 합니다. 이 결정은 다음 주 쯤에는 이루어져야 합니다. (의회로부터) 추가적인 예산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 문제에 관한 제안을 준비해야 합니다.


닷새 전에 열렸던 ACIP 회의 이후에 벌어진 이런 강화과정에 주목하기 바란다. 사태 발생을 예견하던 킬본을 예외로 하면, 다른 위원들은 자신들이 머릿속에 2~20 퍼센트 정도의 유행 확률을 예상했다고 우리에게 말했다. 이는 49:1에서 4:1 정도의 비율이다. 1918년과 맞먹는 강도로 유행할 것이라고 명시적으로 말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킬본은 상대적으로 약한(mild) 어떤 것을 예상했다. 다른 사람들은 전염성과 위중도를 각각 별도로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2%의 2%가 되면 대단히 작은 숫자가 나오기 마련이다. 센서의 각서는 (거의 알아채지 못한 채) 이런 낮은 확률을 1918년과 “항원적으로 관련이 있는” 대유행의 “강한 가능성”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는 유행(spread)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위중도(severity)를 암시했지만, 정작 그 어디서도 직접 그렇게 말한 곳은 없었다. 월요일 회의를 마친 다음, 매튜스 장관은 이제 유행가능성과 위중도를 한데 묶어 가능성에서 확실성으로 바꾸어놓았다. “…벌어질 것”이며 인구가 두 배가 되었으니까 50년 전의 사망자 수도 두 배가 될 것으로 추산했다. 센서의 보고가 그를 그렇게 몰아갔는가? 아니면 그가 그냥 그 문제를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인가? 이도 저도 아니면 그가 자신의 상대역인 예산실장에게 깊은 인상을 주기 위해서 그랬는가? 아마도 모두 어느 정도씩은 관계가 있었을 것이다.
by sonnet | 2009/05/11 11:22 | 정치 | 트랙백 | 핑백(4)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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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의사결정과정에 대한 드라마이다. (그리고 그런 관점에서 사태를 보기 위해서는 당시 가용하던 지식의 관점에서 사건을 묘사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목차신종 독감센서의 결정장관의 반응쿠퍼의 지지 4. 쿠퍼의 지지 (백악관 예산실장) 린은 이 문제에 대해 이미 좀 들은 바가 있었다. 그의 부실장인 폴 오닐도 그랬다. 오닐은 존슨 대통령 시절 백악관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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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행인1 at 2009/05/11 11:38
이렇게 일이 커지는 군요....

애초의 논의와 센서의 각서와 메튜스의 각서는 같은 문제를 다루는게 맞나 싶을정도이니 참...
Commented by sonnet at 2009/05/11 11:41
배가 산으로 가고 있지요... 이제 시작입니다.
Commented by 하이버니안 at 2009/05/11 17:14
이, 이제 시작입니까?
OTL
Commented by sonnet at 2009/05/12 13:44
네, 이제 시작입니다.;;
Commented by 일화 at 2009/05/11 14:12
과학자(전문가)의 글을 비과학자(전문가)가 요약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 수 있는가에 대한 좋은 예시로군요. 사실 일반인들에게는 확률이라는 건 별 의미가 없는 것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얘기입니다만...
Commented by sonnet at 2009/05/12 13:45
예. 여기서 볼 수 있는 논리나 그 반응은 사실 너무 평이한 것들이어서 우리 주위에서도 계속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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