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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들의 누워서 침 뱉기
닭들의 누워서 침 뱉기(The chickens have come home to roost)
* 필자: 로버트 로렌스, 하버드 케네디 행정대학원 국제무역투자론 교수
* 출처: Dani Rodrik's weblog
* 일자: 2009년 5월 5일

우리가 빅3를 승용차 회사라고 부르지만 그들은 기본적으로 트럭을 만드는데 특화되어 있다. 그 덕분에 고유가 때문에 시장이 하이브리드와 더 연비가 좋은 차 쪽으로 옮겨가게 되자, 이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되었다.

휘발유 값이 갤런 당 1.5~2달러 정도밖에 안할 때는 미국인들이 SUV, 미니밴, 소형 트럭등을 선호했다는 것이 한 가지 이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것은 미국 정부가 25% 관세를 통해 국내시장을 보호했기 때문에 트럭과 밴의 수익성이 훨씬 높았다는 점이다. 반면 보통 자동차의 관세는 2.5% 밖에 안 되며, 미국 수입 관세 평균도 그보다 1% 높은 데 불과하다. 트럭을 조립하는데 사용되는 원자재 대부분은 25%처럼 높은 관세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의 수입관세 평균은 3.5%밖에 안 됨- 이 정책 같이 효과적인 보호와 (암묵적) 보조금은 엄청난 것이었다.

그러니 일본 업체들이 미국에 현지공장을 짓자마자 트럭 조립라인을 깐 것도, 자동차 업체들이 SUV에 문을 세 개 달아 밴으로 처리한 것도, 디트로이트가 궁극적으로 한국에서 조립된 트럭이 미국 시장에 관세 없이 들어올 수 있게 만들 한미 FTA에 그렇게 거칠게 반대하는 것도 전혀 놀랍지 않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트럭을 이렇게 유별나게 다루었는가? 다음에 설명할 역사상의 우연한 한 사건은 그 정책을 정당화해주는 온당한 설명이 없을 경우에도 정부가 특혜를 철폐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보여준다.

이 모든 일은 오래 전에 잊혀져 버린 1960년대의 닭 전쟁에서 시작된다. 유럽공동시장이 창설될 때, 이들은 미국 양계업자들이 유럽 시장에 접근하는 것을 거부했다. 이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는 데 끝내 실패하자, 미국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당시 미국에서 신나게 팔리고 있던 서독의 폴크스바겐 콤비 버스를 겨냥해 트럭에 25%의 보복관세를 매겼다.

당시 국제무역규칙(GATT)에 따르면 차별적인 보복이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 관세는 전 세계에서 수입되는 모든 트럭 유형의 차량에 매겨졌고, 그 뒤로도 끝내 없어지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자 독일은 이런 차량을 더 이상 만들지 않게 되었고, 오늘날 관세를 내고 수입되는 대부분의 트럭은 아시아로부터 들어온다. 이 관세는 고품질 승용차를 만드는 대신 트럭과 트럭 비슷한 차량들을 만드는 쪽으로 나아가는 나쁜 버릇을 심어주었다. 그런데 바로 그 차량들이 갑자기 냉대를 받게 된 것이다.

만약 의회가 빅3가 왜 그렇게 경쟁력이 없어졌는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다면, 의회는 우선 자신들이 오랫동안 빅3에게 제공했던 위장된 보조금을 직시해야 한다. 이 보조금은 정말 오랫동안 -거의 47년- 계속되었다. 그러니 이런 사태를 보고 있으면 닭들이 누워서 뱉은 침이 드디어 이마에 맞았다는 생각이 든다.
by sonnet | 2009/05/09 21:38 | 경제 | 트랙백 | 덧글(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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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카군 at 2009/05/09 21:55
아니. 미국 자동차사들의 트럭 모에가 저렇게 시작된 거였습니까? 무슨 자국 차량 보호도 아니라 닭 문제로 매긴 관세서 시작된 거라니...거 참.

ps. 확실히 그 시절 폴크스바겐 콤비/비틀 콤비(...)가 팔리던걸 생각하면 납득이야 가지만...정말이지 별 큰 생각 없이 매긴 관세가 경제를 바꾸었군요ㅋㅋㅋ
Commented by sonnet at 2009/05/10 11:34
반 세기 동안이나 트럭에 보호관세를 매긴 게, 거의 우연히 (그 순간에 마침 적당해서) 선택되었다는 건 정말 웃지 못할 일인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漁夫 at 2009/05/09 22:05
미국도 닭본위제였군요.

참고; http://sonnet.egloos.com/4102289
Commented by sonnet at 2009/05/10 11:31
역시 닭님은 진리인가 봅니다;;
Commented by oldman at 2009/05/09 22:06
닭 전쟁도 어떠한 의미에서 'forgotten war'인 셈이군요.
저렇게 후폭풍이 되어 자신들에게 그 여파가 돌아올줄은 몰랐었겠지만서도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5/10 11:32
저걸 누가 알았겠습니까. 사실 저런 건 규제일몰제가 필요한 전형적인 사례였지 않나 싶습니다.
Commented by 지나가던이 at 2009/05/09 22:19
47년간 전혀 손을 안봤단 말이군요. 미국이 자유무역을 추구하는 나라 맞는지 의심이 갈 지경.. 오래된 일이라 다른 사안들에 가려서 잘 안보였겠지만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5/10 11:36
저자의 생각은 한 번 보호관세를 주자 그게 자동차 업계의 특수이익 옹호에 사로잡혀서(capture) 헤어날 수 없게 되었다는 게 아닐까 합니다. 저렇게 달콤한 맛을 한 번 보면 로비도 하고 뭐도 하고 별 짓을 다 했겠지요.
Commented by sprinter at 2009/05/09 22:21
보호무역과 관세로 인해서 국내 산업이 어떻게 피폐화 되는지 - 경쟁을 너무 안하게 됨으로서 -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군요.-_-;;; 쩝.-_-;;;
Commented by sonnet at 2009/05/10 17:40
그렇죠. 보통 인정되는 일시적인 충격을 위한 보호하고도 거리가 멀고, 전략적 무역론도 아니고, 그냥 어영부영 꿀단지 빨기의 결과죠.
Commented by 갈매기 at 2009/05/09 22:25
치킨 택스로군요. 정태인이 뭐 현대가 무슨 픽업트럭을 만들겠냐 어쩌구저쩌구 할 때 들은 기억이 납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05/10 17:41
넵.
Commented by kbs-tv at 2009/05/09 22:40
오.. 미국에 왜그리 트럭이 많나 했더니..
Commented by sonnet at 2009/05/10 17:45
어찌 보면 좀 어이없는 이유이기도...
Commented by paro1923 at 2009/05/09 23:53
이건 뭐 '나비 효과'도 아니고... 하긴, 30여 년의 시간을 거쳐 돌아온 부메랑이니
어지간하면 던져놓고 잊기 쉽상이긴 하지만...
Commented by sonnet at 2009/05/10 11:18
네. 원인과 결과가 저 정도 떨어져 있으면 사실...
Commented by 계원필경&VDML at 2009/05/10 00:38
닭 때문에 미국 경제가 흔들리게 되다니... 좀 어이가 산으로 가버리게 되는 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5/10 11:17
아니 꼭 그정도까진 아니지만요. 사실 굳이 말하자면 집때문이지 닭때문이라고는.
Commented by rururara at 2009/05/10 00:42
제목을 묘하게 지었군요. 로버트 로렌스님의 문학점수(?)가 좋을 것 같아요.-_-
Commented by sonnet at 2009/05/10 11:17
저도 동감입니다.
Commented by 일화 at 2009/05/10 01:29
역시 역사적인 이유가 있었군요. 제도를 시의적절하게 고친다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보여주는 예네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5/10 11:39
그렇습니다.
Commented by umberto at 2009/05/10 04:00
로렌스 교수의 지적도 일정부분 일리는 있을 것 같습니다만, 미국 자동차산업의 몰락의 중요 원인이 그거 하나 겠습니까? 중요한 지적이긴 한데, 이런 한 두가지에만 촛점을 맞춰 버리면 정작 다른 중요한 요인들을 많이 놓치겠죠.
Commented by 누렁별 at 2009/05/10 10:57
또다른 중요 원인이 뭐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예를 들면 석유파동이 끝난 후 연비 절감 노력의 포기 등이 있을텐데요. 물론 어떤 요인이 어느 정도 영향을 줬을지는 그 쪽 연구하시는 분들이 이미 파고 계실 듯도 합니다만.
Commented by sonnet at 2009/05/10 11:15
`네. 맞는 말씀입니다. 노조 문제도 있고, 제품개발을 등한시한 점도 있고,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요. 이 글의 필자도 다른 이유들을 배제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사실 이 글은 빅3를 두들긴다기 보다도 자동차 업계의 특수이익 추구에 포획된 정부와 이를 방치한 의회를 비판하는 것이죠. 의회가 꼭 남 말 하듯이 자동차 업계를 비난하고 있는데 사실 거슬러 올라가보면 너희가 그런 씨앗을 뿌리고 반세기 동안이나 방치한 탓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
Commented by umberto at 2009/05/11 02:00
누렁별/보충을 조금 하죠. 미국차에 대한 악평이 많습니다만, 미국 고속도로에서는 미국차가 가장 편하다고 하더군요. 마치 아우토반에서 독일차가 가장 편하듯이. 기차를 비롯한 공공교통망이 취약하고 넓은 국토에 직선도로 위주로 건설이 되다 보니 미국에서는 대형차, 고배기량, 물렁한 서스펜션이 유리했다고 하죠. (끝도 없는 고속도로, 더구나 직선의 고속도로에서는 대형차에 기름 많이 먹으면서 힘은 좋은 고배기량에 코너링할 이유도 없으니 물렁한 서스펜션이 승차감이 좋죠.) 그런데 미국회사들이 너무 미국 취향에만 맞추다 보니 소형차, 고연비, 날렵한 코너링 같은 부분에서 엄청나게 불리했다고 합니다. 유럽차나 일본차가 도로 특성상 소형차에 고연비를 추구할 때 미국차는 관심도 없었죠. 그렇다고 독일차처럼 엔진의 마력, 토크에 투자를 한 것도 아니고 서스펜션을 딱딱하게 만들어서 코너링을 좋게 만든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본차처럼 조립품질이 좋았던 것도 아니고. 이건 노조에게도 잘못이 있죠. 연봉은 많이 받으면서 일은 대충대충. 높은 고장률 때문에 일본차가 파고들 틈을 줬으니 말이죠. 그렇다고 차세대 동력을 개발한 것도 아니죠. 일본은 하이브리드, 유럽은 디젤, 수소엔진을 내놨는데 미국은 딱히...... 8, 90년대에 suv로 한참 돈벌때 유럽 유명브랜드-재규어, 랜드로버, 사브, 볼보 등을 사들였지만 뭐하나 제대로 살려놓은 게 없죠. 롤스로이스나 벤틀리를 잘 살려놓은 독일회사들고 너무나 비교되지 않습니까?

단순하게 말하자면 눈앞의 이익에만 눈이 멀었던 경영진과 무능한 노동자들의 합작으로 이뤄낸 결과가 아닐까 합니다. 뭐 본문에 나온 닭짓도 넓게 보자면 국내 시장에만 안주한 경영진의 단견 안에 들어가겠네요.
Commented by 혈견화 at 2009/05/10 04:35
이런 닭대가리들. 그런데 지금 수익이 확실하게 나는데 다가올 미래가 불안하여 수익 안나는 일에 투자하기가 힘든것도 맞는 말이긴 해요. 하지만 그러면 나중에 조류독감 돌아서 전멸한 닭들처럼 다 죽게 되죠. 그래서 회사에 닭보다 지능이 높은 놈들이 필요한건데.
Commented by sonnet at 2009/05/10 11:26
사실 미국 자동차 업계는 핵심역량을 배양하는 데 너무 소홀했던 감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모래구덩이에 머리를 박는 타조 같은 행동이 적지 않구요. 사실 다임러가 들어가서도 못 고친 걸 피아트를 믿어본다는 생각도 그렇고... 몇 년 전에 GM이 먹으려다 포기하고 위약금 물어준 피아트...
Commented by 스카이호크 at 2009/05/10 08:15
역시 닭알을 한 바구니에 담으면 곤란한 것이었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5/10 11:38
하하, 맞는 말씀입니다. 그래도 그나마 포드가 좀 낫다고 하지 않습니까.
Commented by 누렁별 at 2009/05/10 10:48
어이없는 경로의존성의 예군요 -_-;
Commented by sonnet at 2009/05/10 11:38
그렇죠. 이 경우 초기 선택은 그야말로 랜덤이라고밖에.
Commented by 이네스 at 2009/05/10 11:32
보호무역과 관세는 역시 과하면 골병들게 만드는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5/10 11:37
사실 이런 게 전략적 무역론을 비판하는(혹은 회의적이게 만드는) 중요한 근거이기도 합니다.
Commented by 행인1 at 2009/05/10 16:11
아아, 파고들어가보니 이런 사연이 있었을 줄이야....
Commented by sonnet at 2009/05/10 17:45
하하.
Commented by categoriae at 2009/05/10 18:29
무기산업은 어떨까요? 록히드 마틴이나 보잉은 안전할까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5/10 22:19
사실 무기는 기본적으로 자유무역하는 아이템이 아니라서 저런 식으로 생각하긴 힘든 것 같습니다. 최고의 제품이라서 오히려 못 팔게 된 F-22 같은 것도 있고 말이죠. 외교적 관계, 세력균형적 고려를 다 넣은 정부의 승인이 늘 필요하니...
Commented by gforce at 2009/05/10 21:12
오오, 역시 승리의 path dependence...
Commented by sonnet at 2009/05/10 22:19
capture!
Commented by 라피에사쥬 at 2009/05/10 23:13
과연 '마침 적당하게 찾아온 호기'는 언제든 자기 목을 죄어올 수도 있는 것이군요 -_-;;(대충 살면 안될듯?)
Commented by sonnet at 2009/06/01 09:57
사실 돈놀이만 하면서 너무 안주한 느낌이...
Commented by 하얀까마귀 at 2009/05/10 23:57
누워서 침뱉기라.. 적절한 의역이군요 :)
Commented by sonnet at 2009/06/01 09:56
감사합니다.
Commented at 2009/06/01 04:0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06/01 09:56
에휴.. 요즘 대학들도 굴리던 기금이 작살이 나서 아주 죽을 맛인가 보더군요.
Commented by 질럿 at 2015/06/24 02:02
미국 공영방송(NPR)에서 이 치킨 택스에 대한 에피소드를 다뤘습니다.
http://n.pr/1RtxRcp
http://bit.ly/1IwM3wH
Commented by eigen at 2015/08/02 10:30
그 정책을 정당화해주는 온당한 설명이 없을 경우에도 정부가 특혜를 철폐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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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노인 공짜 지하철 생각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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