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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 최선희
1. 다음은 중국이 주최한 중국-미국-북한 3자회담 만찬 석상(2003년 4월 24일)에서 벌어진 북한의 핵보유 통고 사건에 대한 묘사이다. 이 글을 잘 보면 재미있는 인물이 눈에 띈다.

(미국이 주의깊게 회피해서) 만찬장에서 북·미 양자 협의를 주선하려고 했던 중국의 트릭은 불발로 끝났다. 식사가 끝났을 때 옆 테이블에서 어께 너머로 이근을 바라보고 있던 통역 최선희가 이근에게 매서운 시선을 보냈다. 이근은 할 말이 있다고 하면서 켈리를 붙잡았다. 주최 측과 손님이 거의 만찬장 밖으로 나간 것을 지켜본 뒤에 이근은 켈리에게 영어로 말했다.
“북한은 핵무기를 갖고 있다. 이를 물리적으로 보여 주는 것, 국외로 이전하는 것도 가능하다.” 켈리는 미측의 통역 통 킴(한국명 김동현)을 시켜 이근에게 방금 말한 것을 다시 한번 한국어로 반복할 것을 요구했다. 이근은 이번에는 한국어로 했다. 그것을 최선희가 통역했다. “미국은 알고 있는가. 우리는 핵 능력을 갖고 있다. 그것을 물리적으로 보여 주는 것도, 국외로 이전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렇게 할 것인지 말 것인지는 어디까지나 미국의 행동에 달렸다.” “우리는 1994년에 이미 핵무기를 갖고 있다는 것을 미국에 명확히 했다. 미국은 거기에 보다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북한이 미국에 ‘핵 보유’를 선언한 것이다. (p.469)

일전에도 지적한 바 있지만, 북한 협상단은 전형적인 소련식으로 "대표를 감시하는 사람이 있고, 그를 감시하는 사람이 또 있고" 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리고 이 최선희라는 통역은 통역은 간판이고 본업은 (중앙의 신뢰가 두터운) 감시역인 것이 거의 확실하다.



2. 또 다른 사례를 보자. 2002년 10월 4일, 평양을 방문했던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북한 외무성의 강석주 제1부상으로부터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HEU) 계획을 갖고 있다는 "그럼 어쩔래?" 풍의 시인을 듣고 돌아오게 된다. 제2차 북핵위기가 발발하는 순간이었다.

강석주는 고농축 우라늄(HEU)에 대해 언급했다.
“우리가 HEU 계획을 갖고 있는 게 뭐가 나쁘다는 건가. 우리는 HEU 계획을 추진할 권리가 있고, 그보다 더 강력한 무기도 만들게 돼 있다.”
켈리는 눈앞의 메모지에 무엇인가를 서둘러 적고는 그것을 옆 자리에 있던 찰스 잭 프리처드 대북 협상 담당 특사에게 건했다.
“들었지? 방금 이야기, 틀림없이 말했지?”
강석주는 자기 쪽에서 먼저 HEU에 대해 언급했다. 이 대목에서 켈리가 끼어들었다.
“방금 말한 것에 대해 우리가 오해하면 안 된다. 지금 발언을 한 번 더 되풀이해 달라.”
강석주는 계속했다.
“부시 정권이 이처럼 우리들에 대해 적대시 정책을 취하는 이상 우리가 HEU 계획을 추진한다 해서 무엇이 나쁜가. 그것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에 대한 억지력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p.149)


당시 미국 측 참석자들은 이 발언이 너무도 중요했기 때문에 당시 한국어를 할 줄 아는 관계자 전원의 합의 하에 본국에 보고했다고 전한다.

켈리 일행은 (영국)대사관에 방 한 칸을 얻었다. 거기서 통역을 포함해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세 사람이 작성한 메모를 서로 대조하고, 그것을 북한 측 통역의 영어 번역을 기록한 메모와 맞춰 보면서 전보를 작성했다. 그리고 비밀 장치가 걸린 통신 회선을 통해 워싱턴으로 보냈다. (p.153)

8명의 대표단 중 5명은 한국말을 못 했고, … 우리는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사람(그 중 하나는 미국 대통령의 통역이었다)들을 별도로 모아 북한 통역이 영어로 말한 것 말고 강석주 제1부상이 한국말로 말한 것을 그들이 기억나는 대로 정리하게 했다. 세 사람은 합의에 이를 수 있었고, 강석주의 말을 정확하게 반영한 문서를 만들었다. ([Pritchard] p.78)


그런데 이 때 북한 측 통역 또한 최선희였다.

강석주의 발언은 북한 측 통역인 최선희가 영어로 옮겼다. 켈리의 발언은 미국 측 통역인 통 킴이 한국어로 번역했다. (p.163)

이 고농축 우라늄 보유 시인 발언은 그 이후 북한이 말을 얼버무리며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물러섰기 때문에 (북한에 호의적인) 일각에서는 미국측 통역의 실수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단순한 통역의 실수였다면 이 때 대미관계를 파탄에 빠트린 단순 통역이 목이 붙어서 그 다음 해의 3자회담에 버젓히 통역으로 다시 나타날 수 있을 리가 없다. 이 발언은 잘 조율된 발언이라고 보아야 한다.



3. 최선희는 제1차 북핵위기(1994년) 당시에도 대미협상에 참가했기 때문에 북한의 대미협상팀의 베테랑이다. 그러나 그에 대해서는 다른 기묘한 이야기들도 전해진다.

최선희는 북·미 교섭에 관여해 온 미국 측 담당자들 사이에서는 명물로 알려졌다. 프리처드는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그의 교섭 상대가 김계관이었을 때 최선희가 미국 측 통역의 번역에 대해 “틀렸다, 틀렸다”며 고개를 저었다. 행동 자체도 이상했지만 그녀는 “이런 곳에서 바보처럼 일할 수 없다”는 듯이 도중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 버렸다. 하지만 김계관은 아무 말도 않고 그녀가 하는 대로 내버려 뒀다. 남은 시간 북한 측은 미국 측 통역에 의지하게 됐다.
그녀는 그 후의 6자회담에서는 북한 대표단 ‘외무성 연구원’이란 직함으로 출석했다. 통역이지만 다른 나라의 통역과는 일절 대화하지 않았다. 자신을 통역이라고 간주하지 않는 듯했다. (p.163)

이 정도면 이 여자가 감시역이고 중앙의 신뢰도 두터울 거라는 것은 분명하지 않은가 싶다.



출처:
船橋洋一, 『ザ·ペニンシュラ·クエスチョン 朝鮮半島第二次核危機』, 朝日新聞社, 2006
(오영환 외 역, 『김정일 최후의 도박』, 서울:중앙일보시사미디어, 2007)

Pritchard, Charles L., Failed Diplomacy: The Tragic Story of How North Korea Got the Bomb, Brookings Institution Press, 2007
(김연철, 서보혁 역, 『실패한 외교: 부시, 네오콘 그리고 북핵위기』, 사계절, 2008)
by sonnet | 2009/04/25 22:47 | 정치 | 트랙백 | 핑백(1) | 덧글(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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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사바욘의_단_울휀스 at 2009/04/25 22:51
감시역이 그자리를 박차고 나간다는것은 좀 의아한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4/25 23:00
그렇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저 여자가 로열패밀리나 뭐 그런 것이 아닐까 추측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감시역이야 그 말고도 또 있었겠죠. 하여간 저 상황은 김계관(현 북한의 6자회담 대표)도 최선희를 전연 컨트롤할 수 없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Commented by 김우측 at 2009/04/25 23:07
음. 저도 예전에 통역일을 할 때 저렇게 자리를 박차고 나갈 것을 그랬습니다. 껄껄껄. 정말로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은 경우는 엄청 많았는데 말이죠. (젝일!)
Commented by sonnet at 2009/04/27 08:41
푸하하. 그러고 보면 노태우 때 대통령 통역 하나가 자리를 박차고 나가서 문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Commented by nishi at 2009/04/25 23:10
Commented by sonnet at 2009/04/27 08:46
아, 그런가요? 저는 사실 사진을 본 적이 없어 잘 모르겠습니다.
Commented by erte at 2009/04/25 23:36
상당히 재미난 이야기군요. 외교에서 공식입장이라는게 어떻게 나오게 되는건지 보여주는 것도 있어, 그쪽에 전혀 문외한인 저같은 사람은 그런 단면도 흥미진진하네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4/27 08:47
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Commented at 2009/04/26 01:0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04/27 08:45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구요. 폐쇄사회에 대한 분석이란 건 다른 것도 이것과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Commented by 하이버니안 at 2009/04/26 08:44
이거 어디에서 많이 들은 이야기 같기도 한데 말입니다.

“과거 소련이 서방에 보낸 무역 대표단 같았다. 대표를 감시하는 사람이 있고, 그를 감시하는 사람이 또 있고…”
Commented by sonnet at 2009/04/27 08:38
네, 예전에 여기서 한 번 소개했었던 리처드 아미티지의 표현이지요.
Commented by Ciel at 2009/04/26 10:32
북한에서 영어를 공부할 수 있는 입장이라는거 자체가 이미 보통 신분이 아니라는 이야기 아닌가요...ㅋㅋㅋ
Commented by sonnet at 2009/04/27 08:39
그러고 보면 최선희는 "love story"를 보면서 영어공부를 했다고 미국측 카운터파트에게 이야길 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Commented by 바보이반 at 2009/04/26 10:48
대표를 쥐고 흔드는 통역이라, 장군님의 오달리스크 중 한명인가...
Commented by sonnet at 2009/04/27 08:40
쥐고 흔든다까지는 잘 모르겠고, 정치위원들이 흔히 그렇듯이 중앙에 보고할 수 있는 별도 경로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Commented by 少雪緣 at 2009/04/26 14:11
왠지 흔해빠진 반전물 같기도 하네요...쏘우2라던가...암튼 '범인은 엑스트라'라는 반전물치고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 없었다는것 정도가 위안이...(에에?)
Commented by sonnet at 2009/04/27 08:48
하하.
Commented at 2009/04/26 15:1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04/27 08:48
아니, 그런 뜻은 아니구요. 저 사람도 자기 마음대로 협상할 권한은 없을 겁니다.
Commented by bluekid at 2009/04/26 15:20
우리나라의 경우 관의 '높은 사람들'의 수행통역은 전문통역사가 아니라 외교관 집안 출신의 그런 격식에 익숙한 사람들이 대부분 하고 있다고 들은적이 있는데 그와 비슷한 걸지도..
Commented by vicious at 2009/04/26 15:29
"식사가 끝났을 때 옆 테이블에서 어께 너머로 이근을 바라보고 있던 통역 최선희가 이근에게 매서운 시선을 보냈다. 이근은 할 말이 있다고 하면서 켈리를 붙잡았다."

아.... 저 쪽 세상은 제 상식으로 이해하기 곤란합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04/27 08:49
아마 북한측은 나름대로의 시나리오가 있었을 겁니다. 시나리오가 엇나가는 듯 하자...
Commented by paro1923 at 2009/04/26 20:21
오히려 협상대표 쪽이 '얼굴마담'이고 저 쪽이 '실세'같은 인상마저 주는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4/27 08:50
이근이 평소의 북한 대표보다 직급이 낮은 점도 관계될지도요.
Commented by 행인1 at 2009/04/26 20:32
'실세'통역이로군요.-_-;;

그나저나 최선희 '연구원'은 지금도 협상 테이블에 나오는지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4/27 08:52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계속 나오지 않을까요.
Commented by 일화 at 2009/04/26 21:49
재미있는 일화네요. 실제로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 까지 알 수 있다면 더 재미있을 텐데 말입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04/27 08:51
그렇죠. 그런데 우리는 단편적인 증거만 갖고 추측하는 거니까, 저쪽에서 증거를 더 흘리기 전에는 뭐라고 말할 도리가 없지요.
Commented by dd at 2009/04/28 08:55
Commented by nayuta at 2011/07/25 15:55
북한 외무성의 미국국(局) 부국장이 됬다는군요
http://joongang.joinsmsn.com/article/166/5845166.html?ctg=1004&cloc=joongang|home|newslist1
Commented by 지나가다 at 2011/07/27 08:32
아버지가 북한 검찰총장인가 그렇다고 하는데 입양된 딸이라는 소문도 들엇습니다. 성격도 더럽고, 늘 명품 가방을 들고 다닌다고 합니다.
Commented by 슬픈이야기 at 2015/10/21 19:44
최선희 부국장 입양된 딸 맞습니다~!!!! 언론기사에서도 사실로 밝혀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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