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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가자 지구를 침공(2008.12.27~2009.1.18)


작년 하반기 들어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세계경제위기 때문에 조금 빛이 바랜 감은 있지만, 세계의 불안정한 안보 상황은 이번 연말연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 중에서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팔레스타인 무장정당 하마스와 이스라엘 사이에 벌어진 23일간의 혈투였다. 지난 12월 27일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 대한 이스라엘 공군의 기습적인 공습으로 시작되어 1월 18일까지 계속된 이 전쟁은 이스라엘 측의 사망자 13명에 대해 팔레스타인 측의 사망자는 100배인 1,300명 선에 달해 일방적인 학살과 파괴로 끝났다는 인상을 주었다. 이 인상은 얼마나 정확한 것이었을까?


제2차 레바논 전쟁과 초조한 이스라엘

2006년 여름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정당 히즈불라 간에 벌어졌던 제2차 레바논 전쟁의 결과는 중동 전역에 깊은 파문을 일으켰다. 이스라엘은 이 전쟁에 뛰어들면서 월등한 공군력으로 단시간에 히즈불라의 전력을 분쇄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했으나, 그러한 기대는 무참히 깨어졌다. 레바논 전역이 폭격으로 큰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히즈불라는 34일간 끈질기게 저항했으며, 이스라엘은 종전 시점까지도 자국의 인구밀집지역을 향해 떨어지는 로켓 공격을 중단시키지 못했다.

이 전쟁에는 몇 가지 교훈이 있었다. 우선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살려 잘 은폐·엄폐해 가며 싸울 경우 아무리 압도적이더라도 공군력만으로는 이를 무력화시킬 수 없다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또 철저한 준비를 갖춘 채 홈그라운드에서 싸운다면, 그간 무적이라는 평판을 들어온 이스라엘 지상군과도 충분히 맞서 싸울 수 있다는 것을 재확인시켜 주었다. 반면 대량의 로켓탄 재고를 바탕으로 한 치고 빠지기 식 로켓 공격과 잘 준비된 방어 전술을 조합한 히즈불라의 투쟁전술에도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객관적으로 보아 레바논 측이 입은 피해는 이스라엘이 입은 피해를 수백 배 상회했다. 게다가 히즈불라의 전술은 방어에 의존한 것이기 때문에 전세를 능동적으로 이끌어갈 방법이 없었다. 따라서 그들의 전술은 강자와 맞붙어도 지지 않게는 해 주었지만 이길 수도 없는 전술이었다.

어쨌든 히즈불라의 분전을 지켜본 중동-이슬람권 대중들은 감탄했다. 히즈불라는 이스라엘과 싸울 때마다 번번이 참패함으로서 위축되어 있던 자신들의 자존심을 되살려 준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생각하던 것만큼 이스라엘이 무적은 아니야. 약소국 레바논의 재야 무장 세력이 이 정도로 해낼 수 있다면, 그간의 실패에 기죽어 있던 것은 너무 스스로를 비하한 행동이 아니었을까’라고. 또한 이들은 용감히 이스라엘과 맞서 싸우고 성과를 거둔 세력들과 이스라엘과 맞서 싸울 용기를 잃어버린 자국 지도자들을 비교한 후 이들에 대한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반 이스라엘 무장 투쟁 세력들도 이 전쟁에 주목했다. 그들은 앞 다투어 히즈불라의 전훈을 흡수해 자신들의 전력을 강화하고자 노력했다.

반면 사방이 적들로 둘러싸여 있는 이스라엘 입장에서 이는 심각한 위기였다. 특히 ‘생각하던 것만큼 이스라엘이 무적은 아니야’라는 인상은 이스라엘을 초조하게 만들었다. 객관적인 실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객관적인 무력에 있어서 이스라엘은 여전히 지역 최강국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이는 건국 이래 상하좌우를 가릴 것 없이 이스라엘 사회가 공유해 온 안보관을 뒤흔들어 놓았다. 그 안보관이란 ‘주변국들이 감히 이스라엘을 넘볼 엄두를 낼 수 없을 정도로 기가 죽어 있을 때, 이스라엘은 진정 안전할 수 있다’란 생각이었다.

이렇게 전술적으로도 교착상태에 빠지고 심리적인 마지노선도 흔들리게 되자, 이스라엘 군의 무적 신화를 재확립하는 것이야말로 이스라엘 안보의 당면 과제가 되었다.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이스라엘은 중동 세계를 향해 이렇게 외치고 싶었다고 할 수 있다. “자 봐라! 우리는 너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너희가 우리를 두려워해야 한다!!”라고.


전술 로켓에 힘을 쏟는 하마스

한편 제2차 레바논 전쟁을 바라보며 그 누구보다도 히즈불라의 전과에 감명을 받고 이를 모방하고자 한 세력이 있었다면 그것은 팔레스타인의 무장정당 하마스였다. 게다가 하마스는 히즈불라와 오랫동안 연대해 오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의 노하우를 직접 전수받을 수 있는 입장이기도 했다. 제2차 레바논 전쟁이 끝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하마스가 로켓 전력 강화에 힘쓰고 있음이 점차 분명해졌다.

그간 하마스는 가자 지구 내에서 조달 가능한 물자로 제작한 사제 로켓 「카삼」을 소량 운용하는 수준이었다. 카삼 로켓은 사정거리가 3~10km에 불과하며 매우 부정확하고 탄두도 작아 이스라엘에게 대단한 위협이 되지 못했다. 단적인 예로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서 철수한 2005년 이래 4년 동안 6천 발의 이상의 카삼이 발사되었지만 이스라엘 측 사망자는 13명에 불과했다. 물론 이것도 제1차 봉기에서 대중들이 장갑차에게 돌을 던지던 수준에서는 크게 발전한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2007년 하반기가 되자 가자 지구에서 발사된 로켓이 카삼의 사정거리 밖에 떨어지는 일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구 공산권에서 널리 사용되던 122mm 포병 로켓 「그라드」의 등장이었다. 그라드는 카삼의 2배인 20km의 사정거리를 갖고 있으며, 가자 지구 외부에서 제조되어 반입된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개량형 「카삼」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개량형은 사정거리와 탄두 중량이 늘어났을 뿐 아니라, 카삼의 결정적 약점 중 하나이던 ‘유통기간’이 크게 개선되었다. 카삼의 연료는 설탕, 석유, 알콜과 비료 등을 섞어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물질은 불안정해 장기 보관할 수가 없었다. 따라서 카삼을 제조하고 나면 며칠 내로 바로 쓰든가 버리든가 해야 했다. 개량형 카삼의 등장은 ‘결전’을 위해 보다 많은 로켓을 제조해 비축해 둘 수 있음을 의미했다. 또한 이번 가자 전쟁이 시작되고 나자 하마스가 그라드보다도 더 대형의 로켓도 보유하고 있음이 분명해졌다. 12월 30일, 가자 지구에서 발사된 두 발의 로켓이 약 35km 떨어진 비어 셰바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많은 관측자들은 이 물건이 이란제 240mm 포병로켓 「파즈르-3」일 것으로 추측했다. 비어 셰바에 대한 공격은 31일과 1일, 그리고 그 후로도 간헐적으로 이어졌다.

[그림 1] 하마스의 전술 로켓 사정권

이처럼 하마스가 포병 로켓을 비축 강화해 나가는 상황은 이스라엘로서는 감내하기 힘든 것이었다. 게다가 이스라엘 측에는 누군가를 박살내 지난 졸전의 치욕을 씻고 이스라엘 군의 무적 신화를 재확립해야 한다는 강력한 동기가 있었다. 이스라엘 군이 가자와 나블루스를 본떠 만든 시가전 훈련장까지 새로 짓고 육군 훈련을 40% 늘려가며 다음 결전을 준비했다는 사실은 그 다음 표적이 바로 팔레스타인이었음을 잘 보여준다.


왜 지금이었나? 하마스의 선택

2008년 6월 19일, 이집트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의 6개월 동안의 휴전 협정을 성사시켰다. 이 협정은 11월 초까지는 잘 지켜졌지만 11월 이후 상황은 점차 악화되었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 측은 서로의 주장을 내세우며 상대방을 비난했다. 결국 휴전 만기일인 12월 20일이 되자 하마스는 휴전을 더 연장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공격의 강도를 올렸다. 하마스 측은 12월 24일 하루 동안 87발의 로켓탄을 쏘아 보냈다고 주장했다. 이쯤 되자 어지간한 사람들은 양 측의 정면충돌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짐작했다.

조금 길게 보면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분명히 크게 한 번 붙을 수밖에 없는 관계였다. 그리고 이스라엘이 오래 전부터 하마스를 다음 표적으로 점찍어 놓고 있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하마스 측이 이 시점에 공격의 강도를 그 정도로까지 끌어올렸다는 것은 이들 역시 결전을 어느 정도 염두에 두었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그럼 여기서 의문이 솟아오른다. 하마스는 왜 이 시점에서 충돌을 선택했을까?

이 문제에 대한 한 가지 설명은 이렇다. 2006년 1월 벌어진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하마스는 선거에서 크게 승리하며 의회 과반수(66석)을 훌쩍 뛰어넘는 74석을 확보하였다. 이스라엘을 인정하지 않고 투쟁노선을 표방하는 하마스의 민주적 승리는 이스라엘과 서방 국가들에게 뼈아픈 타격이었다. 이에 서방과 이스라엘은 하마스 정부를 무시하며 가자 지구의 봉쇄를 강화해 대응하는 한편, 보다 이스라엘에 유화적인 경쟁정파 파타를 후원해 하마스를 견제했다. 하마스는 결국 이듬해 무력으로 가자 지구에서 파타를 몰아내고 가자의 지배권을 확보했지만 문제는 조금도 좋아지지 않았다. 야당인 동안, 하마스는 타협 없는 자세를 유지하며 선명투쟁을 해 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일상적인 정부 운영을 떠맡게 되자 어려움이 가중되었다. 그들은 처음 맡아 본 정부 운영에 뛰어난 편은 못되었다. 설령 어느 정도 재능이 있다 하더라도 이처럼 가자 지구 내에 봉쇄되어 심한 제제를 받는 상태로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생활을 향상시키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힘든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따라서 하마스는 민족적 원칙을 굽히고 적들과의 타협을 모색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섰다. 게다가 타협을 선택한다 하더라도 적들이 파타 대신 그들을 지지할지는 분명치 않았다. 반대편에는 늘 하던 대로 싸운다는 선택이 있었다. 그리고 제2차 레바논 전쟁의 교훈은 이스라엘 군에게도 이길 수 있는 길은 있다는 것이었다.


움직이지 않은 히즈불라

앞서 살펴본 것처럼 히즈불라는 이스라엘과 정면으로 충돌했던 2006년의 전쟁에서 상상 이상으로 선전하며 아랍권 전역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게다가 하마스와 히즈불라는 이란과 시리아의 지원을 받으며 이스라엘에 맞서는 축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 배를 탄 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 이번 전쟁에서 히즈불라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이번 전쟁이 발발하자 히즈불라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는 이스라엘의 침공을 격렬히 비난하는 한편, 이집트를 겨냥해 팔짱만 끼고 구경하지 말고 국경을 개방해 하마스를 지원하라고 촉구하였다. 하지만, 직접 실력행사에 나서겠다는 약속은 주의 깊게 회피했다. 그도 그럴 것이 히즈불라는 그동안 지난 전쟁의 승리를 정치적 성공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노력한 끝에 목표 달성에 가까이 와 있다. 오랜 투쟁 끝에 레바논 행정부와 의회에서 거부권을 확보했으며, 올해 총선에서 승리의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남을 도우려다 이런 더없이 유리한 상황을 잃어버리고 싶을 리가 없는 것이다.

개전 8일차인 1월 3일, 지상군에 의한 가자 지구 진입을 개시하면서 이스라엘 국방장관 에후드 바라크는 “우리는 북부전선이 평온하기를 기대하지만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선언하였다. 이는 이스라엘이 양면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명백한 메시지였다.

그러나 불안 요소는 상존했다. 꼭 히즈불라가 아니더라도 레바논 남부에는 난민 캠프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군소 팔레스타인 저항 단체들이 여럿 존재한다. 이들도 로켓탄 몇 발을 쏘아 올릴 정도의 능력은 있고, 따라서 이들 중 하나라도 도발을 벌이게 되면 언제든지 확전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전쟁 발발 이틀 전인 12월 25일에도, 레바논 정부군은 이스라엘을 향해 겨냥된 로켓포대를 발견해 가까스로 발사 전에 시한장치를 해체한 바 있었다.

위기는 1월 8일 찾아왔다. 1월 8일 두 발의 카츄샤 로켓탄이 레바논 접경 지역인 나하리야에 떨어져 두 명이 부상을 입은 것이다. 레바논 측으로부터 후속 공격이 이어지거나, 또는 이스라엘의 전면적 보복이 개시될 경우 전쟁은 레바논 전역을 휩쓸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히즈불라는 신속히 이것이 자신들의 행동이 아니라는 것을 레바논 정부 측에 보증했으며, 이스라엘 또한 다섯 발의 포탄을 쏘는 것으로 절제된 대응을 보였다. 이스라엘 언론들 또한 이 공격이 히즈불라가 아니라 팔레스타인 세력의 도발이라고 보도하면서 정부의 입장을 뒷받침했다. 이는 이스라엘과 히즈불라 양 쪽 모두 ‘지금은’ 싸우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다. 1월 14일, 다시 레바논에서 발사된 세 발의 카츄샤 로켓탄이 이스라엘 북부를 타격했으나 이미 양 측의 반응은 충분히 예상되는 것이었다. 이스라엘 군은 앞서와 같이 여덟 발의 포탄을 쏘는 것으로 응수를 마무리 지었다.


이집트 국경 지역의 밀수 땅굴

한편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를 공격하면서 이집트로부터 가자 지구로 무기를 밀반입하는 데 사용되는 3백여 개에 달하는 땅굴의 제거를 주요한 작전 목표 중 하나로 천명하였다.

가자 지구의 밀수 땅굴 사업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위험하긴 했지만, 열악한 경제적 상황 하에서 마약, 무기, 기타 금지된 물품과 사람들을 밀반입하는 일은 드물게 수지맞는 사업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며 팔레스타인 저항세력들도 이 땅굴을 자신들의 보급로로 활용하게 된다.

십여 년이 흐른 후 팔레스타인-이스라엘 간의 평화협정인 오슬로 협정이 체결됨에 따라, 가자 지구의 통치권은 1994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NA)에게 반환되었다. 하지만 이스라엘 군은 이집트와 가자 지구의 국경지대 -속칭 필라델피 회랑- 를 계속 통제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믿지 않았기에, 가자 지구가 이스라엘을 공격하기 위한 거점으로 탈바꿈하는 것을 막고, 필요할 때면 언제나 가자 지구의 목을 조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2000년 터져 나온 팔레스타인의 제2차 봉기(intifada) 이후, 이스라엘은 이들의 보급로를 끊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당시 이집트 국경에 접한 라파 지역에는 무기 밀수에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땅굴이 약 30여 개 존재한다고 추산되고 있었다. 이에 맞서 이스라엘 군은 이집트와 가자 지구의 접경지대를 따라 3년 동안 지루한 땅굴 소탕 작전을 펼치게 된다. 그 결과 2004년 4월까지 약 1,600채의 건물을 파괴하며 90개 이상의 땅굴을 폐쇄하였다. 이렇게 건물 파괴가 많았던 이유는 대부분의 땅굴 입구가 주택 지하로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이런 결과는 이스라엘의 ‘만행’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으로 연결되었다. 결국 이런 지루한 싸움을 벌인 끝에 이스라엘은 2005년 가자 지구 내의 모든 이스라엘 정착촌과 군사 기지를 포기하고 일방적인 완전 철수를 단행하고, 필라델피 회랑 지역의 통제는 이집트에게 맡겨지게 된다. 그 후 하마스가 총선에서 승리하고 경쟁 세력인 파타를 몰아내어 가자 지구를 장악하게 되자 땅굴은 더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사진 2] 발견된 밀수땅굴 입구. 평범한 주택 마루로 위장되어 있다.

[사진 3] 땅굴을 폭파하기 위해 진입하는 이스라엘 군

[사진 4] 라파 지구에서 발견된 땅굴들


이스라엘은 이번 가자 전쟁 동안 다수의 지하 터널을 파괴 혹은 폐쇄하였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1월 25일자 워싱턴 포스트는 이 지역을 취재하고 종전 후 일주일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상업적 이익을 노리는 ‘땅굴 주인들’이 신속히 땅굴을 복구하는 중이라고 보도하였다.

돌이켜 보면 이스라엘 군은 국경 지대 위에 주둔하고 있을 때조차도 땅굴을 근절할 수 없었다. 그러니 주둔군을 완전히 철수시킨 현재 이번과 같은 일시적인 습격과 폭격으로 땅굴을 제압한다는 생각은 비현실적일 수밖에 없다. 그 동안 땅굴의 숫자는 30개에서 90개로, 90개에서 다시 300개 이상으로 빠르게 증가하였다. 밀수 땅굴 운영이 노다지나 다름없어서 지역 주민들이 자기 돈을 들여 사설 땅굴을 파는 데 열중하고 있는 이상 이 지역 땅굴의 근절은 요원하다 하겠다.


결론: 이스라엘의 전술적 승리와 살아남은 하마스

제2차 레바논 전쟁에서 히즈불라가 선보인 전술은 아래와 같이 요약할 수 있으며,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 측은 모두 이 전술을 마음 속 깊이 새기고 이번 전쟁에 임했음이 분명하다.

1) 적의 공군력을 피해 가면서 꾸준히 로켓으로 상대국을 공격해 괴롭힌다.
2) 상대가 견디지 못하고 지상군을 출격시켜 소탕전에 뛰어들면, 요새화된 마을이나 시가전 같은 잘 준비된 방어진지에서 이들을 맞아 희생을 강요한다.

이처럼 적 공군의 맹폭격 하에서도 살아남아 지속적으로 상대국을 타격해 나갈 수 있으려면 막대한 양의 전술 로켓을 잘 숨겨 비축했다 꾸준히 사용할 수 있어야만 한다. 이스라엘 군은 내부적으로 공습이 시작되면 하마스 측에서도 매일 200발 정도의 로켓탄을 쏘아댈 것으로 예상했지만, 하마스는 첫 1주일 동안 350발 정도를 발사하는 데 그쳤고 그 이후에는 하루 20발 수준으로까지 떨어졌다. 이는 하마스 측의 로켓 비축량이 처음부터 부족했거나, 이스라엘 군의 공격에 상당 부분 제압되어 제대로 사용할 수 없었음을 의미한다. 상황을 더 불리하게 만든 것은 하마스 측의 짧은 로켓탄 사정거리 안에는 이스라엘의 인구밀집지역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스라엘 군은 큰 부담을 지지 않고 싸울 수 있었다. 또한 이스라엘은 지상군을 투입해 하마스를 강하게 압박했지만 무분별하게 시가전에 뛰어들어 병력을 소모하는 것은 주의 깊게 회피했다. 이스라엘 측의 사망자가 그처럼 적었던 것은 이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그림 5] 이스라엘 지상군은 가자 지구를 셋으로 절단하고 가자 시티를 포위했지만 도심 공격은 피했다

[사진 6] 파괴된 가자 지구의 풍경

[사진 7] 접경지대 언덕에 자리를 펴고 일방적으로 얻어터지고 있는 가자지구를 구경하는 이스라엘 시민들. 이번 전쟁에서 하마스 측의 반격이 시원찮았음을 실감케 한다


이렇게 보면 이스라엘의 일방적 승리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이번 승리는 시간을 버는 전술적 승리에 불과하다는 게 문제이다. 하마스의 비축 로켓을 소진시킨 것도, 몇몇 지도자들을 사살한 것도, 다수의 밀수 땅굴을 파괴한 것도 일시적인 결과에 불과하며, 근본적으로 상황을 바꿔놓을 만한 일은 해내지 못했다. 즉 시간이 조금 흐르면 이내 과거와 비슷한 상황이 돌아올 것이다. 이스라엘 입장에서 진정한 성취는 심리적 안정감에 있다. 그들은 패전의 불명예를 씻고 무적 이스라엘 군의 이미지를 다시 회복했다고 자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시각을 이스라엘의 적들도 공유할지는 불분명하다. 무장 세력으로서 하마스의 전투력은 히즈불라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은 처음부터 잘 알려져 있었다. 게다가 국경을 맞댄 비호세력(시리아 등)으로부터 충분한 재보급을 기대할 수 있었던 히즈불라와는 달리 하마스는 무장투쟁에 부정적인 이집트와 불구대천의 원수 이스라엘에 의해 사방이 철저히 봉쇄된 상황에서 밀수 땅굴 등을 사용해 전쟁준비를 꾸려나가야 했다. 이는 주변에서 제일 만만한 상대를 골라 흠씬 패 주는 방식으로 이스라엘이 명예회복을 하였음을 의미한다. 어쨌든 하마스는 이기지 못했어도 살아남았다. 약자에게 더 무슨 말이 필요하랴.


필자 주: 이 글은 월간 Platoon 2009년 3월호에 게재되었던 것이다. 전재를 허락해 주신 월간 Platoon 편집부께 감사드린다.
by sonnet | 2009/04/22 08:46 | 정치 | 트랙백(2) | 핑백(3) | 덧글(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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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될 일은 없으니 그냥 떡방으로 간다.)DC에 순대 갤러리 만들어달라고 한거 대체 누구냐.순대에 디시인 0.5%(약 60명)만 있어도 이제 철도갤 털리는거임?http://sonnet.egloos.com/4121141어쩐 일로 이오공감에 잘 쓴 글이 올라오냐. 좋군.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련 네이버 덧글은 너무 쓰레기같음.http://mogibul.egloos.com ... more

Linked at a quarantine sta.. at 2009/09/28 11:08

... 이스라엘, 가자 지구를 침공(2008.12.27~2009.1.18)에서 다루었던 땅굴의 근황 이집트와 가자지구 사이에 수백m 길이로 조성된 이들 땅굴을 통해 인구 150만명의 가자지구로 반입 ... more

Commented by sprinter at 2009/04/22 09:03
이기지는 못해도 살아 남았다라... 확실히 약자에게 무엇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살아만 남아 있으면 언젠가 다시 부활할 것이라고 생각하겠지요.

그리고 땅굴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자본주의의 위대함이 새록 새록 다가온다능^^;;;
Commented by 김우측 at 2009/04/22 09:06
소넷님의 깔끔한 정리에 굽신굽신
Commented by 미친고양이 at 2009/04/22 09:25
진정으로 땅굴을 없애고 싶다면 땅굴의 상업적 이익이 없도록 국경을 개방하면 될 텐데.... 그건 또 그것대로 문제가 생길 것 같은...orz
Commented by 액시움 at 2009/04/22 18:16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Commented by joyce at 2009/04/22 09:32
늘 잘 읽고 갑니다.
Commented by DECRO at 2009/04/22 09:47
역시 국경 지대를 지층이 보이도록 깎아 두는 수 밖에 없을까나요.
Commented by Alias at 2009/04/22 10:30
국경지대를 깊이 넓이 100미터 정도 되게 운하를 파면 되는 겁니다. 전문장비 없이 백미터씩 파고 들 수단도 없고, 그 깊이에서 수평굴착 시작하면 침수 크리.... (응?)
Commented by BigTrain at 2009/04/22 11:27
국경선을 따라 "이스라엘 해자"를 둘러버릴 지도... ㄷㄷ
Commented by 계란소년 at 2009/04/22 12:00
가자지구를 섬으로 만들어라!
Commented by organizer™ at 2009/04/22 10:48
"땅굴이 진리"군요. 월남전에서 이미 그 확연한 효과를 입증했었지요...
Commented by 하이버니안 at 2009/04/22 11:10
두 발의 로켓탄 -> 다섯 발의 포탄
세 발의 로켓탄 -> 여덟 발의 포탄
대략 2.5배로 갚아준다.
사소한(?) 부분에서도 지지 않는 이스라엘이군요.
Commented by marlowe at 2009/04/22 11:35
아아, 동상이몽에 꿈보다 해몽이군요.
Commented by 행인1 at 2009/04/22 11:48
그나저나 가자지구는 앞으로 어떻게 될련지.... 파타랑 하마스가 공동정부를 다시 꾸릴려고 한다는데 잘될지 모르겠습니다.
Commented by 삼천포 at 2009/04/22 12:20
이스라엘이 좀더 튼튼해 뵈는 녀석을 패줘야 다른 집단들과 생각이 공유되겠군요
Commented by reske at 2009/04/22 12:35
이번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정리글을 보지 못해 답답했었는데, 잘 정리하셨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

개인적으로는 이스라엘군이 헤즈볼라와의 전쟁과는 달리 인명피해를 그닥 내지 않고 신속한 승리를 거둔 이유가 참 궁금했었는데.. 저런 방법이 있었군요.

그리고 이번 전쟁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할 말이 많아 트랙백해가겠습니다~
Commented by 토르끼 at 2009/04/22 14:02
하마스만 좀 사라지면 이스라엘에 평화가 도래한다던데 'ㅅ'
Commented by IEATTA at 2009/04/22 14:28
중동에 평화가 도래하려면 야훼와 알라 둘중 하나가 죽어야 할지도..
Commented by 腦香怪年 at 2009/04/22 17:04
사실 야훼와 알라는 동일신입니다. 알라라는 용어 자체가 특정 신의 이름이 아니라 신 자체를 가리키는 말이고 알은 관사로써 The GOD에 해당하는 말입니다.

모하마드가 계시를 받은 일화에서 나온 천사가 바로 가브리엘이고 이슬람에서도 아브라함을 자신들의 선조로 받아들이고 있고 기타 구약의 선지자 와 "예수 그리스도" 도 예언자로 인정하고 있기는 하죠. 물론 예수 그리스도의 메시아 성을 부정한다는 의미에서는 크리스트교와 상반되지만, 이 건 유태교도 마찬가지이니...

사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문제는 종교보다는 민족주의의 문제 인종갈등 거기에 사회적 차별과 경제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는 사안으로 여겨집니다
Commented by 백선호 at 2009/04/22 14:08
이스라엘은 1967년 6월 6일 전쟁 때 이집트군을 쫓아내고 가자 지구를 점령했는데 왜 그 때부터 1980년대 후반까지 약 20년 동안은 가자 지구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고분고분(?)하게 점령을 받아들이고 살았는지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Commented by IEATTA at 2009/04/22 14:28
조 사코의 팔레스타인을 추천해 드립니다.
Commented by paro1923 at 2009/04/22 14:28
이것도 일종의 '윈-윈' 전략? (;;;)
Commented by IEATTA at 2009/04/22 14:29
하지만 자위는 자위일뿐이고.
살아남은 자는 보복을 준비하니....

저쪽도 카오스입니다 휘우...
Commented by vicious at 2009/04/22 14:35
이것이 WIN WIN이란 걸까요?
하마스는 살아 남아 WIN
이스라엘은 가장 삐리한넘 패고 이겨서 WIN

그런대 자꾸 종로에서 빰맞고 한강가서 화풀이한다는 속담이 왜 자꾸 머리속에서 떠오르는걸까요?

Commented by leopord at 2009/04/22 15:30
지난 전쟁에 대한 현실주의적인 접근 잘 읽었습니다.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사이의 역사적 모순이 각 정당·당파의 현실적 이해와 어떻게 엇갈리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군요. 전쟁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모순이 깊으니.
Commented by The Nerd at 2009/04/22 15:51
전쟁사의 한 페이지가 저렇게 또 채워지고 있었군요.
Commented by 서산돼지 at 2009/04/22 16:47
로버트 카플란의 제국의 최전선이었는지 무정부시대는 오는가 였는지 기억이 왔다갔다합니다만, 이스라엘군에 대해서 이런 투의 말을 했읍니다. 이스라엘에 중산층이 자리잡으면서 조국을 위해서 기꺼이 목숨을 바치겠다는 정신이 점차 사라지고 전사자의 수에 신경을 쓰게 되면서 시가전을 기피하게 되었다. 이스라엘군에 복무한 경력이 있는 카플란의 말이라서 기억에 남더군요.
Commented by 긁적 at 2009/04/22 18:52
마지막 문장이 인상깊네요. 잘 읽었습니다.
Commented by ㅇㅇ at 2009/04/22 19:52
저 계기로 이스라엘에선 결국 극우파가 집권... 혼돈의 카오스가 되고있는 중동
Commented by 일화 at 2009/04/22 20:12
어느 한 쪽이 분쟁에 지쳐서 손을 들기 전까지는 해결이 안되겠죠. 문제는 양쪽다 상당히 질겨 보인다는 건데, 지금 상황으로는 간간이 시끄럽기는 해도 별일은 없을 듯 하다는 느낌입니다.
Commented by 少雪緣 at 2009/04/22 20:18
아무래도 하마스랑 이스라엘이 서로 '팔레스타인'을 나눠먹은 거 같아서 정말 고개를 저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남의 피로 하는 신명나는 전쟁(...)
Commented by 구들장군 at 2009/04/22 20:33
원글도 덧글들도 잘 읽고 갑니다. 저 동네는 답이 안나오는 것 같군요.
Commented by 곤충 at 2009/04/22 21:29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제일 무서운건 오바마횽조차 결국 '이-팔은 현상유지가 최고! 해답은 없음.'라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해결해도 먹을게 없는 '계륵'이 되었으니;;; 이 기회에 이스라엘 3분지계라면 어떨까요?
Commented by 그람 at 2009/04/22 22:19
이스라엘 젊은이들이 이런 상황에 세계 만방이 칭찬하던 조국애가 엷어지는 상황까지 더해지고 있으니 이스라엘의 앞날이란...

사실 저런 상황에서 조국애만으로 살기는 힘들겠지요. 거기다 세계의 여론까지 싸늘하고 사실상 매일 이웃을 의심하고 전쟁을 치루는 상황이니.
Commented by 계원필경&Zalmi at 2009/04/22 23:03
국경지대의 땅 밑을 완전히 '굳게' 만들지 못한 이상 근절은 불가능하죠...
Commented by 알렉세이 at 2009/04/23 00:32
미국도 베트남전에서 월맹측의 땅굴을 무력화시키지 못했는데 과연 이스라엘이

가능할까요?
Commented by Crete at 2009/04/23 02:21
저도 가자지구 전투에 대한 포스팅을 얼마전에 한 적이 있죠.

거기에 보시면 이번전투에서 하마스의 인기가 많이 떨어진 이유를 설명하는 부분이 있죠.


이스라엘 헌병대의 학살 조사와 이명박의 국가브랜드 전략
http://crete.pe.kr/9765#10
Commented by 효우도 at 2009/04/23 08:58
제목이 "이스라엘! 가자! 지구를 침공하러!"로 보였습니다. 이스라엘이 무슨 악의 제국인 듯한...
Commented at 2009/04/23 14:1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천마 at 2009/04/23 16:51
글을 읽으면서 "플래툰"지에서 읽었는데 했더니 거기 기고하셨던 글이었나보군요. 읽으면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을 잘 정리해서 분석한 글이라고 감탄했었는데 역시 sonnet님입니다.^^

그나저나 이스라엘의 강압적인 힘의 우위에 바탕을 둔 정책이 얼마나 갈까요. 폭탄에 글 쓰는 아이들이나 폭격을 구경하며 희생자수를 점수로 환산하는 이스라엘인들의 모습은 이제는 환멸조차 느껴지지 않을지경입니다.
Commented by categoriae at 2009/04/24 02:54
"....든 ...든 그 누구도 우리를 감히 넘볼 수 없을 정도로 기가 죽어 있어야만 우리는 진정 안전할 수 있다"라는 사고방식은,
"압도적인 핵전력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한다. 단 한 발의 미사일도 우리 본토에 도달할 수 없어야, 진정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모국 모 정파의 사고방식과 흡사하지 않습니까?
'방어'- 넓게 보아 '안보'- 에 대한 두 가지 사고방식이 특히 냉전 종식후에 돌출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전통적인 방어 관념은 '방어자의 공격자에 대한 본질적 이점' 및 '그에 의한 억지'의 가능성을 전제하여, '방어충분성 전력'라는 것으로 방어가 달성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반면 비대칭 위협 및 방어자로서의 서방사회의,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 정도가 그보다 후진적인 그들의 적보다 낮다는, 본질적 취약성을 강조하는 측으로서는, 당연히 '방어자의 본질적 우세'라는 것은 성립하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겠지요. 나를 공격하는 자들 역시 충분히 괴롭게 해주겠다, 라는 '방어충분성 전력'같은 것도 당연히 성립하기 어렵겠구요. 그렇다면 역시 미사일 한 기도 맞아서는 안된다- 라는 편집증적 방어 관념에 가까워질 수 밖에 없는 것일지도요.

그런데 이렇게 이해해 두고 있는 것이 맞는 이야기입니까?
Commented by 윙후사르 at 2009/04/24 12:29
일단 자위는 했지만 너무 약한 상대를 죽이지 못한 것은 확실히 주변의 위험을 증대시키겠군요. 더군다나 무바라크가 죽어버리면 이집트에 극단주의 정당이 집권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그나마 이스라엘에게 다행인 건 이라크에서 미군이 철수하면 시아파와 수니파, 쿠르드족이 대립하면서 곧 혼란 상황이 도래할 것이고 그러면 시리아가 거기 신경 쓸 것 같다는 것 정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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