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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달러 음모론
석유와 기축통화를 둘러싼 세계적 경쟁에 트랙백.

간만에 석유-달러 음모론 쩌는 글을 하나 보게 되어서 한마디.



주지하다시피, 지난 1971년 8월에 당시 미국 대통령 닉슨은 달러와 금과의 관계를 끊어버렸다. (이런 조치 전까지 외국 중앙 은행들은 미국 달러를 자신들이 보유한 금과 교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세계는 금을 대체하여 통화를 고정시킬 무언가가 여전히 필요했고,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바로 석유였다. 이 때문에 미국은 더더욱 석유를 전략적으로 다루기 시작했고, 이러한 측면은 지난 70년대의 오일쇼크 당시에 아주 분명하게 드러났다. 당시 석유수출국기구인 오펙은 석유를 무기화 하면서 미국에 대한 석유 수출을 전면중단하겠다고 위협했다. 미국은 오일 달러가 미국으로 흘러들고, 달러의 기축통화로서의 가치를 지키기위해 당시 세계 최고의 석유 생산국인 사우디 아라비아를 자기 쪽으로 끌어들여 석유를 오직 달러로만 사고 팔도록 만들었다. (그 때 이래로 뉴욕 상업 거래소(NYMEX)와 런던 국제석유거래소(IPE)에서 석유는 달러로 거래되었다)

그런데, 석유매매가 달러로만 이루어지게 되면 각국은 달러를 보유할 수밖에 없다. 이는 달러가 세계 기축 통화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줌과 동시에 발권국인 미국에게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는 구조를 만들어 주게 된다. 천문학적인 무역적자와 재정적자속에서도 미국이 버티는 것은 바로 이런 잇점 때문이다.


달러를 고정시킬 닻(anchor) 역할을 차지한 것이 석유라고? 달러가 금에 고정(금본위)되어 있을 당시 금1온스=35달러는 20년 이상 지속된 가격이었고, 금의 시장 가격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참고로 그래프 맨 끝의 금 가격 급등은 금본위제가 무너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임)


석유가 달러의 앵커였으면 다른 통화로 표시된 유가라면 몰라도 달러 표시 유가는 매우 안정되어 있었을 것이다. 다음 그래프를 보자. (이해를 돕기 위해 위 주장에 해당되는 영역을 강조)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이런 식으로 저 글에 소개된 개별 사례들은 각각의 사안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코웃음칠만한 내용이 많은데, 하나 하나 짚어서 비판하기엔 시간이 아깝고 전반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잘못된 접근방법 하나에 대해서만 지적하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저런 음모론이 갖는 근본적인 문제점은 적합하지 않은 사례들을 대거 끌어들여서 모든 것을 경제적 원인 하나로 환원해 설명하려 시도하는 데 있다. 예를 들어 "기축통화와 석유가 얽힌 이런 관계가 실은 미국이 이란에 대해 가지는 적대정책의 기본 배경" 같은 설명이 말이 되는가?


경제학자 로버트 배로는 경제적 관점에서 보자면 미국의 숙적인 이란과 이라크가 미국에게 도움을 주는 반면, 우방국이라는 사우디아라비아나 쿠웨이트가 실은 그렇지 않다는 점을 예리하게 지적[1]한 바 있다. 이런 식으로 중동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들은 경제 일원론으로는 설명될 수 없다.
1973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석유 금수와 감산으로 서방에 대 타격을 주었을 때, 왜 이 두 나라는 미국의 맹방으로 남았는가? (1970년대 후반에 미국이 이들 두 나라에 팔아치운 무기들을 떠올려 보라) 여기에는 경제적 동기보다 더 앞서는 정치적 동기가 강력히 작용하고 있었다. 중동은 냉전의 최전선이었던 것이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에도 석유-달러 음모론이 판을 친 적이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부시 행정부와 이라크 전쟁에 대해 지독한 비판가였던 폴 크루그먼 조차 가볍게 일축[2]한 바 있으니 이 쪽을 참고하는 좋을 듯 하다. 이 글은 당시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유효하다.


[1] Barro, Robert J., "With Friends like OPEC, who needs...," Business Week, 2000년 5월 8일
b0009940_bw00_opec_05_08.pdf
[2] Krugman, Paul., Nothing for Money, 2003년 3월 14일 (번역은 여기)
by sonnet | 2009/03/29 00:43 | 경제 | 트랙백 | 핑백(2) | 덧글(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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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a quarantine sta.. at 2009/03/29 07:03

... 이야기를 꺼낸 김에, 그리 길지도 않고 하니 간단히 번역해 봤습니다. 언제나처럼 불법날림번역이니, 필요하신 분은 링크의 원문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강조는 필자가 덧붙인 것입니다. ... more

Linked at Adagio ma non ta.. at 2018/08/12 00:24

... comment : 이 사람은 경제학 교수라는데, 무슨 근거로 썩은 떡밥인 오일-달러 기축론을 주장하는지 모르겠다. 오일-달러 기축론이 썩은 떡밥인 이유는 (http://sonnet.egloos.com/4101038, http://sonnet.egloos.com/4102289)이 두 글을 참조. 감정이 이성보다 앞섰고 비이성적인 사고들로 가득하게 되었습니다. 본질 ... more

Commented by IEATTA at 2009/03/29 00:51
유본위제라니 참 정신이 멍해집니다.

정말로 유본위제를 했으면 세계경제는 지금까지 몇번 죽고 다시 살아난거군요 (응?)
Commented by sonnet at 2009/03/29 13:33
사실 그렇다기 보다는 글쓴 이가 용어의 의미를 잘 몰랐던 듯 합니다.
Commented by 토르끼 at 2009/03/29 00:58
아....ㅋ

ㅋ....


ㅋㅋㅋㅋㅋㅋㅋㅋ


할말이 업ㅂ네욬ㅋㅋ

유본위젴ㅋㅋ
Commented by sonnet at 2009/03/29 13:35
Commented by Bluegazer at 2009/03/29 01:28
지금이야말로 태국의 정신을 높이 받들어
닭본위제에 기반한 세계경제체제 재건을 추진할 것을 이 연사 힘차게, 힘차게 외칩니다!!

(...)
Commented by ghistory at 2009/03/29 01:39
일본에의 최대 닭고기 공급국 타이…
Commented by 이네스 at 2009/03/29 02:16
오오. 충격과 공포의 소비재본위제. ㅡㅡ;;

조선이 쌀본위제였지요.

쌀,면화 복본위제였나? 여튼. 강력한 빠와를 풍깁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03/29 13:35
"닭과 제트 전폭기는 둘 다 날개가 달렸고 날 수도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Commented by 바닷돌 at 2009/03/29 18:41
ㄴ 잠깐, 둘 중 하나는 날 수 없.....
Commented by _tmp at 2009/03/29 01:39
모든 가치의 기준을 대충 태워 날려버려도 세계가 버티는군요 orz
Commented by sonnet at 2009/03/29 13:35
그런가 봅니다...
Commented by 이등 at 2009/03/29 14:35
뭐 쌀본위제, 염본위제도 있었는데요.
Commented by _tmp at 2009/03/29 19:39
쌀과 소금은 어디까지나 교환수단 아니겠습니까. 가치의 근본 척도였는지는 의문입니다.
Commented by 이네스 at 2009/03/29 02:24
그럼 우리는 앵커가 천당에서 지옥까지 심심하면 널뛰기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겁니까.

p.s.그런데 빨간선 이외의선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빨간건 유가인데 말이지요. ㅡㅡa
Commented by sonnet at 2009/03/29 13:37
미국 유정 가격, 세계 가격
미국 평균가, 세계 평균가, 미국과 세계의 중위가 입니다.(표 하단 순서 대로)
그냥 붉은 것만 보셔도 됩니다.
Commented by Ya펭귄 at 2009/03/29 03:08
대통일 이론 정립의 수훈장으로서의 명예에 대한 지향은 항상 시사계에서의 지속적이고 가열찬 오바질을 낳는 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3/29 13:33
정말 끝이 없긴 한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腦香怪年 at 2009/03/29 06:22
유가본위제라..... OPEC과 IMF가 합병이라도 하기는 했단 말인지요.

전에 일본 쪽 어디였던가 오일쇼크가 중동의 산유국을 미국제 무기로 무장시키고 지역 안보의 주축으로 삼으려고 한 데서 유래되었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는 데 차라리 유가본위제 이야기보다는 차라리 저 쪾이 그럴 듯 해 봉비니다. 물론 저 설명도 사실상 사후적 결과론을 바탕으로 원인을 끼워 맞춘 거긴 하지만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3/29 13:31
오일쇼크 자체를 미국 지도부가 예상치 못했다는 증거가 많이 있으니 그 이야기는 지지 받기 힘들 듯 하군요.
Commented by Ya펭귄 at 2009/03/29 14:42
아랍애들의 무기체계가 오일쇼크 이후 미제일변도로 돌아섰다면 모를까... 미제-소제-영제-불제 등등을 두루두루 사모은 친구들인지라...

사후적 결과 자체도 이미 그러한 설명이 성립하기 힘들지 않을까 합니다만....
Commented by blueprajna at 2009/03/29 11:43
유가본위제라는 것은 말이 안되지만,
세계경제를 좌지우지 하는 석유라는 자원을 달러로 거래하도록 하는 것 자체는 달러의 통화로서의 지위를 지키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고 봐야하지 않을런지요?
그걸 유로화로 바꾼다고 치면 유로의 화폐로서의 지위(일정한 양이상의 흐름을 가지는 화폐)를 어느정도 안정시켜주는 역할을 해줄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뭐....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유가본위제라는 건 말이 안되는 거지만, 석유거래를 어떤 화폐로 하는 가는 그냥 무시할만한 이야기는 아닐듯 하다~그런 이야기입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03/29 13:31
석유 거래시 계산의 단위를 달러로 하는 것이 단순히 사용되는 양의 문제라면, 반도체, 전자, 자동차, 섬유, 농산물 같은 다른 재화를 역시 달러로 계산하는 것이 동일하게 중요할 것입니다. 결국 무역량이 같다면 석유만 특별히 달러로 계산되어야 할 이유가 뭔지를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Commented by blueprajna at 2009/03/29 15:48
반도체, 전자, 자동차, 섬유등의 공산품과 석유는 많은 차이점이 있다고 봅니다. 일단 석유는 공산품이 아닌 원료이자 연료로서 산업에서 중요성이 크다고 볼수 있습니다.
특정 지역에 매장이 한정되있고, 가격결정을 OPEC에서 주도하고 있다는 요인정도가 특이요인으로 볼수 있을겁니다. 좀 생각해보더라도 분명 예를 드신 중요 공산품과는 다른 분류가 되리라 생각이 됩니다.
석유만 특별히 달러로 계산되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석유 거래를 달러가 아닌 유로로 했을때 통화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클것이라고 예상할수 있다는 겁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03/31 09:46
저로서는 그렇게 예상할 이유를 잘 모르겠는데요.
http://sonnet.egloos.com/4102289 에 예를 들어 부연설명을 해 보았으니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Commented by 길 잃은 어린양 at 2009/03/29 14:16
음모론자들의 문제는 항상 자신이 이해하는 범위 안에서 모든 것을 짜맞추려는데 있는 것 같습니다. 세상은 그보다는 넓을텐데 말입니다;;;;
Commented by paro1923 at 2009/03/29 14:59
상국의 지위란 과연 고된 것이지요.
뭘 해도, 제후들이 있는 그대로 봐주질 않아요... oTL
Commented by 일화 at 2009/03/29 15:05
세상은 넓고 돌아이는 많다?! 별 해괴한 주장이 다 있네요.
Commented by 이네스 at 2009/03/29 15:06
오옹. 유정가격이였군요.

원천 어쩌고하는 결과가 나와서 뭐지? 하고 있었었습니다.
Commented by vicious at 2009/03/29 16:01
아......손발이 오그라 듭니다.

경제학 원론 하고 경제사 책을 사서라도 보내드리고 싶은 심정...

Commented by 행인1 at 2009/03/29 20:35
역시 음모론의 세계는 광대하군요. 이런 것도 있다니...
Commented by 눈팅 at 2009/03/30 08:10
이런 저런 음모론이 휭행하느느건 아무래도 미국이 어마어마한 적자를 지니고 있음에도 왜 세계 최강대국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와중에 있는 일인것 같습니다.
저도 궁급합니다 0..o
감사합니다. ^^;;
Commented by 미친고양이 at 2009/03/30 12:25
만세! 순명대제님의 포스팅을 이끌어냈어(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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