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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웰린 톰슨과 커티스 르메이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에 케네디는 무력을 활용해 상대를 강압하는 두 가지 상이한 제안을 받았었다. "전쟁이건 평화건 무차별한 선택"이었다면 무엇을 골랐을 것인지 한 번 생각하며 읽어보시면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10월 18일 오전 11:00, 캐비닛 룸

(주 소련 대사로 일하다 돌아온 소련통 르웰린 톰슨이 쿠바를 봉쇄하자는 의견을 내놓음)

대통령: 그러면 (쿠바에) 이미 들어와 있는 무기는 어떻게 하자는 것이오?

톰슨: 철거하라고 요구하십시오. 그리고 우리가 지속적으로 정찰을 하다가 그게 실전배치된 것을 발견하면 우리 손으로 제거해 버리겠다고 하십시오.
저는 우리가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이렇게 하더라도 결국은 같은 결말로 귀결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때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입장과 배경 아래서 행동에 임하게 될 것이며 큰 전쟁에 빠질 위험도 훨씬 덜할 겁니다.



10월 19일 오전 9:45, 캐비닛 룸

테일러(합참의장): 음, 저는 딱 한 말씀만 드리고 르메이 장군에게 넘기겠습니다. 저희들도 그런 점을 모두 고려했습니다, 대통령 각하. 하지만 저희 모두(군부)는 베를린에서의 우리의 힘, 전 세계 어느 곳에서건 우리의 진정한 힘은 특정 상황에 처했을 때 우리 대응의 신뢰성에 달려 있다는 말씀을 드려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이곳 쿠바에서 대응하지 않으면 저희 생각에 베를린에서 대응의 신뢰성이 무너집니다.

대통령: 그래, 그래. 그게 왜 우리가 대응을 해야 하느냐는 거지. 이제 문제는 이거야. 우리는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하는 거요?

르메이(공군 참모총장): 음, 저는 지금 테일러 장군이 말씀하신 데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제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좀 세게 말하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직접적인 군사적 행동에 나서는 것 외에는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입니다. 만약 제안된 것처럼 정치적 행동으로서 이 봉쇄라는 것을 하게 되면, 제일 먼저 일어날 일은 이 미사일들이 숲속으로 숨어 버릴 겁니다. 특히 이 이동형들 말이지요. 그렇게 되면 우리는 뭘 하든 간에 놈들을 찾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나면 나중에 가서 무슨 노력을 하든 간에 어느 정도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대통령: 그들이 어떻게 응수하고 나오리라고 생각하시오?

르메이: 베를린 문제는 평소와 똑같을 뿐이라고 그들에게 통고한다면, 저는 그들이 어떤 대응을 할 거라고 보지 않습니다. 그들이 움직인다면 우리는 싸울 뿐입니다. 저는 이게 베를린의 상황을 전혀 바꾸지 못한다고 봅니다. 각하께서 이 문제를 따로 언급하시지만 않는다면 말이지요.
그러니 저는 다른 답이 없다고 봅니다. 이 봉쇄니 정치적 행동이니 하는 것, 제가 보기엔 전쟁으로 가는 길입니다. 제 생각엔 다른 답 같은 건 없습니다. 그건 그냥 전쟁으로 가는 길입니다. 이건 거의 뮌헨에서의 유화정책만큼이나 나쁩니다.
[잠시 말을 끊고]
만약 이 봉쇄란 것을 할 것 같으면 이 미그기들은 날아오를 겁니다. 일류신-28은 우리를 덮치겠지요. 그럼 우리는 크게 불리한 상황, (미국의) 남동부에 있는 비행장들을 날려버릴 수 있는 미사일들이 우릴 겨냥한 상태에서 서서히 전쟁에 끌려들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놈들이 핵무기를 쓰게 되면 거긴 인구밀집지역도 있지요. 우리는 단지 우리가 원치 않는 상황에서 전쟁에 끌려들어갈 뿐입니다. 저는 직접 군사 개입 외에는 다른 어떤 해결책도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현재로서는!


커티스 르메이가 주장했듯이 소련이 그대로 단호한 자세로 들이받았으면 봉쇄안은 한 방 얻어 맞고 시작하는 상대적으로 좋지 못한 선택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케네디가 (군부의 일치된 의견을 물리치고) 굳이 공습 대신 봉쇄를 택했느냐 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하려나?

"전쟁이건 평화건 무차별한 선택" 혹은 "전쟁이 평화보다 더 열등한 선택" 같은 접근은 기본적으로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이다. 전쟁 혹은 평화는 결과인데, 내가 양보하느냐 혹은 상대에게 양보를 강요하느냐를 평화냐 전쟁이냐의 선택이라고 바꿔 부르니까 욕은 욕대로 먹고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지도 못하는 결과가 나오는 것은 필연적이다.


출처
May, Ernest R., Zelikow, Philip D.(Eds), The Kennedy Tapes: Inside the White House during the Cuban Missile Crisis, Belknap Press, 1997, pp.137, 177-179
Naftali, Timothy., Zelikow, Philip D.(Eds.), The Presidential Recordings: John F. Kennedy, the Great Crises, Vol.2, W. W. Norton, 2001, pp.532, 582-584
by sonnet | 2009/03/18 15:13 | 정치 | 트랙백 | 덧글(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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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Ha-1 at 2009/03/18 15:25
전쟁도 전쟁 나름이어서 전면전 국지전 냉전 소모전 동전 땡전 김치전...


각론으로 빠지고 싶지 않다면, 비유를 전략적으로 할 필요가 있었겠지요. 이를테면, 전쟁을 통해 쟁취한 민주주의 vs 적화된 평화 라거나...
Commented by 少雪緣 at 2009/03/18 17:51
어쩌면 두환전(...야)
Commented by sonnet at 2009/03/19 07:13
나는 알아서 길 기회를 주었는데, 놈이 "기어이 덤벼서" 결국 싸움이 났다. 이렇게 말해야죠.
Commented by 행인1 at 2009/03/18 15:25
르메이가 쿠바와 베를린(나아가 유럽 전선)을 분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게 놀랍군요. 정말 그렇게 생각했는지 아니면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해서 말한건지...
Commented by sonnet at 2009/03/19 07:14
그건 실제로 분리가 된다고 보기보다는, '저쪽 소관' '우리는 받아칠 뿐' 뭐 이런 게 아닐까 합니다.
Commented by 네비아찌 at 2009/03/18 15:38
이 포스팅과는 연관이 없지만, 방금 뉴스 속보를 보니 예멘에 간 우리 외교관과 유가족들을 태운 차량도 폭탄 공격을 받았다는 속보가 떴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염려한 것처럼 알 카에다가 한국을 목표로 정한게 확실해 보입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03/19 07:14
네, 제 생각이 틀렸던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작전 능력이 더 뛰어나다는 느낌입니다.
Commented by 천마 at 2009/03/20 13:09
속보를 보니 이번엔 노린게 맞는 거 같습니다. 하지만 한국인도 테러단체의 목표가 되는 건지 그리고 동기는 뭔지 예멘정부나 우리 정부나 아직 분명히 파악하지 못한 모양입니다.

한국인을 노리고 작전을 짠 것일 수도 있지만 아무 관광객이나 공격한 후 해당국 정부인원이 조사 협력과 시신인수차 오면 이를 공격해 연타를 노린다는 것이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가능성은 낮지만 먼저 사건관 무관하게 단지 공항에서 나오는 경찰 호송차량행렬을 보고 중요차량으로 보이니가 공격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일단 예멘에 있는 교민들에게만 경계조치를 했다는데 앞으로 후속보도를 통해 관련정보와 증거자료들을 접해봐야 분명한 결론이 나올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라임에이드 at 2009/03/18 15:45
두번째 글의 마지막 문장은 혹시 '저는 지금 당장은 직접 군사 개입 외에는 다른 어떤 해결책도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라고 번역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원문을 못봐서 잘 모르겠지만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3/19 07:14
본문의 번역을 수정했습니다. 녹취록을 보면 I just don't see any other solution except direct military intervention right now입니다. "right now"가 이탤릭인데, 여길 목청을 높였기 때문에 이렇게 적은 것으로 보입니다.
Commented by Executrix at 2009/03/18 15:49
개인적으로 정말로 궁금한 게, 다른 사람들의 생명과 재산을 전혀 고려하지 않으면서 전쟁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고 다니는 어떤 사람들의 사고방식입니다. 전쟁은 정치의 연장이고, 전쟁이 전혀 선택사항이 아닐 수는 없겠으나 가장 피해야 할 것임에는 분명한데 말압니다.
좀 심한 말을 하자면 그 사람들은 전쟁나면 생명의 위협을 얼마든지 회피할 수 있는 돈있고 권세있는 분들인지 아니면 아예 한국에 살고 있지 않아 그런 말을 해도 전혀 거리낌이 없는 건지도 궁금하더군요.
Commented by LSD at 2009/03/18 22:08
Commented by sonnet at 2009/03/19 07:16
그 정도까진 아닐 것 같고 "나는 깔테니 너도 까라" 이런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세금에 대해서 그렇게 반응하는 사람은 많거든요.

a: 너도 세금 내기는 싫어하면서 왜 세금을 올리자 하느냐?
b: 난 올라가도 세금 낸다. 너(아마도 보다 고소득층)도 내라.

소위 자유지상주의자들 사이에서는 (높은) 세금이 남의 정당한 재산을 약탈하는 것과 비슷하게 받아들여지는데, 그 사람들에게는 세금감면에 반대하는 것이 그렇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Commented by 아이스맨 at 2009/03/18 17:12
합참의장 테일러장군이 [그] 맥스웰 테일러겠죠? 거기다가 르본좌까지...


닭돌 공수+폭격 고고씽 = 쵸큼 무서운 구성입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03/19 07:19
네, 101공수의 바로 그 사람이죠. 그런데 저 사건 전반에 걸쳐 테일러는 나름 신중한 반응을 보인다고 저는 평가하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BigTrain at 2009/03/18 17:29
전쟁은 쉽게 선택해서는 안되고, 가장 회피해야 하는 선택이라는 건 손자병법부터 누누이 강조돼 오는 사실인데, 그래도 아직 전파가 부족한 모양입니다.
Commented by 델카이저 at 2009/03/18 17:51
그 전쟁 회피의 노력이 자기 자존심이나, 자기 비위에 조금도 거슬려서는 안된다는 것이죠.. 그걸 택하느니 차라리 전쟁을 하겠다..

뭐 중세에 왕들과 영주들이 흔히 피할 수 있는 전쟁에 돌이하는 경우가 대개 이런 경우라..
Commented by sonnet at 2009/03/19 07:40
사실 좀처럼 체화되기 어려운 교훈이 아닌가 합니다.
Commented by leopord at 2009/03/18 17:33
국제정치에 대한 입장으로선 현실주의를 지지하지 않지만(sonnet 님과는 많은 온도차이가 있겠지요), 결과를 향해 가는 경로와 결과 그 자체를 혼동하는 일은 피해야겠습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03/19 08:26
굉장히 단순한 형태, 예를 들면 "닥치고 싸우자!!"라면 둘이 그게 그거일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그게 그렇지 않겠죠.
Commented by 少雪緣 at 2009/03/18 17:54
블랙호크다운(서적판)에 나오는 의미심장한 대화가 있죠.

기자: 평화를 원하십니까?
노파: 오늘도 평화를 위해 기도합니다.
기자: 평화를 위해서 상대편과 파워(권력)을 공유할 생각이 있습니까?
노파: 그 살인자에 강도 강간범들말이오? 차라리 내가 죽고 말겠소!

매우 적절합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03/19 08:27
하하. 마크 보우든이 책은 참 읽기 쉽게 잘 쓰는 것 같아요.
Commented by 하늘이 at 2009/03/18 18:19
이렇게 깊은 내공의 글을 연달아 보게 되니 teferi님에겐 오히려 감사를 드려야 할 것 같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3/19 08:28
내공은요. 그냥 단순 날림 번역인걸요. ;-)
Commented by 하이버니안 at 2009/03/18 18:24
'이 미사일들이 숲속으로 숨어 버릴 겁니다.'
아... 소련에서도 비슷한 생각으로 쿠바에 미사일을 보냈지만
사실 쿠바의 숲은 미사일이 숨기에 부적절했던가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3/19 08:29
네, 그건 사실 흐루쇼프를 비롯한 소련 정치국 사람들도 헛다리를 짚은 거니 꼭 미국만의 실수는 아니죠. 또 다른 문제는 이동식으로 분류된 미사일들도 그렇게 간단히 옮길 수 잇는 물건은 아니었다는 겁니다. 이런 점들은 사태가 진전되어 가면서 점차 밝혀지게 됩니다.
Commented by sschh at 2009/03/18 19:21
여기에 대해서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하나 있는데 말이죠... 쿠바 위기 사태를 다룬 책인데 제목이 '숙명의 결단'인가 뭔가 한문으로 되있던 책이 있습니다(재미있게도 미국책도 아닌 일본 책을 도로 한글로 번역한 겁니다). 거기에서 초반에 사방에 온통 '소련과 전쟁을 해도 좋으니...'라던지 '쿠바를 폭격해야...'라는 사람들 밖에 없자 케네디 대통령과 그의 최 측근 참모들이 한 이야기가 두가지가 있는데...

"지금 이 사람들이 너도 나도 자기가 제독인양, 장군인양 착각하면서 남의 아들들을 죄다 죽음으로 몰아 넣고 있군!"

다른 하나는...

"이러다가 나중에는 '그때 너네가 잘못한거다!'라고 말해줄 사람이 한사람도 남지 않을겁니다!(핵전쟁으로 모두 사망해서)"

...아시다시피 케내디도 2차 세계대전때 PT어뢰정을 몰면서 일본군하고 싸우던 사람이었죠. 그러다가 격침당해서 포류하는 경험도 했었고.

커티스 르메이나 이런 사람들은 바로 그 2차 세계대전때 장군으로 전략의 차원에서 전쟁을 수행했던 사람들이고, 어디까지나 군인으로서 '어떻게 싸우느냐'에 민감한 사람이라는 차이가 있었죠.

그리고 뭐, 결국에는 막판에는 모두가 '봉쇄를 합시다'라는데 동의했다는 훈훈한 이야기.
Commented by sschh at 2009/03/18 19:26
아참, 첫번째 이야기는 전국 방방곳곳의 우익 정치인들과 기독교 단체(...)들의 이야기를 보고 한 소리, 두번째는 장군들과 백악관 참모들에게 한 소리.
Commented by sonnet at 2009/03/19 08:34
사실 유명한 '탄핵' 대화 같은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듯이, 케네디의 "어려운" 포지션은 자신이 자초한 측면도 있긴 합니다. 그래도 케네디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서도 여러 사람의 머리를 빌려 사안을 종합하는 과정을 유지할 수 있는 지성적인 사람이라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하이얼레인 at 2009/03/18 20:42
애초에 쟤네 일은 양보가 아니라 전쟁이냐 아니냐지 않아' ㅅ'? 머릿 속에 양보가 들어있기는 힘든 입장의 애들 아니었을까 싶기도 한데' 'a 그래서 최종 결정권자가 중요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a
Commented by sonnet at 2009/03/19 07:37
그렇지. 좀 기술적인 측면에 최적화하고 있지. 케네디는 정치적인 것과 기술적인 것을 trade-off 해보려고 노력하는 입장이고. 그러니 자네도 경영자들의 어려움에 보다 이해를 기울이도록 하게나 ;-)
Commented by 하이얼레인 at 2009/03/19 08:09
어이어이 왜 이래. 오히려 난 팀 바깥 사람들(윗분들 포함)이랑 더 친해서 팀 안에서 눈 밖에 난 인간이라고(ㅋㅋㅋ)
Commented by 계원필경&Zalmi at 2009/03/18 21:17
정말이지 1962년이라는 해는 인류의 운이 엄청나게 좋았나봅니다. 케네디가 봉쇄라는 카드를 꺼내들고 후에 양보를 하니 다행히도(!) 후르시쵸프도 물러나니 말이죠...
Commented by sonnet at 2009/03/19 08:36
흐루쇼프도 적절한 시점에서 후퇴라는 결단을 내린 것은 인정해 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흐루쇼프는 케네디보다는 그 결단을 내리기 쉬웠던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 의미에서 독재자로서의 강점이라고나 할까요.
Commented by 일화 at 2009/03/18 21:41
인류가 가장 핵전쟁에 가까웠던 해의 기록답군요. 그나저나 소넷님의 열정에는 감탄을 금하기 어렵다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3/19 08:38
저 녹취록을 읽고 있으면 압력솥 속에 앉아있는 듯한 당대 지도부의 고충이 잘 전해져서 아주 흥미진진했습니다.
Commented by 야채 at 2009/03/19 04:06
저는 sonnet 님의 마지막 말씀이 정곡을 찔렀다고 생각합니다. teferi 님의 문제는 "유사시 전쟁을 야기할 수도 있으므로 전쟁을 확실히 피하기 위해서 우리가 양보한다"와 "저 쪽이 계속 강경하게 나가면 전쟁이라는 최악의 결과가 될 수도 있지만 (적절한 전략을 통해서 가능한 전쟁을 피하기는 하겠지만) 우리의 목적을 관철한다" 를 단순히 "평화냐 전쟁이냐" 로밖에 생각/표현하지 못하는 거죠.

다시 말해서, 저는 teferi 님의 "전쟁도 선택사항이 될 수 있다" 라는 말씀이 "전쟁을 감수하게 될지도 모르는 정책도 선택사항이 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teferi 님께는 죄송하게도, teferi님 본인이 그 두 명제의 차이를 인식하고 계시는지는 상당히 의심스럽습니다만, 어쨌든 문맥상으로 후자 쪽에 무게를 두시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르메이의 발언을 놓고 단순히 전쟁광이라는 식으로 비난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sonnet님께서 그런 비난을 하셨다는 건 아닙니다. 다른 덧글들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소련이 계속 강경하게 나갔으면 결과적으로 봉쇄라는 정책은 순진한 대응책으로 오히려 상황이 더 악화되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었지 않을까요? 실제로는 그렇게 진행되지 않음으로써 케네디의 판단이 현명했던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만.

르메이는 소련의 '의지'에 대해 오판을 한 것인데, 당시 소련 지도부의 '의지'에 대한 정보가 극히 제한되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히 그가 전쟁광이어서 그런 식으로 판단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2차 세계대전에서의 상황을 생각해 보면, 소련이 과거의 독일이나 일본처럼 행동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해서 전쟁광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Commented by sonnet at 2009/03/19 07:35
그렇게 재해석하면 훨씬 온건한 입장이 되는 것이고 다른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여지도 커지겠지요. 사실 저는 그렇게 입장을 바꾸라고 권하는 입장입니다. (http://sonnet.egloos.com/4090251 의 끝으로 참조)

제가 이해하기로 이 국면에서 각 군 참모총장들의 의견은 기술적인 측면에 대한 최적화라는 측면이 강한 것 같습니다. '군이 그 일을 맡아서 할 경우, 이게 가장 좋다. 왜냐하면 기술적으로 이러저러 하기 때문이다'라고나 할까요. 르메이에 이어 등장하는 앤더슨 제독도 해군 입장에서 봉쇄를 하려면 기술적으로 이러저러하다. 그러니 부분봉쇄보다는 전면봉쇄가 좋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르메이가 이야기하는 어조는 확실히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읽는 사람이 보기에도 이건 사실상 대통령을 윽박지른다고 느껴지거든요. 당시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는 굉장한 압력으로 느껴졌을 겁니다.
Commented by teferi at 2009/03/19 08:51
고로, 전쟁이냐 평화냐는 선택이 아니라, 전쟁은 상대방에 양보를 강요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이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거나,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을 하거나 하여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고, 이 때문에 상대방도 강경한 군사적 대응을 선택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일어날 수 있는 '사고'이지, 전쟁을 선택한 것은 아니다 라는 말이군요.

쿠바사태에서 의사를 전달할 때 과거와 같은 단순한 군사적 최적결정 - 상대방을 군사적으로 최대한 무력하게 만드는 수단을 선택하여 자신의 의사를 관철한다 - 은 그 결정으로 인해 소련이 양보하는 것처럼 보이는 행동을 선택하기 힘들어지고, 소련역시 군사적 대응을 하게 되면, 악순환이 벌어져 핵전쟁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그와 같은 정책을 채택하지 아니하였고, 자신의 양보를 강요하고자 하는 의사는 전달하고 상대방에게 타협의 여지를 좀 더 주는 정치적 대응쪽을 선택하였다는 것이군요.

일단 대북한문제로 되돌아와서 보면, 햇볕주의자는 북한이 이제 더이상 잃을 것이 없으며, 자존심하나로 버티기 때문에 양보를 할 수 없고, 따라서 우리가 양보를 강요한다면 북한과 반드시 충돌이 일어나고 충돌이 일어나면 계속 격화될 것이기 때문에 그것이 곧 전쟁이며, 우리가 양보를 해야 하고, 우리가 양보하면 북한이 알아서 양보할 것이라는 식의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은 전쟁이냐, 평화냐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 단어 사용을 한 사람으로 유명한 사람은 노무현이 있지요.

저는 이러한 단어 표현에서 평화를 선택하는 것 - 즉 우리가 먼저 양보하면 북한도 나중에 자연히 양보한다 - 은 우리에게 많은 양보를 강요하면서도 북한이 양보하는 것은 별로 없는 결정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전쟁이냐 평화냐 라는 식의 양자택일이라면 차라리 전쟁 - 우리가 양보를 강요하고 북한과 충돌이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한다 - 을 택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용어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햇볕주의자의 간교한 전략에 말려드는 것이며, 정확히 표현하자면 "북한과 충돌이 일어날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북한에 양보를 강요할 필요는 존재한다." 라고 하여야겠군요.

북한의 경우 과거에는 양보한 일이 있었지만, 그건 체제가 아직 건재한 때의 일이며, 지금의 북한 체제는 불안정합니다. sonnet님은 북한이 합리적 - 즉 자신의 결정에 따라오는 자신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을 고려한다 - 일 것이라고 하셨지만, 북한이 피해 가능성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 행동을 보이기만 해도 북한이 합리적인가, 비합리적인가 라는 의구심을 상대방에게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북한에 보상해서 북핵폐기를 이끌어내는 것도 제네바 합의를 파기한 전례를 볼 때 북한에 주는 보상만큼의 가치가 없으며, 또한 우리측이 정말로 전쟁위험을 감수할 의사는 아주 낮다는 우리측의 무능력을 북한에 확신시키는 결과가 되어 다음에 북한이 합의를 다시 파기하고 더 무리한 요구를 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북한을 군사적이 아닌 다른 수단으로 괴롭히는 것도, 미국이 기껏 BDA를 찾아 놓고도 아무런 양보도 이끌어내지 못한 채 굴욕적인 항복을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역시 좋은 수단이 아닙니다.

즉 모든 문제의 근원은 북한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우리측의 능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우리측이 북한에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우리측이 계속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북한에 북핵폐기를 확실하게 강요하기 위해서는 북한에 피해를 입는 우리측의 취약점을 보완하여야 합니다. 즉 전국적으로 전국민을 수용할 수 있는 핵대비 지하시설을 건설하고 미사일 방어체제등을 구축하여 북한에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가능성을 최소화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방비가 되어있을 때 북한에 북핵폐기를 강요하지 않으면 군사적 수단을 사용한다고 신뢰성있는 위협을 가할 수 있으며, 북한이 합리적이라면 북핵을 폐기할 것이고, 북한이 설령 비합리적이라고 해도 우리측의 피해는 최소화하면서 북핵을 물리적으로 폐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그러한 주장을 한 것입니다.
Commented by 행인1 at 2009/03/19 09:26
.......-_-ㅋ

teferi님은 그저 불타는 한반도가 보고 싶으신 건지도 모르겠군요.
Commented by 하늘이 at 2009/03/19 10:28
1. 전국적인 핵대비 지하시설 건설이라... 심시티 유저 MB주상이나 teferi 선생께서는 좋아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게는 마치 "전 지역의 요새화"로 대표되는 어떤 나라가 떠오르는군요. ( ' ^')

2. 우이독경이 따로 없군요.
Commented by 김우측 at 2009/03/19 11:01
sonnet님께서 첫번째 답글에서 얘기하셨듯이, "우리측이 북한에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그점에 집착을 계속하게 된다면] 우리측이 계속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는 포인트가 있고, 단순히 전쟁이 아니더라도 모든 협상관련에서 일어날 수 있고 적용될 수 있는 점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teferi님께서 계속 잘못짚으시는 부분은, 그리고 다른 분들이 지적하는 부분은, 그 다음의 논리가 이상한 곳으로 튄다는 것이죠.

asymmetric threat에 대해서 철저한 방비를 하는 것이 억지력이나 상대에게 선택을 강요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만약 그것이 주효한 것이었다면, 지금 미국이나 러시아에는 굉장한 수의 핵대비 지하시설이 있어야 하고, MD가 쓸데없다는 말도 없겠죠.
Commented by 토르끼 at 2009/03/19 11:33
한 마디로 님 잘 쓰시다 삼천포로 가셨음 -_-;
Commented by 피셔 at 2009/03/19 19:13
즉 전국적으로 전국민을 수용할 수 있는 핵대비 지하시설을 건설하고 미사일 방어체제등을 구축하여 북한에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가능성을 최소화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망상
Commented by 갈매기 at 2009/03/19 19:33
폴아웃 시나리오군요.

사실 앤클레이브는 공산주의자라능..
Commented by 아이군 at 2009/03/19 23:20
가장 우선적으로, 남의 글을 좀 읽으셨으면 합니다.
현재와 같은 비대칭 전력상황에서 적에게 어떤 것을 하지 못하게 할 수는 있지만, 적이 뭔가를 하게 하는 것은 대단히 힘듭니다. 북한 입장에서 남한의 시키는 데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도저히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몰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자명하니깐요. 한국의 경우에는 (직접적인)군사적 도발, 미국의 경우에는 핵무기의 확산, 정도가 억제선일 것이고 이것은 그럭저럭 잘 지켜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도대체 어디서 굴욕적인 항복을 했는지 모르겠군요. 이것은 sonnet님의 몇글 앞 글의 주된 내용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석하신 건가요?

가장 크게 태클을 걸자면, 북핵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북한의 대포가 미치는 영향보다 낮지 않나요? 걍 노무현씨가 했던 행정수도이전을 하는게 훨 나을것 같은데요? 행정 수도 이전을 찬성 하셨나요? ㅡ,.ㅡ;;
Commented by paro1923 at 2009/03/19 10:04
......

...teferi 님께선 여전히 2차원적인 틀 안에서만 발상을 거듭하시는 것 같습니다만...
장담하는데, 그런 식으로는 4차원적인 3차원의 북한 줄타기 외교에
기존의 방법보다도 더 씨알도 안 먹힙니다.
Commented by Madian at 2009/03/19 10:14
소인은 그저 teferi 님이 업계인이 아니시길 바랍니다.
Commented by 김우측 at 2009/03/19 10:50
그럴 리 없어 보입니다.
Commented by mj at 2009/03/19 13:10
게임이론에서 나오는 "선택권을 상대방에게 넘기"는 전략인건가요


Commented by nathan at 2009/03/19 21:50
맨날 좋은 글들 구경만 하다가 처음으로 댓글 달아봅니다.

전국민을 수용할 수 있는 핵 대피시설이라니...이런 얘기를 진담으로 하는 사람을 볼 수 있다는 게 행운인지 불행인지 모르겠네요.

그런 시설의 건설을 계획하는 것만으로도 남한의 치명적인 정치적 패배가 될 수 있으며, 실제적으로 '착수'하는 순간에 바로 결정적이며 되돌리기 어려운 정치적 패배를 확정짓게 된다는 건...말해봤자 씨알도 안 먹히겠지요. 왜 그런지 스스로 생각해낼 능력이 있으리라고는 더더욱 생각 않습니다.
Commented by 천마 at 2009/03/20 13:32
영화 D-13이 생각는군요. 오래전에 EBS와 케이블TV에서 방송한 "핵의 시대"라는 다큐도 생각나고. 거기서 보면 케네디대통령은 폭주하려는 군을 제어하면서 동시에 소련에 자신들의 의지를 강요하는 피 말리는 게임을 하고 있었죠.

소련도 상황은 비슷해서 양측모두 사태를 파국으로 몰아가려는 사람들 때문에 위기에 처한적이 여럿 있었다는게 참 그렇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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