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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deterrence): 어떤 기사와 관련해서

다음은 벌써 5년 전인 2004년 가을에 공개했던 글을 그대로 옮겨 온 것입니다. 엊그제 올렸던 파워의 비교라는 글에 대해 주신 의견들(예를 들면 teferi, sprinter)에 대해서 논의하자면 우선 배경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조금 소개하고 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어서 옮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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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주장이 있습니다.

“우리는 북한이 어떠한 도발도 할 수 없도록 단념시키고(dissuade), 실패할 경우에는 억지(deter)에 나서고, 억지에 실패하면 패배시킬(defeat)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북한은 도발을 시도하는 것은 생각하지 못하는 ‘단념’ 상태다. 주한미군 재배치와 관련, 가장 시끄럽게 불만을 제기하는 것도 북한 아닌가.”

어떻게들 생각하십니까? 위 발언을 국내 관료나 정치인 누군가가 했다면 아마 여러 곳에서 벌떼 같은 반론을 받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도발을 시도하는 것은 생각하지 못하는 단념 상태라니!!!” 북한의 변함없는 남침야욕에 대한 설교부터 시작해서, 서해교전, 강릉 잠수함 사건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증거들이 나열되겠지요.

그런데 이 발언은 15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美국무부 東亞太담당 롤리스 부차관보 인터뷰”[1]에 등장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국내정치문제와는 무관한 동맹국 미국의 책임 있는 지위에 있는 관료[2]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을까요?
그도 빨갱이 혹은 노빠?

사실 놀랄 것도 없는 것이 이 발언에서 롤리스 부차관보가 언급하고 있는 것은 억지(deterrence)라는 개념입니다. 이 개념은 오해하기가 쉬워서, 일반인, 혹은 군사안보문제에 상당한 관심이 있는 일반인이라 하더라도, “억지” 혹은 “억지력”이란 말을 실상 정치가나 관료, 군인, 학자들이 쓰는 의미와는 다른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실은 예전에도 어떤 토론을 하다가 상대가 “억지력”이란 단어를 저와는 전혀 다른 식으로 사용하는데 질려서, 토론을 포기해버린 경험이 있습니다. 단어 개념설명부터 상대에게 해주자니 피곤하고, 귀찮고 그런 거지요. 여기서는 간단히 이 기사와 관련해서 억지의 몇 가지 특징만 짚어보기로 합니다.



1. 억지와 억지가 아닌 것

우선 글렌 스나이더의 설명을 보겠습니다. 여기서는 앞서의 롤리스 발언에 등장하는 단어들이 그대로 다시 등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즉 억지란 어떤 의미에서는 단지 정치력의 부정적 측면일 따름이다. 억지는 강제 혹은 강요하는 힘과는 반대로 단념시키는 힘(the power to dissuade)이다.”[3]

즉 억지(deterrence)란 dissuasion이란 단어에 가장 잘 표현되어 있는 바와 같이 상대방에게 어떤 행동을 포기케 하는, 설득해서 그만두게 하는 의미지 '억압해서 포기케 하는' '이쪽의 행동'(보복)에 중점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억지전략이란 필연적으로 현상유지(status quo)를 목표로 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억지력을 갖고 있으면 현재와 같이 북한의 전면전 혹은 비정규전 시도를 단념시킬 수 있는데, 이는 바꾸어 말하면 현재의 휴전협정의 유지를 목표로 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이 경우 억지력은 북한을 개방과 개혁으로 나오게 만드는 목적으로는 작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군사력을 포함한 위협(threat)을 그러한 목적으로 확장하면 (다른 목적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기존 억지전략의 신뢰성(credibility)은 약화된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억지전략은 기본적으로 나의 진정한 관심사항을 “좁고 명확하게 정의해서” “상대가 확실히 알아듣고 어기지 않도록”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냉전 당시 미국이 (핵)억지전략을 발표하자 소련도 이에 대응하여 악명 높은 비밀주의를 깨고 자신의 군사 독트린을 공개하기 시작한 것은 이러한 배경에 따른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억지상황과 대응수준을 명확하게 규정하게 되면 반대로 규정되지 않은 행동은 억지력이 작용하는 한계의 밖이 됩니다. 억지상황에 규정되지 않은 행동에 대해서도 동일하거나 그 이상의 보복이 가해진다면 상대로서도 “억지조건을 특별히 염두에 둘” 이유가 없어지니까요.

아울러 억지에서는 “무엇을 하지 마라. 그렇지 않으면 보복하겠다.”는 것은 있지만, 반대로 “무엇을 해라. 그렇지 않으면 보복하겠다.”는 것은 성립하기가 힘듭니다. 억지는 기본적으로 심각한 사태에 대해 심각하게 대응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리고 억지의 한 축을 이루는 보복은 보복을 감행하는 측도 나름대로 심각한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무엇을 하지 마라”에서는 미래의 시점에서 위반사항이 발생할 때까지는 보복을 현실화하지 않아도 됩니다. 편하죠. 그런데 “무엇을 해라”에서는 위반사항이 당장 있기 때문에 보복도 바로 혹은 조만간 들어가야 합니다. 만약 보복을 차일피일 미루면 상대로 하여금 억지조건이 허풍이라고 판단하게 만들 가능성만 높아집니다.

따라서 “무엇을 해라. 그렇지 않으면...”은 단순한 최후통첩이나 공갈일 뿐이지 억지전략이 될 수 없습니다.



2. 억지의 신뢰성

냉전 시대를 풍미했던 미국의 핵억지전략 중 하나인 유연반응전략에 대한 분석에는 이런 설명이 있습니다.

“이 핵전략이론의 현실성, 즉 신뢰성은 도시상호파괴의 회피노력에서 구체화된다. 즉 '도시가 파괴되기 전에 종결시킨다'고 하는 분쟁조기종결방식은 설득적(보상적) 억지이론에 입각하고 있는 것이다.” [4]

유연반응전략 이전의 억지전략은 사소한 도발에도 핵탄두를 퍼붓겠다는 위협을 가하는 대량보복전략이었습니다. 그런데 소련이 핵개발을 성공시킨 이후에는 미국 내에서 과연 우리도 핵보복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사소한 도발에 대해 핵탄두를 퍼부을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됩니다. 그리고 우리 자신도 의문시하는 행동을 적에게 믿으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됩니다.
즉 대량보복은 말은 호탕하지만 억지전략으로서는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지요. 즉 보복의 내용을 현실적으로 그럴듯한 수준으로 제한하고 궁극적 파국을 회피하려는 노력과 일치하게 함으로서 상대에게 더 신뢰성 있게 들리도록 한 것입니다.

그런데 가끔 보면 북한의 몇몇 도발에 대해 훨씬 강력한 보복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을 접합니다. 서해교전 같으면 저쪽에서 포를 쏘면 우리는 미사일을 쏴서 한방에 날려버리자든가 그런 식이죠. 감정적으로는 그렇게 말하는 것도 이해는 갑니다만, 이는 억지전략 측면에서 보면 매우 어리석은 의견인 셈입니다.
한국이 전면전을 피하고자 하는 것은 누구의 눈에도 분명하기 때문에 그러한 ‘한국판 대량보복전략’을 억지의 조건으로 내건다면 오히려 억지의 신뢰성이 손상되는 결과를 피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위 설명을 한국에 맞게 약간 바꾼다면 이렇게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의 군사적 억지력의 신뢰성은 전면전을 회피하려는 노력에서 구체화된다. '즉 분쟁이 전면전으로 확대되기 전에 종결시킨다'라고 하는 분쟁조기종결방식은 설득적(보상적) 억지이론에 입각하고 있는 것이다.”



3. 롤리스 발언으로 돌아와

위의 롤리스 발언으로 돌아와 보면, 우리는 그가 1)억지 개념을 설명했을 뿐 아니라, 2)억지전략이 미국의 대북정책의 일부이며, 3)미국 정부가 현재 한반도에 그러한 억지가 성립되어 있다고 보며, 4)주한미군 감축 이후에도 이러한 억지는 계속 성립할 수 있다고 평가함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억지전략은 미국이 북한에 대해 갖고 있는 정책의 전부는 아닙니다. 한국과 미국의 주요한 입장 차이는 한국에게 있어서는 전면전 억지가 1순위인데, 미국은 핵 비확산이 1순위라는 점에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롤리스 부차관보는 적어도 전면전 억지에 대해 미국이 충분한 고려를 하고 있음을 한국인들에게 전달하려는 의도를 갖고 인터뷰를 진행한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두 목표를 같이 달성할 수 있기를 양국 당국자들에게 기대해 봅니다.



[1] 강인선, 美국방부 亞太담당 롤리스 부차관보 인터뷰, 조선일보, 2004년 10월 17일
[2] 그는 한미동맹 정책구상회의(FOTA)의 미측 최고 책임자로 용산기지이전, 주한미군감축 등 한미간 안보현안에 중요한 역할을 맡아 오고 있다.
[3] Snyder, Glenn H., Deterrence and Defense, Princeton University Press,, p.9
[4] 최영, 『현대핵전략이론』, 일지사, p.13
by sonnet | 2009/03/09 19:54 | 정치 | 트랙백(1) | 덧글(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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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seoulrain's .. at 2009/03/11 08:21

제목 : 서울비의 생각
"억지전략이 현상유지를 목표로 하는 이유"...more

Commented by Charlie at 2009/03/09 20:06
무언가를 이야기할때 서로 쓰는 단어의 의미가 다르면 골치아프지요. 억지력으로 억지를 쓰는 분을 만나셨나봅니다.
어쨌거나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안그래도 불안한 요즘 불안거리가 하나라도 줄어들면 좋겠어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3/11 06:47
네, 용어 해설에 개념 정립까지 다시 시켜가면서 토론을 하려면 공이 몇 배로 드는데다가, 조금 실수하면 배가 산으로 가는 데 일조할 수도 있으니까요.
Commented by 지나가던이 at 2009/03/09 20:06
과연, 억지는 협박이 아니라는 거군요. 그리고, 현 상황은 우리가 북을 협박할 충분한 이유가 없다는 뜻이겠고. 강하게 나갈 때도 있지만 우리의 스탠스를 좀 더 냉정히 볼 필요도 있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Commented by sonnet at 2009/03/11 06:47
협박은 좀 덜 감정적인 표현으로 바꾸면 강압(coerce)인데, 이 글이 강압 전략을 체계적으로 부정하는 글은 아닙니다. 강압이 쓸모있을 경우도 있겠지요. 다만 이 글에서 지적하려고 하는 것은 억지와 강압은 같지도 않고 오히려 상충될 여지가 많다는 것입니다.
Commented by Lucid at 2009/03/09 20:18
deterrence와 containment를 잘 구분 못 하는 사람들이 많지요. dismantle nuclear weapons와 abandon making nuclear weapons를 구분 못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처럼.
Commented by sonnet at 2009/03/11 06:47
이 경우엔 deterrence와 coerce였는데, 이런 개념들은 미묘해서 평범한 사람들은 틀리기 쉬운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maxi at 2009/03/09 20:29
단순히 단어에 대한 명쾌한 설명이지만 읽는 사람에게 시사점이 큰 글 감사합니다.

한가지 궁금한게 요즘 읽고 있는 것중에 모처에서 출판(이랄까pdf) 공군력을 통한 강압전략에 관한 짧은 소논문인데, 강압을 억지보다는 능동적인, 그러니까 "무엇을 해라" 고 할수 있는 의미로 해석해도 괜찮을지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3/11 06:48
네. 군사력을 응용한 강압에 대한 개념들은 포함외교(gunboat diplomacy)를 다룬 글들에서 잘 설명해 놓은 경우가 많습니다. 적당한 책을 하나 찾아보심이.
Commented by 하얀까마귀 at 2009/03/09 20:49
억지(력)에 대해 지금까지 읽은 가장 명쾌한 설명이네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3/11 06:48
감사합니다 ;-)
Commented by 일화 at 2009/03/09 21:12
정확하게는 그런 의미였던 거군요. 대충 전쟁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예방한다는 의미라고만 이해하고 있었는데, 확실한 의미를 알게되니 이해가 확실하게 되는 듯 하네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3/11 06:48
네, 억지전략의 단점은 저 전략이 catch all한 전략이 못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threshold를 넘지 않도록 상대를 공격할 여지가 남게 되지요.
Commented by leopord at 2009/03/09 21:31
<파워의 비교>와 연관지어봐야겠군요. 억지력 개념이 상대로 하여금 특정 행위를 하지 않도록 강제하는 데에 집중하는 것이라면, 소극적 의미의 영향력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tefere 님의 오류는 파워를 군사력에 한정지은데 있는 것 같군요.

04년 10월과 09년 3월 사이의 정세 갭이 너무 커졌다고 생각하는 건 과장일런지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3/11 06:49
잘 보셨습니다. 지난 5년 사이의 제일 큰 변화는 역시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Commented by rururara at 2009/03/09 22:58
저같은 무식쟁이에게는 "억제"라고 하면 더 이해가 쉬울꺼 같아요. 으흐흐.
Commented by paro1923 at 2009/03/09 23:04
WOW!!! 단박에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 억지의 뜻을 다르게 쓰신 분의 인식이야말로
한국인들 대다수가 생각하는 '억지'의 개념일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Commented by sonnet at 2009/03/11 06:49
하하. 저건 옛날 글을 손보지 않고 그대로 가져와서 그 부분이 남아 있는 것인데, 사실 이제 와서는 큰 의미는 없는 이야기지요.
Commented by 여우비 at 2009/03/09 23:23
'억제'라는 낱말이 우리네한테 더 살갑게 들리겠습니다. 미처 양해를 구하지 못할 상황이라면 말이지요. 유익한 글 감사히 보고 갑니다~^^
Commented by 행인1 at 2009/03/10 09:47
"억지"의 뜻이 보다 명확해지는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03/11 06:49
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sprinter at 2009/03/10 10:57
이 컨셉하에서는 북한을 '움직이지 못하게'하는건 가능하겠습니다만, 그러나 빅터차나 워싱턴이 원하던대로 '북핵 문제'나 '인권'분야에서 협조를 얻는건 무리죠. 그건 햇볕을 폐기하고 상호주의로 갈아치워도 마찬가지의 문제가 될거라고 봅니다.
Commented by fatman at 2009/03/10 12:09
어차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는 전제가 붙는다면, 햇볕보다는 상호주의는 더 합리적이지요. 최소한, 원하는 것을 못 얻을 동안은 우리 지갑의 돈은 절약할 수 있을테니...
Commented by sprinter at 2009/03/10 13:28
fatman / 관점에 따라서는 좀 다르기는 하겠습니다만, 애초에 비용을 들이지 않겠다는 생각 자체를 무리라고 할수는 없겠죠.

하지만 밑밥도 없는데 어느날 갑자기 새로 경기를 시작할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당혹스러운 일이라서...
Commented by fatman at 2009/03/10 18:12
sprinter //

밑밥 이야기하시니 생각나는 것이 밑밥은 잘 챙겨먹은 다음에 경기는 못나간다고 땡강부리면 어떻게 되나요? 죽도록 패서 경기하도록 해야 하나요? 달랠려고 밑밥을 계속 줘야 하나요? 아니면 뭔가 다른 제3의 답이 있는걸까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Commented by sprinter at 2009/03/10 20:38
사실 제일 좋은건 패는 겁니다. 팰수 있다면 말이죠. 팰수 있을까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3/11 06:50
이건 북핵문제에 있어서도 '레드라인'이란 이름으로 많이 논의가 되었던 것입니다. 저는 북한은 내면적으로 신중한 나라라서 핵실험 앞에 레드라인을 그었으면 그들은 실험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Ya펭귄 at 2009/03/11 17:55
서쪽에서는 오기만 하면 패버릴 각오를 굳히고 있는 중....
Commented by Madian at 2009/03/11 18:31
넘어온 만큼만 패겠지요.
Commented by 애독자 at 2009/03/10 11:11
SONNET님의 블로그 열혈 애독자입니다.
마침 '억지'에 관한 포스팅이 올라왔고, '억제'에 관한 이야기가 댓글로 달렸군요. 평소부터 하던 생각을 가볍게 남기고 가려 합니다.

말씀하신 개념의 학문적 정의를 갖는 용어로 국제정치학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억지’를 사용합니다. 그렇지만 사실 이 용어는 ‘deterrence’의 번역어인 일본어 ‘抑止’를 그대로 차용한 것으로, 이러한 학문적 쓰임새 외에는 국어에서 거의 사용되지 않으므로 엄밀히 말해 한국어가 아니라고 봐야할 듯 합니다.

학계의 흐름을 받아들여 언론에서도 이 어휘를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한국군을 포함한 정부 당국에서는 같은 용어를 지칭할 때 ‘억제(抑制)’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국방백서를 포함한 공식문서에서도 ‘억제력’ 등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지요. ‘억제’는 ‘억지’에 비해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한국어 어휘인데다 일반인들에게도 쉽게 이해되는 만큼, 저는 개인적으로 ‘deterrence’의 한국어 번역어는 ‘억제’를 쓰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SONNET님의 의견은 어떠실지 궁금합니다....^^
Commented by 애독자 at 2009/03/10 11:15
아, 아무도 그런 오해는 하시지 않으시겠지만, '억지를 부리다'에서 쓰이는 억지는 '어거지'와 같은 말인 순 우리말입니다. deterrence 혹은 抑止와는 관계가 없지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3/11 06:51
이런 식의 예로 문제가 많이 거론되는 것은 역시 부동소수점(浮動小數點; floating point)이 아닐까 합니다. 대개 이 용어를 한글로만 적어서 학생들에게 가르치면 백이면 백 不動(fixed)을 먼저 떠올리는데 그럼 뜻이 정 반대가 되어버리지요. 사실 이런 논란이 발생하는 배후에는 한글전용의 문제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한문에 익숙한 세대들, 그리고 그 세대가 주로 보았던 한자병기도 아니고 국한문 혼용(명사를 그대로 한자로 쓰는)으로 된 책들에 익숙할 경우 이런 것은 거의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겁니다. 한문교육 강화를 주장하는 쪽은 한자병용이 이래서 필요하다고 주장하니까 같은 문제를 보는데도 시각이 정 반대라서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Ya펭귄 at 2009/03/11 15:42
사실 부동소수점은 유동소수점이라는 표현으로 바꿔줘도 혼란을 상당히 줄일 수는 있겠지요....

그래봤자 한자를 모르면 결국 한계가 찾아오겠지만서도....

Commented by 三天포 at 2009/03/10 11:54
그럼 억지력의 신뢰성은 조건을 내건 국가의 원칙이 바뀜에 따라 달라지는건가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3/11 06:51
네, 원칙이라든가 그들이 처한 상황이나 조건, 기술적 변동 등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되지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3/11 06:51
rururara, 여우비, 애독자 / 말씀 잘 알겠습니다. 제가 학계의 용법에 영향을 줄 수는 없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억제(deterence)'라는 표현을 쓰는 것을 고려해 보겠습니다. 그러나 우선 억제와 억지를 통용해 쓰는 데 용법상의 무슨 문제가 있는지 좀 더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조언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teferi at 2009/03/13 20:56
북핵위기와 이번 미사일 위기의 경우에는 미국이 정말 심각한 일에 심각하게 대응하고 있기는 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은 북핵위기동안 북한의 위협에 대해 아무것도 못하는 종이호랑이였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sonnet님은 미국이 북한을 폭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은 5%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셨지만 그러한 판단은 잘못된 것임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hope77 at 2009/03/16 17:29
잘 보았습니다.
놀러 오세요.
http://cafe.naver.com/hopendream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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