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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패러독스의 응용
요즘 달러, 엔, 유로 할 것 없이 환율이 장난이 아니어서 책을 취미로 삼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에 도움이 될 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가 책을 살 때 쓰는 방법 하나를 간단히 소개해 볼까 합니다.



확률론에서 잘 알려진 문제로 생일 패러독스(birthday paradox)라는 게 있습니다.

생일 문제(生日問題)란 확률론에서 유명한 문제로, 몇 명 이상 모이면 그 중에 생일이 같은 사람이 둘 이상 있을 확률이 충분히 높아지는지를 묻는 문제이다. 얼핏 생각하기에는 생일이 365~366가지이므로 임의의 두 사람의 생일이 같을 확률은 1/365~1/366이고, 따라서 365명쯤은 모여야 생일이 같은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는 23명만 모여도 생일이 같은 두 사람이 있을 확률이 50%를 넘고, 57명이 모이면 99%를 넘어간다. 이 사실은 일반인의 직관과 배치되기 때문에 생일 역설이나 생일 패러독스라고도 한다. - "생일 문제" 항목, 위키백과(한글) -


왜 그런가 좀 생각해 보지요.
이 문제의 핵심적인 트릭은 어떤 장소에 모인 사람들 중에서 A라는 특정인을 정해 놓고 A의 생일(예: 7월 7일)과 같은 생일을 가진 누군가를 찾으면 확률이 매우 낮은데(푸른 선), 어느 날이든 좋으니 생일이 같은 한 쌍의 사람을 찾으면 그 확률은 훨씬 높다(초록 선)는 것입니다.

이 문제는 해쉬함수 충돌같은 실용적인 응용이 있어서 많은 교재들이 빼놓지 않고 소개하곤 합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수학과 별 관계없이 사는 사람들에게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어떤 책을 사야겠다고 마음 먹고 인터넷 서점을 뒤지기 시작하면 대개의 경우 실망하게 됩니다. 손품을 꽤 많이 팔아도 내가 원하는 바로 그 책을 생각만큼 싸게 사기는 무척 힘듭니다. 가끔씩 세일을 한다손 치더라도 내가 그 책을 찾는 순간에 공교롭게도 그 책이 할인중일 가능성은 극히 낮은 법이니까요. 이런 쇼핑 방법은 위 그래프에서 푸른 선을 따라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 정도 이야기하면 다들 짐작하시겠지만 물건을 싸게 살 확률을 높이려면 위 그래프의 녹색 선을 따라가는 방법으로 구매전략을 바꾸는 게 좋습니다. 인터넷 서점 아마존을 예로 들어 어떤 식으로 하는지 설명해 보지요.


저 같은 경우엔 한 번 읽어봄직 하다 싶은 책이 있으면 그때 그때 아마존의 wishlist에 계속 추가시켜 나갑니다. 그렇게 하고 지내다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wishlist에 수백 권의 책이 쌓이게 됩니다. 그리고 나서 가끔 책을 살 용돈이 생기면 예산 상한선을 정해 놓고 wishlist를 쓱 훑어 보면서 살 물건을 고릅니다. 이 때 주로 보는 것은 물론 가격이죠. 이 wishlist는 가격만 괜찮으면 한 번 사서 보겠다고 정해놓은 책들의 목록인 만큼 가격만 예민하게 살피면 됩니다. 헌책의 경우엔 매물 상황에 따라 가격이 들쑥날쑥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방법이 아주 유용합니다.

또한 이런 방법을 계속하다 보면 의외의 지식이 쌓이게 됩니다. 예를 들면 (오랫동안 사지 못한) 어떤 책의 가격은 얼마 이상은 떨어지지 않는다든가 하는 것에 대한 감이 잡힌다든가 하는 식이죠. 그럼 그 하한선에 들어왔을 때 사면 되는 것이구요. 실제로 해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노하우들(예를 들면 송료를 최적화하기 위한 배낭 문제 풀이 같은)이 더 있는데, 그런 건 각자 해 보시면 충분할 것으로 믿고 생략하기로 하겠습니다.
by sonnet | 2009/02/26 17:02 | | 트랙백(2) | 핑백(1) | 덧글(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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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오오토리 학園의 落第 .. at 2009/02/27 08:35

제목 : 확률을 이용해 천재사칭하기(..)
생일 패러독스의 응용을 보니... 마침 며칠전에 본 바로 저 내용의 동영상이 생각났는데 그걸 보면서 내 마음에 와닿는 부분은 바로 "확률이 충분히 높아지는"을 보통 사람들은 아마 100%로 해석하지 않을까?라는 점. 50%만 넘어가면 충분하다거나 99%면 100%에 가깝다거나, 실용면에서 확률을 적용할 때 과연 보통 사람들이 이런 발상(이랄 것도-_-)을 할 수 있을까? 아마 할 수 있더라도 문제상황에 따라 적용못하는 게 아닐까?(4카드문......more

Tracked from seoulrain's .. at 2009/02/27 09:20

제목 : 서울비의 알림
생일 패러독스와 책 잘 사는 방법...more

Linked at a quarantine sta.. at 2009/06/15 00:21

... 책을 찾다가로 시작해 그 책을 실제로 손에 쥘 때까지가 수렵, 책을 읽으며 거기서 무엇을 건져내는지가 채집이라고 말하면 적당할 듯하다. 수렵 단계에 대해서는 지름도설, 생일 패러독스의 응용, 채집 단계에 대해서는 책 추수 전투 등에서 다룬 바 있다. 대공전 스케쥴러수렵은 다시 사냥감 후보를 찾는 탐색 과정과 찾아낸 표적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입수하느 ... more

Commented by 궁극사악 at 2009/02/26 17:13
좋은 노하우 감사합니다 ^^
Commented by sonnet at 2009/02/27 17:30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Commented by 다음엇지 at 2009/02/26 17:25
항상 느끼는 거지만 재미있는 프레임들이 많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2/27 17:33
네, 학교에서 배운 이론이 현실에 성공적으로 적용된다는 건 무척 기쁜 일이기도 합니다.
Commented by Ya펭귄 at 2009/02/26 17:29
저 패러독스는 약간 다르게,

"그렇다면 365명이 모였는데 생일이 모두 각각일 확률"

이라는 방식으로만 생각해도 빠져나갈 수 있는...


약간은 다른 이야기이지만 머피의법칙중에서도...

"어떤 물건을 찾는 가장 빠른 방법은 다른 물건을 찾기시작하는 것이다..." 도 약간 일맥상통 할 수도 있을 듯 합니다... 찾는 건의 set을 수십개로 유지하고 찾아나가면 그중 하나를 찾아낼 확률이 증가하니...
Commented by sonnet at 2009/02/27 18:08
"빠른 방법" 하시니까 말이지만, 사실 저는 이 방법을 쓰기 시작하고 나서 책 쇼핑 시간을 많이 줄였습니다. 그냥 zero-based에서 책을 한 권씩 카트에 넣어서 사는 것 보다 이렇게 책을 사는게 쇼핑에 소비하는 시간이 훨씬 짧습니다. 고민해야 할 변수가 많이 줄어드니 당연한 결과일지도...
Commented by Chameleon at 2009/02/26 17:46
오오 굉장히 흥미있는 글입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02/27 17:37
하하, 네에.
Commented by Ha-1 at 2009/02/26 17:53
1-n 확률도 자승이 되면 제로로 수렴하게 마련...
Commented by sonnet at 2009/02/27 17:46
흐.
Commented by kbs-tv at 2009/02/26 18:29
오오 괜찮은 방법 같습니다.

하지만 이론과는 다르게 부작용의 염려도 있을 것 같긴 하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2/27 17:46
굳이 말하자면 불필요한 물건을 사게 되는 일이 늘어날 수도 있는데, 그건 결국 wishlist를 잘못 관리했을 때 일어나는 현상인 경우가 많습니다. 본문에 언급한 것처럼 wishlist에서 cost performance가 높아보이는 아이템부터 채워나가서 예산상한선에 도달하면 끝내는 식으로 하면 저는 큰 문제는 없더군요.

하나 더 부연하자면 이 이야기에는 숨은 가정이 하나 있습니다. 그건 책 욕심이 꽤 있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방법이라는 거지요. 평소에도 책을 일정량 이상 사는 사람들은 사고 싶은 책이 늘 넘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런 방법이 잘 맞지만, 가뭄에 콩나듯이 책을 사는 사람들이라면 굳이 wishlist같은 걸 굳이 관리할 필요성도 없이 살 책만 딱 사고 끝내는 게 낫겠죠.
Commented at 2009/02/26 18:4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02/27 18:04
말씀하신 대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게다가 저는 한국에서 받는 것이기 때문에 amazon marketplace에서 사면 송료가 $12.49나 됩니다. 이 송료를 아끼기 위해 제가 쓰는 방법 중 하나는 amazon marketplace에서 물건을 고른 후 해당 샵의 웹사이트로 가서 직거래를 하는 것입니다. 직거래를 하면 한국까지 송료를 권당 $3.97 정도에 주는 업체들이 많이 있거든요.

그리고 제가 주로 사는 책은 대학출판부에서 나온 정가가 $30 전후의 책이 대부분이어서 새 책을 할인받아서는 그정도 가격을 맞추는 건 꽤 어렵습니다. 정가가 $4.95~6.95 수준의 mass market paperback 위주라면 송료를 포함한 총비용을 기준으로 수지타산을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Lucid at 2009/02/26 19:50
고등학교 다닐 때 풀었던 수학1 정석의 확률 단원 연습문제 1번이 "우연히 모인 10사람의 생일이 서로 모두 다를 확률을 구하여라"였는데, 생각보다 매우 작은 수가 나왔던 걸로 기억합니다. ^^
Commented by sonnet at 2009/02/27 17:49
흐, 그런 걸 기억을 하고 그러십니까 ;;;
Commented by 제드 at 2009/02/26 20:04
내가 로또 당첨될 확률은 매우 낮지만, 아무나 누구 하나가 당첨될 확률은 매우 높은거겠죠
Commented by sonnet at 2009/02/27 17:21
그렇죠.
Commented by 길 잃은 어린양 at 2009/02/26 20:20
그런데 저 방법은 wish list 목록이 계속해서 길어지는 단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02/27 17:20
정확하게 보셨습니다 ;;;;
Commented by 한빈翰彬 at 2009/02/26 21:31
해쉬함수 충돌에 저걸 쓴다니;; 제가 알고 있는 상식을 풀쩍 뛰어넘는군요. ㅎㅎ

저 방법은 물론 정말로 위시리스트여야 할 것 같군요. 저는 관심있게 지켜보는 책도 위시리스트에 추가시켜놓는 편이라서..;;
Commented by sonnet at 2009/02/27 17:23
저런 것을 보통 "birthday attack"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아마존 같은 경우 위시리스트를 원하는 만큼 여러 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적당히 나눠서 넣으시면 될 듯 합니다.
Commented by 한빈翰彬 at 2009/02/26 21:55
그런데 예로 드신 해쉬함수 충돌에서 해쉬함수의 답은 알려주었으나, 그 풀이방법을 모른다는 설명은 해쉬함수를 모르는 사람이 보기엔 무척 기괴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어떤 커다란 두 소수를 곱한 합성수를 알아도, 그 두 소수를 알기는 무척 요원한 것이라는 설명 정도면 될까요. ㅎㅎ

원래 이 댓글은 저 링크된 포스팅에 달아야 하는데, 혹시 밀릴까봐 죄송하지만 여기에 답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02/27 17:27
말씀하신 예는 RSA로군요. 일방향(one way)성은 암호학 전반에서 중요한 속성이지요.
Commented by 곤충 at 2009/02/26 22:45
'그리고 위시리스트는 절판되었습니다.'
가 뜨면 좌절하고 울어야 할까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2/27 17:29
음... 위 그림에도 out of print라고 된 것이 보이듯이 그 때는 헌책(used) 구매를 노려야겠지요. 아마존은 자기네 새 책판매와 커다란 규모의 헌책방 오픈마켓을 합쳐 놓았기 때문에 이런 점이 편리합니다.
사실 헌책조차 매물이 없는 경우가 있는데, 저는 그래도 wishlist에 넣어둔 채로 둡니다. 언젠가 매물이 다시 한 번 나타났을 때 사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말입니다.
Commented by paro1923 at 2009/02/26 23:25
저처럼 이해가 늦은 녀석에게는 다소 수련(?)이 필요한 방법...;;;
Commented by sonnet at 2009/02/27 17:48
하하. 생각만큼 어렵진 않습니다. 이 방법은 거의 기계적으로 하면 되는 거라서요.
Commented by 효우도 at 2009/02/27 10:58
확률이란게 참 헷갈리지요. 예전에 문뒤에 숨겨진 본 자동차와 염소고르기 문제도 그렇고.
Commented by sonnet at 2009/02/27 17:47
네, 그래서 학생들 머리 훈련시키는 데 많이 쓰이는지도요.
Commented by 三天포 at 2009/02/27 11:00
전에 생각해봤던 특정사람 끼리 사랑에 빠지긴 힘들지만
사랑에 빠진 사람은 많다. 란 거랑 비슷한 느낌이네요

책 구매법도 합리적인거 같네요 흠흠
Commented by sonnet at 2009/02/27 17:47
껄껄, 연애전선도 이 방법(wishlist pooling)으로 하는 겁니까?!
Commented by 三天포 at 2009/02/27 23:31
왜 그 있잖아요 삼류 연애소설에서 나올법한
'내가 아닌 누구를 만나도 상관없었던거야?' 라는
대사를 확률적으로 생각하다보니 그런 생각을 했었습죠

연애전선에 저 방법이 쓰일수 있을지는 좀더 생각을... 흠흠
Commented by shaind at 2015/09/24 18:12
......어장관리????
Commented by 새벽안개 at 2009/02/28 07:55
오우~ 유용한 정보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라피에사쥬 at 2009/02/28 08:35
저도 책들을 여러 페이지 검색하면서 '세일중인 것'만 골라서 장바구니에 넣는 습성이 있었는데 이는 이론적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었군요![......................]
Commented by 일화 at 2009/03/01 19:10
역시나 대인배에게는 대인배만의 노하우라는 것이 있었던 거였군요. 좋은 노하우를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질럿 at 2009/04/13 03:39
정말 좋은 방법이네요. 저는 천조국에서 서당을 다니는 중인데 처음 천조국에 왔을때 천조국 책값의 시간에 따른 가격 하락곡선을 잘몰라서 고생했죠. 조금만 기다리면 가격이 확 떨어진다거나하는등의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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