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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 예금자의 쇠퇴
예전에 다른 이야길 하다가 "적금과 예금으로 (돈을) 묻어두는 그런 전통적이고 수동적인 투자자들"에 대한 이야길 한 적이 있는데, 그 때, 실제로 그런 사람들은 적거나 빠르게 줄어들고 있을 거라는 의견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 중 두 개만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Commented by Moonseer at 2009/01/09 21:50
작년에 저는 대전에 있는 중소기업의 인사과에서 일했었습니다만, 사원 중 대다수를 차지하던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의 남녀사원들 중 70% 이상이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하고 있었습니다. 그 회사의 평균적인 학력은 고졸~전문대 수준이었고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경우, 제가 교류를 가지고 있던 50명 가량의 20~30대의 사람들 중 대다수가 주식 혹은 펀드에 투자하고 있었습니다. 최소생활비만 남기고 나머지를 투자해서 고수익을 올리려는 젊은 층이 꽤 되더군요.

Commented by Executrix at 2009/01/10 21:53
유감인 것은 여러 댓글에도 보이지만 '재테크에 관련해서 비슷한 형태의 이해관계를 가지는, 비슷한 정보를 구하는 사람들'이 특정 섹터로 국한지을 만큼 작은지 의문입니다. "직장 생활 다니는 데도 바빠 주식투자는 못하겠고,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은 싫고, 따라서 버는 돈은 적금과 예금으로 묻어두는 그런 전통적이고 수동적인 투자자들"이 다수라면 모르겠는데, 제 주변을 봐도 별로 그런 것 같지는 않고, 그런 종류의 사람들이 사실상 바보취급당하던 모습들도 종종 봤죠.

저도 이런 경향이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경향이 갖는 사회적 의미는 뭘까요? 여기 제가 생각하는 한 가지 의견을 내놓아 볼까 합니다.


오늘날 미국의 상업은행과 기타 저축취급기관들이 진 총 부채 중 예금 부채의 비중이 60% 미만입니다. 1980년대 초에는 80%, 1950년대에는 95%였습니다. 이 비중이 떨어진 것은 앞서 인용한 의견들처럼 MMF금리가 두 자리 수가 되어도 고집스럽게 은행의 6%짜리 저축성 계좌에 돈을 묻어놓는다든가 하는 멍청한수동적 고객들이 크게 줄어들었음을 의미합니다. 이 때 더 높은 수익을 노리고 은행을 떠난 예금자들은 여러가지 형태로 투자자가 됩니다. 직접 투자하지 않더라도 무츄얼 펀드라든가 다양한 방법이 있지요. 그리고 은행들은 이 빈 자리를 다른 방법들, 예를 들면 채권을 발행하거나 금융기관 간 자금 차입 등으로 메웠습니다. 이 자금들은 떠나간 예금자들이 변신한 새 모습, 즉 투자자에게서 온 것입니다.

이제 예금인출쇄도(bankrun)에 대해 생각해 보지요. 1930년대 대공황을 겪으며 예금보험제도를 만든 이래 이런 인출쇄도는 거의 없어졌습니다. 그런데 지금 미국은 근래 shadow bankrun이라고 불리는 금융기관 간 자금회수에 따른 금융경색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예전엔 일시적인 위기가 있더라도 은행 시스템은 안정적이었습니다. 은행이 진 부채의 95%가 예금이고, 이 예금 대부분이 예금보험으로 보호받고 있는 이상 그럴 수 밖에 없었지요. 지금은 은행이 진 부채의 40% 이상은 예금보험 밖에 있는 셈입니다. 그러니 상황이 불안하다 싶으면 기관들이 안달이 나서 자금회수에 나서게 되는 것도 당연합니다.

또한 은행은 은행에 "돈을 묻어두는" 식의 보수적인 예금자들이 줄어드는 데 대응해 다른 방안을 강구하게 됩니다. 그게 모기지 증권화로 대표되는 대출 후 매각(Originate-to-Distribute; OTD) 방식의 확산입니다. 은행이 예전 방식을 고수할 경우 예금이 줄어들었으니 대출도 그만큼 줄여야 하는데, 그럼 은행의 영업규모가 축소되는 셈이니까 견디기 어려운 길이겠지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은행을 이탈한 예금자들은 투자자로 변신한 상태니까 은행의 대출 채권을 증권화해서 이들 투자자에게 판다면 은행은 영업을 신장시킬 수 있고, 투자자는 예금자일 때보다 고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이 때의 문제점은 다음 글에서 다루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고수익을 쫓는 투자자가 늘어난다는 말은 고위험 고수익 투자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다는 뜻이니까 기존의 고위험 자산의 리스크 프리미엄이 떨어지고, 부족한 수요를 메우기 위해 한층 더 위험한 자산이 시장에 공급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 됩니다. 한창 때 미 국채와 정크본드 사이의 금리차가 5%까지 떨어졌다든가 하는 현상은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음을 잘 보여줍니다.


이런 세 가지 경로를 통해 미국에서 안정지향적인 보수적 예금자들의 감소는 체제의 안정성을 떨어뜨리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제 위기를 키우는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부는 상당히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뭐라고 말하기 힘들지만, 우리에게도 이런 변화가 기존의 금융시스템에 상당한 불안정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은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by sonnet | 2009/02/20 23:45 | 경제 | 트랙백(1) | 덧글(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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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잊혀진 상처의 낮은 읊.. at 2009/02/23 09:38

제목 : '전통적 예금자의 쇠퇴는 어디서 왔을까?'에 대한 단상
전통적 예금자의 쇠퇴(대제님의 훌륭한 포스팅에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수준의 사족 포스팅 얹기(쿨럭))12억 인구의 나라가 있었습니다.사회주의 국가였던 이 나라는 '등'씨라는 대인배의 등장 이후 서서히 자본주의 경제로 편입되었습니다.그 후 12억이라는 막대한 인구를 동원한 저렴한 공산품으로 1세계의 물가상승률을 억제해주었습니다.(디플레이션 수출)그로 인해 1세계의 중앙은행들이 물가상승률을 억제하기 위해 높은 금리를 유지할 필요가 사라졌습......more

Commented by 행인1 at 2009/02/21 00:00
"우리에게도 이런 변화가 기존의 금융시스템에 상당한 불안정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은 적지 않다"

->자세히는 말 못하겠지만 이미 불안정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듯 합니다.-_-;;
Commented by sonnet at 2009/02/21 15:14
대중으로부터 기인한 어떤 동력이 축적되고 발휘되는 데 대한 찬사를 종종 듣게 되는데, 대중의 역량이나 대중으로부터의 동력이 꼭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발휘되는 건 아닌데 말이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금융발전이 아주 소수의 대자본가와 금융기관들의 이익추구에 의해서만 이루어진 것처럼 묘사되지만, 실제로 그 뒤에는 이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역량을 제공하는 다수가 있다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묘사가 아닌가 합니다.
Commented by Charlie at 2009/02/21 00:03
파란색 부분이 의미심장하네요. 그런데 지금 다시 사람들이 예금으로 돌아서는것(처럼 보이는)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냥 일시적인것으로 다시 시장에 호조의 예감이 보이면 어떻게 된다던가에 대한 비슷한 예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러니까 궁극적으로 지금 흘러가고 있는 상황을 되돌리는 전례가 있고 그것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가 궁금해요. :)
이쪽으로는 전혀 아는바가 없어서 부끄럽지만 여쭈어봅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02/21 14:58
저도 잘 모르겠지만 한번 금리에 예민해진 대중이 도로 둔감해질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쓴 맛을 된통 본) 세대의 기억이라는 것은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의 경우 1929년의 주식시장 붕괴로 시작된 대공황을 몸으로 때운 세대들은 2차대전 후의 성장주 열풍 때도 물러나 있었던 반면, 대공황 이야긴 들었지만 실제 기억은 별로 없는 보다 젊은 세대들은 이때 많이들 뛰어들었다고 합니다.
Commented by Ya펭귄 at 2009/02/21 00:06
만수횽 저서에서는 미국애들의 저금리 정크본드를 국내로 끌어들이면서 국내기업들의 금리부담을 전반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는 식으로 이야기하더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2/21 14:58
만수횽은 그게 자기 석사논문 주제라서 더더욱 애착이 가는 듯?
Commented by WALL-K at 2009/02/21 00:06
심지어 상당히 보수적인 예금자이며 평범한 직장인인 아버지도 CMA를 주거래 통장으로 사용한지 3~4년이 넘어가니까요... 최근에는 신용금고에 연 6%짜리 신용부금(적금)에 가입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시중 주요은행들의 예금이탈 현상은 우리나라도 상당히 심각할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Ya펭귄 at 2009/02/21 00:20
신용금고쪽은 오히려 전통적인 예금수단인 걸로 압니다만.....
Commented by WALL-K at 2009/02/21 00:43
아, 전에는 시중 주요은행이 아니면 상대를 안하셨던 터라... 워낙 저금리 시대여서겠지만 선뜻 신용금고에 적금을 드셨다길래 든 예입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02/21 15:08
사실 인터넷 뱅킹이 대중화되면서 제2금융권의 접근성이 많이 개선되었다고 느낍니다. 그런 면에서 금융발전이 뭐랄까 대중에게 (과거에는 힘들었던) 다양한 금융상품에의 접근 폭을 넓혀주고, 수익을 배분받을 수 있게 해준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걸 무작정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인데, 어떻게 사이드이펙트를 잘 컨트롤하느냐는 꽤 까다로운 목표인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_tmp at 2009/02/21 00:27
IMF 이후 한국의 예금금리 하락은 보수적인 예금자의 눈에도 차지 않을 정도로 급속히 떨어졌으니까요. 제 옛 주거래(...) 통장이 만든지 13년인가 되었는데, 그 변천사를 보면 확연히 눈에 들어옵니다. 하지만 젊은 층을 빼놓으면, 아직도 한국의 일반인은 '보수적인 투자자'라고 봅니다. 만일 자기 보유 금융자산 중 주식 편입 비중 (특히 직접투자) 이 국민연금 (...) 보다 많은 사람이 한국인 전체적으로 많다면 이 말은 철회해도 좋습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02/21 15:02
사실 구체적인 추세를 보여주는 통계가 있으면 더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얼마나 진척되었는지, 또 얼마나 빠른지 등등. 그리고 이게 옛날처럼 돈이 비제도권에서 도는 것 보다는 나을 수도 있습니다. 생각해볼 여지가 많죠.
Commented by 안모군 at 2009/02/21 01:02
음.. 전 보수적인 예금자군요. 총액이 워낙 작아서(시장이 거지같아서) 묻어두고 있는 상황이죠.-_- 빼서 때릴데가 없고, 리스크 부담은 별로 달갑진 않으니까요.-_-
Commented by sonnet at 2009/02/21 14:25
사실 투자란 게 생각보다 관심을 많이 기울여 줘야 하는지라, 머리를 그정도 써야 할 가치가 있는지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듯.
Commented by 길 잃은 어린양 at 2009/02/21 15:59
2007년에 적금을 한 개 더 들려고 K은행에 갔을 때 아리따운 은행직원분이 요즘은 적금 넣는 분이 없다며 펀드가입을 종용했었지요. 대세(?)에 휩쓸려 적금과 펀드를 쪼개서 가입했는데 펀드는 현재 -55%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02/22 22:43
;;;; 요즘 펀드가 녹아서 속앓이를 하시는 분이 한둘이 아닌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이네스 at 2009/02/21 19:30
이거. 잘못하면 떼몰살사태가 날 확률이 심하게 높지 않을까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2/22 23:04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의 행태가 바뀌면 새로운 문제가 생기기 마련인데, 기존 시스템이 이런 걸 잘 다룰 거라고 기대하긴 힘든 법이니까 고로... 라고 짐작할 뿐이죠.
Commented by 바보이반 at 2009/02/21 20:53
저는 다행히도 아줌마 행원에게서 펀드가입을 종용받아 유혹을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근데 요새3-4%인 예금 금리를보니 한숨만 나오네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2/22 22:46
확실히 장난이 아니긴 하네요.
Commented by paro1923 at 2009/02/21 22:27
어머니께서 몰래 펀드 드신 게 저희 남매에게 적발(?)되어서 당장 빼게
종용한 일이 있었습니다... (최악의 사태는 피했지만, 그래도 20만원 정도 손해가...)

...나이드신 분들의 경우는, 은행에서 입방아 좀 떨고 하면 이게 일반 예금과
뭐가 틀린지 모르고, 그냥 무슨 고금리 예금인 줄 알고 묻어두다 된통 뒤집어쓰는 일이
의외로 많더군요. 아마 '대세' 중엔 이런 분들도 은근히 있을 듯...;;;
Commented by sonnet at 2009/02/22 22:49
사실 금융상품에 대한 설명을 더 자세히 한다고 해서 고객들이 제대로 알아듣는 게 아니란 건 공공연한 비밀이잖습니까. 게다가 점점 더 복잡한 상품이 늘어나니까...
Commented by 리스 at 2009/02/22 15:57
60년대에서 70년대에 걸쳐 이루어진 미국 연금법의 개정이 저축 성향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국민연금법과 개인연금 제도의 시행이 저축 성향이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02/22 23:16
전자는 확실히 그런데, 후자는 어떤지 잘 모르겠습니다. 국민연금을 장기적인 포트폴리오의 일환으로 계산에 넣고 행동하는 사람을 주위에서 거의 못 본 것 같은데 말이지요. 떼였구나 하고 잊어버리는 사람이 대부분인 듯? 개인연금의 비중은 제가 예전에 보았을 때는 별볼일 없었는데, 최근엔 의미있는 레벨이 되었으려나 모르겠습니다.
Commented by 리스 at 2009/02/23 13:15
강제 저축의 시행으로 가처분 소득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고, 따라서 개인 입장에서는 기존의 이자율로 만족하지 못하는 부분이 생겼을 것 같아서요. 국민연금이나 개인연금이 주식에 투자하는 부분이 있으니 거시 지표로 보면 아마 그 부분도 반영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Commented by 일화 at 2009/02/23 01:24
사실 평범한 사람들이 (간접적인 수단을 사용해서라도) 투자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국가적인 수준에서 봤을 때, 그다지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리는 것보다야 주식이 다소 낫지만 말이죠. 리스크 관리에 대한 개념이 없는 사람들은 시장 밖에 있어주는게 피차간에 좋다고 생각되는데, 각박한 현실은 그렇게 돌아가지를 않는 듯 싶습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02/23 11:00
예전에는 금융이 잘 발달되지 않아 진입장벽 때문에라도 투자가 부진했었던 것이 이젠 너무 쉽게 투자를 할 수 있게 되어 다른 방향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투자를 쉽게 할 수 있게 된 것은 아주 좋은 일이지만, 투자가 쉬워졌냐 하면 그건 전혀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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