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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입 정책의 이상
어떤 아랍 상인이 임종을 맞아 세 아들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다들 알다시피 우리집 재산이랄 게 낙타 17마리 밖에 더 있느냐, 큰애는 그중 절반을, 둘째는 3분의 1을, 그리고 막내는 9분의 1을 갖도록 해라."

아버지의 장례를 치른 후 세 아들은 물려받은 낙타를 유언대로 나누려 했으나 잘 되지 않았다. 멀쩡한 낙타를 죽여 고기를 나눌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리하여 아들들이 한참 싸우고 있는데, 지나가던 노인이 이 광경을 보게 되었다. 노인은 이들의 사정을 주욱 들은 다음 자기가 타고 있던 낙타를 이들의 낙타들 옆에 세우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 보게나. 여기 낙타 18마리가 있네. 큰아들의 몫은 절반이라 했으니 이중 9마리를 갖게. 다음 둘째는 3분의 1인 6마리를 가지면 되겠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막내는 9분의 1인 2마리를 갖도록 하게나."

노인은 잠시 말을 멈추고 아들들을 둘러보았다.

"자, 되었지? 그리고 이 마지막 한 마리야 원래 내 것이었으니 내가 가져가겠네. 잘들 있게나."
--


이 문제는 사실 정확하지 않다. 1/2+1/3+1/9=17/18≠1 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가 정확하든 정확하지 않든 간에 이 이야기는 개입의 핵심이 개입이 촉매가 되어 어떤 교착상태를 푸는 데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교착상태를 푸는데 들어간 노력을 나중에 회수할 수 있으면 더 바랄 것이 없을 터이다. 그러니 우리 모두 현명한 노인이 아라비아 사막의 승냥이 같은 세 아들들에게 자기 낙타까지 털리지 않고 몸 성히 돌아올 수 있기를 기대해 보자.
by sonnet | 2009/02/14 08:05 | 정치 | 트랙백(1) | 핑백(1) | 덧글(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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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서산돼지 at 2009/02/14 08:15
마지막 줄을 읽고 정말 sonnet님이야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2/15 09:20
하하.
Commented by 에로거북이 at 2009/02/14 08:57
저 아들들이라면 노인의 낙타도 반드시 나눠가졌을것 같은데요. OTL ..
Commented by sonnet at 2009/02/15 09:19
이야기속의 아들들과 달리 요즘 세상은 그럴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곤충 at 2009/02/14 08:59
푸훗.
개입이 촉매가 되어 어떤 교착상태를 푼다니....
마치 공공의 적이 나타나야 한다는 소리로 밖에 인식이 안 되는 제 머리가 부끄럽습니다.

,.... 착한일을 하면 복을 받을까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2/15 09:20
뭐랄까... 개입 정책이 꿈꾸는 '이상'적인 모습이 저거란 거지요.
Commented by 네비아찌 at 2009/02/14 08:59
아하, 아들놈들이 하는 짓을 보면 현명한 노인과 그의 낙타가 집에 영영 돌아오지 못할 확률이 크군요. 그걸 왜 여태 몰랐을까요? ^^;
Commented by sonnet at 2009/02/15 09:19
하하, 원래 이런 장면에서 등장하는 노인은 전대 무림 고수 막 이런 거 아니겠습니까.
Commented by 라피에사쥬 at 2009/02/14 09:56
저 현명한 노인처럼 낙타를 1마리 끌고 왔으면 큰 문제가 없는데, 실제로는 그 대신에 기존에 있던 낙타 8마리를 죽여놓아서 세 아들들의 불만을 폭발시킨게 아닐까 싶습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02/15 09:28
그런 일도 충분히 있을 수 있죠. 일단 배부터 가르고 본다든가...
Commented by 少雪緣 at 2009/02/14 10:23
시장이랑 유언은 무시하고 누가 낙타 18마리를 가지는가에 대한 토론장이니까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2/15 09:29
홉스적 세계군요.
Commented by 계원필경&Zalmi at 2009/02/14 10:58
어설픈 개입으로 본전도 못 찾는 경우를 생각한다면... 역시 현명한 노인이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2/15 09:29
네, 저렇게 끝내고 빠져나오는 게 개입의 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누렁별 at 2009/02/14 11:54
아버지가 "낙타가 1마리 더 있다고 가정하고 나눠라"를 덧붙혔으면 시간 낭비를 안 했겠죠. 솟수를 뭔 수로 나누란 말입니까 -_-;
Commented by sonnet at 2009/02/15 09:21
임종 직전인데 뭐 그런 세세한 것까지! 라고 하고 돌아가셨을 듯?!
Commented by 스카이호크 at 2009/02/14 12:22
초등학생 말년 때 저 얘기를 처음 들었는데, "아니 팔아서 돈으로 바꿔 나누면 될 걸 뭐 저렇게 싸우나?"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02/15 09:30
하하하. 일찍부터 시장주의자셨군요. 시장이 없으면 팔아 바꾼다는 것도 불가능하니 ;-)
Commented by 세시아 at 2009/02/14 12:25
저기서 핵심은 개입하는 자가 더 현명하다는 점이죠. 일반 개입정책에서, 정부가 시장참여자보다 현명하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2/15 09:27
첫번째는 저 우화가 개입정책의 이상적인 형태로 소개된 것이라는 답이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두번째는, 개입은 routine work가 아니고 ad-hoc한 exceptional handling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해 개입을 불렀다는 것은 시장참여자가 평소의 결과보다 못한 결과를 만들었다는 함의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행인1 at 2009/02/14 13:16
평소에는 노인은 필요없다고 우겨다다가 일 터지면 노인을 찾는 형국이었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2/15 09:32
http://sonnet.egloos.com/3921534 에서도 잘 지적되었듯이 자본가야 말로 자본주의의 적일 수도 있는 거지요.
Commented by 악희惡戱 at 2009/02/14 13:23
아... 노인이 털릴 거라는 건 정말 발상의 전환이로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2/15 09:33
하하, 그런데 사실 저게 우리가 지금 직면한 현실적인 문제니까 말입니다.
Commented by 佛木漢 at 2009/02/14 13:42
중학교 때 수학문제지의 쉬어가는 코너에서 보았는데
2편도 같이 있었습니다(누군가 인위적으로 갖다붙인 듯 하지만...)

이웃 동네에서 11마리를 1/2, 1/3, 1/6으로 나눠 가지라고 유언하고, 싸우는데 지나가던 사람이 자기 낙타를 1마리 보태서 계산하도록 하고, 자기 낙타는 가져가지 못하고...
Commented by sonnet at 2009/02/15 09:33
푸푸푸,,,
Commented by 漁夫 at 2009/02/14 14:00
이번 경찰의 개입은 교섭 대상 뿐 아니라 개입한 쪽도 손실이 너무 컸으니, 형제 중 하나도 죽고 노인도 중상을 입은 셈입니까.. (근데 낙타는 무사했나요? @.@)
Commented by sonnet at 2009/02/15 09:40
과연 그렇군요... 낙타야 재건축 사업 그 자체겠지요? 낙타 자체는 이번 일로 큰 타격을 받진 않은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일화 at 2009/02/14 15:35
일단 개입을 한 자가 중립적인 입장을 고수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우니 말이죠... 저 경우야 모두가 동의하는 기준이 있으니 다행이지만 말이죠.
Commented by sonnet at 2009/02/15 09:35
맞는 말씀입니다. 개입을 안 할 수 있으면 안 하는 것은 (거의 언제나) 상당히 좋은 선택이지요.
Commented by 쿠쿠 at 2009/02/14 18:27
아... 이래서 개입을 하려면 동네 지주라도 되는 힘이 있어야하는거군요. 길가던 거지영감이 개입했더라면 분명히 털렸을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02/15 09:22
“Speak softly and carry a big stick - you will go far.” - Theodore Roosevelt -
Commented by paro1923 at 2009/02/14 19:20
역시 대제님... oTL (어르신 지못미...)
Commented by sonnet at 2009/02/15 09:39
^^;
Commented at 2009/02/14 21:0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02/15 09:17
와앗, 감사합니다 ;-)
Commented by reske at 2009/02/14 22:54
대략 중근동 등지의 상황을 고려하면 제일 힘센 자식이 노인을 비롯한 나머지 형제들을 죽이고 낙타 18마리를 모조리 꿀꺽하는 상황이 예상되는군요...

순진하던 학창시절에는(이 이야기가 영어교과서에 나왔는데) 다시 길을 떠난 노인의 안위까지는 생각지 못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역시...

그나저나 미국을 비롯해서 정부의 개입이 시장 변화의 촉매가 되지는 못하고 있는듯하네요.. 우리나라도 정부가 돈을 때려 넣는다고 해도 은행이나 기업들이 몸을 사리는 형국이라..
Commented by sonnet at 2009/02/15 09:39
의외로 노인이 세 형제의 사혈을 찍고 18마리의 낙타를 챙겨 돌아갈지도요.(쓴웃음) 그건 그렇고 사실 지금 뭔가를 평가하기엔 너무 이른 것 같습니다. 이런 일은 적어도 반 년 혹은 1년 단위로 평가해야 된다고 봅니다.
Commented by terioops at 2009/02/15 00:33
마지막 한 마리가 사실은 17 마리들 중 제일 실한 놈이었다는 이야기가....

모던-버젼으로는 자동차수집가의 아들들 다툼에 중고차 딜러가 끼어들더군요 ㅎㅎ
Commented by sonnet at 2009/02/15 09:39
별별 변형이 다 있군요!
Commented by didofido at 2009/02/15 09:44
A(유언에 따른 분배) - 장남 : 17마리의 50.0%, 차남 : 33.3%, 삼남 : 11.1%
B(노인이 개입한 재분배) - 장남 : 17마리의 52.9%, 차남 : 35.3%, 삼남 : 11.8%
B-A - 장남 : +2.9%, 차남 : +2.0%, 삼남 : +0.7%

노인의 개입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이렇게 볼 수도 있겠군요.

1) (낙타를 죽이지 않고도) 모두에게 득이 되는 결과를 가져다 줬다

2) 애초에 재분배할 몫이 있었다(1/2+1/3+1/9=94.4%이므로)


Commented by sonnet at 2009/02/15 09:55
예. 좋은 분석이십니다. ;-)
요즘 같은 상황에 대한 해석으로 연결해 보면, 위기 중에는 속칭 '부실자산'이란 것의 본질적 가치(fundamental value)가 얼마인지 알기 어렵고, 곧이곧대로 시가평가를 하게 되면 투매에 따른 불난집 세일 가격이 매겨지기 쉽겠죠. 정부의 개입이 성공적이라면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가격(아마도 장기평균에 가까운)을 찾아줌으로서 모두에게 득이 될 길을 찾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게 HOLC(http://sonnet.egloos.com/3926951 )같은 사례가 말해주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Commented by 이네스 at 2009/02/15 10:08
하아. 마지막 문장이 뼈저립니다.

그런데 진짜 저아들들이면 노인것도 털어버릴듯. ㅡㅡ;;
Commented by 三天포 at 2009/02/15 22:37
저 문제에 구체적으로 어디가 오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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