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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지야 전쟁의 교훈
러시아의 신질서 구축(?) 혹은 츤데레(Orca)에서 트랙백
메드베데프 독트린(sonnet)에 부연

사실 러시아군이 그루지야 전쟁에서 대단한 새 실력을 보여준 것은 아니다. 그루지야는 어차피 대단찮은 군사력을 가진 소국이었고, 이 전쟁에서 러시아의 군사적 능력이 눈부시게 발휘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훨씬 큰 함의가 있었다. 이 전쟁을 통해 러시아는 세계만방에 구소련 지역에서 형성된 새로운 힘의 질서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었다.


첫째, 러시아는 구소련 시절만큼은 못 되어도 자국 인근 지역에서 주먹을 휘두를 수 있는 정도의 실력과 배짱은 갖고 있다는 것을 입증해 보였다. 즉 러시아를 더 이상 이빨 빠진 호랑이라고 무시하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셈이다.

둘째, 러시아는 이 지역 국가들에게 미국을 믿고 반기를 들 때의 위험성을 각인시켰다. 미국이 러시아에게 대항하는 소국 지도자들에게 듣기 좋은 말을 해줄지는 모르나, 러시아의 주먹이 날아들 때 그들을 지켜주지는 못한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 것이다.

셋째, 러시아는 이 지역 국가들에게 서유럽이 그들을 위해 아무 것도 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재확인시켜주었다. 영국, 프랑스, 독일 같은 서유럽 강국들은 러시아와의 관계, 특히 석유와 천연가스 공급이라는 경제적 이익을 희생시켜가며 구소련 지역의 약소국들을 위해 떨쳐 일어날 의지가 없는 것이다.


세 번째 요점을 좀 더 부연해 보자.

"러시아가 서방에 대한 가스 금수를 단행하면 서유럽도 타격을 입겠지만 러시아 역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런 분석은 요점을 놓치고 있다. 핵심은 서유럽이 러시아와 대결하고 싶어하느냐이다. 서유럽이 그루지야 같은 소국을 위해 경제적으로 큰 손해를 보는 건 아깝다고 생각할수록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지기 마련이며, 오히려 어떤 현안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협한다면 러시아에 가까운 편에 서서 "좋은 게 좋은 거 아니냐"라는 식의 중재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1938년 뮌헨에서 벌어졌던 일이었다. 이 협정은 결과적으로 욕을 많이 먹었지만, 양보를 받은 쪽이 무한한 욕심을 가진 인물만 아니었더라면 성공적인 협상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I believe it is peace for our time."


러시아 측에서 보아도 마찬가지 논리가 성립한다. 러시아가 왜 중요한 돈줄인 가스 파이프라인을 섣불리 잠그겠는가? 서유럽이 알아서 상응하는 배려를 해준다면 말이다. 실제적으로 보면 서유럽의 주요 파이프라인을 잠글 가능성이 큰 것은 수출국인 러시아가 아니고, 통과국인 폴란드와 우크라이나이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에서는 벌써 그런 일이 벌어진 적이 있다.

유럽의 가스 파이프라인


이런 관점에서 보면 독일이 기존 파이프라인을 증설하는 대신 새롭게 발트해 바닥으로 값비싼 해저 파이프라인을 깔아 발트3국과 폴란드를 우회하는 가스 수입선을 개척 중인지를 분명히 이해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독일 총리를 지낸 게르하르트 슈뢰더가 심혈을 기울인 사업으로, 그는 주위의 비난을 무릅쓰고 퇴임하자마자 이 사업 콘소시움 대표로 취임했을 정도이다.)
by sonnet | 2008/12/23 14:45 | 정치 | 트랙백(2) | 핑백(1) | 덧글(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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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라피에사쥬의 회색빛 세상 at 2008/12/23 20:45

제목 : 그루지야 전쟁, 군사적 측면에서 러시아내에서의 반성..
그루지야 전쟁의 교훈 에서 트랙백.관련해서 예전부터 적고 싶었던 글이 있는데 마침 시간도 좀 생겼군요.Aviation Week & Space Technology 의 09/01/2008 기사입니다.Russians Offer Self-Critique of Georgian Conflict 집필David A. Fulghum Washington Frank Morring, Jr. Washington Douglas Barrie London ......more

Tracked from jokka's me2DAY at 2008/12/24 20:27

제목 : 죠커의 생각
러시아는 강하다...more

Linked at 일화의 블로그 : 러시아의 외.. at 2014/04/09 17:50

... 글에 있고,이에 대한 오르카님의 반론 아닌 반론과 http://note100.egloos.com/4774911다시 이에 대한 소넷님의 재반론 http://sonnet.egloos.com/4019597 이 있으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참고하세요.) 제 식으로 거칠게 요약하면 메드베데프 독트린은 러시아는 예전의 레드 드래곤 ... more

Commented by Ladenijoa at 2008/12/23 14:51
사실 개전 직후 동유럽 몇몇 국가-발트3국, 폴란드, 우크라이나-가 대놓고 발악해가며 서유럽의 지원을 요구하다 결국 깨갱거린 것도 그런 점이지요-ㅅ-;;

러시아-그루지야 전쟁 이후, 기존에 대놓고 反러 친서방 기조를 유지하던 동유럽 국가들이 일제히 MD시설에 러시아 인원 상주 대환영(폴란드, 체코)이라던가, 총리가 대통령을 팽하고 러시아에 빌붙는다던가(우크라이나) 하는 일을 보면 확실히 그루지야 전쟁이 경고성 의미는 확실했다고 봅니다.
Commented by Chameleon at 2008/12/23 14:53
오늘도 여전히 지구촌은 참 오묘하게 돌아가는군요...ㅋ
Commented by 지나가던이 at 2008/12/23 14:55
아니, 독일이 저런 복안을 가지고 있었군요. 저런 식이라면 폴란드가 러시아에 군사적 압력을 받아고 별달리 지원을 안할 수도? 물론, 바로 옆나라가 그렇게 될 정도면 적어도 그루지아 보다야 신경쓰겠지만서도..
Commented by 게온후이 at 2008/12/23 15:05
말은 멀고 주먹은 가까운 상황이라는게 각인됐으니 살길 찾아야 하는게 이치아니겠습니까. 독일입장에서는 위험한 폴란드와 우크라이나를 거치지 않는 파이프라인을 통해서 에너지 수급의 안정화를 추구할만 하다고 봅니다.
Commented by organizer at 2008/12/23 15:07
독일이 그러한 것처럼, 우리도 동해 바다에 해저 파이프 라인을 깔아야 하겠군요....
(아무래도 중국이란 나라는 전혀 믿을 수가 없고, 북한이라는 나라는 그걸 빌미로 또 뭔가 해 드실려고 할테니...ㅠㅠ)
Commented by 措大 at 2008/12/23 15:13
북한 영해 안 건들고...심해 파이프 라인 깔기 위해서 들이는 비용을 생각하면 --;

한국의 천연가스 사용량에 대비하여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사업 같기는 합니다;

그렇다고 북한 영내에 라인을 깔면...이건 뭐 새 장난감(겸 인질)을 하나 손에 쥐어주는 격이 되고...
Commented by Ya펭귄 at 2008/12/23 15:33
북한 경우 빨대 이야기가 '연구'될 것이라는 이야기는 있었지만 정작 그 후 해저빨대 이야기가 나오는 중...

주강수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26일 러시아로부터 파이프라인을 통한 천연가스(PNG) 도입과 관련해 "가즈프롬과 동해 쪽으로 해저 파이프라인을 통한 공급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Commented by 에르네스트 at 2008/12/23 17:01
발트해하고 동해는 수심차이가 너무심해서 힘들것입니다~
발트해는 평균수심 55m의 수심이 낮은 바다인데
동해는 평균수심이 1600미터가 넘어갑니다.
Commented by Ya펭귄 at 2009/01/02 10:14
흑해 '블루스트림' 가스파이프라인은 수심 2150미터까지도 찍고 간다고 합니다...

겨우 1600미터쯤밖에 안되는 동해와는 비교를 불허하지요....
Commented by 구데리안 at 2008/12/23 15:19
그런데 문제는 맹박제께서 이미 북한지역 까는거에 찬동하셨다는게 문제죠(먼산)

이건 이적 행위이니 국보법 위반으로 가야(먼산)
Commented by 쿠쿠 at 2008/12/23 15:53
어차피 안될 것이니 배짱이나 부려보자는 것이겠지요.
Commented by 三天포 at 2008/12/23 15:56
전에 읽은 푸틴의 제국이라는 책에서 러시아는 가스관을 요리 돌리고 저리돌려 만드는걸 보니
나중에 크게 써먹겠다능 이라고 적혀있었는데 정말이군요
Commented by 행인1 at 2008/12/23 16:04
간단히 말하자면 "거스름돈"들이 미국과 NATO만 믿고 설치다간 그루지야 꼴 난다는 걸까요?
Commented by 됴취- at 2008/12/23 16:51
그리고 언제나 괜히 곤란해지는건 자칭 세계경찰 미합중국...
Commented by 계원필경 at 2008/12/23 16:51
자 이제 빨리 러시아의 천연가스가 고갈되기만 바랄뿐입죠...(힘을 뺐는 거니) -> 그러고 보면 그루지아나 우크라이나나 모두 가스관이나 송유관이 통과하는 지점(...)
Commented by paro1923 at 2008/12/23 21:29
이미 중동에서 옛부터 써 먹는 비장의 한 수가 있습니다.

...잠그진 못해도, 밸브를 '조일 수는' 있지요. (......)
Commented by tloen at 2008/12/23 17:10
안전 가스관을 확보하면 폴란드의 운명은 나몰라라 할 수 있다는 것이군요. 폴란드 재분할의 서곡처럼 들리는 환청현상이 약간..
Commented by 쿠쿠 at 2008/12/23 17:44
지도만으로 보자면, 라트비아가 참 애매한 위치에 있군요. ^^;;;
Commented by Orca at 2008/12/23 18:40
잘 읽었습니다...사실 서유럽이나 러시아나 서로 취할 수 있는 수준은 현재로서는 상호공갈(mutual black mail) 수준에 그칠걸로 생각됩니다...
Commented by 구들장군 at 2008/12/23 20:01
좋은 글 쓰시느라 애쓰셨습니다. 잘 배우고 갑니다.
Commented by 한쓰 at 2008/12/23 21:08
잘 읽었습니다. 먼산에 살던 호랑이가 골골대니 옆집의 여우가 날뛰는 꼴이로군요.
저 얘기는 우리한테도 크게 떨어진 얘기가 아니라는게 더 살떨리는 일입니다만.
Commented by paro1923 at 2008/12/23 21:31
한 눈에 와닿는 지정학 얘기군요.
안 그래도 '미국은 대책없어도 나토는 대책이 있다'라며
당시 사건에 대해 무조건 폄하만 하던 사람들 얘기가 생각났는데...
Commented by 산왕 at 2008/12/23 23:01
한 100년쯤 지나면 21세기 초 러시아와 나토가 동유럽에서 벌인 게임에 대한 책이 나오려나요^^
Commented by ghistory at 2008/12/23 23:25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는 느닷없이 발트해 환경문제로 피해입을까 신경이 곤두서겠군요. 저 바다 밑바닥이 그리 깨끗치 않아서...
Commented by 일화 at 2008/12/23 23:49
잘 봤습니다. 역시나 국제무역에는 정치적 리스크를 무시할 수 없다는 교훈이...
Commented by Executrix at 2008/12/24 01:04
과연 세 번째가 중요하군요.
오랜만의 전쟁 관련 포스팅이라 반가웠습니다.
Commented by comohdd at 2008/12/24 16:40
그리고 역사적으로 독-러 관계가 독-프, 영-프 관계보다 더 긴밀했습니다..
Commented by 이네스 at 2008/12/26 04:26
... 역시나 법은 멀고 주먹과 돈은 가깝군요.
Commented by 만고독룡 at 2008/12/26 10:58
미국은 멀고 러시아의 주먹은 가깝다에 클린히트~
Commented by sanister at 2008/12/26 19:27
불곰은 부활할 수 있으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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