От Ильича до Ильича
by sonnet 2006 이글루스 TOP 100 2007 이글루스 TOP 100 2008 이글루스 TOP 100 2009 이글루스 TOP 100 2010 이글루스 TOP 100 2011 이글루스 TOP 100
rss

skin by 이글루스
마야의 창조 신화
하늘에는 네 신이 있었다. 이들은 각자 자리에 앉아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황색 신이 인간을 만들어 땅의 혜택을 누리고 신을 찬미하게 하자고 제안했다. 나머지 세 신도 황색 신의 제안에 찬성했다.

그래서 황색 신은 누런 진흙덩이를 가져다가 인간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의 피조물은 매우 약했다. 물에 닿으면 녹고, 똑바로 서지도 못했던 것이다.

그 모습을 본 적색 신이 나무로 인간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나머지 세 신이 그 의견에 찬성했다. 그래서 적색 신은 나뭇가지를 꺾어 인간의 형상을 조각했다. 신들은 시험 삼아 나무로 만든 인간을 물 속에 넣어 보았다. 나무 인간은 물 위로 둥둥 떠올랐다. 뿐만 아니라 아무 문제없이 똑바로 설 줄도 알았다. 하지만 신들이 불을 갖다 대니 타 버리고 말았다.

네 신은 다른 방법을 써 보기로 했다. 이번에는 흑색 신이 황금으로 인간을 만들자고 했다. 황금 인간은 아름다울뿐더러 태양처럼 빛났다. 황금 인간은 물 시험, 불 시험을 모두 통과했다. 시험을 거치고 나니 오히려 훨씬 아름다운 모습이 되었다. 하지만 황금 인간은 감촉이 몹시 싸늘했다. 또 말도 할 줄 모르고, 느끼거나 움직이거나 신들을 숭배하지도 못했다. 그러나 신들은 어쨌든 황금 인간을 지상에 남겨 두었다.

아무 색깔도 없는 네 번째 신은 자신의 살로 인간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자기 왼손의 손가락들을 잘라 냈다. 그러자 손가락들이 껑충껑충 뛰어 땅으로 떨어졌다. 네 신은 살로 만들어진 인간들이 너무 멀리 사라져 버린 탓에, 그들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미처 보지 못했다. 신들이 있는 곳에서는 그들의 모습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조그만 개미들처럼 보였다.

그러나 살로 만들어진 인간들은 신을 숭배하고 제물도 바쳤다. 그들은 네 신의 마음을 아주 흡족하게 해 주었다. 어느 날 살로 만들어진 인간들이 황금 인간을 발견했다. 그들이 황금 인간을 만져 보니, 황금 인간은 돌처럼 차가왔다. 또 황금 인간에게 말을 걸어 보았지만 황금 인간은 말이 없었다. 그러나 살로 만들어진 인간들의 친절한 행동이 황금 인간의 심장을 따뜻하게 만들어, 황금 인간은 생명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는 신들에게 살로 만들어진 인간들의 친절을 칭찬했다.

예전에는 한 마디 말도 없던 피조물의 입에서 칭찬의 말이 흘러나오는 것을 듣고 네 신은 잠에서 깨어 흐뭇한 마음으로 지상을 내려다보았다. 신들은 황금 인간을 ‘부자’라고 부르고 살로 만들어진 인간들을 ‘가난뱅이’라 불렀다. 그리고 부자가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도록 운명을 정해 놓았다. 신들은 부자들이 죽으면 그들이 생전에 가난한 사람들을 얼마나 보살펴 주었는가를 기준으로 심판하기로 한 것이다. 그 날 이후로 부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의 동의를 얻지 못하는 한 천국에 들어갈 수 없게 되었다.

Bierlein, J.F., Parallel Myth, Ballantine Books, 1994
(현준만 역, 『세계의 유사 신화』, 세종서적, 1996, pp.105-106)
by sonnet | 2008/11/12 22:59 | 문화 | 트랙백 | 덧글(56)
트랙백 주소 : http://sonnet.egloos.com/tb/3977576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행인1 at 2008/11/12 23:04
천국입장에 배심원제도를 도입한 겁니까...;;; 마야의 신은 나름 공평했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8/11/16 20:19
뭔가 계도의 의미가 짙어 보이지 않습니까 ;-)
Commented by 주코프 at 2008/11/12 23:05
시공을 초월해서 '금'이 숭배의 대상이자, 부의 상징인 것은 변함 없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8/11/16 20:12
그도 그렇네요.
Commented by 해해성원짱 at 2008/11/12 23:09
천국에 들어가는데 배심원의 동의를 얻어야한다니..ㅋ 괜찮은 제도인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8/11/16 20:15
하하, 눈치좀 보라 이겁니까.
Commented by 措大 at 2008/11/12 23:11
뭔가 굉장히 의미심장 하군요. 정말 신화인지 아니면 신화 형식으로 만들어낸 우화인지는 모르지만...피조의 과정으로 사회적 계급을 규정(정당화)하는 식의 무수한 신화 가운데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처럼 들립니다.

또한 오늘날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이하 하략, 내일 판결 보면 뭔가 몇마디 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8/11/16 20:15
네, 이야기로서의 완성도가 상당히 높지 않습니까.
Commented by shaind at 2008/11/12 23:34
약간 짓궂은 의문이긴 하지만 "기독교의 가치 전도(顚倒)"를 발굴(?)해낸 니체는 이 신화를 보고 뭐라고 이야기할지 궁금하네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8/11/16 20:45
니체는 저것도 데카당스하다고 할 것 같은데… 모르죠 뭐.
Commented by rumic71 at 2008/11/12 23:55
염라대왕 앞에서는 본인에게 불리한 증언을 거부할 권리가 없는데다가 변호인도 선임해 주지 않는다는 게 문제.
Commented by sonnet at 2008/11/16 20:23
염왕전에서 그런 호사를 기대하기는 좀.
Commented by 추유호 at 2008/11/13 00:06
부자와 가난뱅이는 태생부터 다른 거군요 ㅋㅋ
경제 시스템이 어느 정도 구축되지 않으면 신분이 아닌 빈부로 사람을 구별하는 사상이 나오기 어려울 듯 한데, 창조신화 치고는 비교적 최근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비신도들에게 '죽어서 두고보자'라는 저주를 뿌리는 기독교처럼 가난뱅이들의 부자에게 향하는 저주가 느껴지는 이야기 같습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8/11/16 20:48
저도 좀 모던하게 읽힌다는 느낌을 받게 되더군요. 다만 저 이야기는 부자와 가난뱅이의 갈등을 교훈적인 이야기로 통제하고자 하는 최고지배층(예를 들면 성직자나 귀족, 왕)의 이해관계를 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Commented by Ya펭귄 at 2008/11/13 00:50
그리하여 천국은 미분양사태+SOC투자미비+인구감소의 삼중고를 겪고 있는 반면, 지옥은 인구폭증+부동산광풍+SOC독점+고등교육인재편중 현상을 겪고 있는 바....
Commented by 어부 at 2008/11/15 12:06
사람이 사는 곳은 붉은 여왕의 관점으로 보면 끝없는 속고 속이기 전쟁이죠. 뭐, 이것도 나름 지옥으로 간주할 수도.......
Commented by sonnet at 2008/11/16 20:48
이민을 받아야겠는데요.
Commented by 라피에사쥬 at 2008/11/13 07:47
저 시절에 발생한 논쟁이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져내려온걸 보면 인세는 외형만 변한다는 게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8/11/16 20:33
동감합니다. 저런 본질적인 논쟁은 영원히 없어질 것 같지가 않습니다.
Commented by 곤충 at 2008/11/13 08:42
정말로 신화만큼 사회상의 본질을 반영하는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8/11/16 20:32
신화는 대개 우리의 기원에 대한 의문에 대해 스스로 답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겠지요.
Commented by 계원필경 at 2008/11/13 08:45
결국 저승 세계도 통화 가치는 금이군요(...) -> 그런데 그쪽은 금보다 옥이 더 귀중하다 아닐런지(너무 비싸서 저승에서도 안쓰는가?)
Commented by sonnet at 2008/11/16 20:44
흙이나 나무보다는 낫더라??
Commented by 自重自愛 at 2008/11/13 09:00
종부세를 고치려 들면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겠군효. (응??? -_-;;;;)
Commented by sonnet at 2008/11/16 20:44
푸하하. 그런 겁니까.
Commented by nishi at 2008/11/13 15:19
'중산층'이 등장하는 신화는 없을까요(후다닥~)..
Commented by rumic71 at 2008/11/13 15:48
사실은 저 신들이 중산층이었다능(뭥미?)
Commented by paro1923 at 2008/11/13 22:43
그러고 보니, 인도 신화의 신들이 생각나는군요.
거긴 최고위 신들이 아니면 일개 브라만한테도 발리는 신들도 있던데... (...)
Commented by sonnet at 2008/11/16 20:49
그거야말로 굉장히 근대적인 발상 아닙니까? ;-)
Commented by 후훗 at 2008/11/13 16:49
가난뱅이는 진짜 신의 살과 피로 만들어졌고,
부자는 귀하기는 해도 자연의 물질로 만들어졌군요.
세상의 부와 권력은 부자가 다 가져가지만
신의 축복(아마 내세에서 주어질)은 가난뱅이에게 돌아갈 거란 얘긴가...
Commented by sonnet at 2008/11/16 20:50
가난한 것에 어떤 (소박한) 덕성이 있다는 생각은 전 세계적인 것이 아닌가 싶은데, 이 이야기도 그런 것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느낌입니다.
Commented by paro1923 at 2008/11/13 22:42
나름 노블리스 오블리제 독려용 신화라고 해야 하나... 뭔가 입맛이 쓰군요.
(살덩이도 아닌 X덩이들 주제에 금덩이인 척하는 우리 주위의 높으신 분들 때문인가...)
Commented by sonnet at 2008/11/16 20:51
'독려용' 아주 정확한 표현인걸요 ;-)
Commented by 三天포 at 2008/11/14 00:48
이 것참 좀 신기한 신화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8/11/16 20:52
네,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Commented by Executrix at 2008/11/14 00:54
뭐 성경에서는 저것보다 더 무서운 말을 하는지라 저 정도로는 약발이...
"낙타가 바늘귀에 들어가는 것이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쉬우니라(마 19:24)"
ㄷㄷㄷㄷㄷㄷ
Commented by 추유호 at 2008/11/14 01:05
성경의 대표적 오역을 사례로 들기에는 좀 부적절하지 말입니다 ㅋ
Commented by 玄武 at 2008/11/14 02:16
하지만 뭐..밧줄이나 낙타나...;;
Commented by 파파라치 at 2008/11/14 11:28
낙타가 밧줄의 오역이라는 설은 문헌학상 그닥 지지를 못받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만...(초기 사본일수록 καμηλον(낙타)로 표기되어 있고, καμιλον(밧줄)로 표기된 사본은 보다 후기의 가필로 보는 것이 다수설임)
Commented by 음.... at 2008/11/14 19:52
부자가 천국가기 '어렵다'는 거하고,
가난한 사람의 동의가 없으면 '갈 수 없'는 것하고는 천지차이지 말입니다...
번역이야 어찌되었던 성경은 귀에걸면 귀걸이 코에걸면 코걸이...
Commented by Executrix at 2008/11/14 22:47
귀에걸면 귀걸이 코에걸면 코걸이라는 말은 사실상 모든 종류의 가르침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말이지요. 문제는 그 말을 듣고, 어떻게 생각하며 행동하는가가 중요.
Commented by 어부 at 2008/11/15 12:03
음.. 제가 알기로는 '바늘귀'는 성에 난 작은 쪽문의 속칭이었다고 하던데 맞는지 틀리는지 모르겠습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8/11/16 20:43
사실 부자가 천국가기 어렵다 그 자체는 많이 들어본 진부한 이야기인데, 저 이야기에서 특이한 점은 (기원설화 상에서) 가난뱅이가 부자를 (진정한) 사람으로 거듭나게 만들었다라는 부분이 아닌가 합니다.
Commented by 하긴 at 2008/11/14 08:06
뭐 종교에 선의가 단 한 조각이라도 없겠습니까?

사이비 종교는 가능하겠지만,사이비 종교가 오래 갈리는 없지요.

그래서 어느정도는 다 같이 잘살자는 내용이 들어가긴 하겠죠.

그 어느정도가 어느정도냐는 문제일뿐...
Commented by 三天포 at 2008/11/15 00:00
사이비 종교는 대저 한명의 명예와 재산을 중심으로 가동된다는게
제대로 된곳과의 차이점이 아닐까요 흠
Commented by sonnet at 2008/11/16 20:52
그런 건 또 적당히 사람들의 자유의지에 맡겨두는 게 종교의 융통성인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少雪緣 at 2008/11/14 12:44
그래서 황금 인간들은 달러를 만들어 뿌렸군요(후룩)
Commented by sonnet at 2008/11/16 20:40
그럼 살 인간들은 그린백입니까.
Commented by 액시움 at 2008/11/15 00:11
그런데 부자랑 가난한 사람을 나누는 기준은 먼가효.
Commented by sonnet at 2008/11/16 20:41
그런 것을 융통성 있게 해석할 수 있도록 남겨두는 게 신화의 묘미니까요.
Commented by 구들장군 at 2008/11/15 10:31
어디나 사람 사는 모습은 비슷한가 봅니다. 이집트 파피루스에서 적혀있던 얘기나, 올려주신 마야신화나..
근데 이걸 뒤집으면,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들이, 그만큼 풀기 어려운 숙제란 뜻도 되겠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8/11/16 20:40
네, 이 신화가 우리에게 강하게 어필하는 이유는 그 문제가 하나도 변한 게 없어서 그런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rdta at 2008/11/15 19:56
저 역시 니체의 독설이 상상되어서 그만 웃고 말았습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8/11/16 20:52
하하.
Commented by rururara at 2008/11/18 23:45
이 신화를 모티브해서, 황금인간을 로봇으로 가정하면서 만들어진 SF소설들도 있지 않을까 싶군요.
Commented by 행인5 at 2008/11/20 01:28
사파티스타 부사령관 마르코스가 쓴 책인 '마르코스와 안토니오 할아버지'에서도 이 신화를 응용한 이야기가 있지요. 그 이야기에는 금인간, 나무인간을 만든 후 진실한 여자와 남자들인 '옥수수 인간'도 신들이 만들고는 잠을 자러 가서, 옥수수 인간들은 자신들 스스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생각한 후, 저희들끼리 의견을 모으기 위해 진실한 언어로 대화를 하고나서 산으로 떠났다, 왜냐면 모든 사람들을 위해 훌륭한 길을 만들고자 주위를 둘러보기 위해서. 라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옥수수 인간들'은 사파티스타 활동을 하는사람들을 비유한것 이겠죠.

신화는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는게 매력인 것 같습니다.

:         :

:

비공개 덧글

<< 이전 다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