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없어서 논평은 있다가 저녁에 하든가 하지요. 일단 번역만 올립니다.존망의 위기(An existential crisis)* 필자: Arnaud de Borchgrave (논설위원)
* 출처:
워싱턴타임스* 일자: 2008년 9월 15일
워싱턴, 오타와, 런던, 헤이그에서 동시에 느닷없이 비상 사이렌이 터져 나왔다. 거의 9년간의 군부통치 후에 파키스탄에 새로 들어선 민주정부가 갑자기 국경을 폐쇄해 아프가니스탄의 전 NATO군을 지탱하는 보급로를 막았기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의 NATO군과 미군은 아라비아 해에 면한 [파키스탄 항구] 카라치에서 출발해 페샤와르를 거쳐 하이버 패스를 넘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이르는 1,200마일 이상의 도로를 통해서는 아프간 북부와 동부, [파키스탄의] 발루치스탄 주도 퀘타를 지나 국경의 차만을 건너 칸다하르에 이르는 600마일 이상의 더 가까운 길을 통해서는 아프간 남부와 서부로 가는 끝없는 트럭 행렬을 통해 보급을 받고 있다. 유류, 식량, 중장비, 의약품, 이 모든 것이 파키스탄에 매일 1백만 달러씩 주면서 트럭으로 운반되고 있다.
이것은 미군 특수부대가 무법천지인 국경의 부족지역에 있는 탈리반과 알-카이다 표적들을 습격한데 대한 파키스탄의 보복행위였다. 프레데터 무인기의 정밀유도폭탄 투하를 곁들인 습격은 허탕으로 끝났지만, 또다시 여성과 아이를 포함한 민간인들이 희생당했다.
파키스탄의 새 미국 주재 대사 후사인 하카니는 파키스탄의 동의가 없는 FATA(일곱 연방부족자치지구)에 대한 프레데터 폭격이나 특수부대 습격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는 점을 명백히 밝혔다. 이 지역은 탈리반과 알 카이다가 거의 제약 없이 활동하는 곳이다. 그리고 육군참모총장 아쉬파크 키야니는 이런 일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하였다. 국경을 넘은 코만도 습격은 반미감정에만 불을 지를 뿐이며, 그것도 FATA지역뿐 아니라 파키스탄 전역에 걸쳐 그렇다는 것이다.
문제는 파키스탄의 새 대통령 아시프 자르다리가 백악관의 친구들에게 [내가 권력만 잡으면] 웃으면서 기쁘게 동의를 해주겠다고 말해왔다는 것이다. 이제 그는 물러난 군사독재자 페르베즈 무샤라프 장군과 동일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일부 정보분석가들은 탈리반이 의도적으로 미국 정찰기들에게 FATA에서 활발한 게릴라 활동이 벌어지는 것처럼 보여준 다음, 폭탄이 떨어졌을 때에는 그곳에 많은 여자와 아이들이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한다. 2차대전 중에 대서양의 독일 잠수함들이 소나와 폭뢰에 의해 궁지에 몰리게 되면, 그들은 찢어진 옷가지와 파편들을 방출해 U보트가 가라앉은 것처럼 보이도록 했었다.
이 외에도 미지불된 국경통과료와 워싱턴이 삭감한 3억 65백만 달러의 원조, 그리고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마을들을 통과하는 비포장도로에서 당나귀 수레, 낙타가 끄는 달구지, 자전거들과 길을 다퉈야 하는 것 같은 잡다한 문제들이 있다.
지난 주에 벌어진 탈리반 표적에 대한 특수부대의 기습공격은 미군으로서도 처음일 뿐만 아니라, 파키스탄 측으로부터 동의를 받지 않고 FATA 지역에 진입하는 작전을 허가한 부시 행정부의 새로운 정책의 첫 사례이다.
미국은 FATA지역의 탈리반을 잘 처리하겠다는 파키스탄의 [지켜지지 않는] 약속에 넌덜머리를 내고 있다. 파키스탄군 또한 자국민들과 싸우느라 희생자가 늘어만 가는데 환멸을 느끼는 중이다. 마지막 참을성이 날아간 것은 내무부가 신성한 라마단 기간 동안 휴전 명령을 내렸기 때문인데, 이는 물론 탈리반에게 방해받지 않고 재편성과 차기 작전을 준비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키야니 장군은 그런 점을 무시하였다.
미국의 참을성은 끝장이 났다. 탈리반은 승리를 위한 20년 투쟁 계획을 발표했는데, 아프가니스탄에서 전투 중인 유일한 NATO회원국인 캐나다, 영국, 네덜란드는 자국 의회가 2년 더 파병을 허용했을 뿐이며, 그 후에는 철군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판이다. 한편 미국의 동맹국들은 파키스탄 영내에서 벌이는 미군의 작전에 동참하길 원하지 않는다.
프랑스나 텍사스만한 나라를 놓고, 퇴임하는 NATO사령관은 아프간 작전에는 최소한 40만의 병력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 이 나라에는 6만 명의 병력이 주둔해 있다. 아프가니스탄에 새로운 여단을 보내기 위해 8천 명의 미군을 이라크에서 철수시킨다 하여도 최소요구선에 이르기엔 어림도 없다.
파키스탄은 현재, 인도와의 전쟁에 패해 영토의 반을 잃었던 1971년에 비견할만한 존망의 위협에 맞서 싸우고 있다. 인도 영토에 의해 1천마일 떨어져 있는 동 파키스탄은 독립해 방글라데시가 되었다. 이 나라가 겪은 이런 충격적인 경험은 결국 핵무장을 향한 파키스탄의 질주에 불을 붙이게 되었다.
이제 파키스탄은 FATA지역에서 북서변경주(NWFP)로 번져 나오고 군수공장과 다른 군사시설을 공격하는 데까지 이른 탈리반 세력에 맞선 대규모 게릴라전에 빠져들었다.
파키스탄군은 또한 FATA지역에서 쓴 맛 -1,400명이 전사하고 4,000명이 부상- 을 보고 있다. 인도와의 전쟁에 대비한 보병과 전차전 전술에만 몰두해 왔기 때문에, 파키스탄군은 대 게릴라전 장비가 부실하다. 이들은 저강도분쟁을 치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FATA지역에서 파키스탄군은 외세의 군대처럼 간주되고 있다.
독립 국가였던 61년 중 대부분의 기간 동안, 군대는 파키스탄의 가장 존경받는 조직이었고, 그 기간 중 절반 동안 권력을 쥐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군대는 언론인과 법률가에 이어 이 나라의 가장 덜 존경받는 기관으로 꼽히고 있다.
파키스탄 군에 대한 최근의 베스트셀러("Crossed Swords," 옥스퍼드 대학 출판부)의 저자인 슈자 나와즈는 전국적인 소요가 있지만, 민중들이 파키스탄이 어떠한 나라이기를 원하는지에 대한 진정한 토론은 없다고 말한다. “서로 까대는 것이 전 국민이 즐기는 오락인 셈입니다.” 그는 FATA가 반세기 동안 무시당한 끝에 탈리반과 알 카이다의 영토가 되어버렸다고 지적한다. 이들 부족지역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양쪽에 걸쳐 있는 탈리반을 위한 배양접시가 되었으며, 약 12,000개의 마드라사(종교학원)를 통해 젊은 지하드주의자의 “교육”이 이루어진다.
파키스탄의 경제는 공식적으로는 30퍼센트, 그러나 실제로는 60퍼센트에 가까운 인플레이션과 함께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일반적인 가정은 이제 수입의 반 이상을 식비에 투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9년에 달하는 군부통치의 결과, 정부의 각급 민간기관의 간부진에는 약 1,400명의 장교들이 포진하고 있다. [육군참모총장] 키야니 장군은 민간 직위에 있는 모든 장교들이 군으로 복귀할 것을 명령하였다. 그러나 얽히고설킨 관계를 풀고, 이들 자리를 맡을 수 있는 적합한 민간인들을 찾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그 결과 관료조직을 반쯤 마비시키게 되었다.
이번 달에 벌어진, 아프간 국경지대에 있는 일곱 개의 부족자치지구 중 하나인 남 와지리스탄에 대한 습격을 허가함으로서, 부시 대통령은 새 파키스탄 정부의 한계, 그리고 군에 대한 자르다리 대통령의 권위를 시험한 셈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대서양동맹은 위기에 처했다.
파키스탄에서는 국가 자체가 위기에 처해 있다.
Arnaud de Borchgrave는 워싱턴 타임스와 UPI통신의 객원편집위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