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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후세력을 찾아서: 우리 정부의 정책결정과정에 대한 "무모한" 설명

이 글은 앞선 글 "정보평가와 정책검토"의 2부에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앞의 글을 읽지 않으신 분들께서는 가능하면 그쪽을 먼저 읽고 보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들어가면서

앞선 글에서는 「분석 패러다임」(analytic paradigm)의 입장에서 볼 때, 이명박 정부의 의사결정 과정에는 적지 않은 약점이 보인다는 것을 설명하였다.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지난번 글의 설명을 조금만 반복해 보기로 하자.

어떤 의사결정문제가 있을 경우, 분석 패러다임은 일련의 대안을 상정해 각각이 가져올 잠재적 결과들을 고려한 후, 의사결정의 본질적 과정의 일부로 관련된 상충되는 목표들을 통합한다. 이러한 통합 과정 중에 판단의 근거가 될 정보들을 수집해 평가에 반영하는 과정이 포함되며, 끝내는 의사결정자의 여러 목표들에 대한 종합적 관점에서 볼 때 이해득실을 따져 가장 큰 이익을 줄 것처럼 생각되는 대안을 선택하게 된다. 즉 분석 패러다임에 따른 의사결정이란 주어진 객관적 상황 하에서 개인 혹은 조직은 주어진 목표달성을 극대화하는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그런데 앞선 글에서 살펴본 것처럼 의사결정에 참고가 될 정보가 충분히 입수가능한데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거나, 검토과정 자체에 소홀한 끝에 이를 제대로 의사결정에 반영하지 않는다면 분석 패러다임은 급속히 그 효력을 잃게 된다.

이것이 현 대한민국 정부가 안고 있는 의사결정과정의 중요한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는 이야기였다.


이처럼 지난번 글에서 우리는 이명박 정부의 행동을 분석하기 위해, 가장 널리 쓰이는 이론인 분석 패러다임이란 돋보기를 들이대어 관찰한 후, 그에 따른 진단과 처방을 내렸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우리는 과연 적절한 도구를 사용해 관찰했던 것일까? 우리 정부는 돋보기 대신 현미경이나 망원경으로 관찰해야 더 적절한 상대일 수 있지 않을까?

이번 글에서는 「분석 패러다임」과는 다른 패러다임으로 접근했을 때, 이명박 정부의 행동 중 몇몇 부분을 더 잘 설명할 수 있음을 보이고, 그러한 결과가 의미하는 바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한다.


2. 사이버네틱 패러다임

의사결정과정 중 분석 패러다임이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을 잘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되는 유력한 이론 중 하나로 메릴랜드 대학의 정치학자 John Steinbruner가 제시하는 「사이버네틱 패러다임」(cybernetic paradigm)이란 것이 있다.

이 패러다임이 묘사하는 의사결정과정은 「분석 패러다임」이 묘사하는 것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사이버네틱 패러다임」이 묘사하는 의사결정과정이란 의사결정자가 복잡한 문제의 단순화된 이미지에 입각해 늘 하던 익숙한 방법으로 행동하며, 단순화 그 자체가 함축하고 있는 범위를 제외하고는 그들의 노력의 결과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처음 듣는 사람이라면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의사결정을 하는데 노력의 결과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니? 이게 무슨 황당무계한 소리인가?

이 패러다임을 쉽게 이해하려면 비유를 통하는 것이 좋다. 현실 세계에는 사이버네틱한 방법으로 움직이는 장치가 많이 있는데, 이런 방식으로 움직이는 장치를 통틀어 서보메커니즘(servomechanism)이라고 부른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서보메커니즘으로는 주택의 자동온도조절기를 들 수 있다. 이 외에도 항공기의 자동조종장치, 열추적 미사일, 꿀벌이나 개미가 길을 찾는 방법, 염색체의 DNA 등이 모두 서보메커니즘에 속한다.

이런 장치들은 「분석 패러다임」이 하듯이 모든 정보를 종합해 결과를 계산하지 않는다. 그 대신 이들은 단순히 몇 개의 피드백 변수만 확인하면서 오직 그 변수가 가진 한정된 정보에만 반응한다.

주택의 온도조절기를 떠올려 보자. 온도조절기는 온도센서에 감지된 실내온도가 설정된 온도보다 낮으면 난방 밸브를 열어 집을 덥히기 시작한다. 그리고 실내온도가 목표한 수치에 도달하면 밸브를 닫아 난방공급을 중단한다. 그러면 집이 도로 서서히 식을 것이고 너무 많이 식게 되면 온도센서가 이를 감지해 다시 난방 밸브를 열게 된다.

온도조절기 같은 서보메커니즘들은 정해진 일련의 과정을 수행한 끝에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이 결과는 「분석 패러다임」이 상정하고 있는 사전에 내려진, 결과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에 의한 것은 아니다.

온도조절기는 지금 집에 사람이 없어도, 심지어는 주인이 멀리 여행을 가 한 달 내내 돌아올 예정이 없어도, 눈금만 맞춰져 있으면 끝까지 집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즉 온도조절기가 확인하는 피드백 변수에는 집에 사람이 있느냐 내지는 가까운 시간 안에 들어올 가능성이 있느냐가 포함되어 있지 않고, 온도조절기는 이런 정보가 있더라도 깨끗이 무시한다.

서보메커니즘은 이처럼 현재 처한 환경의 복잡함을 대부분 무시하기 때문에, 「분석 패러다임」이 갖는 제일 큰 약점 중 하나인 계산부담, 즉 어떤 의사결정을 했을 때 얻어질 미래의 결과를 추정하기 위해 가용한 정보를 융합하는 데 따르는 어려움을 피할 수 있다. 이것이 「사이버네틱 패러다임」이 갖는 최대의 장점이다.

앞서 든 기계적 혹은 생물학적 예시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단순한 「사이버네틱 패러다임」은 제대로 사용되면 놀랄 만큼 탁월하고 적응력 있는 결과를 가져다주곤 한다.

예를 들어 열추적 미사일을 생각해 보자. 열추적 센서라는 단순한 서보메커니즘을 탑재한 공대공 미사일은 값비싼 전투기를 높은 확률로 격추할 수 있다. 그 전투기에는 비싼 돈을 들여 오랜 기간 훈련시킨 최고의 전문가인 전투기 조종사들이 타고 있고, 단 하나뿐인 자신의 목숨을 건지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이리저리 회피기동을 하겠지만 그래도 살아남기는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사이버네틱 메커니즘에도 특유의 약점이 있다. 사이버네틱 메커니즘의 성공여부는 명백히 주변 환경이 적절한가에 달려 있다. 주어진 환경의 편차가 사이버네틱 메커니즘의 허용범위를 넘으면 이 장치는 더 이상 제대로 동작할 수 없다.

열추적 미사일의 예로 돌아와 보자. 국경을 넘어온 괴 비행물체를 쫓아 긴급 발진한 전투기는 이것이 어느 무모한 아마추어가 몰고 있는 경비행기라는 것을 육안으로 확인한다. 무전으로 착륙을 요구하지만 붉은 광장에 착륙하겠다는 야심을 품은 이 아마추어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전투기 조종사는 위협사격을 가하고자 하는데…….

멍텅구리 기관포라면 앞으로 똑바로만 날아가기 때문에 조종사가 눈치껏 겨냥한다면 간단히 위협사격을 가할 수 있다. 하지만 열추적 미사일은 미사일의 머리를 무조건 열원 방향으로 고정시키는 서보메커니즘, 일단 불붙으면 끝까지 타버리며 가속하는 로켓 모터, 격추시킬 수 있는 거리에 어떤 물체가 들어오면 그대로 폭발하는 근접신관이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이런 장치로는 위협사격에 활용한다는 비상히 예외적인 시나리오를 적절히 수용할 수 없다.

이같은 사이버네틱한 의사결정은 인간 개인 혹은 조직에서도 흔히 이루어진다. 업무 매뉴얼이 잘 정립된 회사나 공공조직의 일상적인 운영은 많은 부분이 사이버네틱한 의사결정에 따라 진행된다.

자 이제 「사이버네틱 패러다임」이라는 새 현미경을 갖고 우리의 정부를 관찰해 보기로 하자.


3. 명박산성™의 사이버네틱한 이해

촛불시위가 절정의 위세를 구가하던 2008년 6월 10일, 서울 세종로 한복판에는 시위대의 진출을 차단하기 위한 거대한 컨테이너 장벽이 세워졌다. 이것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시민들 사이에서 속칭 명박산성™이란 별명을 얻게 된다.

2008년 6월, 광화문 네거리에 설치되어 일약 명물이 된, 속칭 명박산성™

명박산성™을 보는 시민들의 눈은 차가왔다. 일단 생긴 것이 흉물스러웠고, 서울의 상징적인 한복판에 자리잡았다는 점도 일조하였다. 이는 대화와 소통을 거부한다는 이명박의 명백한 정치적 메시지라는 해석이 큰 공감을 얻었다. 당시 많은 신문 만평들도 정부와 대통령을 조롱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그런데 이게 과연 대화와 소통을 거부한다는 이명박의 명백한 정치적 메시지였을까?

10일 촛불집회 행렬의 청와대 진출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 서울 세종로에 설치된 ‘컨테이너 박스 차단벽’은 어청수 경찰청창의 아이디어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 청장은 부산경찰청장과 경기경찰청장으로 있을 때 대규모 시위나 집회 때마다 컨테이너 차단막을 동원해 시위대의 진입로를 봉쇄하고 시위대와 경찰 간의 충돌을 막아 톡톡히 효과를 보았다.

2005년 11월 부산 APEC 반대 시위 당시 부산경찰청장으로 있던 어 청장은 시위대의 회의장 진입을 막기 위해 회의장으로부터 1㎞ 떨어진 수영교 위에 모래를 담은 컨테이너 90여개를 2층 높이로 쌓아 차단벽을 설치했다. 시위대가 컨테이너 10여개를 넘어뜨리는 과정에서 전경과 시위대 수십 명이 다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컨테이너벽 설치가 실질적인 시위대 차단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어 청장이 경기경찰청장으로 있던 2006년 여름엔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 집회에서 대추리로 진입하는 도로폭 5m의 마을 농로 수십 곳에 컨테이너 박스와 전경 버스로 이중 차단벽을 만들어 시위대의 진입을 봉쇄하는 데 성공했다.

`컨테이너 바리케이트`는 누구 작품?, 중앙일보, 2008년 6월 10일

즉 이러한 대응은 처음이 아니며, 시위대응의 책임을 진 경찰 총수는 지금까지 늘 이 방법을 써서 재미를 보면서 승진을 거듭해 왔다는 것이다. 임기 초, 전혀 예상치 못했던 국민의 대규모 반발에 직면해 당황하고 있던 우리의 정치지도부가 대책을 내놓으라고 실무자를 다그쳤을 때, 이런 경력의 사나이가 '그 기술 다시 한번'을 제시했다는 설명은 무척 자연스럽다.

적어도 이명박이 대화를 거부한다는 정치적 상징으로 그런 벽을 세웠다는 해석보다는 말이다.

이런 사건은 수도 서울의 한복판을 상징하는 세종로 사거리에 이런 컨테이너 바리케이트를 쌓았을 때, 그것이 상대방의 눈에 어떻게 비치겠는가를 헤아릴 시각적이고 입체적인 상상력, 정치적인 상상력이 그저 단순히 결여되어 있기만 해도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상상력의 결여는 사실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 대부분에게도 종종 발생하는 것이다.

회사에서 신제품의 개발에 관여해 본 사람은 그런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제품이 시장에 나가자마자 커다란 문제를 일으켰는데, 실은 아주 단순한 문제이고, 게다가 정작 그 제품을 만들기로 한 기획회의에서 그런 문제는 아무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든가 하는 것 말이다.

그 정치적 둔감함이 빈축을 사는 것까지는 이해할만하지만, 그것을 굳이 가장 악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대중이 그저 자신의 꼬인 심사를 가장 편하게 하는 해석을 취했을 뿐이 아닐까? 아예 선동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사이버네틱 패러다임이란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았을 때, 명박산성™의 논리는 매우 간명하다.

(1) 전경 스크럼이나 차량 바리케이트 같은 다른 수단으로 저지가 쉽지 않다고 예상될 때 설치된다.
(2) 시위대의 규모가 커지는데 비례해 더욱 커다란 벽을 쌓고 더 튼튼히 보강한다.
(3) 지난번 전개 때의 경험을 살려 취약점을 보강한다
(4) (1)로 돌아간다.

보도사진 등을 검토해 보면 과거 APEC 등에 세워졌던 구버전 성벽에 비해 명박산성™이 확실히 개선되고 보강된 존재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2)(3)의 피드백 논리는 착실히 동작했던 것이다.

또한 사이버네틱한 논리는 흉물스러운 외관과 정치적 이미지 손실에도 불구하고 왜 명박산성™이 건립되었는가도 설명해줄 수 있다. 시위대의 규모나 차단작전의 위상은 결과에 정확히 반영되는 피드백 변수이지만, 시민의 눈에 비친 흉물스러움 등은 사이버네틱한 명박산성™의 논리가 모니터링하는 피드백 변수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명박산성™의 논리는 잘 생각해보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 이명박 정부를 위한 논리라기 보다는 경찰을 위한 논리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명박산성™ 때문에 이명박 정부가 정치적으로 점수를 좀 잃는다 해도 그것은 경찰이 직접 책임지거나 뒷처리를 맡아야 하는 요소는 아니다. 하지만 저지선이 무너졌을 경우엔 경찰이 모든 독박을 쓸 수밖에 없다. 저지업무는 경찰의 핵심과업(critical mission)인 반면 이명박의 정치력 관리는 본업이 아닌 것이다.

게다가 사실 경찰의 눈으로 볼 때 명박산성™은 어렵고 힘든 과업, 잘못되는 날엔 된통 깨질게 뻔한 위험천만한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도와주는 유용한 도구로 비치지, 시민의 앞길을 가로막는 가증스러운 장벽일 수는 없다. 그것은 적진의 시각이지 우리편의 시각이 아닌 것이다. 이러니 경찰이 정치적 마이너스 요소에 둔감한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이처럼 하위기관인 경찰이 사이버네틱한 행태를 보이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관료조직의 행동이론(혹은 관료정치이론)은 대개 사이버네틱한 논리에 기반을 두고 있다. 완고한 관료행태에 대해 우리들이 느끼는 불만 대부분은 사이버네틱한 논리와 충돌한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다.

문제는 고위층의 의사결정과정이다. 내각이나 청와대에서 이루어졌을 대책회의에서는 경찰 이외의 시각이 다양하게 등장할 수 있고, 또한 그래야 마땅하다. 예를 들어 청와대 정무수석이나 대통령 본인은 대통령과 정부의 정치적 이미지를 우려하는 시각을 제기하고 토론에 붙였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경찰 같은 하위기관이 놓치고 지나간 요소들을 「분석 패러다임」을 통해 보완할 수 있는 것이다.

명박산성™이 이러한 토의 끝에 그래도 약간의 정치적 이미지 손실 정도는 시위대 저지만큼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해 건립된 것이라면 그 결정은 충분히 납득이 간다. 그러나 이 글의 1부에서 살펴본 청와대의 회의 모습은 과연 그러한 검토가 이루어졌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게 하기에 충분하다.

여러 언론 기사에서 등장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방사형 업무 스타일, 즉 대통령이 회의를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하지 않고, 대통령 자신이 중심에 서서 각 기관 담당자들을 개별적으로 관리하는 식의 업무 스타일에서는 대통령이 시위저지업무를 맡은 경찰의 의견만 중점적으로 듣고 균형잡힌 조언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업무추진을 승인했다고 볼 여지가 많이 있기 때문이다.

어찌되었든 명박산성™은 큰 인명피해 없이 대규모 시위를 성공적으로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의 사이버네틱한 대응 치고는 낙제점은 면한 케이스라고 정리할 수 있다. 이후에 거론하게 될 다른 사례들은 이보다 더 나쁘긴 하지만 말이다.


4. 프레이크 사건과 인상지워진 판단

앞에서 잠깐 언급한 것처럼 이명박이 대화를 거부한다는 정치적 상징으로 그런 벽을 세웠다는 식의 감성적 인상은 인상지워진 판단을 낳는데, 이러한 판단은 종종 큰 문제를 낳곤 한다.

이 문제를 조금 짚고 넘어가기 위해서, 역사재평가를 위해 베트남전 당시 미국과 베트남의 정책담당자들이 모여 학술회의를 개최했던 1997년으로 돌아가 보기로 하자.

체스터 쿠퍼(당시 미 국무성 베트남 전문관)

여러분 나는 프레이크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965년 초 워싱턴에서는 아직 전쟁을 해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의견이 갈려 있었습니다. 그래서 존슨 대통령은 대통령 보좌관이던 맥조지 번디씨에게 베트남에 가서 상황을 살펴보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권고하라고 명령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번디씨와 기타 수 명의 국가 안전 보장 회의 멤버와 함께 숙명적인, 그렇습니다. 뒤에 숙명적이라고 생각하게 된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번디 대통령 보좌관은 베트남으로 출발하기 전에 3개의 가능성에 대해 검토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하나는 미국의 군사 개입의 확대, 또 하나는 현상 유지,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단계적인 철수였습니다. 이 3개가 당시 나의 직속상관이었던 번디씨에게 주어진 선택지였습니다.

3개의 선택지 중에서 두 번째의 ‘현상 유지’는 아무런 성과도 낳을 수 없다는 사실이 이미 분명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선택지 ‘단계적 철수’에 대해서는, 미국 내에서도 65년 2월 시점에는 이미 그런 선택지는 있을 수 없었다고 주장하는 지식인도 있습니다. 존슨 정부는 이 시점에 이미 베트남에 대한 본격적인 개입을 결심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그러나 나는 이들의 의견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 때 번디 대통령 보좌관이 ‘단계적 축소’를 권고했더라면, 존슨 대통령이 그것을 채용할 가능성은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우리가 사이공에 있던 바로 그 때 프레이크 공군 기지가 당신들에게 공격을 받아 많은 미국 병사가 사망했습니다.

1965년 2월 6일, 맥조지 번디 대통령 보좌관과 체스터 쿠퍼씨 등 조사단 일행을 태운 특별기가 사이공에 도착했다. 번디씨는 안전 보장 문제 담당 보좌관으로, 베트남 전쟁 수행에 맥나마라 장관과 함께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갖고 있던 인물이다. 64년 말의 대통령 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존슨 대통령은, 베트남 문제에 본격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가장 신뢰하는 부하 중 한 사람인 번디 대통령 보좌관을 사이공에 파견하여 권고안을 내라고 명령한 것이었다.

조사단의 사이공 도착이 2월 6일. 그 다음 날인 7일 새벽, 아직 장거리 여행의 피로도 채 가시지 않은 번디 조사단 앞으로 베트남 중부에 있는 프레이크 공군 기지가 공격을 받았다는 보고가 날아들었다. 프레이크 공군 기지는 베트남 중부 지역에 있는 남베트남 정부군과 미 군사 고문단의 최대 거점의 하나였다. 이 공격으로 남베트남 정부군의 헬리콥터가 대량으로 파괴되었고, 미국인 병사 8명이 사망했으며, 1백 명 가까이가 부상을 입었다.

번디씨 등 조사단은 프레이크 공군 기지로 직행해서 상황을 시찰했다. 파괴된 헬리콥터, 사망자, 그리고 야전 병원에 수용된 1백 명 가까운 부상자. 조사단은 이 공격을 번디씨가 사이공에 있다는 사실을 안 북 베트남 정부의 도발 행위로 단정했다.

실은 이때 조사단에게는 또 하나의 판단 재료가 있었다. 그 때 소련의 코시긴 수상이 하노이에 체재하면서 북 베트남 정부 수뇌들과 회담을 했던 것이다. 번디씨 등 조사단은 북 베트남 정부가 코시긴 수상에게 “미국에 굴종할 생각은 없다”는 자세를 과시하기 위해 공격을 감행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프레이크 공격이 북 베트남정부의 명령에 따른 공격이라고 확신했다.

번디씨 등 조사단은 즉시 북 베트남 본토에 대한 보복 공격을 권고하는 전보를 워싱턴으로 발신했다. 북폭 권고를 받은 존슨 대통령은 국가 안전 보장 회의를 열었고, 온건파 맨스필드 상원 의원을 제외한 회의 멤버 전원이 북폭 개시를 지지했다.

다음 날 급거 귀국한 번디씨가 출석하여 재차 국가 안전 보장 회의가 열렸다. 번디씨는 쿠퍼씨 등 스텝들과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작성한 ‘북 베트남에 대한 계속적인 폭격’을 권고한 문서를 제출했다. 존스 대통령은 이를 기본적으로 승인했다. 미국은 북폭과 그에 이은 베트남에 대한 직접 참전을 결정한 것이다.

……

우리는 실제로 프레이크에 가서 이 두 눈으로 참상을 봐버렸습니다. 이 체험은 우리에게 엄청나게 커다란 영향을 주었습니다. 당선들은 도대체 프레이크를 공격한 뒤에 우리가 어떤 반응을 하리라 생각하고 그런 공격을 했습니까? 실제로 우리 조사단 중에 워싱턴에 돌아가 “베트남에 있는 미군 병사를 줄입시다”고 말한 사람은 이미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프레이크 공격이 바로 미국의 본격적인 개입을 결정적으로 만들었던 겁니다. 이미 전쟁으로 나아가는 길을 되돌아 나올 수 없게 되었습니다. 당선들은 왜 그때 프레이크 공격을 감행했습니까?

왜 가장 미묘한 시점에 베트남은 프레이크 공격을 감행했는가?

분명히 이것은 미국에서 오랫동안 수수께끼로 여겨져 왔다. 쿠퍼 씨는 실제로 그 현장을 목격한 사람으로서 이 공격의 동기를 물으려고 했던 것이다.

이 질문에 대답한 것은 당시 베트남 중부 지역의 제5군관구 사령관 중 한 사람이었던 단 부 히에프 장군이었다. 미군에 대한 수많은 기습 작전을 성공시킨 베트남 전쟁 영웅의 한 사람인 히에프 장군은 북 베트남 군에 의한 프레이크 공격의 전모를 알고 있었다.

* 단 부 히에프(당시 북 베트남 중부 방면 사령관)

나는 그때 제5군관구에 있었습니다. 프레이크 바로 옆에 있습니다. 그 공격은 실은 제5군관구의 한 사령관이 독단으로 명령한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불과 30명밖에 되지 않는 부대의 공격으로, 지금이니까 말씀드립니다만, 그다지 대단한 공격은 아니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그것은 프레이크에 주둔하고 있던 미국의 괴뢰군, 즉 남베트남 정부군의 제2 군단 사령부를 치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같이 있던 미군이 부상당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아무래도 여러분들은 미국 조사단이 체재하는 때를 노려 하노이 총사령부가 공격 명령을 내린 것으로 믿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사실은 그것이 아닙니다.

* 조지 헤링(미국 켄터키 대학 교수)

히에프 장군, 당신은 그때 번디 조사단이 사이공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나요?

* 단 부 히에프

아뇨, 몰랐습니다. 맥나마라씨의 책을 읽고 비로소 번디씨가 사이공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코시긴 수상이 하노이에 있었다는 사실은 웨스트멀랜드 장군의 책을 읽고나서 알았고. 당신들은 북 베트남 정부가 번디씨와 코시긴씨가 베트남에 있는 때에 맞춰 미국을 도발하기 위해 프레이크를 공격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우리들 현장의 지휘관들은 그런 생각을 못합니다.


쿠퍼씨와 히에프 장군의 경악

프레이크 공격이야말로 미국이 베트남에 본격 개입하는 중대한 요인이 되었다고 주장한 체스터 쿠퍼씨. 그는 베트남 전쟁 초기에는 맥조지 번디 대통령 보좌관의 측근으로 일을 했고, 전쟁이 본격화한 후에는 비밀 평화 협상의 책임자였던 해리먼 특사의 오른팔로서 미국의 대 베트남 외교를 몸소 경험했다.

하노이 대화로부터 약 1년이 경과한 1998년 6월 나는 쿠퍼씨에게 장시간의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그는 워싱턴 교외에 있는 자택에서 흔쾌히 취재에 응해 주었다. 쿠퍼씨는 히에프 장군에게서 프레이크 공격의 진상을 들었을 때의 충격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프레이크 공격이 하노이 정부의 명령이 아니라 지방에 있는 일개 사령관의 명령이었다는 말을 듣고 나는 자신도 모르게 다시 한 번 말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통역이 오역을 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그러나 다시 들어보아도 이어폰에서 같은 대답이 흘러나왔습니다.

당시 사이공에는 대통령 보좌관인 맥조지 번디씨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때문에 우리는 프레이크 공격을 하노이 중앙 정부가 명령한 미국에 대한 도발 행위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것은 아마 아침 6시였을 겁니다. 사이공의 사령부 본부에서 자고 있었는데. 갑자기 미 육군 장교가 깨우는 겁니다. 그는 ‘긴급한 미팅이 열리고 있습니다. 급히 참가해 주십시오!’라고 큰소리로 말했습니다. 바로 미팅 룸으로 내려갔더니, 그곳에는 웨스트멀랜드 남베트남 미 원조군 사령관과 번디씨 등이 모여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나는 프레이크 공군 기지에 대한 공격 소식을 들었습니다.

만약 그 공격이 프레이크 부근에 있던 한 지방사령관의 독단에 의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우리가 알았다면 우리의 대응은 달라졌을지 모릅니다. 우리가 북 베트남에 대한 보복을 결심한 것은 북 베트남 정부가 공격 명령을 내렸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남베트남의 게릴라 부대에 의한 단독 행동이라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남쪽의 게릴라 부대에 대한 보복만으로 끝낸다는 판단도 있을 수 있었을 겁니다.

우리들 미국인은 베트남 인들이 어떻게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며, 생각하는지에 대해 전혀 무지했습니다. 한편 베트남의 지도자도 미국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없었다고 인정했습니다. 우리들은 마치 상대방을 눈앞에 두고도 눈가리개를 하고 빙빙 돌아다닌 것 같은 꼴입니다. 쌍방을 제대로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것을 몰랐던 겁니다.

우리들은 다른 한편의 당사자인 베트남의 단 부 히에프 장군에게도 취재를 시도했다. ……

“처음 미국 측으로부터 프레이크 공격에 대해 질문을 받았을 때 무척이나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1945년에 18세로 독립 전쟁에 참가한 이래 30년 가까운 전투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만, 프레이크 전투는 거의 잊어버린 아주 작은 공격에 지나지 않았기 때 문입니다.

하노이 대화에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하노이 정부는 그런 작은 공격에 일일이 명령을 내리거나 하지 않습니다. 그때 하노이 정부가 내린 명령은 1964년부터 급속하게 약체화하던 남베트남 정부군에 대한 공격을 서서히 강화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노이 정부가 어디서 누구를 공격하라고 자세하게 지시하거나 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현장의 지휘관이 판단하는 겁니다.

전장에 있는 우리들은 웨스트멀랜드 미 원조군 사령관이나 테일러 통합 참모 본부 의장 등 적의 장군의 동태에는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외교관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런 것에는 거의 관심이 없었습니다.

東 大作, 『我々はなぜ戦争をしたのか―米国・ベトナム 敵との対話』, 岩波書店, 2000
(서각수 역, 『우리는 왜 전쟁을 했을까: 미국·베트남 적과의 대화』, 역사넷, 2004, pp.143-152)

미국의 베트남전 참전 결정이 이 사건 하나로 결정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확실히 과장일 것이다. 미국은 그 전부터 베트남 전쟁에 깊게 개입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 사건이 조사단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고 철수론자들의 입을 효과적으로 봉쇄해 본격적으로 베트남전에 뛰어들게 하는 데 일조했다는 것은 확실하다.

진짜 문제는 같은 문제를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 측이 그리는 상황이 판이하게 달랐다는 것이다. 상대방에 대한 이해수준이 열악하고 정보가 제한된 상황에서 판단을 하게 되면 이런 문제가 쉽게 발생하게 된다.

체스터 쿠퍼는 미국이 저지른 오판의 원인에 대해 "우리들 미국인은 베트남 인들이 어떻게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며, 생각하는지에 대해 전혀 무지"했다고 말한다.

쿠퍼의 말은 우리에게 여러가지 고민을 하게 만든다. 우리들 한국인은 우리의 이명박 정부가 어떻게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며, 생각하는지 잘 아는가? 우리가 뽑은 대통령과 그의 정부, 우리가 뽑은 국회의원들이 임명을 동의한 장관들이 어떤 식으로 일을 하는 사람인지 얼마나 아는가?

우리는 아주 쉽게 오판을 저지를 수 있다.

(물론 이명박 대통령과 그의 보좌관들도 우리만큼 쉽게 오판을 저지를 수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동일한 논리를 이용해 6절에서 다시 검토하겠다.)


5. 모든 문제가 경제로 통하진 않아, 바보야
빌 클린턴의 선거구호 "It's economics, stupid!"에서 따왔으며, 물론 특별한 의미까지는 없다.

촛불시위가 한참 기세를 올리고 있던 6월 초, 전 국민의 시선은 곧 나올 청와대의 대응을 향하고 있었다. 이정도로 압력을 가한 이상 그에 상응하는 대책이 나올 것이라 예상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러나 청와대에서 흘러나온 기상천외한 대응책이란 것은 시위대 뿐 아니라 친여세력들조차도 당황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틀째 외부 일정을 삼간 채 국정쇄신 방안을 찾기 위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류우익 대통령실장이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도 민심수습을 위해 열띤 토론이 이어졌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청와대는 일단 선 민심수습, 후 인적쇄신이라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성난 민심의 기저에는 어려워진 서민경제가 깔려있다는 판단에서입니다. 따라서 유류세 인하와 같은 고유가 대책과 끊임없이 오르고 있는 서민 물가를 잡기 위한 단기 방안이 제시될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국정의 머리인 청와대를 쇄신하는 차원에서 우선 공석인 사회정책수석을 임명하고, 수석비서관급의 홍보특보를 신설하는 방안 등이 추진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최근의 사태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현재 근본원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고, 앞으로 원인진단 결과를 토대로 처방전을 내 놓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단순 감기약으로 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종합감기약 처방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태진, 靑, '선 민생대책, 후 인적쇄신', YTN 2008년 6월 1일

누구의 눈에도 이 시위는 물가가 올라 격분한 서민들이 나와 "빵값을 내려라"라고 벌인 시위가 아니었었다. 그런데도 정작 대응은 딱 그런 시위를 겨냥한 처방이 내려진 것이다. 이 점은 이 시점에서 청와대 내부에 사태에 대한 정보를 종합해 적절한 판단을 내릴 능력이 있는지, 즉 「분석 패러다임」이 기능하고 있는지를 심각하게 의심하게 만드는 사태였다.

당시 이 보도를 본 사람들은 대개 이건 단순히 우리를 무시하는 행위("고민 끝에 결론이 저거냐!")라거나, 뭔가 좋지 못한 꿍꿍이속이 있거나, 그도 아니면 우는 아이를 상대로 이거나 먹고 떨어져라는 식의 대응이라고 받아들여 크게 화를 냈다.

하지만 다음 글을 보면 어떨까?

"이를 통해 우리 군이 국가경제의 신성장동력의 일익을 담당하는 경제군(經濟軍)의 훌륭한 선례를 만들어 줄 것을 당부합니다."라니. 돈 쓰는 조직의 전형인 군대에 대해서도 저런 당부를 할 정도라면 상대에게 있어 경제라는 '마법의 주문'의 위상이 어떤 것인지는 익히 짐작이 간다.

이것은 시외버스 터미널 한 구석에 놓인 커피자판기에 비유하면 좋을 것 같다. 버튼이 여섯 개쯤 달려 있지만, 어느 것을 눌러도 설탕프림커피가 나오는 바로 그런 것 말이다. 이명박은 그 어느 버튼을 누르더라도 경제가 거기 같이 담겨나오는 데, 이런 현상은 사이버네틱 로직으로 아주 쉽게 설명할 수 있다. 이런 데 무슨 꿍꿍이 속이 있을 리가 있겠는가?


6. 배후세력을 찾아서, 또는 도둑 맞은 편지

이명박 대통령과 여당으로부터 촛불 시위에는 배후세력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적은 아주 많다. 1부에서 소개했던 청와대 회의 동정을 전하는 기사(조선일보) 외에도, 대통령과 불교지도자들과의 간담회(오마이뉴스), 좀 더 후에는 한나라당의 이명박계 최고위원인 공성진 의원의 발언(한겨레) 등을 꼽을 수 있으며, 이 외에도 100분 토론이라든가 여러 채널을 통해 비슷한 이야기가 제기된 적이 있다.

이러한 주장들은 근거가 빈약해 번번히 반박되곤 했지만, 끝없는 생명력을 갖고 다시 제기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이러한 배후세력을 찾아 나서는 노력 또한 사이버네틱 패러다임으로 잘 설명할 수 있다.

애드거 앨런 포는 자신의 대표작인 「도둑맞은 편지」에서 이와 같이 숨겨진 무엇인가를 찾아 나서는데 발휘되는 불요불굴의 노력이 왜 거듭되는지를 절묘하게 묘사하였다. 좀 길지만 따라가 보도록 하자.

“수색했던 이야기를 자세히 말씀해주시지요.”
내가 경찰국장에게 말했다.
“사실, 시간을 들여 모든 곳을 뒤졌네. 나는 이런 일에 오랜 경험이 있지. 집 전체를 뒤지고 차례로 방을 뒤졌네. 일주일 밤을 꼬박 새웠다네. 우선 각 방의 가구를 조사했네. 모든 서랍을 열어 보았고, 추측하겠지만 잘 훈련 받은 경관에게는 비밀 서랍 같은 것은 없다네. 이런 종류의 수색에서 그런 경관을 피할 수 있는 비밀 서랍을 허락하는 사람이야말로 멍청이이지.
일은 아주 단순하네. 모든 캐비닛에는 어떤 일정한 용적이 있네. 우리에게는 세밀한 자가 있지· 1라인(약 0.2센티미터)의 50분의 1도 우리를 비껴 갈 수 없네. 캐비닛 다음으로 의자를 뒤졌네. 길고 날카로운 바늘을 사용하는 것을 본 적이 있을 텐데 그것으로 쿠션을 엄밀히 검사했네. 테이블은 윗판을 뜯어보았네.”
“왜 그렇게 했지요?”
“어떤 물품을 숨기려 하는 자들이 종종 테이블이나 그와 유사하게 만들어진 가구의 판을 뜯어낸다네. 그리고는 다리에 홈을 판 뒤 그 속에 물품을 넣고 다시 판을 덮네. 침대 다리 끝과 윗부분도 같은 방법으로 사용되지.”
“홈이야 소리로 찾아낼 수 있지 않습니까?”
내가 물었다.
“절대 그렇지 않다네. 그 주변에 솜을 충분히 넣어 두지. 게다가 우리 경우는 소리 없이 일을 진행해야 하네.”
“그렇지만 말씀하신 방법으로 물품을 넣어 두었을 수 있는 가구를 모두 분해할 수는 없었겠지요. 편지는 얇게 말면 모양이나 부피가 큰 뜨개바늘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 모양으로는 의자 다리 속에도 넣을 수 있었겠지요. 모든 의자를 다 분해하지는 않았을 테지요?”
“물론 그렇게는 하지 않았네. 하지만 더 치밀했는데, 저택에 있는 모든 의자의 틈새와 가구의 이음 부분을 위력적인 확대경의 도움을 받아 조사했다네. 최근에 뜯은 자국이 있으면 그것을 즉시 찾을 수 있지. 예를 들어 톱밥 하나도 사과만큼 분명하게 보이네. 아교가 떨어졌거나 틈에 이상한 간격만 있어도 충분히 찾을 수 있었겠지.”
“거울도 판과 유리 사이를 보셨겠지요. 커튼과 양탄자뿐 아니라 침대와 침구도 엄밀히 조사하셨겠지요.”
“그건 물론이지. 이런 방법으로 모든 가구를 완전히 철저하게 조사한 다음 집 자체를 조사했네. 전체 표면을 부분으로 나누어 어떤 것도 빠뜨리지 않도록 변호를 매겼네. 그리고 난 뒤 확대경을 가지고 바로 옆집 두 채까지 포함해 그 저택을 각각 1제곱인치씩 조사했네.
“바로 옆집 두 채라니요! 대단히 수고하셨겠군요.”
나는 놀라 소리쳤다.
“그랬다네. 제공되는 보수가 엄청났으니까.”
“집 주위의 바닥도 포함되었겠지요?”
“바닥은 모두 벽돌로 포장되어 있었네. 상대적으로 거의 번거로움을 끼치지 않았지. 벽돌사이의 이끼도 조사했는데 손댄 곳은 찾지 못했네.”
“물론 서재에서 D장관의 서류와 책갈피도 찾아보았겠지요?”
“물론이네. 포장과 소포도 다 열어보았네. 그냥 흔들어보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우리 경관들이 하는 방법대로 책도 모두 펼쳐보았을 뿐 아니라 책갈피 한 장 한 장까지 다 넘겨보았네.
책표지도 모두 정확하게 두께를 재고 확대경으로 철저하게 조사했네. 최근에 제본한 것이라면 우리의 관찰을 피할 수는 없었을 거네. 최근 제본된 대여섯 권의 책은 위로 바늘을 넣어 주의 깊게 조사했네.”
“양탄자 밑바닥도 찾아보았습니까?”
“그렇고 말고. 양탄자를 모두 걷어내고 확대경으로 바닥을 검사했지.”
“벽지는 조사했습니까?”
“했네.”
“지하실은 보셨습니까?”
“보았네.”
“그렇다면 착오를 하셨나보군요. 국장님이 생각한 대로 편지는 저택 안에 없나봅니다.”
내가 말했다.
“자네 말이 맞는지도 모르지. 자 뒤팽,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충고 좀 해주게.”
“그 저택을 철저히 재수사하는 겁니다.”
“그건 전혀 필요 없는 일이네. 편지가 집 안에 없다는 건 너무도 분명하네.”
경찰국장이 대답했다.
“저에게는 더 좋은 의견이 없는데요. 그 편지가 어떤 것인지 물론 정확히 설명할 수 있겠지요?”
“물론이네.”
경찰국장은 수첩을 꺼내어 잃어버린 편지의 내용과 특히 겉모양에 대해 큰 소리로 자세히 설명해나갔다. 설명을 마치자 그는 곧 떠났다. 그 선량한 신사를 알고 지낸 이후로 그렇게 낙담한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파리 경찰국장 G씨는 유능하고 꼼꼼한 인물이었지만, 숨겨진 편지를 찾는 데는 실패하였다. 그리고 명탐정 오귀스트 뒤팽은 그가 실패한 원인을 정확히 짚어낸다.

그가 가버린 후 내 친구는 설명하기 시작했다.
“파리의 경찰은 그런 데에는 아주 유능하지. 인내심 있고 교묘하며 교활하네. 그리고 직무에 있어서 특히 요구되는 지식에도 완전히 능통하네. G씨가 D장관 저택을 수색한 방법에 대해 자세히 우리에게 이야기했을 때, 나는 그의 힘이 닿는 한 만족스런 조사를 했다고 전적으로 믿었네.”
“그의 힘이 닿는 한이라니?”
나는 물었다.
“사용된 측정 방법은 최상이었을 뿐 아니라 매우 완벽하게 진행되었을 테니까. 편지가 그들 수색 범위 내에 있었다면 그들은 의심할 여지없이 편지를 찾았겠지.”
나는 그냥 웃었다. 그러나 뒤팽은 그가 말한 모든 것에 대해 꽤 심각한 모습이었다.
“방법은 좋았고 잘 실행되었네. 그들의 실수는 방법이 이 경우와 당사자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는 데에 있었네. 경찰국장의 아주 교묘한 방법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와 같은 것으로, 그 침대에 그는 자신의 계획을 맞춘 것이지.
그는 가까이 있는 문제에 대해 너무 깊이 생각하거나 너무 얕게 생각해 늘 실수를 범하지.
[…]
“추리가의 생각과 상대방의 생각이 일치하는 것은 상대방의 생각을 정확히 젤 수 있는 것에 달려 있군. 내가 자네 말을 바르게 이해했다면 말일세.”
“실질적인 가치는 거기에 달려 있지. 그리고 경찰국장과 그의 부하들이 그렇게 자주 실패하는 것은 첫째, 이 일치가 되지 않았고 둘째, 그들과 관련된 상대방의 생각을 잘못 쟀거나 아예 재지 않았기 때문이지. 그들은 자신들 생각의 교묘함만 고려하고, 어떤 감추어진 것을 찾을 때는 그들이 감추었을 방법에만 몰두하지. 그들 자신의 교묘함은 많은 사람들 중에서 믿을 만한 대표라는 것은 물론 맞네. 그러나 각각의 악한의 교활함이 그 성질에 있어 그들의 것과 다를 경우, 물론 악한은 그들을 물리치네. 악한의 교활함이 그들보다 위일 때, 또 그들보다 아래일 때, 일반적으로 늘 이런 상황이 벌어지지.
그들에게는 조사에 있어서 원칙의 변화란 것이 없네. 기껏해야 막대한 보수가 주어지는 어떤 이례적인 긴급 상태에서는 원칙은 건드리지 않은 채 그들의 해묵은 실제 방법을 확대하거나 과장하는 정도이지.
예를 들어 D의 경우에, 행동 원칙에 무슨 변화가 있었단 말인가? 구멍을 파고, 쑤시고, 소리 내고, 확대경으로 조사하고, 건물 면적을 제곱 인치로 나누는 것, 이것은 모두 오랜 업무 방식에 따라 경찰국장에겐 정해진 것이네. 그것은 사람들의 생각에 근거한 수색 원칙을 적용하여 과장한 것이 아닌가? 모든 사람들이 의자 다리에 구멍을 파지는 않더라도, 사람들이 그렇게 한다는 동일한 생각의 연장선에서 그는 보이지 않는 구멍이나 틈 같은 것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겠나? 감추는 데에 그런 성가신 구멍을 사용하는 것은 일반적인 경우일 뿐이며, 일반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만이 사용하는 것이네. 그리고 이런 모든 경우에 이런 성가신 방법으로 감춘 물품은 즉각 들킬 수 있고 결국 들키고 마네. 그러므로 찾아내는 것은 수색가의 날카로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주의 인내력 그리고 결단에 달려 있네.
그리고 경찰의 눈에는 같은 것으로 보이겠지만, 중요한 사건일 때 그리고 보수가 굉장할 때에는 문제의 특징이 나타나지 않는 적이 없네. 도둑맞은 편지가 경찰국장의 수색 범위 내에만 있었다면, 다시 말해서 은닉 원칙이 경찰국장의 원칙에 포함되었다면 편지는 분명히 발견되었을 것이라는 내 말을 이제 자네는 이해할 것이네. 그러나 그는 완전히 불가사의에 빠져들고 말았네.

“[…] 경찰국장과의 첫 번째 대화에서, 이 미스터리가 그를 몹시 성가시게 하는 것은 그것이 너무 분명하기 때문일 수 있다고 제안했을 때 그가 호탕하게 웃었던 것을 자네는 기억할 것이네.”
“맞아. 그는 몹시 유쾌해 했었지.”
“[…] 자네는 혹시 가게 위에 걸려 있는 거리의 간판 중 어떤 것이 가장 주의를 끄는지 알아차린 적이 있나?"
“그런 문제는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지도 위에서 하는 퍼즐 게임이 있네, 한쪽이 다른 한 사람에게 주어진 지명, 도시 강 주 혹은 나라 다시 말해 지도 위의 잡다하고 복잡한 어떤 지명을 묻네.
게임 초보자는 일반적으로 세세한 지명을 제시함으로써 상대방을 당황시키려 하지만 익숙한 사람은 지도 한끝에서 다른 한끝까지 크게 쓰인 글자를 택하지 이러한 것은 지나치게 크게 쓰여진 거리의 간판이나 광고처럼 너무 분명하다는 이유로 사람들의 사선에서 비껴가네. 그리고 이러한 물리적인 간과는, 지나치게 명백한 생각은 알아차리지 못하고 지나가버리는 정신상의 부주의와 정확히 닮은 것이네.
그러나 이것은 경찰국장의 이해 이상의 혹은 그 이하의 것으로 보이네.
그는 장관이 세상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하는 최선의 방법으로 세상 사람들 코 바로 밑에 편지를 숨겼다는 것은 생각도 하지 못했네.
D장관의 대담하고도 저돌적인, 뛰어난 교묘함을 깊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렇게 확신하게 되었네. 즉 장관은 편지를 감추기 위해서는 그것을 감추려 애쓰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영리함을 확신하게 되었네. 그의 교묘함은 그가 유용한 목적으로 그것을 사용하고자 할 때 늘 수중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과, 편지가 경찰국장의 의례적인 수색 범위 내에 숨겨지지 않았다는 경찰국장 자신의 결정적인 증거에 기반을 두고 있네.

[*] 고대 그리스의 유명한 강도 붙잡은 사람을 침대에 눕혀 놓고 몸이 침대보다 길면 잘라 버리고 짧으면 몸을 늘여 죽였다-역주.

이 글을 읽어온 분은 충분히 이해하실 수 있듯이, 파리경찰국장 G씨의 수사방법은 아주 전형적인 사이버네틱 패러다임을 따르고 있다. 그러나 그가 처한 문제의 성격이 경찰의 사이버네틱 패러다임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자 그는 끊임없는 실패와 좌절에 빠져들게 된 것이다. 이 점은 2절에서 사이버네틱 패러다임의 특징을 요약하면서 지적했던 "사이버네틱 메커니즘의 성공은 명백히 주변 환경이 적절한가에 달려 있다"라는 명제를 다시한번 확인시켜 준다.


그렇다면 경찰국장 G씨는 왜 자신의 실패에서 배워서 자신의 사이버네틱 패러다임을 개선하지 못했을까? 한 가지 답은 그 일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생각보다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이다. 케네스 보울딩은 이에 대해 통찰력있는 해답을 제시하였다.

경험은 전부터 갖고 있던 관점을 강화하거나 약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그러한 관점을 부정하거나 보강하는 증거가 드러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잘못된 아이디어가 수정되거나 옳은 아이디어가 강화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케네스 보울딩의 비유를 빌리자면,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산 사람을 제물로 바쳤던 아즈텍인들은 어떤 한 해의 수확이 나빴다고 해서 인신공양을 중단할 이유가 없었다. 그들은 흉년이이야말로 신들이 기존에 바친 제물에 만족하지 못했음을 “입증”했다는 믿음에 입각해, 제물로 바칠 사람의 수를 더욱 늘릴 수도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어떤 이데올로기적 교리가 어떤 사건이나 상황들을 적절히 설명하고 다루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날 경우, 이데올로그들은 자신들의 교리를 현실에 더 잘 맞도록 수정할 수도 있고, 교리에 들어맞는 방식으로 현실을 묘사함으로서 명백해 보이는 상충관계를 조화롭게 바꿀 수도 있다.

Armstrong, J. D., Revolutionary Diplomacy: Chinese Foreign Policy and the United Front Doctrine,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1977, pp.11-12

배후세력이 발견되지 않는 것은 놈들이 꼭꼭 숨어 있기 때문이다. 번번히 허탕을 치는 것은 놈들이 교활하기 때문이다. 제기랄! 이런 식으로 한번 생각을 끌고 나가면 사람은 아주 손쉽게 함정에 빠질 수 있다.

배후세력의 존재에 대한 믿음은 사실 흔한 것이다. 세계 정치 경제를 뒤에서 장악하고 있는 유대인 세력이라든가, 우리 사회는 친일 기득권 세력이 꽉 쥐고 있다든가 하는 그런 믿음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게다가 모든 계층이 공유하고 있는 일종의 포위공포증이 있어서 이런 생각을 강화하게 된다.

일단 판단이 내려지고 나면, 아니 좀 더 강한 표현으로 말해서 믿음이 형성되고 나면 그 믿음을 깨는 것은 아주아주 어렵다. 케네스 보울딩의 비유는 그런 점을 우리에게 환기시켜 줄 뿐이다.


7. 사이버네틱 패러다임이 갖는 정치적 함의

이제 사이버네틱 패러다임이 정치적 의사결정에 채택될 경우 발생하는 의미를 생각해 보기로 하자.

치킨 게임(chicken game)은 합리적 행위자를 신봉하는 게임이론가들이 좋아하는 예제이다. 이 게임은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많은 구경꾼들이 옆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텅 빈 고속도로 양 쪽에서 시속 100km로 내달리는 두 대의 자동차가 서로를 향해 달려온다. 어느 한 쪽이 핸들을 꺾어 피하지 않는 한 충돌은 필연적이다. 충돌을 피하기 위해 먼저 핸들을 꺾는 쪽이 게임에 지게 되며, 겁쟁이(chicken)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이와 같이 치킨 게임은 한 편에는 생존이, 반대편에는 명예가 달려 있는, 고전적인 가치 절충(value trade-off) 문제이다.

치킨 게임에서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게임이론의 대가 Thomas Schelling은 치킨 게임에서 두 경기자가 모두 분석 패러다임을 구사한다고 가정할 경우 최선의 전략은 명백히 되돌릴 수 없는 결의를 먼저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면 핸들을 자물쇠로 잠그고 크루즈 컨트롤을 고정시킨 후, 자신은 아예 뒷좌석으로 물러나 몸을 묶어버리는 식으로 행동하고 그 사실을 최선을 다해 상대에게 알리는 게 이기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한 쪽이 먼저 이렇게 나와 버리면, 반대편에 아직 핸들을 잡고 있던 상대방은 경기를 계속하면 확실한 죽음이 기다리고 있고, 지금 물러나면 명예는 잃겠지만 목숨은 건질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어진다.

이런 정보를 입수한 합리적 행위자라면 새 정보를 분석에 적용해 자신의 행동전략을 업데이트할 것이다. 단 상대방이 분석 패러다임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는 합리적 행위자라면. 그렇지 않고 상대방이 사이버네틱 패러다임에 따른 의사결정을 하고 있을 경우, 이와 같은 전략은 재앙을 부를 수 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몇 가지 선택된 변수에 반응하는 것 이외에는 환경의 변화나 새로 입수되는 정보를 무시하는 것이 사이버네틱 의사결정의 특징이다. 그러니 상대방은 단호한 결의를 보여준답시고 핸들과 몸을 묶어 배수진을 친 행위를 인지하지 못하고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사이버네틱한 의사결정은 정해진 일련의 과정을 수행한 끝에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 뿐이며 사전에 결과를 예측하거나 가치 절충(value trade-off)을 시도하려 들지 않는다. 이 말은 설령 배수진을 친 행위를 인지는 했더라도 그것이 결과에 반영되지 않고 그대로 무시될 거라는 의미이다.

앞선 예로 돌아가 보자.

사이버네틱한 상대방을 향해 핸들을 고정시키고 몸을 뒷좌석에 묶은 “필승의 전략”을 구사한 후 희희낙락하던 합리적 행위자는 곧 자신의 단호한 결의를 보고도 조금의 변화도 없이 기존 차선을 따라 거침없이 접근해 오는 상대방 차를 보며 공포에 질리게 된다.

상대 차의 운전석에는 (나와 같은 합리적 행위자가 아니라) 사람의 탈을 쓴 자동온도조절기가 앉아있었던 것이다. 그는 차가 오른쪽으로 쏠리는 것 같으면 핸들을 왼쪽으로, 왼쪽으로 쏠리는 것 같으면 핸들을 오른쪽으로 약간 꺾고, 속도가 떨어지는 것 같으면 악셀을 밟고 속도가 충분해지면 떼는 규칙적 과정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이제 합리적 행위자는 새로운 정보에 입각해 전략을 바꿔야 한다는 것을 깨닫지만, 이미 몸이 묶여있어서 다른 선택은 불가능하다. 두 대의 차는 빠르게 서로를 향해 다가간다…….

이 예는 조금 과격하지만,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한다. 그것은 상대가 지금 분석 패러다임을 따르고 있는지, 아니면 사이버네틱 패러다임을 따르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야말로 대응전략 수립을 위해 제일 먼저 알아야 하는 종류의 정보란 것이다.


또한 사이버네틱한 행위자의 존재는 정치의 게임 규칙을 크게 바꾸게 된다.
사이버네틱한 행위자가 정치를 하게 되면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협상(bargaining)의 역할은 급속히 퇴조된다. 협상은 참여하는 행위자들이 타협에 도달하는 과정에 상충되는 목표를 조정해 나갈 의향과 능력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러한 의향과 능력은 곧 「분석 패러다임」에만 있는 목표와 가치의 통합 과정이다. 그러니 사이버네틱한 행위자가 분석적 행위자만큼 심도 있는 절충의 자세를 보여주지 않으며, 분석적 가정에 따르자면 당연해 보이는 협상을 건너뛰어 더 일방적인 행동에 나서리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가능하다. 「사이버네틱 패러다임」 특유의 결과에 대한 제한된 계산, 단일 가치에의 집중, 선택된 피드백 채널에 대한 의존 등은 모두 타협의 과정을 방해한다. 이러한 의사결정과정의 특징들 때문에 사이버네틱한 행위자가 끼어 있는 행위자들 간의 분쟁은 보다 격렬해지고, 상호 합의에 의한 결론 도출은 힘들어진다.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한반도 대운하 사업 포기에 대한 여진을 보면 이런 점이 잘 느껴진다.

집권 초 대대적인 촛불시위로 곤욕을 치룬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6월 19일 대국민 특별기자회견을 갖고 담화문을 발표하였다. 이때 대통령은 “대선 공약이었던 대운하 사업도 국민이 반대한다면 추진하지 않겠습니다.”란 언급을 하였고, 대부분의 언론과 국민은 이 발언을 대운하 포기선언으로 받아들였다. 여기서 ‘국민이 반대한다면’이란 조건은 정치적 체면치례를 위한 약간의 모양새 갖추기 정도로 이해한 것이다.

이 담화문은 문면으로 보면 「분석 패러다임」을 채택하고 있음이 거의 확실하다.

시위대의 요구사항은 다양했지만 그중 제일 핵심적인 요구사항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재협상이었다. 이 담화문에서 대통령은 과거 중국과의 마늘 협상 파동을 예로 들며, 그러한 재협상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주장한 후, 미흡하다는 의견도 있는 추가협상에 더해 청와대 비서진과 내각의 개편, 그리고 한반도 대운하 사업의 중지를 약속하였다.

청와대 비서진의 일괄사퇴라든가 한반도 대운하 사업의 중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과 직접 맞물린 이슈들은 아니었다. 그러나 시위대 측에서 이런 결과들도 얻어내길 바랐다는 것도 사실이다. 이명박 정부는 “꿩(쇠고기 재협상) 대신 닭(대운하 중지)이라도 주겠다”는 식의 거래를 제안한 것이고, 이것은 별개의 이슈와 가치를 통합해 절충시킨 패키지 협상을 도출한다는 의미에서 전형적인 「분석 패러다임」식 결론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얼마 전인 9월 2일,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요건이 조성되고 국민이 필요하다고 할 때 다시 할 수도 있다”며, 대운하 재추진 가능성을 시사해 많은 사람들을 분개하게 하였다.
기술적으로 말하면 정 장관의 발언은 대통령의 약속을 어긴 것은 아니다. 그는 “현재 상태에서는 걱정하는 국민도 많고, 반대 여론도 많아 당초 민자사업으로 대운하를 추진하겠다는 것은 중단했다”며, “차분하게 이 문제에 대해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을 뿐이다.

그러나 「분석 패러다임」에 따른 패키지 딜의 일부로 대운하 사업의 관에 못을 박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화를 내는 것 또한 놀라운 일은 아니다. 그럼 「사이버네틱 패러다임」의 시각에서 보면 이 사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것일까?

이 사건이 사이버네틱한 메커니즘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고 가정하고 분석해 본다면, 대운하 논란은 다음과 같은 흐름을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 탐색: 대운하 추진에 대한 운을 띄운다.
(2) 피드백: 반대가 너무 강하면 임의의 기간 동안 보류한다.
(3) 반복: (1)로 돌아간다.

이 과정은 사이버네틱 패러다임 특유의 결과에 대한 제한된 계산, 단일 가치에의 집중, 선택된 피드백 채널에 대한 의존을 아주 잘 보여준다. 또한 복합적인 이슈들이 통합된 정부의 그랜드 플랜 대신 각각의 이슈가 자체적인 사이버네틱 로직에 따라 굴러가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제 분석가는 두 가지 가능성 중 어느 것이 가능성이 더 높은지 판단해야 한다.
첫 번째는 「분석 패러다임」에 따른 것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과의 약속을 깨고 자기가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을 하나하나 밀어붙이고 있으며, 그 배후에는 이명박이 꿈꾸는 세계를 만들기 위한 잘 조율된 어떤 그랜드 플랜이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사이버네틱 패러다임」에 따른 것으로 패키지 딜은 허상이었으며,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하는 논란이 많은 정책들은 서로에 상관없이 각각 자체적인 논리와 추진력, 각 사업에 이해관계가 걸린 당사자들의 후원 하에 각개약진과 정체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독자 여러분들께서는 어느 쪽 의견에 더 끌리시는가? 두 가지 의견은 일장일단이 있으며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둘 중 어느 쪽이 더 설득력이 있는지는 결국 이명박 정부의 내적 의사결정과정에 대한 더 많은 증거를 수집하여 밝혀내야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우리 언론이 거둔 이 부문에서의 성과는 매우 실망스러운 상태이다. 노력은 계속해야겠지만 이 면은 당분간 많은 부분을 추정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본 필자는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 관한 한 현재로서는 사이버네틱 패러다임이 우세하다는 판단을 견지하고 있다. 여러분들도 각자 판단해 보시기 바란다.


8. 끝으로

이 글에서 사이버네틱 패러다임의 약점을 꽤 강조해 왔지만, 형평을 위해 우선 한 가지를 먼저 밝혀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어떤 개인 혹은 정부를 막론하고 의사결정과정에 분석 패러다임과 사이버네틱 패러다임은 공존하기 마련이다. 그 어떤 정부도 분석 패러다임만 갖고 의사결정을 하지는 않는다. 또한 사이버네틱 패러다임에는 분석 패러다임이 따라올 수 없는 고유한 장점이 많이 있으며, 우리는 그것을 버릴 수 없다.

이제 현 이명박 정부가 취해야 할 방향에 대해 검토해 보자.
이명박 정부를 관찰하고 있으면 사이버네틱한 행동양태가 너무 많이 표출된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 원인으로는 이 글의 1부에서 지적했었던 정보평가와 정책검토과정의 난조를 꼽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정부의 의사결정에 있어 「분석 패러다임」적인 접근이 심각하게 약화되고, 그 빈자리를 「사이버네틱 패러다임」이 메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절에서 언급했듯이 「사이버네틱 패러다임」은 적절히 사용되면 고도로 효율적인 의사결정방식이며 그 자체가 나쁜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아무데나 쓰일 수 있는 종류의 의사결정방식도 아니다.

「사이버네틱 패러다임」을 제안한 스타인브루너는 정책결정에는 세 가지 패턴이 있다고 지적한다. 첫째, 고위 정책결정자들은 보다 많은 융통성을 가지기 때문에 “미정(未定)형 사고방식”(uncommitted thinking)을 가진다. 반면 전문가들은 그들 전문분야에서 통상 통하는 “이론형 사고방식”(theoretical thinking)을 가진다. 하위 관료들은 좀 답답하기까지 한 “판에 박힌 사고방식”(grooved thinking)을 가진다.

관료조직의 중간이나 하부는 잘 나눠진 고유 업무가 주어져 있고 그 업무를 늘 수행하기 때문에 경험으로 쌓아올려진 정형적 업무처리방식이 정착되기 쉽다. 즉 「사이버네틱 패러다임」이 활약하기 좋은 환경인 것이다. 하지만 국가의 최고지도부는 그렇지 않다.

국가 최고지도부는 여러 행정부처에서 올라온 일들을 분석하고 통합하는 일을 하며, 여러 부처의 업무에 걸쳐진 사안을 조정해주어야 하기 때문에, 예외적인 일이 끊이지 않아 「사이버네틱 패러다임」 같은 방식으로는 일을 잘 해내기가 매우 힘들다. 즉 「미정형 사고방식」은 곧 「분석적 패러다임」에 의해서만 제대로 수행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이 글의 1부에서 정책검토과정의 정상화를 그렇게 강조했던 이유이다.


이어서 양식 있는 대중의 입장에 대해서도 검토해 보자.

우리는 우선 우리 정부가 언제나 「분석 패러다임」에 따라 치밀한 전략을 갖고 뭔가를 진행하고 있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 「사이버네틱 패러다임」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상대에게, 내 마음대로 분석 패러다임을 따르는 합리적 행위자의 심상을 투영한 후 분개하는 것은 쓸데없는 짓일 뿐 아니라, 프레이크 사건이나 치킨게임의 예에서 보았듯이 종종 아주 위험하기까지 하다.
제 꾀에 제가 넘어가는 사태를 피하기 위해서, 우리는 언제나 상대 행동의 기반이 되는 논리가 무엇인지를 알아맞히기 위해 신경을 써야 하며, 상황이 불확실할 경우에는 우리가 사이버네틱한 반응에 직면해 있을 가능성을 충분히 염두에 두어야만 한다.

그 다음에 정부가 「사이버네틱 패러다임」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그 사이버네틱 로직이 모니터링하는 피드백 변수를 찾는데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과거에 있었던 이명박 정부의 피드백 변수에 대한 논의는 다음을 참조하라) 사이버네틱 패러다임은 한정된 수의 피드백 변수 이외의 변화는 무시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적절한 피드백 변수를 통해 영향을 끼치지 않는 모든 노력은 헛수고이다. 온도조절기에 다음달 내내 여행 갔다 오니까 난방하지 말라고 입 아프게 설교를 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는 일 아니겠는가.

우리 정부의 피드백 변수를 찾는다는 것은 우리도 정부와 소통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뜻이다. 우리 정부가 아주 똘똘해서 우리가 가만있어도 우리에게 눈높이를 맞춰 소통해 준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지만, 팔짱끼고 상대가 그 사실을 깨우칠 때까지 기다리다간 그게 언제가 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어떤 정부가 임기 끝날 때까지 참고 기다릴 게 아니라면 그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방식으로 대화를 시도해 보는 노력이 절실하다.


[비고] 이 글의 제목은 Paul Romer의 선구적 논문인 "Crazy Explanations for the Productivity Slowdown," NBER Macroeconomics Annual 2, Stanley Fischer (ed.), Cambridge: MIT Press, Cambridge, 1987. 을 기념한 것이다.
by sonnet | 2008/09/06 23:26 | 정치 | 트랙백(4) | 핑백(4) | 덧글(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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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a quarantine sta.. at 2008/09/06 23:29

... advocate)이 추천할만하다고 생각된다. 이런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시위대이건 야당이건 반대파의 시각을 회의석상에 내놓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토론의 질이 향상될 수 있다. 2부에서 이어집니다. ... more

Linked at 玄武 서식지 2호 : 돌이켜보면. at 2008/09/07 19:14

... 시뇰께서도 이미 지적하셨지만, 교계에서 원하는건 대통령의 직접적인 사과다. 직접 조계사에 찾아간다면 금상첨화겠지. 이건 체면과 자존심과 상징의 문제인데... 사이버네틱한 MB께서 과연 이 매커니즘을 이해하실지 의문. 아니, 이해해도 개신교계 눈치때문에 어려울 거 같다. (게다가 인터뷰를 보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게 확실해보인다! ... more

Linked at a quarantine sta.. at 2009/01/27 15:31

... 제에서 시작된 분쟁의 전술이 옥쇄라는 것 또한 설득력이 없다. 가장 그럴듯한 설명은 스스로를 위험에 빠트리면서까지 무혈 해산을 어렵게 하는 강수를 먼저 둠으로써 치킨 게임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려 했다는 것이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협상 상대방은 재정적 손실을 입게 되므로 압박을 받을 것이요, 그렇다고 해산작전을 강행할 경 ... more

Linked at 갈도 : 구경꾼의 역할 at 2010/07/02 06:32

... 제에서 시작된 분쟁의 전술이 옥쇄라는 것 또한 설득력이 없다. 가장 그럴듯한 설명은 스스로를 위험에 빠트리면서까지 무혈 해산을 어렵게 하는 강수를 먼저 둠으로써 치킨 게임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려 했다는 것이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협상 상대방은 재정적 손실을 입게 되므로 압박을 받을 것이요, 그렇다고 해산작전을 강행할 경 ... more

Commented by sonnet at 2008/09/08 21:59
네, 상대가 다르면 처방이 달라져야지요.
Commented by 로리 at 2008/09/07 02:09
왠지 읽으면 읽을 수록 좌절감이... 차라리 뭔가 엄청난 음모론이 있었으면 싶습니다... -_-;
Commented by sonnet at 2008/09/08 22:12
아니, 좌절감이 좀 있어도 엄청난 음모는 없는게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Commented by 키치너 at 2008/09/07 02:23
확실히 설득력있는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문단의 요지 역시 이 정부의 반대자든, 지지자든 곱씹어 봐야하겠고 말입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8/09/08 22:13
저는 역시 상황이 조금이라도 개선되기를 원하는 것 뿐입니다. 지금은 너무 소모적으로 느껴져서요.
Commented by 장풍2 at 2008/09/07 02:40
1) 나와 우리 가문에게 득이 될 것을 찾아본다.
2) 먹어보려고 시도한다.
3) 먹으면 좋고, 안되면 1) 로

로도 동작하는 것 같습니다 ㅠㅜ
Commented by sonnet at 2008/09/08 22:12
이세상에 그런 사람은 널린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_- at 2008/09/07 02:46
차라리 MB가 프리메이슨의 mole이라거나 악의 제왕 같은 배후라도 있으면 이렇게 우울하지 않을텐데..ㅠ_ㅠ
Commented by 비래 at 2008/09/07 09:37
배후가 일본 정부라는 얘기가 -_-;
Commented by 에르네스트 at 2008/09/07 10:21
무슨 고스트 라이터(Ghostwriter)(고스트 라이더가 아닙니다)(한국에서는 고스트 라고만 제목이붙었습니다)이 현실이 된것 같기는 합니다.
(영국 *상이 실제로는 **A요원의 꼭두각시였다는 이야기)
Commented by sonnet at 2008/09/08 22:21
(쓴웃음)
Commented by 육식팬더 at 2008/09/07 03:34
......온갖 경찰의 추격과 심지어 경찰헬기까지 뿌리치고 도망가는 폭주차량이 결국 기름이 떨어지고 나서야 잡고보니 안에 타고 있던 게 메모리 2메가짜리 자동항법장치더라... 라는 식으로(최근 GTA 4 플레이중)......

아아 정녕코 2MB소리는 비웃음과 조소를 위한 과장이 아니라 실제로 메모리 2메가 달아놓은 자동항법장치였다는 통찰력의 산물이었던 것이옵니까아앗
Commented by sonnet at 2008/09/08 22:28
하하.

이 글은 기본적으로 약점이 좀 있는 글입니다. 제목이 "무모한" 설명인 것도 그 때문이구요. 원래 이런 분석글은 많은 근거를 수집해서 근거를 갖고 분석해야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현직이고 임기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근거가 충분히 없습니다. 그러나 정보분석이란 것은 근거가 없으면 없는대로라도 최선을 다해 해야 할 때가 있는 법이긴 하지요(근거가 불충분하다고 분석을 하지 않으면 소련에 대한 분석은 거의 불가능했을 겁니다).
이 글은 이론(분석 혹은 사이버네틱 패러다임)이 쓸만하다면 어느 정도 예측력을 갖기 마련이라는 점을 이용해서 두 가지 이론을 경쟁시켜서 보다 설명력이 있는 이론이 배후에 있을거라는 식의 분석을 한 것입니다. 이게 얼마나 맞을지는 앞으로 수집되는 근거를 계속 보강해가면서 "분석 패러다임" 방식으로 재검토하고 업데이트 해 가야 하겠지요.

결론 부분에 썼듯이, 저는 이명박 정부가 분석 패러다임 쪽으로 옮겨가 주기를 바라는 입장입니다. 빨리 그렇게 해 주어야 우리도 편하고 그들도 편할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Commented by 三天포 at 2008/09/07 03:46
기업을 하셨다는분이 저런 로직으로 운영한다는게 이해가 다소 안가는 부분이기도 하네요
[요즘 기업은 옛날이랑 달라서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나요?]

그런데 소넷님은 필요한 논거를 기기절묘하게 끌어다 오시네요 하하
Commented by 카구츠치 at 2008/09/07 08:23
기업운영에 있어서 왕회장 밑에서 거의 중간관리자급으로 행세했다고 보면 저런 로직으로 일을 굴리는 것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닌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三天포 at 2008/09/07 15:24
아하 중관관리자셨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8/09/08 22:29
그냥 왕회장이 정해준 일을 최선을 다해, 누구보다도 열심히 해냈다 라는 측면에서 보면 그런 장점은 아직도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게 국가의 최고지도자를 해내는데 충분한 자질이 아닌게 문제라면 문제일까요.
Commented by Madian at 2008/09/07 07:09
직업상 저는 제 직종 관련 발언들만 주목하고 있는데 정말이지 언제나 어느 버튼이나 눌러도 설탕프림커피라 한숨이 나오더군요. 문제는 수많은 행적들에 심모와 원려가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는 사람들을 어찌 설득할지 답이 없다는 것일진데…
Commented by sonnet at 2008/09/08 22:30
글쎄 말입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어떤 요리에도 미원을 한웅큼은 넣어야만 한다"라는 믿음의 소유자이실지도요.
Commented by nishi at 2008/09/07 08:31
그렇다면 MB의 입장에서는...

1) 운하를 완전히 포기하겠다는 것 처럼 보이는 발언을 한다.
2) 여론이 잠잠해진다.
3) 다시 1)로....

이런 식으로 나올려는 걸까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바대로
임기내에 하는 것이 목표라면 결국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으로 특단의 대책이라도 내놓는 것이 아닌지...

이거무슨 두더지잡기도 아니고.. 과연 두더지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8/09/08 22:34
조직을 보면 윗사람의 존재는 감시탑의 서치라이트처럼 동작할 때가 있습니다.
윗사람이 서치라이트를 비추면(노려보면) 일이 좀 굴러가는 듯 하다가, 그 사람이 다른 일이 생겨서 딴 곳을 비추고 있는 동안은 일이 안 굴러가는 거지요. 대통령은 오만가지 일이 그를 괴롭히는 늘 바쁜 자리다보니, 관심이 늘 분산되는 경향이 있는데, 그게 가끔씩 운하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들어갔다를 반복하는 원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Commented by STX™ at 2008/09/07 08:36
일반적으로 대통령의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이 커피자판기와 같은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또는 그러한 사실을 인정...)하지 못할테니까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8/09/08 22:34
그렇죠. 다른 분들도 말씀하시지만 참 우울한 이야기이니까요.
Commented by Ha-1 at 2008/09/07 08:58
그런데 사람이 결정을 하면서 5가지 이상의 변수를 고려하는 경우 자체가 많지 않죠.
Commented by sonnet at 2008/09/08 22:37
결정의 성격에 따라 다른데, 대개 예외적(비일상적)이고 중요하며 단기간에 해결해야 되는 일은 주로 분석 패러다임을 타고, 일상업무에 가까운 것일수록 사이버네틱 패러다임을 타는 경향이 있기 마련입니다. 촛불시위는 그런 기준에서 보면 분석패러다임을 타야 마땅한 사건인데도 그렇지 못한 게 저를 당황스럽게 만든 요인이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스카이호크 at 2008/09/07 09:13
원칙이 없어보인다는 느낌의 실체는 이런 것이었군요;;

중간의 경제군 멘트를 보니 그걸 비밀에서 처음 봤을 때의 충격과 공포가 다시 살아납니다... 저걸 쓴 사람이나 도장 찍은 사람이나 하나같이 그렇게 상식이 없나 하구요. 현대건설의 신성장동력을 회사 경비원에게서 찾지는 않았을텐데.
Commented by sonnet at 2008/09/08 22:39
어릴 때, 만사에 "물자절약"을 입에 달고 계시던 교장선생님이 계셨던 것을 기억하는데, 그 말을 "경제"로 바꾸면 비슷하다고 느꼈습니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담임선생님도 학생들과 똑같은 불만을 갖고 계시더라고요.
Commented by 라피에사쥬 at 2008/09/07 09:29
유사사례로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강철의 대원수께서 1941년에 한 판단들도 사이버네틱한 구조에 매우 치우친것(독일은 우리를 배반하지 않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현 동아시아의 국제관계가 당시처럼 극단적인 수준은 아니라는 것에 안도해야 할까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8/09/09 00:33
사이버네틱은 아니지만, 이미 결심을 내리고 어떤 이야기도 듣지 않는 식으로 반응한 거지요. 그건 이 글의 1부에서 다룬 내용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다비 at 2008/09/07 09:38
그럼 좋겠지만 사실 앞에서 까부는 명박만수청수부길재오는 다 정부를 우습게 보고 대책을 세우지 못하게 하는 광대 아닌가 싶을 때가 있어요. 지금 새만금도 농업자금 쓰면서 농지로 안 만드는 등 다 뒤집고 있고요. 운하도 지역에서는 홍보 미친듯이 한다 그러고 지하철 광고에도 6월말에 붙어있었잖아요. 운하 팔 때 긁어낸 모래를 새만금에 갖다 붓는다는 얘기가 우석훈님 글에서 연말에 본듯한데.
Commented by sonnet at 2008/09/09 00:33
상대가 광대라고 마주보고 같이 광대짓을 하는 게 현명한 선택은 아니겠죠.
Commented by 루시앨 at 2008/09/07 09:53
의사결정론의 실례에 관한 선구적인 소논문이시군요! ^^;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종종 다른 소리가 나오는 것을 보면, MB의 의사결정에 관해서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것 같습니다. 다만 이한구 같은 사람의 말이 씹히는 것을 보면 피드백 변수를 단순히 "경제"라고 보기엔 너무 변수의 범위가 넓은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이부분은 전문가들에게 MB가 휘둘리는 부분이라 볼수도 있겠습니다만)

대중(..이라기보단 다중)의 대응전략은 지피지기를 떠올리게 하는군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8/09/09 00:36
이 글의 1부에서 다루었던 내용인데, MB는 의사결정을 할 때 아주 일찍 결정을 내리고 나머지는 세부적인 실행방법과 진척사항만 들이파는 듯한 느낌입니다. 그럼 왜 이한구가 별로 환영받지 못하는지가 설명이 되지 않을까요.
Commented by oracle at 2008/09/07 09:57
문제는 MB 성향상 한동안은 이너서클에서만 피드백을 주고 받을거라는 추측이 가능하다는 점. MB 정권에게 일반인이 직접 강력한 피드백을 날릴 수 있는 선거가 한동안 없다는 건 MB정권에게 약이 될까요, 독이 될까요... 단기적으로는 MB정권으로서는 약이겠지만 필요할 때 네거티브 피드백을 못받으면 폭주한다는걸 고려하면 MB정권을 넘어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는 큰 손해로 돌아오지 않을까 싶어서...
Commented by sonnet at 2008/09/09 00:42
좋은 지적이십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이너서클에 대중과 이명박 사이를 통역해줄 누군가를 찾는 것입니다만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대중의 시각을 전달하려는 시도가 불충으로 비칠 위험이 많이 있으니까 말이지요.
선거에 한정해서라면 과거 노무현을 엿먹이는 결과가 되었던 재보선 연패 같은 것이 지루하지만 효과적인 대응이 될 것 같구요.
Commented by rumic71 at 2008/09/07 12:30
많은 수수께끼가 단번에 풀려나가는 듯한 글이로군요. (케네디가 총맞고 죽는 걸 직접 목도한 린든 존슨이 뭔가 주체적으로 '군대를 뺄'수 있었을지는 좀 의문이지만)
Commented by sonnet at 2008/09/09 00:04
같은 케네디-존슨 행정부였지만, 베트남전 개입과정은 쿠바사태와는 달리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조금씩조금씩 수렁에 말려들어갔다는 점이 좀 다르지요. 장기간에 걸쳐 조금씩 의사결정을 분산하면 분석 패러다임이 약화되는 것 같습니다. 분석 패러다임은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데, 이게 장기간에 걸쳐 유지되기 어렵기 때문인 듯.
Commented by wish at 2008/09/07 13:21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커피자판기형 사고구조는 정말 대책이 없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8/09/08 22:44
네, 그런 것과 정면으로 충돌해 보면 아주 답답해 미쳐버릴 것 같은 경험을 하게 되지요.
Commented by Alias at 2008/09/07 14:09
고위층의 사이버네틱한 의사결정을 합리적 분석적 의사결정에 가깝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것 하나가 싱크탱크인데, 한국의 경우는 이런 싱크탱크쪽 보고는 고위층의 사이버네틱한 의사결정을 합리화하는 데 취사편식되는 경향이 강한 게 문제의 하나일 수도 있을 듯 합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8/09/09 00:52
어느 나라도 그런 경향은 많든 적든 다 있긴 하지요. 다른 측면에서 보면, 정부의 싱크탱크들은 기본적으로 각 행정부처가 자기의 정책을 서포트하기 위해 한두 개씩 가지고 있다는 성격이 강해서 모조직의 시각을 반영한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장관들이 각자 자기 밑의 싱크탱크들의 서포트를 받아 정부정치에 뛰어드는 것이지요.
Commented by netics at 2008/09/07 14:34
MB 정권에 대한 분석에는 대체로 동의합니다만, 의사결정 패러다임에 대한 일반론에서는 한가지 짚고 싶은게 있습니다.

분석 패러다임의 결과로 스스로를 사이버네틱 패러다임으로 위장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치킨게임에서 승리하는 법을 설명하시면서 그 예를 이미 잘 보여주셨습니다. 스스로를 입력변수가 없는 사이버네틱 모델로 포장하는 것입니다.

"어떤 비용을 치루더라도 대운하를 달성할 것" 이란 목표가 주어진 분석 패러다임을 사용하고 있다면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대운하를 추진하는 모습이 설명가능합니다.

ps. 이 글은 rss 에서 본문이 보이지 않던데요, 제목만 보이게 하신 특별한 이유라도 있으신가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8/09/09 00:58
그건 전형적인 "미친척하기 전략"이군요.
대표적으로는 북한의 Crazy Fearsome Cripple Gambit 전략을 들 수 있겠습니다. (http://sonnet.egloos.com/3004272)

이런 건 정보판단에서 기만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라는 아주 일반적인 논의를 적용하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실제로는 우리 정부가 사이버네틱 패러다임에 입각해 있을거라는 가설은 흔한 가정이 아니고, 제가 그런 관점을 제기하는 극히 드문 사람 중 하나인 정도이기 때문에 '사이버네틱 패러다임으로 위장'하고 있을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전무하다고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상대가 그렇게 예상할거라고 가정해야 전략으로서의 의미가 있지요.
Commented by JOSH at 2008/09/07 14:35
유사한 예랄까..

1 일본을 공격한다.

2. 패트레이버 극장판 2편 ...
Commented by sonnet at 2008/09/09 00:59
실제로도 "일본을 공격한다"는 떡밥을 던지면 언제나 만선이잖습니까.
Commented by aa at 2008/09/07 14:56
결국
넌 XX하는 기계일 뿐이지!
의 기계였군요orz
Commented by sonnet at 2008/09/08 22:43
;;;
Commented by 제가 보기엔 at 2008/09/07 15:13
'경제'를 우선시하는 사이버네틱한 의사결정 과정을 가장해서
장기집권과 사적 부 축적을 위한 사이버네틱한 의사결정을 하는 것 같은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8/09/08 22:43
장기집권은 불가능하잖습니까. 재선이 안되는데요. 사실 인기를 너무 빨리 까먹고 있어서 여당의 차기주자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부담스러울 겁니다.
Commented by 제가 보기엔 at 2008/09/09 05:05
설마 우리 헌법상 재선이 안 되는 걸 몰라서 장기집권이라 했겠어요?
장기집권이 본인의 장기집권이 아니라 한나라당의 장기집권이요.
모든 언론을 다 틀어쥐려 하고
반대편은 씨를 말리려 드는 걸 보면 말이죠.
지금 인기 좀 까먹어도 경상도 지키고 언론 틀어쥐면 게임 끝이죠.
Commented by 제가 보기엔 at 2008/09/09 05:10
그런 움직임들이 오히려 독이 될수도 있을텐데
제가 "장기집권과 사적 부 축적을 위한 사이버네틱한 의사결정"이라 했을때
사이버네틱 하다는 얘기가 그런 측면에서이죠.

그런데, 이명박 정권의 의사결정 과정이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을 거라 봅니다.
감사원장부터 밀어내고 KBS이사들 밀어내면서부터
차근차근 KBS장악을 시도해서 성공했쟎아요.
이번 환경운동연합을 치는 것도 대운하 하려고 사전정지작업하는 거고.
이런 거 보면 뭔가 판을 넓게 보고 전략적으로 야금야금 먹어 들어가는 거죠.
무서운 놈들이예요.
죽었던 박정희를 무덤에서 끌어내는 것을 15년 전부터 시작해서
지금의 정권을 만들어 낸 걸 보면 말이죠.
Commented by sonnet at 2008/09/10 22:14
저는 이명박이 "남을 위한" 장기집권 전략을 짤 만큼 당에 헌신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마 노무현이 민주당/열린우리당을 이용해 먹은 것과 비슷한 수준의 생각을 갖고 있지 않을지.
Commented by 피노 at 2008/09/07 16:02
그러니깐 '그렇게 바보일리는 없다'라는... ㅋㅋㅋ
Commented by sonnet at 2008/09/08 22:42
그렇죠.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정치지도자의 수준이 낮은 경우가 굉장히 많지요.
Commented by sprinter at 2008/09/07 17:39
음, 싸이버네틱한 구조와 '결론을 미리 제시해 놓고 움직이는' 구조는 동일하지는 않은데, 이 둘에 대한 구분을 좀 해주시는게 좋을듯 합니다. 싸이버네틱한 구조는 근본 '답을 정해놓고' 하는 게임입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결론을 미리 제시해 놓고' 움직이는 모든 것들이 다 싸이버네틱하지는 않지요. 이명박이 '답을 정해 놓고 사는건' 사실이지만, 꼭 싸이버네틱하게 움직인다는걸 확정할수는 없다는 점에서 이 둘을 좀 더 구체적으로 구분해 주실 필요가 있을듯 합니다.

그리고 이건 기우이기는 합니다만, 자칫하면 자연주의적인 관점으로 빠질 가망성도 있어 보이니, 그 점도 좀 더 명쾌하게 할 필요가 있겠죵;;;
Commented by sonnet at 2008/09/09 01:15
사이버네틱은 '과정'이 정해진 게임이라고 해야죠. 과정에 결과의 범위를 제약하는 측면이 embed되어있기는 하지만요.

둘의 관계를 좀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결론을 정해놓은 상태에서 일을 진행할 경우를 생각해 보면, 제대로 운용되는 분석 패러다임은 (잘못된) 결론을 계속 공격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마련입니다. 사이버네틱은 이런 측면이 훨씬 약하죠.
그 말은 결론을 정해놓고 살려면 사이버네틱해야 편하다는 말인 셈입니다. 사이버네틱은 판단에 따른 부담이 적어서 원래도 편한데, 결론도 비위를 거스르지 않는다면 금상첨화겠지요.
Commented by reske at 2008/09/07 18:19
역시, 명박산성™에는 진보주의자들이 부여하는 것과 같은 그럴듯한 의미는 없었을 가능성이 높겠군요-_-; 하긴, MB에게 상징적 행위로 자신의 정책적 방향을 국민들에게 제시할만큼의 센스가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으니 놀랄일도 아니지만.

그렇지만 국민들이 사이버네틱한 방법으로 정부와 대화를 시도하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가 될까요? 뭐 애시당초 국민들의 의견 자체도 사분오열되어있으니 단일한 창구로의 대화가 가능치는 않겠지만요..

p.s. 늘 검역소의 글들에는 감탄하지만 이번 의사결정 시리즈는 정말 대단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8/09/09 01:19
흠... 재보선 같은 건 앞에서 이야기했으니까 넘어가고...
저는 이명박의 마음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재계의 견해가 이명박의 소신과 충돌하면 어떨지 궁금합니다. 제 생각엔 시위대의 견해를 들을 때와는 달리 상당히 겸허하게 수용할 수도 있겠다 싶은 느낌이 드는데, 실제로는 어떨지...
Commented by Ya펭귄 at 2008/09/12 15:26
재계쪽의 의견은 좀 소용없을 듯 싶습니다... 재계도 MB의 노선과 유사할 가능성이 큰데다가 설령 충돌한다고 해도 재계가 입바른 소리를 직접적으로 찌르기도 어렵거니와, 재계총수들이라는 계층들이 근본적으로 '조언형'이라기 보다는 '독고다이형'인지라...

차라리 '정력제' 기법을 사용하는 게 어떨까 싶네요.... 어떤 안건에 대해서 정력(경제)에 좋다는 것만 설득시킬 수 있다면 충분히 먹혀들 듯...
Commented by el at 2008/09/07 20:42
(1) 탐색: 대운하 추진에 대한 운을 띄운다.
(2) 피드백: 반대가 너무 강하면 임의의 기간 동안 보류한다.
(3) 반복: (1)로 돌아간다.

---- 저도 모르게 모니터에 침 튀기며 웃어버렸습니다.

우린 지난 대선에 "바이메탈 조정기"를 대통령으로 뽑아버렸던 거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8/09/08 22:41
(쓴웃음) 그런 것 같습니다. 허탈하기도 하고... 이거 참.
Commented by paro1923 at 2008/09/07 21:49
[ ...하위 관료들은 좀 답답하기까지 한 “판에 박힌 사고방식”(grooved thinking)을 가진다. ]

...딱 저 말대로네요.
그나저나, 국민도 지배층도 서로 '오해'하는 상황...
패치나 버그잡기가 매우 어려운 '견고한' 프로그램...
사려깊은 차선책이 없진 않겠지만, 그것조차 만들어지기 힘든 상황이 지속되면
'자판기를 때려부수는' 극단적인 상황이 오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도 없으니...;;;;
(다른 얘기지만, 결국 우리 국민들은 '내가 잘 먹고 잘 사는' 것을 자판기의 음료수처럼
생각했다는 얘기가 될 것 같군요. '국개론'은 오바지만, '도둑놈 심뽀'는 증명인가...;;;)
Commented by sonnet at 2008/09/09 00:32
그게 별로 윗사람에게 맞는 패턴이 아닌데 그러고 있으니 골치는 골치입니다.
Commented by 자연풍선생 at 2008/09/07 22:13
만약 사례2 라면 정말 끔찍합니다. 그야말로 능력제로 초등학생한테 국가 지휘권을 넘긴 것이잖아요.-_-;;;
Commented by sonnet at 2008/09/09 01:17
사례2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요? 경제군 어쩌구 하는 것 말씀입니까?
Commented by sanister at 2008/09/08 00:02
무려 경제군이라니!!!
이북처럼 농삿일이라도 시키실 생각이십니까 OTL
당최 이분의 머릿속이란(...)
Commented by 고어핀드 at 2008/09/08 03:09
전 마시던 닥터 페퍼를 모니터에 뿜어버렸지 말입니다;;
Commented by Executrix at 2008/09/08 19:48
전 마시던 녹차를 모니터에 뿜어버렸지 말입니다;;
원래 B모 사이트에서 처음 봤는데, 여기서도 볼 줄이야.
Commented by sonnet at 2008/09/09 00:17
하여간 커피자판기에 너무 많은 해설을 바라면 지는 겁니다 ;;;
Commented by 比良坂初音 at 2008/09/08 00:53
이......읽으면 읽을수록 좌절감만이 몸에 휩싸여 오는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8/09/09 00:14
좀 답답하죠.
Commented by 단순한생각 at 2008/09/08 12:59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1&aid=0002257783

역시 관료들은 사이버네틱한가봅니다. 문제는 대통령까지 사이버네틱한 사람(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23&aid=0001986999)이고, 또 국민들도 사이버네틱하다보니 결과가 너무 뻔하다는것. 무한루트의 사이버네틱이라 느껴지는건 저만의 착각이려나요 -_-;
Commented by sonnet at 2008/09/09 00:16
그게 어느 쪽이든 간에 스스로 사이버네틱하다는 것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첫번째 난관이라고 봅니다. 문제가 뭔지 인식을 못하고 있으면 해결의 가망이 없는 거죠.
Commented by 마키아벨리 at 2008/09/08 13:06
시위대 만큼이나 사이버네틱하게 생각하는 MB.
안타깝죠.
여태 그런 방식으로 성공해 왔고, 만약 대한민국이 국가라기보단 기업이라면 결국에는 성공하는 역사속 인물이 될지도 모르지만 MB는 CEO가 아닌 대통령이라는 것.
무지하고 다혈질이면서 사이버네틱한 우리 국민들의 입장까지 다 헤아리지못하면 성공하지 못하는게 정치현실이죠. 효율이 떨어지든, 귀찮든 간에 이 방식이 싫으면 국민이 아니라 대통령이 나라를 떠나야;;;ㅎ
Commented by sonnet at 2008/09/09 00:14
네. 그 밑에서 살려니 정말 안타깝긴 합니다 ;;;
다만 (개인적으로 그를 찍었든 안 찍었든 간에) 그를 선출한 국민은 집단적으로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져야 된다고 봅니다.
Commented by 미친고양이 at 2008/09/08 18:09
북한의 선군정치에 대항하는 대한민국의 경제군!
Commented by (sic) at 2008/09/08 21:30
무적국군은 인민군에 대해 경제적 생산능력까지 우위를 갖춰야 하는 겁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8/09/09 00:08
인민해방군도 포기한 경제군...
Commented by 하얀까마귀 at 2008/09/08 19:14
잘 읽었습니다.

(난폭하게) 한줄요약하면 "사악한게 아니라 저능한거심" 이 되겠군요 ^^
Commented by sonnet at 2008/09/09 00:12
아니, 그게 저능한 거면 저를 포함해 여기 오는 사람의 80%는 저능할거라고 봅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저런 의사결정은 누구나 어느 정도씩은 갖고 있는 평범한 행동패턴이지 뭔가 특별한게 아니라는 겁니다.
Commented by 마키아벨리 at 2008/09/09 03:22
리플들 보니 참 재밌네요^^
사람들은 이 글을 읽고서 sonnet님이 하고픈 말이 '명박이는 사악한게 아니라 저능하다'인 걸로 받아들이고 있는 듯??

심리학적으로 따졌을 때 항상 분석적 사고방식을 가지면 일처리가 항상 늦어지기 마련이고 매번 초기화시켜 생각을 해야한다는 극심한 스트레스의 압박에 사회생활조차 힘들어지는데...ㅎㅎ
솔직히 인생의 95%정도는 사이버네틱하게 결정하고 살아가는게 우리 아닌가 싶어요.



저는 아이디를 보면 아시겠지만...우매한 군중을 상당히 싫어하는 타입인지라~
권모술수로 민중들 마음 사로잡는 능력있는 독재자가 나오길 기대한답니다.
문제가 될만한 일도 잠재울 수 있는...그런 군주?ㅋ

별 문제도 안되는 광우병 땜시 사고를 크게 벌인 이명박은...제가 보기엔 너무 순진해요. 나름 대통령 되어서 나라를 자신의 꿈에 맞게 발전시켜보겠단 맘도 있을 것이고, 역사책에 기록되고픈 소망도 있을 것인데...ㅎㅎ 이미지 너무 더러워졌죠. 시운도 안따라주고...^^
Commented by 바닷돌 at 2008/09/09 09:37
[국가지도자가 되기에는]저능하다는 의미 아닐까요.
Commented by sprinter at 2008/09/09 12:51
sonnet님의 말은 이렇게 요약하는게 맞죠. '그 사람 적절치 않다'
Commented by 마키아벨리 at 2008/09/09 13:42
제 말이 그거죠. 국민들과 똑같은 수준이 되어선 곤란하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8/09/10 22:17
인간이 항상 분석적이긴 거의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고위직에 있다면 문제가 계속 잘 안 풀린다는 느낌이 들 때는 빨리 분석적 사고방식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딱 그런 정도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듯,
Commented by NekoNeko at 2008/09/09 15:09
조순씨가 서울시장이 되었을때도 비슷한 일화가 있었죠. 지금이야 시민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남산 터널 통행료 징수, 혹은 남산 터널 유료화가 처음 시도되었을때 여론은 난리였습니다. 소위 강남에 돈 있는 놈들만 남산 터널 통과시켜주겠다는 얘기냐... 여론이 극히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경제학자이신 조순씨는 남산 터널 유료화는 철저히 효과적인 resource allocation의 관점에서만 이 문제를 처리하시더군요. 즉, 급한 사람은 돈내고 남산 터널을 쓰고 그렇지 않으면 다른 길을 쓰라는 것이 이 정책 디자인의 요체였는데 이 깊은 뜻을 (사실 경제학 개론만 배워도 이건 지극히 상식적인 얘기입니다만...) 제대로 이해하는 여론은 극히 드물었습니다. 택시만 타면 기사분들이 조순씨 대놓고 욕하기가 예사였죠. 더 큰 문제는 언론 보도였는데 조순씨가 남산 터널 유료화의 성과가 기대 이상이라고 언급한 부분만을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었습니다.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는 이런 보도를 접하면서 요즘식으로 2MB 머리에 국민여론은 대놓고 무시하는 조순으로 느껴졌을 겁니다.

어쩌면 인터넷이 그 당시에도 이렇게 일반화 되어 있었다면 반대 여론의 확대재생산 때문에 조순시장도 남산 터널 유료화를 포기하고 대국민 사과를 했어야 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조순씨와 같이 경세제민을 평생 전공하신 통찰력을 갖고 계셨던 분이 확고한 경제학적 이론 기반에 외국의 성공적인 적용 사례로 검증된 정책인 남산터널 유료화를 추진하는 것조차도 현재 이명박과 비슷한 진행상황을 겪었습니다.

이명박의 대운하역시 마찬가지죠. 다른 한편으로 보면 현재 한국의 상황에서 소위 경제를 살리겠다면, 특히 경제 성장률을 끌어 올리겠다면 그 출발점을 어디로 잡을 것인가... 이를 위해서는 대규모 수요 창출이 필요하고 건설업이 가장 적합한 업종중의 하나로 선택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죠. 게다가 이명박은 건설업체 출신이니 자신의 전공과목이라는 이점도 있을 테구요. 하지만 조순씨의 남산터널 통행료 징수에 여론은 빈부격차만을 떠올렸듯이 이명박의 대운하 역시 이러한 이명박 구상(?)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습니다.

따라서 여론은 대운하를 반대할 때 환경파괴나 재벌 특혜, 운하 사업의 타당성여부에 관심이 있지만 이명박은 운하를 통해 역시 "경제를 살리는 데" 올인하고 있으니 서로 소통이 가능하기가 어려운 것이 당연한 귀결이 아닐까 싶습니다. 광우병 파동 역시 마찬가지이죠. 국민들이 극도로 광우병의 위험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황에 이명박은 역시 한미 FTA를 통한 경제살리기의 중요한 스텝으로 미국 쇠고기 수입을 접근하고 있었을테구요. (이 부분은 이명박이 부시를 만날 때마다 한미FTA 연내 비준을 여러번 강조한데서 짐작해 볼 수 있지요. 동시에 이명박이 한미FTA 비준을 실제 처리할 미의회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하원의장 펠로시를 만나지 않은 점에서는 이 나라 외교수준의 한계를 절감했습니다만...)

이명박 취임직후의 정책 추진상황을 보면 이 "경제 살리기" 원칙에는 정말로 충실한 것이 이명박 정부라고 봅니다. 글로벌 환경에서 대기업 발 경쟁력 강화로 경제성장을 이루고 이를 일반 국민들에게까지 혜택을 준다는 줄기인데 이를 위해 이명박 정부는 철저히 대기업 위주의 정책을 정말로 일관성있게 추진합니다. 대운하 추진으로 건설업발 수요 창출, 정부의 규제 철폐, 법인세 및 세금 인하, 수도권 규제 완화 등등에 심지어는 환율까지 고환율을 유지해서 대기업을 밀어주려고 했습니다만 여론의 반대로 번번히 좌초하고 있죠.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를 이제 가진자 2%를 위한 권력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아마도 이명박은 여전히 이명박 정부를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정부로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저 역시도 명박산성에 대해서는 왜 이것이 시위도중 불상사를 막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할 수도 있다는 평가가 전혀 나오지 않을까 궁굼해하고 있었는데 sonnet님이 너무너무 명쾌하게 잘 정리해 주셨네요.
Commented by jick at 2008/09/09 15:47
이건 대운하가 "경제를 살릴" 것이며 또한 근본적으로 경제가 지금 (아니 6개월 전에) "살려야 하는" 상태였다는 걸 먼저 증명해야 말이 되는 얘기 아닙니까?

이를 테면 대운하를 지어도 한강과 낙동강 수계를 이용하는 대한민국 국민의 절반 이상이 만성적 식수난과 오염사고의 공포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든지, 아니면 혹시 그러더라도 대운하로 인한 경기부양 효과에 비하면 충분히 치를 만한 (젠장!) 댓가라든지, 또는 경제가 지금 살아나고(!) 있으며 이를 테면 노무현 정권 5년 간의 주가지수/물가상승률/수출증가율/외환보유고 등과 비교해 보면 이미 이명박 정권의 강력한 "경제 살리기" 덕분에 수치적으로 확연한 차이가 보이기 시작했다든지, 뭐 그런 증거 말입니다.
Commented by あさぎり at 2008/09/10 02:02
대운하는 일단 '환경부분'을 제외한 B/C평가부터 통과한 뒤에 언급을 해야하겠습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8/09/10 22:29
앞서도 그런 이야길 했지만, 역시 조순선생은 뼈속까지 학자이지 정치인으로는 잘 맞지 않은 분인 것 같습니다. 슈타인브루너식 분류로는 "이론형 사고방식"이 되겠네요.
Commented by Manglobe at 2010/03/21 11:58
매우 늦은 답글이지만 양해해주시길. 건설경기 부양이라는게 현 시점에서는 거품 키우기밖에 되지 않는다고 생각됩니다. 이명박 정부는 아마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 대운하 개발을 고려하는것이겠지만 건설경기 거품이 꺼졌을때의 부작용은 감당 못할겁니다. 이명박씨가 그점을 모르신다면 무능한 참모진을 두신것이겠고 (내지는 솔직한 보고가 불가능한 참모) 그점을 알면서도 대운하를 밀고 계신것이라면 근시안적인 사고를 가진, 국가를 생각하지 않는 대통령 되시겠습니다.
Commented by NekoNeko at 2008/09/09 15:20
참고링크가 될 수 있을까 싶어 잠깐 올려봅니다. 오늘자 한국일보 기사입니다.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0809/h2008090902040597090.htm
Commented by sonnet at 2008/09/10 22:26
잘 봤습니다. 저는 레이거노믹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역시 반대쪽의 손을 들어주고 싶어지는군요.
Commented by 그람 at 2008/09/09 23:03
커피자판기는 고급커피나 일반커피의 가격이 똑같지요. 뭘해도 결국은 커피.
Commented by sonnet at 2008/09/10 22:18
크크.
Commented by 천마 at 2008/09/10 14:46
현 대통령이 후보였던 시절 우연히 그에 대해 이렇게 평하는 것을 들은 일이 있습니다. 프로젝트 책임자라면 유능하겠지만 대통령으로서는 못믿겠다는 겁니다. 목표달성에만 매진할 뿐 남의 말을 듣지 않는 스타일이라는 것이었죠. 그거야 성공한 우리나라 기업인들의 스타일이 다 그런거 아니냐 했습니다만 확실히 불안하긴 했습니다. 후보시절 4개국 순방한다고 큰소리쳤다 망신당한 일도 생각해보면 그런 식으로 일을 추진하다 틀어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선지 sonnet님의 글은 좀 무모한 분석이라고 하셨지만 상당히 신뢰성이 높아 보입니다. 댓글을 봐도 다들 공감하는 분위기네요. 뭔가 답답하다는 것을 느꼈으면서도 흐릿한 느낌일 뿐인 것을 확실히 정리해서 보여주셨다는 느낌이랄까요.

그나저나 4항의 인용문에서 페이지만 있고 인용책자 제목을 빠뜨리셨습니다.^^;;;
[우리는 왜 전쟁을 했을까? - 미국.베트남 적과의 대화]<히가시 다이사쿠 (지은이), 서각수 (옮긴이) | 역사넷> 이 책인 것 같은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8/09/10 22:25
네, 편집하다 실수로 빠트렸네요. 수정했습니다.
http://sonnet.egloos.com/3795340 에 소개했던 책과 같은 책입니다.

하여간 저는 임기가 많이 남았기 때문에, 앞으로 고쳐진다면, 지금까지 잘못한 것을 심하게 추궁할 생각은 없습니다. 제가 볼 때, 지금 인터넷 상에서 일어나듯이 하나부터 열까지 까기만 하면, 저쪽은 저쪽대로 맞고 자란 소년 같은 반응이 악화될 가능성도 있어보입니다. 가뜩이나 나를 음해하려는 배후세력이 (인터넷에 웅거하고) 있다고 믿는 판인데...
Commented by 섭동 at 2009/12/15 03:22
경제군이란 말을 보니 이 생각이 납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국방장관 업무 목표에도 국방 수출이 들어갑니다. 다른 정부도 이랬나요?

내년 병역특례요원 2천여명 확대 배정(종합)
국방부 연두업무보고..방산수출 12억달러 목표
http://www.yonhapnews.co.kr/politics/2008/12/31/0521000000AKR20081231142300043.HTML

국방부 업무보고 ‘경제살리기’에 비중
http://www.donga.com/fbin/output?rss=1&n=200812310328

국방부 업무보고 `경제살리기`에 비중 [연합]
2008.12.31 12:01 입력
방산수출 12억달러·사업예산 조기집행 등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ctg=10&Total_ID=3440355
Commented by 섭동 at 2011/03/19 22:43
사이버네틱 메커니즘의 성공여부는 명백히 주변 환경이 적절한가에 달려 있다. 주어진 환경의 편차가 사이버네틱 메커니즘의 허용범위를 넘으면 이 장치는 더 이상 제대로 동작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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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대응으로 한참 까이는 일본 관료주의가 바로 이런 문제에 빠진 듯 합니다.
과학/공학에 쓰는 모델/공식에도 같은 특징이 있습니다. 모델/공식 등은 특정 범위/가정 안에서만 쓸만합니다. 문제는 대부분 학생/실무자 들은 이런 한계를 잘 모른다는 겁니다. 책 등에 제대로 안 나와 있거나, 나와 있어도 기억을 못 합니다. 사실은 모델/공식을 쓰기 전에 조건을 확인해야 합니다만. 대부분은 그냥 닥치고 공식에 대입합니다. 이런 문제를 고치기도 어려워 보이는 게, 공식만 가르치기도 어렵거든요. 이에 붙은 한계까지 가르치려다간, 그나마 공식도 제대로 못 받아들일 겁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11/03/20 18:51
사실 정부는 둘 중 한 가지 상황에서 동작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상(평상)과 비상인데, 예를 들어 전쟁, 재난구호 등은 일상이 아니라 비상이죠. 대부분의 정부는 오랜 기간 동안 일상상태에 있다가 가끔씩만 비상상태로 전환이 됩니다.

이 두 가지 상황은 아주 이질적인 대응을 필요로 하는데, 일상모드에 익숙해진 상태에서 예고없이 닥치는 비상모드로의 (신속한) 전환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원칙적으로 정부는 일상상태에서 늘 비상상황을 준비하도록 되어 있습니다만, 실제로는 이상적인 기준에 비해 상당히 떨어지는 결과를 내놓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본질적으로 비상상황은 예측이 어렵습니다. 평시에 예상했었던 몇 가지의 비상상황을 상정해 시나리오를 짜고 연습하긴 합니다만, 예상이 다 맞으면 그건 비상상황이 아니겠죠. 그런 의미에서 정부가 가진 사이버네틱한 프로그램은 실은 두 개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평상시의 정부운영을 위한 것과 내가 "예상했던" 비상상황에 맞춘 사이버네틱 프로그램.

현재 일본이 겪는 문제의 일부는 평상시의 사이버네틱스에 기인한 것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준비했던 비상시의 사이버네틱스에 기인한 것도 있어 보입니다.
Commented by 섭동 at 2011/03/21 02:48
과학/공학 모델/공식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델이 맞아 들어가는 조건/가정을 하나씩 없애거나 약화시키다 보면, 공식 등이 지수적으로 복잡해집니다. 대체로 가정 등에 의해 무시했던 효과들이 살아나서 생기는 일입니다. 이렇게 복잡해진 방정식 등은 거의 풀기가 불가능해지는 일이 많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가르치기가 어렵습니다. 배우는 사람 능력을 아득히 뛰어넘는 문제가 되어버리곤 하니까요. 또한 일상에 쓰이는 경우는 이미 간단하게 풀 수 있는 방법(매뉴얼 등)이 나와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복잡한 방정식이 필요한 건, 평범하지 않은 문제일 가능성이 높은 거지요. 이런 문제를 풀려면 통찰력, 내공, 유연성 등이 높아야 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도 쉽게 못 풀고 온갖 삽질을 하긴 합니다만.
이번 일본 정부 문제도 비슷해 보입니다. 일단 재난 자체가 빈도가 낮아서 익숙해지기 어렵습니다. 일본은 작은 재난(지진, 쓰나미 등)은 일상적으로 겪다 보니, 잘 대응하는 듯 합니다만. (작은 재난은 일상?) 이번 일은 워낙 강하고 드문 재난이라, 경험이나 매뉴얼이 없어서 이런 꼴이 나는 것 같습니다.
일상적으로 잘 안 쓰는 공식 등은, 책에 나와있어도 존재 자체를 잊곤 합니다. 일상적인 공식의 제약 조건도 함께 잊곤 하지요. 그래서 제약 조건에 안 맞는 경우에도 닥치고 공식에 대입해서 삽질하거나 사고 치는 일은 드물지 않습니다.
일본 관료들도 마찬가지인 듯 합니다. 규정을 만들 때 (명시적으로, 또는 묵시적으로) 가정했던 조건에 안 맞아도 규정을 적용하고 있는 듯 합니다.

통찰력, 내공, 유연성 등이 높은 인재를 쓰면 상황이 나을 듯 합니다만. 이런 인재는 매우 드물고, 또 사이버네틱스에 박아 두고 쓰는 건 인재 낭비입니다. 게다가 사이버네틱스에 박아 두면 이런 인재도 망가질 듯 합니다.
이번에 미군이 대응을 잘 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아무래도 세계를 무대로 뛰는 미군은 이런 일을꽤 겪었고, 대응 방법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을 거라고 봅니다. 미군이 뛰어난 인재들이라서고 아니고요. 따라서 이런 미국의 경험과 매뉴얼을 한국과 일본 등은 언제나처럼 베끼는 것도 괜찮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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