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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샤오핑의 사회주의 사상

덩은 장쩌민의 구시대적 개성뿐 아니라 취약한 정치적 태도 또한 걱정하기 시작했다. 소련이 해체된 후 당의 공식 문서에는 “자본주의 재건을 막자”라는 구호가 나타났다. 곧이어 남쪽 상하이의 자유 진영과 북쪽 베이징의 보수 진영 사이에 ‘문학 전쟁’이 터졌다. 상하이의 《해방일보》가 개혁 개방을 요구하고 나선 반면, 베이징의 《인민일보》는 4개 기본 원칙을 주장하고 나섰다. 전직 상하이 시장이자 현직 총서기였던 장쩌민은 불쌍하게도 중간에 꼭 낀 채 어느 쪽을 편들어야할지 몰랐다.

1991년 7월 1일, 중국 공산당 창립 70주년 경축연에서 장쩌민은 당의 우두머리로서 연설했고 그 내용이 《인민일보》에 실렸다. 덩은 개혁 개방을 지지하는 장쩌민의 연설에 기뻐했지만 “사회주의 개혁은 자본주의 개혁과 달라야 하며, 프롤레타리아 개방은 부르주아 개방과 달라야 한다”라는 대목에 이르자 이맛살을 찌푸렸다. 장쩌민은 분명 덩을 기쁘게 하는 동시에 보수파들에게도 머리를 조아리려 했던 것이다.

1991년 9월 1일 저녁, 국영 텔레비전에서 열 시 뉴스를 보고 있던 사람들은 곧이어 중요한 사설이 방송될 것이며, 다음 날 아침 조간신문에도 실릴 것이라는 발표를 들었다. 「개혁 개방을 전폭 지지한다」라는 제목의 이 사설은 약 이십 분쯤 계속되다가 다시 정규 방송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열한 시가 되자 또 다른 발표가 나와 ‘사설을 다시 방송할 것이며, 신문 편집자들은 재방송되는 사설을 신중하게 듣고 실수 없이 새로 방송되는 내용과 똑같이 인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설의 내용은 아주 사소한 한 가지만 제외하고 거의 동일했다. 열 시 방송분에는 “당의 개혁 개방 정책을 시행함에 있어 우리는 네 가지 기본 원칙도 견지해야 할 것이며,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구분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라는 문장이 들어 있었다. 열한 시 방송에서는 단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빠졌을 뿐이었다.

바로 그날 덩은 집에서 열 시 뉴스를 보고 있었다. 사설 제목은 좋아 보였고, ‘개혁 개방 전폭 지지’라는 주제도 좋았다. 그러나 끝에 가서 화가 치밀어 오른 덩은 당장 비서를 불러들였다. 몇 차례 통화로 신속한 조치가 이루어졌고 몇 분 만에 덩 사무실에서 정치국으로, 정치국에서 인민일보 편집국으로 메시지가 전달되었다. 마치 전투 명령 같았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빼고 전체를 다시 방송하도록!”
방송국 편집국장이 의아해서 물었다.
“왜요? 총서기는 괜찮다고 했는데요.”
그는 준엄한 경고를 들었다.
“이유는 묻지 말고 시키는 대로 해. 이건 최상부에서 내려온 명령이야.”
베이징의 겨울은 추웠고, 연로한 탓에 은퇴한 덩은 뉴욕이나 보스턴 사람들이 플로리다에 가서 겨울 휴가를 보내듯 따뜻한 남쪽에서 며칠을 보내고 싶어 했다. 덩은 아내, 자녀들, 손자들을 대동하고 1992년 1월 19일 남으로 향하는 기차에 올랐다. 우한에 내려서 첫 밤을 보낼 때 후베이 성 성장(省長)이 나와 그를 맞았다. 성장이 연신 머리를 조아리자 덩이 말했다.
“개혁을 하길 잘 했군. 우리 개혁 개방 정책은 백 년 동안 변하지 않을 걸세.”
다음 날, 후난 성 수도인 창사에 도착한 덩은 후난 성장을 만나 최근 후난성이 어떤지 물었다. 인민들 사이에 사회주의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는 성장의 대답은 예상과 달리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덩은 이렇게 반박했다.
사회주의 교육이라고? 교육에 참여하는 인민들을 먼저 잘 먹여서 굶주리지 않게 해 주게.

Yang, Benjamin., Deng: A Political Biography, M. E. Sharpe, 1997
(권기대 역, 『덩샤오핑 평전』, 황금가지, 2004, pp.368-370)

빼버려... 끝.
by sonnet | 2008/08/22 12:39 | 정치 | 트랙백 | 덧글(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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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키치너 at 2008/08/22 12:51
장쩌민의 입장이 참 볼만 했겠군요. '상왕'께서 저리 진노하시니 (...)
Commented by sonnet at 2008/08/22 12:57
덩이 주룽지를 단호한 개혁파라고 칭찬하더니 "이런 친구가 하찮은 직책에 머물러 있다"고 한 적도 있습니다. 근데 그때 주룽지는 정치국원에 국무원 부총리...
Commented by 愚公 at 2008/08/22 13:42
그런데 party-state에서는 당이 정부보다 우위니까 '국무원 부총리'라는 게 한국의 부총리보다 약하기는 하지 않습니까?
Commented by sonnet at 2008/08/25 12:05
정치국원이면 당에서는 "이미" 최고위층이란 소리니까요.
Commented by 어부 at 2008/08/22 13:00
말년까지 고양이 색을 따지지 않았음은 확실하군요 ㅎㅎ
Commented by sonnet at 2008/08/22 13:09
덩은 '덩샤오핑 문선'같이 지도자의 위대함을 보여주기위해 뿌리는 책을 봐도 사상가 티가 거의 나지 않습니다. 본인이 원했으면 대필작가라도 써서 끝내주게 만들었을텐데 그럴 생각도 없었던 듯.
Commented by 自重自愛 at 2008/08/22 13:00
뛰어난 지도자인것 같긴 한데, 정작 무슨 사상의 소유자이신지..... 위 에피소드를 보면 사회주의자는 고사하고 개량적 사회주의자 조차도 아닌 것 같네요. -_-
Commented by sonnet at 2008/08/22 13:03
회색분자...
Commented by vicious at 2008/08/22 13:07
백성들이 등따시고 배부르게 잘 살게 하는 것이 바로 뎡의 사상아니었을까요?
첨부터 사상 자체가 없었던건 아닐찌..(물론 아니겠지만..)
Commented by sonnet at 2008/08/22 13:12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의미로는 후자에 가까울 듯 합니다.
Commented by 나츠메 at 2008/08/22 13:08
sonnet님/
본문에서 덩은 이미 사회주의자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미 사회주의자가 아닌데 사회주의 사상이 있을리가........ -_-;;

Commented by sonnet at 2008/08/22 13:12
덩은 자기 입으로 아니라고 한 적도 없고, 자기한테 사회주의자가 아니라고 떠들게 용납하지도 않았지요. 당 강령에서 그 이야길 빼지도 않았고. 이것 자체가 덩 영감의 스타일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Commented by 행인1 at 2008/08/22 13:20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실용주의 인지도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8/08/25 12:07
정치는 원래 어떤 의제를 선택하고 어떤 의제를 배제할지를 갖고 판을 짜는 것 아니겠습니까. 덩은 대놓고 죽이진 않았지만, 특정 의제를 논의에서 밀어내 버린 거지요.
Commented by 키치너 at 2008/08/22 13:27
덩에 대해 아는 게 제대로 없는 지 (...) 댓글로 쓰려다가 말았는 데, 다른 분들의 반응이나 sonnnet님의 댓글을 보니, 흑묘와 백묘의 키메라(-_-;)인 회묘가 확실하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8/08/25 12:07
얼룩이...
Commented by Ya펭귄 at 2008/08/22 13:32
If it works, It's truth....
Commented by 思惟 at 2008/08/22 14:50
That worked doesn't always works well though.
Commented by Ya펭귄 at 2008/08/22 16:26
그것이 바로 만고불변의 '진리'를 찾는것이 쉽지 않은 이유....
Commented by FELIX at 2008/08/22 15:18
중국을, 중국경제를 여기까지 끌어올린게 천윈이 아닌 덩이라는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도그마에 매몰된 이데올로그들의 인형이 되어버린 저 푸른집 쥐돌이 한테는 말이죠.
Commented by sonnet at 2008/08/25 12:09
천원이 당의 중심을 잡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지요. 그도 사실 4인방 같은 스타일의 나팔불어대는 이데올로그와는 거리가 멉니다.
Commented by 그람 at 2008/08/22 16:24
등소평은 별로 이념에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8/08/25 12:10
사실 돌이켜보면 50년대에도 별 관심이 없었던 듯 합니다.
Commented by 三天포 at 2008/08/22 18:28
실용주의자네요 진짜
Commented by sonnet at 2008/08/25 12:12
문제를 다루는 방법이 간명하지 않습니까. 의제에서 제외한다.
Commented by DaCapo at 2008/08/22 21:28
문혁의 트라우마가 깊이 남아있는 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본문 끝부분에서 '덩'을 '텅'으로 쓰신 건 오타가 아니라
이념을 텅 비운 소평옹의 정신상태를 상징하신 게 아닐까 하고 선해하고 있습니다^^

늘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8/08/25 12:11
하하, 수정했습니다.
문혁 같은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은 당 고위층에 폭넓게 공유되는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paro1923 at 2008/08/23 01:08
회색분자라고 하기도 좀 그렇고, 뭐랄까... 오히려 '황제'의 이미지로군요.
계승만 '세습'이 아닐 뿐...
Commented by sonnet at 2008/08/25 12:12
도전받지 않을 정도로 확고한 최고권력자라는 게 늘 좀 그렇죠.
Commented by 광한지 at 2008/08/23 23:52
잘먹고 잘살자이즘.
Commented by sonnet at 2008/08/25 12:12
네에.
Commented by turtle at 2008/08/24 01:47
저는 이랬다저랬다 분자라는 표현에 한 표...:)
Commented by sonnet at 2008/08/25 12:12
하하 ;-)
Commented by umberto at 2008/08/27 17:21
저런 사람이 무슨 생각으로 사회주의자가 되었을까요? (갸우뚱~)
Commented by 질럿 at 2009/05/03 00:03
(이 댓글을 보실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항상 중국의 통치 체계에 대해 궁금한점이 있습니다. 대체 상왕들이 왜 그렇게 권력이 강한지. 또 마오 같은 경우에는 대약진 운동에서 실패한 후 실각한 다음에 수영 한번하고 문화혁명을 일으키고, 덩도 마오가 죽은 다음에 수영한번하고 정권을 잡고 말입니다. 중공의 권력체계는 북한에 비교해서 덜 전제적인가 봅니다. 상왕을 생각하면 전제적이기는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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