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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과 경험
경험은 전부터 갖고 있던 관점을 강화하거나 약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그러한 관점을 부정하거나 보강하는 증거가 드러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잘못된 아이디어가 수정되거나 옳은 아이디어가 강화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케네스 보울딩의 비유를 빌리자면,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산 사람을 제물로 바쳤던 아즈텍인들은 어떤 한 해의 수확이 나빴다고 해서 인신공양을 중단할 이유가 없었다. 그들은 흉년이이야말로 신들이 기존에 바친 제물에 만족하지 못했음을 “입증”했다는 믿음에 입각해, 제물로 바칠 사람의 수를 더욱 늘릴 수도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어떤 이데올로기적 교리가 어떤 사건이나 상황들을 적절히 설명하고 다루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날 경우, 이데올로그들은 자신들의 교리를 현실에 더 잘 맞도록 수정할 수도 있고, 교리에 들어맞는 방식으로 현실을 묘사함으로서 명백해 보이는 상충관계를 조화롭게 바꿀 수도 있다.
원칙적으로 맑스-레닌주의자들은 이데올로기를 변화하는 상황에 맞추어 변화시킬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이론이 갖고 있는 신성불가침에 가까운 지위는 중대한 변경을 가하려 할 때마다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다. 이는 “수정”은 드문 반면, “재해석”, 즉 사실을 이데올로기에 맞추는 방법이 실제로는 훨씬 안전한 방법이었음을 의미하며, 따라서 그런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있을 때마다 [재해석이] 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었다.

Armstrong, J. D., Revolutionary Diplomacy: Chinese Foreign Policy and the United Front Doctrine,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1977, pp.11-12 (번역은 필자)

나부터 조심하려고 하는데 생각처럼 쉽지는 않은 이야기.
by sonnet | 2008/08/06 08:47 | 한마디 | 트랙백(1) | 덧글(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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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 at 2008/08/07 02:22

제목 : 반증불가능한 명제 혹은 믿음
이론과 경험 <--- sonnet님 블로그에서 트랙백어떤 이론, 주장, 명제 등이 (특히 미래 예측에 있어서) 얼마나 큰 정보량을 갖고 있는가는 그 명제가 얼마나 반증가능한가를 살핌으로써 가능하다는 게 유명한 칼 포퍼의 반증주의입니다.이를테면 "동쪽에서 해가 뜬다"라는 명제는 하루라도 동쪽이 아닌 다른 방향에서 해가 뜨게 되면반증이 되므로 정보를 많이 담고 있죠. 미래에 벌어질 다른 가능성을 제낄 수 있습니다.하지만 인용한 글에 ......more

Commented by 추유호 at 2008/08/06 08:55
심리학에서의 인지부조화 이론을 말하는 것 같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8/08/06 08:58
네에. 다만 저 문제는 사람의 내면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 즉 조직이나 사회에서도 발생하는 겁니다. 내심 그렇게 생각해도 "비판당할까봐" 함부로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Commented by 어부 at 2008/08/06 08:57
과학에서도 '끼워맞추기'를 하다가 '이래선 안 되겠다'는 consensus가 퍼지면 그 때 새로운 이론이 나오곤 하죠. 말씀하신 대응 방식이 인간에게는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8/08/06 09:00
쿤이 말하는 정상과학의 위기 축적이 그런 것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사실 저 반대 방향으로 쎄게 나갈 경우 불가지론 비슷한 함정에 빠질 수도 있어서 균형잡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물어 at 2008/08/06 09:15
이런 현상은 보통 종교에서 자주 발견할 수 있지 않나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8/08/06 16:32
종교는 거의 그런 것 같습니다. 주요 종교는 모두 기본 경전을 업데이트할 수 있게 허용하질 않잖습니까.
Commented by 홍월영 at 2008/08/06 09:32
경험의 한계란 확실히 존재하긴 하는데, 날이 갈수록 자신이 보고 들은 것 외에는 믿기 힘들게 되더군요. 객관적 검증이 된 팩트라는 게 항상 존재하는 게 아니기에.... 그래서 사람이 늘 바로 살아야 하는 건가 봅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8/08/06 16:35
역시 바로 살기가 쉽지가 않은 것이...
경험도 해석하기 위해선 모종의 이론적 틀이 필요하니까, 경험 그 자체만 있으면 자동적으로 올바른 이론이 튀어나와 떠받쳐 주는 건 아니라는 거지요.
Commented by joyce at 2008/08/06 09:33
잘 알 수는 없지만 경험주의라는 것이 얼마나 성립하기 어려운 독트린인가라는 보편적인 이야기 같습니다만...
사실 마르크스주의는 외부의 충격을 '고전의 재발견'이라는 형식으로 흡수하는 길밖에 없으니 다른 과학에 비해 극단적으로 반경험주의적이긴 하죠.
Commented by sonnet at 2008/08/06 16:33
과학을 표방한 것 치고는 엄청나게 교조적인 주의가 되어 버렸죠.
Commented by 하늘선물 at 2008/08/06 09:54
데이비드 흄이 생각나는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8/08/06 16:33
네에.
Commented by Ya펭귄 at 2008/08/06 12:15
저 믿음을 깨려면...

'20년 연속흉작안폭크리' 정도는 터져줘야...


p.s 그래도 끝끝내 전향을 거부하는 경우도 상당하더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8/08/06 16:34
이상상태가 계속되면 견딜 수 없어져서 생기는 전향자가 나오게 되죠. 세계대공황 같은 것도 전형적인 사례구요. 그러나 그래도 고집불통엔 약이 없습니다.
Commented by monsa at 2008/08/06 12:53
맑스-레닌주의는 좀 예로 들기에 나쁘지 않나 싶습니다.
애초에 묵시록이 수정되는 법이 있나요? 재해석만 될 뿐이죠.
Commented by sonnet at 2008/08/06 16:41
종교는 저런 유형의 끝에 있는 경우고, 맑스-레닌주의는 저 책『혁명적 외교: 중국 대외정책과 통일전선전술』이 다루는 테마와 직접 관련이 있으니까 저렇게 된 거지요. ML이 예로서 별로라면 MB는 어떠십니까? 저는 mb도 저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monsa at 2008/08/07 02:36
어이쿠 박정희의 유연함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버렸습니다. 참 난감하고 곤란하군요.
Commented by 三天포 at 2008/08/06 15:15
전에 어디서 읽은적 있었는데 말이죠
전에 가지고 있던 선입견에 의해
어떤정보라고 할지라도 그 선입견을 강화 시키는데 쓰인다. 라는 내용이였는데.
어디서 봤었는지 기억은잘 안나지만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8/08/06 17:01
1960년대 이후의 cognitive theory 쪽에서 그런 이야길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의사결정론 쪽에서 이 이론을 갖다가 응용 레벨로 끌어올려 보려고 무지하게 노력을 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더 응용을 만들기 어려운 것으로 드러난 것 같더군요.
Commented by 팰컨 at 2008/08/06 15:52
Jack Snyder의 Myths of Empire 일본 챕터에서도 나옵니다. 일본 군부는 미국이 유화책을 쓸 경우 "우리의 강경책이 통하고 있다!!" 미국이 강하게 나올 경우 "미국이 역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더더욱 강경하게!!" 하다가 자폭했다고 나옵니다 (...) 스나이더는 그걸 Double Whammy 라고 부르더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8/08/06 16:46
조지 케난이 소련에 대해서 한 말( http://sonnet.egloos.com/3608641 )도 비슷한 뉘앙스지요. 그야말로 자기가 판 외통수 함정에 뛰어드는 격이라고나 할까요.
Commented by 무시무시 at 2008/08/06 19:17
결론을 미리 내려놓고 이론을 두드려 맞추는데야 뭐 방법이...

과학이 별껍니까? 결론은 항상 자료보고 답을 내자가 과학입죠.


근래 나사의 화성탐사가 참 재미있더군요.

화상의 지표가 생물이 살기힘듬을 공개하고 인정했죠.

결국 자신들에게 불리한 결과인데도 말입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8/08/08 17:13
그렇죠. Feynman도 불리한 증거에 대해서도 솔직히 보고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역설(http://sonnet.egloos.com/2064627)하던데,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Commented by 무시무시 at 2008/08/06 19:32
그런데 사실 참 크게 힘든 일입니다...

위에서 새 기계 테스트 하라고 일 내려와서

하다가 기존보다 못하다는 결론이

내려오면 이걸 어쩔지 참 곤란하긴 하죠.

미쳐 돌아가는 가죠... 그런 경우가 아주

드문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8/08/08 17:14
참, 인지상정이죠. 이런 건.....
Commented by paro1923 at 2008/08/06 20:16
당장, 저만 해도 돌이켜 보면 저기에 저촉되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니... (쿨럭;;;)
애꾸들 나라에서 한 눈 가리고 돌아다니는 건, 정말 답답한 노릇...;;;
Commented by sonnet at 2008/08/08 17:14
저건 솔직히 쉬운 일이 아닙니다. 늘 remind하지 않으면 어렵다고 봐야죠.
Commented by 구들장군 at 2008/08/06 20:27
이번에도 절대적으로 공감하고 갑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8/08/08 17:14
네, 늘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행인1 at 2008/08/06 22:12
왠지 실시간으로 저기에 해당하는 사례들을 보는듯 합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8/08/08 17:14
;;;
Commented by DaCapo at 2008/08/07 21:41
XX없는 OO는 공허하고, OO없는 XX는 맹목인데,
알고 보니 맹목이 되면 OO이 있어도 있는 게 아니더라는 거죠
Commented by sonnet at 2008/08/08 17:15
그렇습니다.
Commented by teferi at 2008/08/08 15:50
아직도 맑스주의에 가까울수록 "진보적"이라는 망언이 횡행하더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8/08/08 17:12
뉴라이트가 보수라는 말과 함께, 관례적인 오류가 아닌가 합니다.
Commented by 누렁별 at 2008/08/08 23:37
뉴라이트는 '사상이 의심스러운 자'들이죠. 한 번 변절했는데 두 번은 못 하겠습니까.
Commented by 좌파논객 at 2008/08/08 23:12
'그들'의 전형적 레퍼토리죠...
패스~
Commented by sonnet at 2008/08/12 19:00
사실 (어느 분야에서나) 아주 흔한 일입니다.
Commented by 누렁별 at 2008/08/08 23:34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 합니다. 어디서 야매로 얻어 들은 거 가지고 (특히 전공자한테 와서) 빡빡 우기는 걸 보면 갑갑하죠.
Commented by sonnet at 2008/08/12 19:00
현대사회는 전문가와 대중의 갭이 전반적으로 너무 커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은 많은데 해소책은 영 신통찮다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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