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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경영자의 자사주 공매도 신공
일전의 포스팅 대공황기의 생활에 다음과 같은 코멘트가 붙은 적이 있다.

당시엔 이름이 기억이 안 나서 대충 넘어갔었는데, 이 악명높은 인물은 당시 미국의 거대은행이던 Chase National Bank(현 JPMorgan Chase의 자회사. 합병 이전에는 Chase Manhattan Bank였음)의 사장 Albert H. Wiggin이다.

위긴은 현직경영자가 자사주 공매도를 해치운다는, 요즘 같으면 바로 쇠고랑 찰 야비한 수법을 구사했다.

당시 전국 두 번째 은행인 체이스 은행의 이사인 앨버트 위긴(Albert Wiggin)의 예를 보자. 1929년 7월 위긴은 어지러울 정도로 오른 주가를 우려했다. 강세장에서도 투기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느꼈다(그는 공동 투자에 참여해 이미 수백만달러를 벌었다는 소문이 있었다).
은행에 대한 전망은 어두운 것으로 믿었다(아마 위긴의 투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는 자사주 4만 2,000주를 공매했다. 공매는 주가가 떨어졌을 때 돈을 버는 방법이다. 주가가 떨어져 나중에 다시 사는 조건에서 현재 소유하고 있지 않은 주식을 매도하는 것이 공매이다. 쌀 때 매수해서 비쌀 때 파는 이치와 같다 단지 순서는 뒤바뀌었다.
위긴의 시기는 매우 적절했다. 공매 즉시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가을 들어 급락하면서 수직하락했다. 4개월 후인 11월에 계산을 해보니 그는 수백만 달러의 이익을 얻었다. 이해관계의 충돌은 위긴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위긴은 공정했으며 체이스의 소유권을 탈취했다. 그러나 오늘날 자사주 거래를 이용한 단기매매 차익은 결코 허용되지 않는다.

Malkiel, Burton G., A Random Walk Down Wall Street 7th Ed., W. W. Norton, 1999
(김헌 역, 『랜덤워크 이론』, 국일증권경제연구소, 2000, pp.53-54)

당시엔 내부자 거래를 규제하는 법제도가 미비해 저런 거래도 마땅히 처벌할 방법이 없긴 했다. 그러나 이 사건이 특히 악질적인 이유는 세계대공황의 방아쇠를 당긴 증시폭락사태 '검은 목요일' 당시 시장의 공황을 막기 위해 여러 저명한 금융계 거물들과 대중 앞에 나서서 낙폭과대한 시장을 떠받쳐 증시안정화를 달성하겠다고 일련의 퍼포먼스를 벌이며, 뒷구멍으로는 자회사와 가족 소유의 차명계좌를 통해 자사주의 쇼트 셀링을 했다는 점에 있다. 이 거래로 그는 약 400만 달러의 이익을 챙겼다고 한다.(참고로 대공황 연구자인 찰스 킨들버거는 대공황 중이던 1932년 당시 자신은 보험회사 사원으로 일하며 주급 12달러를 받았다고 회고한다.)

이러한 사실은 후에 페코라 위원회(Pecora Commission)의 조사활동을 통해 널리 알려지게 되고, 1930년대의 대대적인 금융규제 강화로 연결되었다.

1932년 봄 미국상원은 금융위원회를 조직하고, 1920년대에 월스트리트에서 행해진 주가조작 사건들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시실리 출신인 페르디낭 페코라(Ferdinand Pecora)가 이끄는 조사단은 거물급 금융인들을 소환해, 그들의 범죄행각을 만천하에 공개했다. 작전단과 시세조종, 내부자거래, 외부자에 대한 불공평 대우, 탈세, 회계조작 등 다양한 불법행위들이 비탄에 빠진 대중들 앞에 폭로되었다. 페코라는 “증시는 외부자들이 불공평한 부담을 짊어지고 도박을 벌이는 카지노와 같다”고 결론 내렸다.
루스벨트는 첫 번째 임기 동안 투기꾼들이 날뛸 수 있었던 '자유‘를 제한하는 다양한 조치들을 내놓았다. 1933년에는 글래스-스티걸(Glass-Steagall) 법이 제정되어 은행과 투신 업무가 엄격하게 분리되었다. 이로써 증시의 부침에 따라 은행의 자본금과 대출여력이 휘청거리지 않게 되었고, 투신사들도 고객의 돈으로 투기등급 이하의 주식과 채권을 편입할 수 없게 되었다. 1934년에는 증권거래법이 제정되어 작전세력과 내부자거래, 시세조종 등이 불법화되었다. 연방준비제도 이사회는 마진론을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었고, 이에 따라 담보로 제공된 주식가치의 50% 이상을 대출할 수 없게 되었다. 또 증권감독기관인 SEC(Stock and Exchange Commission)가 설립되어 자본시장을 감독하기 시작했고, 불필요하고 무모하며 파괴적인 투기를 예방할 수 있게 되었다(그런데 루스벨트는 SEC 초대위원장으로 작전세력 가운데 한 명이었던 조지프 케네디를 임명했다. 시대에 반하는 움직임을 보인 셈이다). 그리고 후버 등 모든 사람들이 시장의 신뢰를 흔들어놓았다는 이유로 비난했던 물타기도 전날 주가가 오른 날에만 주식을 팔 수 있도록 하는 규정(uptick rule)로 규제되었다.

Chanceller, Edward., Devil Take The Hindmost: A History Of Financial Speculation, Farrar, Straus and Giroux, 1999
(강남규 역, 『금융투기의 역사』, 국일증권경제연구소, 2001, pp.329-330)

머리 좋은 사기꾼들이 한바탕 헤집어 놓고 나서야 법망이 뒤따라 정비되는 건 어느 시대나 공통인 듯.
by sonnet | 2008/08/03 09:48 | 경제 | 트랙백 | 덧글(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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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sic) at 2008/08/03 10:00
역시 앞장서서 해쳐먹어야..
Commented by sonnet at 2008/08/04 00:10
흐흐흐. 가능하면 그쪽 줄에 설 수 있는 신분이 되는 게 우선.
Commented by paro1923 at 2008/08/03 10:08
법은 기고, 사람 머리는 날지요.
법 자체가, 도덕률에 의지할 수 없을 정도로 일이 벌어지니까 그제야 만들어진달까...
Commented by sonnet at 2008/08/04 00:10
좀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습니다. 인간의 예측능력이란 게 신통찮기 때문에요.
Commented by 레인 at 2008/08/03 10:28
법을 잘 뚫을수록 더욱더 효과적인 사기를 칠수 있으니까 그런건지도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8/08/04 00:10
또 그런 데는 비상하게 머리가 돌아가는 사람이 늘 있지요.
Commented by 고어핀드 at 2008/08/03 10:39
1. 머리 좋은 놈이 한바탕 헤집어 놓고 나서야 법망이 뒤따라 정비되는 건 우리나라에서는 상속세법이 아닐까요. 삼성그룹은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의 상속세법을 정비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공로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웃음)

2. 1차 세계대전 뒤 독일의 스티네스라는 인물을 글에 첨가하셨으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돈을 빌려서 이런저런 기업을 인수 후 개발매각(Acquisition & Development)하는 등 해서 돈을 모았지만, 정작 빌린 돈은 인플레이션 통에 가치가 떨어진 돈으로 갚아서 크게 남겼죠. 타임지가 1923년 스티네스를 "독일의 새로운 황제" 로 칭한 걸 보면 확실히 난세 때 크게 남겨먹는 게 큰 벌이가 되는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8/08/04 00:11
투기꾼/사기꾼 목록은 정말 많은데, 책으로 써도 한 권은 나올 겁니다.
Commented by at 2008/08/03 11:47
월스트리트의 거물들 과거사를 보면 대체로 그런 지저분한 방법을 통해 최고의 자리에 올라갔고, 자신의 잘못으로 회사가 망하거나 큰 손실을 입은 후에도 거액의 보너스를 챙겨 잘 먹고 잘 사는 경우가 허다하지요..

근데 정부가 들어서면 항상 '규제개혁'을 외치는데 잘 뜯어보면 (하다못해 진짜 고쳐야 할 규제라 하더라도) 그런 규제가 나오게 된 원인이 된 사건이 꼭 있다니까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8/08/04 00:08
네 동감입니다. 규제란게 시간이 지나면 낡아서 잘 맞지 않게 되거나 하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만, 규제를 없애는 게 당연하다는 식의 발상은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죠. 기본적으로 "규제는 필요한 것"이란 기본인식이 절실한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lesis at 2008/08/03 14:30
파생상품이 등장해 규제장벽을 교묘히 회피하고 신자유주의로 그나마 남은 안전판을 허물어뜨린 덕분에 멋진 일이 벌어지고 있는 미국의 현 주소와 대비해보면 꽤나 재미있겠군요.

이제 실패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 신자유주의입니다만, 여전히 광신도들은 뉘우칠 줄 모른다죠? 천조국도 부랴부랴 규제장벽을 다시 세우고 있는 마당에...;;
Commented by sonnet at 2008/08/04 00:09
저는 이런 문제를 "박을 때까지는 안전한 자동차"에 잘 비유합니다. 안전수준의 차이는 박았을 때 나타나는 거지, 잘 달리는 동안 그걸 실감할 수는 없는 법이죠.
Commented by Ha-1 at 2008/08/03 16:14
일반적인 경우는 이런 함정을 상상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누군가 해먹기 전에 미리 규제하는 건 또 명분을 만들기가 쉽지가 않아서요 ^^;
Commented by sonnet at 2008/08/04 00:04
네. 상황에 직면하지 않으면 설득력이 많이 떨어지지요. 하여간 꽁지에 불이 붙지 않으면 일이 되질 않습니다.
Commented by 귀공자 at 2008/08/03 17:09
행인1/ 역사를 보면 부자들은 호황 때나 불황때나 잘 먹고 잘 사는 정도가 아니라 불황을 이용해서 오히려 부를 늘려갔지요. 자산가치의 폭락을 이용해 대량 매수를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외환위기를 겪으며 '어설픈' 재벌들은 해체되고 남은 재벌들이 영향력을 훨씬 키운걸 봐도, 1929년 대공황을 겪으며 모건 상회와 록펠러 그룹이 많은 이권을 독차지한걸 봐도요. 가장 대표적이고 극적인 케이스는 네이선 로스차일드겠지만(200만 파운드짜리 주식을 20파운드에 사서 2천만 파운드에 되팔았다는 말까지 나올정도였으니).

고어핀드/ 전 반대로 삼성이 일으킨 일련의 사태때문에 상속세법이 정비되었다기보단 삼성의 상속이 끝났기 때문에 법이 정비된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J P Morgan이 죽고 반 년이 지나자 개인소득세법이 도입된것처럼 말이죠.

Commented by sonnet at 2008/08/04 00:18
이 문제는 사실 살아남은 자들이 더 잘 기억되기 때문이라는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구들장군 at 2008/08/03 20:14
대학시절 세법강의를 들었는데, 세법교수님께서 그러시더군요.
1 누군가가 세법의 틈을 찾아내서 이용하고, 2 그 바닥에 소문이 돌아 더 많은 사람이 이용하게 되고, 3 그걸 세무당국이 파악하고 나서 4 입법으로 보완하는데, 1에서 4까지 걸리는 시간을 추적해보니 4-5년쯤 걸리더랍니다.

물론 입법이 아닌 어거지에 의해 보완이 이뤄지기도 한다더군요. 예컨대 모 재벌에서, 기업체 주식을 아버지와 아들이 소유하고 있다가, 아버지 소유주식을 무상소각해버렸다는군요. 깔끔하게 상속완료된 거죠. 그러자 세무당국에서 법적으로 때릴 수 없음에도 세금을 때려버렸고, 재벌쪽에서 제소하려 했답니다. 그러자 세무당국왈, '너 정말 우리랑 소송해보겠다는거니?' 재벌쪽에서 그냥 제소안했고, 부랴부랴 입법적 보완이 이뤄졌다는군요.

조세법률주의와 죄형법정주의는 누가 뭐래도 근대입헌민주주의하에서 핵심 원칙일 겁니다(둘 가운데 하나가 인정되지 않는 헌법을 민주헌법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그런데 가진 자들이 이것의 혜택을 보는 순간, 각종 음모론의 대상이 되어버리죠. 바람직한 현상은 아닌 것 같죠?
Commented by sonnet at 2008/08/04 00:16
그게 다 왕정 시절에 왕이 푸거 집안같은 데서 돈 빌려놓고, 배째, 저놈 잡아넣어, 압류해 같은 신공을 밥먹듯이 쓴 결과이기도 하지요. 금본위제에 대한 강렬한 신념 같은 것도 그런 왕의 자의적인 통치로부터 경제의 안정성을 담보할 필요가 있다는 그 전 시대의 교훈에서 도출된 것이구요.
법이 없을 때 제도 미비로 털린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므로 털고 지나가야 하는데, 세상 인심이 꼭 그렇게 합리적인 것은 아닌 듯 합니다.
Commented by 행인1 at 2008/08/03 20:24
1934년 전에는 SEC도 없었다니 어떤 의미로는 진정한 자유(?)시장이었군요. 진실은 참담하지만...
Commented by sonnet at 2008/08/04 00:03
19세기의 미국 철도건설기에 투기꾼들의 레이스는 이것보다도 한 술 더 떴다고 하지요. 그나마 개선된 게 이거.
Commented by Ya펭귄 at 2008/08/04 00:36
무언가가 잘못 돌아가는 게 관련된 시체가 여럿 나와서 '검증'이 되기 전까지는 대책마련은 요원하다는....
Commented by sonnet at 2008/08/06 16:28
보통 그렇죠.
Commented by 三天포 at 2008/08/06 15:41
그렇다고 법을 사기꾼보다 먼저 정비하긴 쉬운일이 아닐듯하네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8/08/06 16:30
네, 포지티브 리스트(명시적으로 허가해준 것 빼고 다 금지) 같은 방법을 쓰지 않으면 저런 약점은 늘 있기 마련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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