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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르족 사람들 이야기
라술 감자토프(1923-2003): 엔사이버백과, Wikipedia
러시아의 저명한 현대시인으로 다게스탄 아바르 족 출신. 이 이야기의 포인트는 아바르(=mountain)이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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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과 거짓은 예로부터 세기와 세기를 이어 내려오면서 나란히 서서 걷는다. 둘 가운데서 어느 것이 더 필요하고 더 유익하고 더 강한가 하는 것을 세기와 세기를 이어 내려오면서 서로 논쟁한다. 거짓은 자기라 우기고 진실은 자기라 주장한다. 이 논쟁에는 끝이 없다.
하루는 그들이 사람들을 찾아가서 물어보기로 했다. 거짓은 구불구불하고 좁은 오솔길을 앞서 달려가면서 틈마다 들여다보고 구멍마다 냄새를 맡아보면서 골목골목을 엿보았다. 진실은 고개를 의젓하게 들고 곧게 뻗은 큰 길만 걸었다. 거짓은 쉴 새 없이 히히닥거렸고 진실은 쓸쓸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들은 많은 길을 걸었다. 숱한 도시와 마을을 지났고 왕과 시인, 족장과 재판관, 상인과 점장이, 보통 사람들을 만났다. 거짓이 발을 들여놓는 곳에서는 사람들이 자유를 느끼고 어려워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기끼리 서로 속이고 거짓말을 하기를 꺼리지 않았다.
그러나 진실이 나타나면 사람들은 침울해졌다. 그들은 서로 눈길을 피하였고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들은 진실을 위해서 칼을 뽑아들었다. 노여움을 산 자가 노여움을 준 자를 반대하여 일어섰다. 물건을 사는 사람이 파는 사람을 쳤다. 평민이 족장을 쳤고 족장은 황제를 쳤다. 남편이 아내와 그의 정부를 죽였다. 피가 흘렀다.
그래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거짓에게 말했다.
“우리를 버리지 말라! 너는 우리의 좋은 친구다. 너 하고는 살기가 편하고 쉽다! 그러나 너, 진실은 우리에게 불안만 가져온다. 생각해야 하고 속을 썩여야 하고 고민해야 하고 싸워야 한다. 너 때문에 죽은 젊은 투사와 시인과 기사는 벌써 얼마나 많으냐!”
“내가 뭐라고 했나?"
거짓은 진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더 유익하고 필요하다고 하잖던? 숱한 집들을 돌아다녔지마 어디서나 네가 아니라 나를 환영하지 않더냐.”
“정말 우리는 사람들이 사는 곳을 숱하게 돌아다녔다. 이제는 높은 산에 올라가 보자! 맑고 시원한 샘물에게 물어보자. 높은 산 풀밭에서 자라는 꽃에게 물어보자. 언제나 눈부시게 빛나는 만년설에게 물어보자.
높은 산에서는 영원이 산다. 거기에서는 영웅들과 장수들, 시인들과 현인들과 성인들의 영원불멸한 위대함이 살고 그들의 사상, 그들의 노래, 그들의 유훈이 산다. 높은 산에서는 이 세상의 허망하고 무상한 것을 이미 두려워하지 않는 영원이 산다.”
“싫다. 나는 그런 곳에는 가지 않겠다.”
거짓은 대답했다.
“너는 높은 곳이 두려우냐? 낮은 데서 사는 것은 까마귀다. 독수리들은 제일 높은 산보다 더 높이 난다. 네 생각에는 까마귀 노릇이 독수리가 되는 것보다 더 자랑스러우냐? 나는 네가 두려워한다는 것을 안다. 너는 겁쟁이다! 너는 술을 따르는 잔치상 앞에서는 큰 소리를 치지만, 술잔 소리가 아닌 칼소리가 울리는 마당에 나서기는 두려워한다.”
“아니야, 나는 높은 산이 두렵지 않다. 그러나 거기에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에 내가 할 일이 없다. 내 세상은 사람들이 사는 낮은 곳이다. 그들 속에서는 내가 왕노릇을 한다. 그들은 모두 나의 신하들이다. 나에게는 감히 맞설 용기를 내 네 길, 진실의 길에 들어서려고 하는 용감한 자들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런 자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렇다. 극소수다. 하지만 그들은 영웅들이다. 시인들은 그들에게 자기들의 제일 훌륭한 시를 바친다.”

by sonnet | 2008/06/27 16:16 | 문화 | 트랙백 | 덧글(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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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제갈교 at 2008/06/27 16:45
음음, 그러니까 진실은 언젠가 인정받을 날이 온다...는 말인가요?
상당히 철학적인 것 같기는 하지만, 알아듣기는 그리 어렵지는 않네요. :) (아니면 오독했을지도 모르겠어요. ;;;)

("감자"토프...배고파요...퍽!)
Commented by marlowe at 2008/06/27 17:06
그러나 댓가가 너무 큰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일곱 혼돈 at 2008/06/27 17:09
....슬프고도 아름답습니다. 처절하면서도 숭고합니다.
Commented by joyce at 2008/06/27 17:29
카라마조프 <대신문관>의 또다른 버전이군요.
Commented by 누렁별 at 2008/06/27 17:32
"지나친 진실은 사는 데 해롭습니다" 일까요. 사람 사는 게 대부분의 거짓과 약간의 진실로 이루어진 듯 합니다. 진실에 항상 대면하는 게 필요할까 싶습니다. 무척 피곤한 일이니까요.
코카서스 산골이 터가 좋은 모양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Commented by 三天포 at 2008/06/27 17:33
마지막 구절 인상깊네요 흠흠
Commented by sonnet at 2008/06/27 17:41
all/ 이 글에 대해선 개별적으로 코멘트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각자 읽고 받으신 감상이 모두 일리가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
Commented by 키치너 at 2008/06/27 17:43
하핫. 범인이라면 거짓으로도 만족스럽겠지만, '영웅'에게는 진실이 필요한 법이죠. 그리고 적어도 자신의 역할이 한 집단을 이끄는 것이라면 범인보다는 '영웅'이 더 적합하지 않겠습니까.
Commented by nishi at 2008/06/27 18:20
영웅의 칼에는 피가 묻어있겠지요.

난세에 그나마 영웅이라도 없으면 더 막장일까... 하이에나들 보다는 그나마
믿음직한 사자 한마리가 나을까나요.
Commented by 됴취네뷔 at 2008/06/27 20:52
다만 왠지
이나라에서는 거짓을 위해 (자기것이 아닌)피를 흘리게 한후 다시 진실에 쫒길때 (자기것이 아닌)피를 흘리게 하는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뭐 이거에 공감해줄사람은 없을듯 싶기도..
Commented by Luthien at 2008/06/27 22:12
부득지 독행기도. (Kill Kill Kill)
Commented by 양과알 at 2008/06/27 22:54
사족이지만 현실을 이기는 건 거짓이지만 시간의 흐름을 견디는 건 진실이라 믿습니다.
Commented by Belphegor at 2008/06/27 23:42
그러니까 거짓은 WD-40처럼 각 가정에 구비되어 있으며 각종 장비들을 부드럽게 돌아가게 하는것이죠. 그러나 WD-40의 해악은...(중략)...이상의 부작용이 의심스럽다면 노트북이나 데스크탑에 WD-40을 뿌려보십시오. WD-40은 만능의 스프레이가 아닙니다.
Commented by 새매 at 2008/06/29 14:10
먼지제거엔 DR-99 를... (먼산)
Commented by paro1923 at 2008/06/28 01:22
거짓은 사탕과 같아, 맛은 있지만 지나치게 먹으면 몸이 상한다... 정도? (긁적)
Commented by bzImage at 2008/06/28 02:18
벨페고르님의 말씀을 그대로 실행할 분을 위해서 첨언.

WD-40은 구리스를 녹이기 때문에, 구동체에 WD-40을 그대로 사용할경우 얼마 안 가서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생깁니다. 모터에는 이보다는 테플론을...
Commented by 이네스 at 2008/06/28 08:13
아... 무지 슬프네요.
Commented by sprinter at 2008/06/28 09:25
중요 포인트의 하나는, 산 위에 사는 (=아바르) 본인 부족은 모두 '진실만을 사랑하는' 영웅들이라는 이야기겠군요. (아, 이 무슨 세속적인;;;)
Commented by fatman at 2008/06/28 10:06
거짓에게 신나게 발리던 진실이 자기에 불리한 판을 엎으려는 시도를 하지만,
이미 진실의 속셈을 꿰뚫고 있던 거짓에게 한 번 더 발리기 일보 직적이다.
Commented by 겔라예프 at 2008/07/02 05:22
저 사람이 바로 모래시계의 '백합'의 작사가 아닙니까?

다게스탄은 체첸 바로 옆에 붙어있는 나라로, 거기에 아바르족들은 전설적인 카프카즈의 성전을 주창했던 이맘 샤밀의 출신 부족이기도 하지요. 샤밀은 제정 러시아의 수십만 군대를 상대로 무려 25년 동안 저항하였습니다

따라서 저런 혹독한 상황에서도 결코 굴종을 모르는 산민들의 정신을 간직하고 있으며, 그것이 저런 설화로 구전되는 거겠죠
Commented by 스기 at 2009/12/30 07:26
그래도 여전히 관계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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