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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무원단의 명암

앞선 글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집권 후 임기가 있는 각종 기관장들에게 압력을 가해 일괄사표를 거두고 있는 현황을 짧게 다루었는데 이 현상은 의연히 계속되는 듯 싶다.

정부가 공공기관 임원들에 대한 대폭 ‘물갈이’ 방침을 확정한 가운데, 대선 캠프 출신을 비롯한 여권 인사들이 공공기관 또는 정부의 영향력 아래 있는 기관 임원으로 속속 임명되고 있다.

정부는 다음달 말까지 305개 공공기관 가운데 240곳 안팎의 기관장 교체를 추진하고 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22일 밝혔다. 이 가운데 한전과 가스공사, 주택공사, 토지공사 등 11개 대형 공기업과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5곳의 연기금·보험운용기관, 국립암센터 등 13개 대학병원, 코트라 등 공모 활성화 대상기관으로 선정된 90곳의 기관장은 전원 교체하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 기관장 유임률은 20%를 조금 상회하는 정도가 될 것”이라며 “기관장의 진퇴에 대해선 (이미) 부처와 사표 등 협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임석규, 오윤주, ‘MB 낙하산’ 공공기관 240여곳 ‘투하개시’, 한겨레, 2008년 5월 22일


그런데 현 정부가 각종 기관에 대한 장악력 강화=권력증대, 독창적(?)인 정책과제 추구 내지는 지지자들에 대한 논공행상에 불을 켜고 있다고 간주할 경우,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상당한 잠재력을 가진 새로운 도구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것은 노무현 정부가 만들어놓고 간 유산인 「고위공무원단」이란 물건이다.


1. 고위공무원단이란?

2006년 7월부터 실시되기 시작한, 한국의 고위공무원단이란 제도는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임명하는 정무직 공무원(장관 등)을 제외한, 직업공무원들 중에서 최상층인 중앙행정부처 실국장급(1~3급)들 약 1,600명을 pool로 관리하는 제도인데, 미국의 SES(Senior Executive Service)를 모델로 한 것이다. 미국 이외에는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이 유사한 개념을 채택하고 있다.

그림. 고위공무원단은 최상위 1%에 해당하는 직업공무원의 꽃



2. 고위공무원에 대한 4가지 대조적인 모델

이 제도가 좋으냐 나쁘냐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어찌 되었든 고위공무원이란 어떤 존재이고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자신이 어떤 관점을 갖고 있는지를 먼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좋은 고위공무원의 특징에 대해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그 차이점을 인식하지 못한 채 논쟁을 거듭할 경우 혼란만 가중될 것이기 때문이다.

Huddleston은 나라마다 각기 다른 고위공무원의 역할 및 특성들을 4가지 이념형 모형으로 유형화하고 있다. 다음은 Huddleston(1992: 178~84)이 제시한 고위고무원에 대한 4가지 이념형 모형에 대한 설명이다(김근세, 2004).

1) 모형 1: 기관전문가(agency specialists)

이 모형은 미국의 직위분류제에 기초한 전통적인 시각(traditional agency perspective)으로 고위공무원은 기관에 소속된 전문가로 이해한다. 따라서 고위공무원단이란 다양한 정부기관에서 고위직위를 점한 공무원들을 통칭하는 이름에 불과하다. 즉 보수등급 이외에 공통적인 사항은 없다. 이 고위공무원은 일반관리자의 권한을 행사하거나(또는 행사하지 않는) 공학기사, 과학자, 법률가, 의사, 경제학자 등 전문가(professionals and specialists)로 간주한다. 그들이 소속된 전문단체를 넘어서, 그들은 기관 또는 부서에 충성한다. 전문기술이 행정기관 간에 쉽게 이전되지 못하므로, 고위공무원들의 기관간 이동성은 바람직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이 모형에서 관리(management) 기능이란 규정하기 어렵고 가르칠 수 없는 특수한 솜씨(art)의 영역이고, 필요악으로 간주한다. 좋은 관리자란 우선 언제나 유능한 기관의 전문가이어야 한다. 관리자는 전문가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려고 하며, 관료제에 비판적이다. 만약에 어떤 사람이 불행하게도 관리에 유능하다고 인정되면 곧 전문가의 경로를 벗어나 감독자의 직위로 '좌천'되게 된다.

이 모형은 고위공무원에 대한 보다 분권화된 인사관리를 선호한다. 중앙인사기관은 행정기관에 유용한 지원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고 판단한다. 오히려 계선 행정기관이 알아서 잘 할 수 있는 고위공무원에 대한 채용 등에 성가신 절차 등을 통해 일을 어렵게 만드는 것으로 간주한다. 다만 경쟁력 있는 전문가를 공직에 유인할 수 있는 고위공무원 보수의 증가를 개혁안으로 제안한다.

2) 모형 2: 유럽형 엘리트집단(European-style Elite Corps)

이 모형은 유럽의 계급제적 전통에서 형성된 엘리트주의 접근(elite corps perspective)이다. 중앙정부는 국민에게 기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별 기관들의 집합이 아니라, 사회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전체로서의 정부(government as a whole)로 이해한다.

이러한 가정에서 고위공무원은 넓은 의미의 공익의 수호자(guardians of the broad public interest)로 간주되어야 한다. 고위공무원은 기관이나 전문단체의 좁은 시각에 일치시켜서는 안 되며, 공공서비스의 중심이념에 일치해야 된다. 이를 위해서 고위 공무원은 전체 공무원집단과 분리될 필요가 있으며, 필요한 사회화와 경력개발을 보장하는 범정부적인 특수한 집단으로 관리된다. 즉 모형1의 기술전문가(technical specialists)가 아니라, 일반행정가(administrative generalists)로서 고위공무원의 역할을 규정한다. 오직 일반행정가만이 모호한 공익을 정부행동으로 전환하는데 필수적인 보편적인 시각과 폭넓은 기술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적인 전문지식은 지원받을 수 있다고 간주한다.

엘리트집단 모형은 일반관리자의 이념을 부정한다. 민간부문의 관리기법이 공공부문에 이식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즉 공공부문 핵심의 특수성을 주장한다.

행정은 경영과는 달리 정치적 안목, 협상능력, 다양한 이익집단에의 민감성 등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관료는 공직에의 특별한 충성과 객관적인 목표달성 이상이라는 태도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공관리 기술의 유일한 체득은 전 경력과정을 통해서 발전된다. 따라서 중앙인사기관에 의한 공무원의 채용, 훈련, 경력관리, 평정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군대장교 후보인 사관학보 후보생과 같이, 고위공무원 후보는 대학(원) 졸업 후 입직과 동시에 일찍 파악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전 경력에 걸친 훈련에의 집중적인 투자, 기관간 정규적인 이동이 바람직하다.

이 모형은 공직에 있어 정무직의 활용에 대해 부정적이다. 공직에의 경험과 충성심이 부족한 정무직의 한계로 정부의 효과성이 저하되고, 가장 도전적인 직위에 경력직 공무원의 진입이 어려워짐에 따라 가장 유능한 공무원을 임용하고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모형은 단순한 정치-행정이원론을 부정하면서, 고위관료는 불가피하게 공공정책형성에 관여하게 되며, 법의 범위 내에서 어떤 선출된 집행부에도 충성하고 봉사해야 된다고 가정한다.

3) 모형 3: 정치기제(political machine)

이 모형은 앞의 모형2와 같이 전통적 공무원제가 분파적인 좁은 기관의 영주로 전락하여 공직에 넓은 시각과 통일성을 가져와야 한다는데 동의한다. 그러나 고위 공무원의 정치적 대응성(political responsiveness)을 강조하는 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 모형에서 정부관료제는 정치집행부의 권한에 본래 저항한다고 믿는다. 경력직 공무원은 자신을 관장하는 사업에 일치시킨다. 자신의 성공은 그 행정영역을 보호하고 확대시키는 능력에 의해 평가되어, 사업에 유사한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이익 집단 및 국회의원과 전략적 제휴를 맺는 관료정치가 벌어지게 된다. 따라서 종종 변화를 지향하는 정치집행부를 좌절시킨다. 대통령실의 확대와 정무직의 확대는 이러한 정치집행부에 의한 관료제 통제전략으로 이해할 수 있다. 고위공무원단 제도는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다.

민주정치이론에서 볼 때, 경력직 공무원은 정책결정에 있어 독립적인 권리를 가질 수 없다. 단지 국민이 선택한 정무직 공무원만이 그 정당성을 가진다. 따라서 정치-행정의 분리가 불가능한 현대 행정국가의 시대에 정치집행부의 가치판단에 따라야하는 관료는 절대적으로 대응적이어야 한다.

먼저, 이러한 대응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고위공무원은 자신의 성과에 책임을 져야 된다. 고위공무원에 대한 신분보장을 완화하여, 정치집행부는 비대응적이거나 성과가 낮은 고위공무원을 해직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경력직 공무원에 독점되었던 고위공직을 개방하여 정치집행부의 인사재량권을 확대할 수 있다.

4) 모형4: 기관관리자(corporate manager)

이 모형은 정부는 발전된 민간부문의 관리제도를 모방해야 된다는 관리주의접근(corporate perspective)에 기초한다. 정부가 비록 영리기관은 아니지만 목표달성의 측면에서 유사하다는 입장이다. 최고관리자인 대통령과 정무직 공무원은 목표달성에 필수적인 인사를 포함한 행정자원에 대한 완전한 통제를 가져야 한다. 그런데 공무원의 신분보장을 하고 있는 실적제의 원리는 이러한 정치집행부의 관리권한을 제약하고 있다.

이 모형은 중요한 관리기능의 하나로서 인사행정을 이해하면서, 고위공무원의 성과를 유인할 수 있는 유인체계에 주목한다. 즉 실제 (고위)공무원의 보수와 승진기회는 그들의 성과와 크게 관련이 없다. 따라서 객관적인 성과평가를 기초로 한 성과급제를 강조한다. 특히 뛰어난 성과를 보인 고위공무원에게 현금보너스가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형1과는 달리, 이 모형에서는 일반관리에 관한 강한 관심을 가지고 기관을 넘어선 다양한 관리기법의 적용가능성을 믿는다. 이에 고위공무원의 공공부문과 민간부문간 교류를 지지한다. 이러한 면에서 모형 2와는 반대된다.

모형2와 모형3과는 달리 이 모형에서는 정치적인 측면에는 관심이 없다. 고위공무원이 정무직이던 경력직이던 관계없이, 중요한 것은 그들이 임무를 완수하는데 있다. 그런데 관리의 신축성을 강조하기 때문에, 이 모형은 모형3과 같이 최고관리자로서 정치집행부에 대응적인 고위공무원 모형을 지지한다. 그러나 객관적인 성과 관리를 강조하는 측면에서 정치집행부의 대응성을 제약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이 모형은 정치는 관리효율성의 장애물로서 이해하는 부정적인 입장을 가진다.

김연수, 김근세, 「고위공무원단 제도 비교분석: Huddleston 모형을 중심으로」 『한국거버넌스학회보』 제14권 제1호(2007. 4), 한국거버넌스학회, pp.33-36


이를 간추려보면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으며, 이들 각각은 서로 다른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1)기관전문가
관리는 따로 없다. 각각의 분야에 있어 경험많고 뛰어난 실무자가 곧 좋은 관리자이다. 타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관리자를 데려와도 이 분야에 대한 지식부족이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므로 별 효과가 없을 것이다.
(2)유럽형엘리트집단
정부는 민간과는 다르며 정부 관리자만을 위해 특화된 사관학교식 엘리트가 필요하다. 이들 엘리트 관료는 어떤 정당이 집권하든 그들이 (경험부족으로) 실무를 그르치지 않도록 공익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
(3)정치기제
공무원이란 족속들은 틈만 주면 관료주의적 저항을 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선출된 대통령의 의도에 충실히 복종하도록 공무원을 길들이는 것이 진정 민주주의적인 행정이라 할 수 있다.
(4)기관관리자 모델
지금의 정부는 비효율적이므로 경쟁으로 단련된 민간기업의 관리기술을 수입해 와야 한다.

참고로 행정고시를 기반으로 한 한국의 전통적인 고급공무원(및 일본의 캐리어) 제도는 (2)유럽형엘리트집단으로 분류할 수 있다.

여러분은 어떤 것이 보다 바람직한 고위공무원의 상이라고 생각하시는가? 이 판단은 사람마다 좀 다를 수 있으니까 일단 이러한 분류가 있다는 것만 기억해 두고 넘어가기로 하자.


3. 고위공무원단이 지향하는 방향

그럼 새롭게 등장한 「고위공무원단 제도」는 이 중 어떤 모델에 기반을 둔 제도일까? 앞의 글을 좀 더 읽어보자.

이러한 고위공무원의 4가지 모형을 고려해 볼 때, 고위공무원단 제도는 기본적으로 모형3의 정치적 접근과 모형4의 관리적 접근의 추구로 이해할 수 있다. 제도도입 이전에 미국의 경우와 같이 모형1의 기술전문가로서의 한계, 그리고 영국의 경우와 같이 모형2의 특권적 관료집단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고위공무원단 제도는 정치집행부에 대한 정치적 대응성 제고의 모형3과 일반관리적 역량을 제고하려는 모형4의 결합인 인사개혁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신공공관리(NPM) 개혁에 따른 관료제의 분절성과 부처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통일체(unifying force)'로서의 고위공무원단을 추구한 경우는 모형2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

김연수, 김근세, 같은 글, pp.36-37


또 다른 연구도 비슷한 의견을 보인다.

고위공무원단 제도의 도입 시기, 명칭, 제도운영 방식 등은 나라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고위 관리직위에 있는 공무원을 정부 전체적인 차원에서 통합 관리하고 있는 점과, 개방성·이동성·성과관리 등의 인사원칙을 통하여 고위공무원들의 경쟁력과 정부 행정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자 한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이는 고위공무원단제도가 기본적으로 다음 몇 가지 믿음에 토대를 둔 데 기인한다.(김근세, 2004; Harper, 1992).

첫째, 행정기관들 간에 전용될 수 있는 ‘공공관리(public management)’라는 일단의 지식과 전문가가 구성될 수 있다. 둘째, 고위공무원들은 정책결정 등에 있어서 보다 총체적이고 전정부적인 시각이 요구되며, 이러한 시각을 갖추게 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부처 간에 이동시킬 필요성이 있다. 셋째, 집권층이 스스로의 정책 공약 등을 집행하려면 고위공무원들을 보다 신축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 SES는 전문가 지향적이며 분권화된 직위분류제 중심으로 운영되던 공무원제도가, 폭넓은 시각과 리더십이 요구되는 고위공무원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문제의식에서 도입되었다. 즉 직위분류제적 인사로 인해, 공무원들을 순환시키며 활용하기 어렵고 공무원 다수가 장기간 동일 기관에서만 근무하게 되어 폭넓은 시각을 요하는 고위직 업무수행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인식되어, 특정 분야의 전문가보다는 전정부적 차원의 시각을 지닌 일반행정가(generalist)를 양성하고자 고위공무원단제도를 도입·적용하게 된 것이다.(연원정, 2004; Huddleston, 1992).

특히 단일 기관에만 근무해 온 고위직 공무원들은 자신을 소속기관과 소속기관이 관장하는 사업에 일치시키는 경향이 강해 부처할거주의에 빠지기 쉽고, 유사한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이익집단이나 의회의 구성원들과 전략적 제휴를 맺는 이른바 관료정치에 연루되기 쉽다. 고위직 공무원들이 집권층의 가치판단과 지시에 충실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집권층에 저항하거나 비협조적인 행태를 보임으로서 변화와 개혁을 지향하는 정치집행부를 좌절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민주정치이론에 어긋난다.

미국의 SES는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고위공무원단 제도는 고위공무원에 대한 신분보장을 완화시켜, 집권층에 비대응적이거나 성과가 낮은 고위공무원들을 해직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함으로써 그들을 통제하는 수단으로서의 의미도 지닌다.

고위공무원단제도는 관리적 목적도 지닌다. 즉 이 모형은 발전된 민간부문의 관리 제도를 정부가 모방해야 한다는 관리주의접근(corporate perspective)에 기초하고 있다. 정부도 일정한 목표를 추구한다는 측면에서는 기업과 유사하며, 따라서 최고관리자인 대통령과 정무직 공무원은 목표달성을 위한 탄력적인 인사가 필요하지만, 직업공무원의 경우 실적제와 직업공무원제에 의해 신분보장을 받고 있고, 보수와 승진 기회 등이 성과와 크게 관련 없이 이루어지고 있어서 최고관리자의 인사권한을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위공무원단제도는 고위공무원에 대해 객관적인 성과평가를 기초로 한 성과급제를 적용함으로써 유인체제를 토대로 한 고위공무원 관리를 가능하게 한다(Huddlston, 1992).

안중현, 박천오, 「고위공무원단 제도 : 특징과 설계」 『사회과학논총』 제22집(2004. 8), 명지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pp. 52-53


결국 고위공무원단 제도는 공무원들은 어딘지 몰라도 민간기업들보다 비효율적이라는 널리 받아들여지는 믿음을 기반으로 민간기업들처럼 성과 측정과 인센티브를 중심으로 한 관리방식을 도입하면 공무원들이 일을 더 잘 하게 될 것이라는 구상(기업관리자 모델)과 대통령과 장관 같은 정치지도자들이 공무원들을 더 잘 장악하게(정치기제 모델) 하는 것이 민주적이고 좋다는 신념을 제도화한 것이다.


4. 외국 고위공무원단 제도에 대한 평가

그럼 미국의 SES(1978년)를 필두로 하여 시작된 외국의 기존 고위공무원단 제도에 대한 평가는 어떠한가?

전반적으로, 외국 고위공무원단 제도는 아직 그 취지의 성과를 충분히 달성하지 못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Bosotn, 1991; Harper, 1992; Halligan, 1992; OECD, 1999).

첫째, 부처간의 고위공무원의 이동성이 대체적으로 변하지 않았다. 호주의 경우, 주무장관이 전문지식을 가진 고위공무원의 다른 기관으로의 전직을 원하지 않았고, 유동적인 일반관리자(mobile generalist)의 이념은 실제 환상으로 많은 직위가 전문가를 요구하는 한계가 있었다.

둘째, 성과급 제도의 집행과정에 어려움이 많았다. 성과측정의 본질적인 문제와 더불어, 특히 미국의 경우, 의회의 반대로 성과급 혜택에 제한적이었다. 많은 나라에서 고위공무원단의 민간부문에 비해 낮은 보수 문제로 유능한 인력을 공직에 유인하지 못하였다.

셋째, 훈련의 강조에도 불구하고, 고위공무원에 대한 훈련과 경력발전의 기회가 크게 증진되지 못했다.

넷째, 분명한 정체성과 범정부적으로 공직에 충성을 갖는 통일적이고 응집력 있는 고위공무원단 구축은 아직 미완의 과제이다.

다섯째, 미국의 경우 SES의 일정 직위에 정무직 임용으로 관료제의 정치화(politicization)가 중요한 쟁점으로 제기되었다(Ingraham, 1987). 특히, 레이건 행정부의 경우, 고위공무원의 정치집행부에 대한 지나친 대응성 강조로 경력직을 한직으로 배치하는 사례가 보고되는 등 고위공무원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높은 이직을 초래했다.

김연수, 김근세, 같은 글, pp.42-43


전반적으로 고위공무원단의 성과는 기대에 미흡하다는 것이 이들의 결론이다. 특히 여러 부처를 이동해 다니는 우수한 일반관리자라는 이미지는 실제 공무원의 업무와 잘 맞지 않았으며, 성과급 처리나, 교육훈련의 개선도 미미한 편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관료제에 대한 정치지도부의 영향력이 강화되면서 부작용이 노출되었다.

이 중 관료제의 정치화 문제는 중요하므로 좀 더 살펴보자.

SES의 도입초반 결과는 실망적이었다. 정치적 관리자들과 경력직 공무원들(career civil servants)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정치적인 의사결정과 관리적 의사결정이 상호 섞임으로써 갈등이 끊임없이 초래되었다. 경력직 관리자들은 자신들이 정치적 관리자들의 부당한 정치적 압력에 시달린다고 불평하였다. 이로 인해 처음 3년 동안 SES구성원의 40%가 직장을 떠났으며, 남은 구성원들의 사기도 매우 낮았다(Elliott, 1998:2043-2044).

Reagan 행정부는 대통령의 정책의제를 추진할 목적으로 비 경력직위와 Schedule C에 의한 별정직위를 최대한 활용하였다. 또한 1980-1983 기간 동안 특정 연방기관들에 대해 비경력직 SES 구성원을 비균형적인 비율로 높게 임명하였다(Ingraham, 1995). SES의 새로운 체제는 정치적 지시를 고양시키도록 설계된 3개의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첫째, 실적평가와 심사는 사실상 경력직 임명자들의 보너스가 정치적 감독자들의 평가와 승인에 강하게 의존하게 됨을 의미한다. 관리기술의 활용에 융통성을 높이기 위한 의도의 이동성 특징(mobility features)은 정치적 관리자들이 좋아하지 않는 경력직 임명자들을 제거하기 위한 징계 수단으로 흔히 인식된다. 셋째, 정치적 피임명자들과 경력직 관리자들을 SES에 혼합한 것은 양 집단 간 균형 유지에 대한 우려를 낳는다. 이 모든 조항이 정치적 남용을 초래하지 않고 통합된 관리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관리기술과 함께 정치적 관리자들 측의 자제가 요구된다. 레이건 정부의 많은 정치적 피임명자들은 매우 이념적인 인사들이어서 이러한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였다. 하지만 부시 정부에서는 상당한 균형이 이루어졌다. 1989-1993년 사이에 SES 정치적 임명직 총수는 다소 감소되었고 많은 경력직 임명자들이 보다 권한 큰 위치로 이동하였다(Ingraham & Thompson, 1995: 59).

박천오, 「미국 고위공무원단제도의 특징」 『사회과학논총』 제25집(2006. 1), 명지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pp. 68

즉 고위공무원단 제도는 보수적인 공무원사회의 저항을 분쇄하고 정치적으로 급진적이거나 이념적으로 크게 편향된 정책의제를 밀어붙이려고 시도하는 정치지도부가 집권해 있을 경우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5. 노무현과 이명박, 한국의 고위공무원단 제도의 도입과 함의

한국의 고위공무원단 제도는 제도개혁방안의 일환으로 90년대 중반부터 단편적으로 검토가 시작되었고, IMF외환위기 당시 정부개혁 방안으로 검토되기도 하였으나 결국 사회전체가 불안정한 상태에서 공직사회까지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곤란하다는 판단 하에 포기되고 말았다.

추진력을 잃고 있던 이 제도를 되살려내 채택하도록 힘을 실어 준 것은 노무현이었다. 노무현 정부는 2003년 4월 인사개혁 로드맵의 주요과제로 고위공무원단 제도를 선정하고 제도도입에 박차를 가해 2006년 7월부터 시행에 돌입하게 된다.

도대체 노무현은 왜 이런 제도가 필요하다고 느꼈을까? 그것은 관료조직이 처음부터 그의 손봐줄 주요 목록에 올라있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권의 등장은 단순한 정권 교체가 아니었다. 전후 한국 사회 전체에 확산된 소외 계층의 반란을 등에 업고 탄생한 노무현 정권은 사회구조의 재편을 추구하는 일종의 ‘계획된 사회 혁명’을 예고하고 있었다. 그가 맨 처음 발표한 정책 과제는 수도 이전과 ‘4개 법안’의 국회 통과였다. ‘4개 법안’이란 (1)국가보안법 폐지, (2)사학법 개정, (3)신문법 제정, (4)과거사 진실 규명법이다. 모두 노무현 정권을 탄생시킨 지지자들이 꿈꾸는 ‘과거로부터의 결별’의 숙원을 담고 있다. 과거와의 결별은 전후 군사 정권의 압정과 이를 지지한 미국 정부와 협력자, 더 나아가 일본 식민지 시대의 협력자와 친일파를 가려내고, 그들의 영향력을 없애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의 주류에 대한 원한과 반발을 원동력으로 하는 이 정책 과제를 추진하기 위해 정부는 몇몇 공격 대상을 특정했다. 검찰과 외교통상부, 국가정보원, 관료 조직, 3대 일간지(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재벌, 정당, 정치인이 주요 표적이었다. 중국 문화대혁명을 연상시키는 이런 움직임은 한국 사회에 깊은 균열을 가져오게 했다.

대통령 국방 보좌관으로 청와대에 입성한 김희상은 한국 사회의 극심한 좌우 분열을 1945년 독립 후 발생한 좌우 투쟁에 비유했다. 그는 “서로에 대한 불신과 증오는 예리한 칼처럼 날이 섰다”고 표현했다. 노무현 대통령 자신이 이 사회 혁명을 체현했다. 그는 소외된 계층을 대표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船橋洋一, 『ザ·ペニンシュラ·クエスチョン 朝鮮半島第二次核危機』, 朝日新聞社, 2006
(오영환 외 역, 『김정일 최후의 도박』, 서울:중앙일보시사미디어, 2007, pp.318-319)


그 중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노무현은 처음에 윤영관을 외교통상부의 개혁 책임자로 지명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정치적 지향점을 추구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이는 곧 노무현의 친위 386세력과 전통적 외교관료 사이의 요란한 마찰로 확대되고, 결국에는 외교통상부의 숙청과 윤영관의 낙마라는 파국으로 귀결되고야 만다.

이라크 추가 파병으로 노무현 정권은 출범 이후 가장 큰 정치적 시련기를 맞았다. 노무현은 가까스로 이라크 파병의 파도를 넘어섰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응어리가 남았다. 노무현은 외교안보 팀에 대한 불만을 종종 털어놓게 됐다. 윤영관이 대미 관계에만 관심을 갖는다고 말하는가 하면 “NSC만큼 제대로 일하는 정부기관이 없다”고 말했다. 사무차장인 이종석을 치켜세운 것이다. 이는 윤영관과 외교통상부에 대한 질책으로 받아들여졌다.
2003년 크리스마스 이브, 외교통상부 북미국의 과장이 술기운에 노무현 정권을 비난했다. “NSC의 젊은 보좌진은 탈레반 수준이며, 노 대통령이 이들에게 휘둘리고 있다.” “노 대통령에게 투표한 사람은 김정일에게 투표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날 발언 내용을 기록한 메모가 청와대에 흘러 들어갔다. 청와대는 격분했다. 노무현 정권 탄생과 함께 청와대에 입성한 386 세대 등 혁신 그룹은 대미 외교를 담당해 온 외무 관료들을 ‘친미파이자 정체를 알 수 없는 인간들’로 여기는 경향이 있었다. 이라크 파병에서 용산 미군기지 이전에 이르기까지 청와대와 외교통상부는 사사건건 의견이 갈렸다. 국장을 포함한 17명의 외교통상부 간부가 청와대의 사정 대상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
노무현은 1월 14일 기자회견을 통해 “때때로 대통령의 외교 정책 방향을 바꾸고자 하는 의도로 보이는 사전 정보 유출이 있다”며 외교통상부를 비난했다. 이튿날 윤영관은 사표를 제출했고, 노무현은 이를 수리했다. 윤영관의 후임에는 반기문이 선임됐다. 윤영관은 장관 직에서 물러나며 민족주의적 자주 외교 노선을 고집하는 대통령 측근을 비난했다. “한국은 국제적 역학 관계 속에 존재하며, 국제 역학 관계는 수시로 변한다. 이런 현실 속에서 국익을 추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몇몇 정부 관계자들은 이런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외교통상부 직원들에게는 “대나무처럼 외충과 삭풍이 불더라도 꺾이지 않는 외교를 해 달라”는 고별사를 남겼다. 야당인 한나라당은 이 사태를 정권 내부의 ‘이데올로기 충돌’로 규정하고, NSC가 외교통상부를 압도하는 힘을 가진 데 경계감을 나타냈다.
윤영관은 외교통상부의 관리·감독에 책임을 지고 사임했지만 사실상 해임된 것이다. 당시 청와대의 한 고위 관리는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은 새로운 바람을 외교통상부에 불어넣고 싶었을 것이다. ‘외교부=보수파’라는 이미지가 있었기에 윤영관을 외교통상부 장관에 임명했다. 하지만 이라크 파병 문제를 겪으면서 윤영관으로는 외교부를 변화시킬 수 없다는 판단이 섰을지 모른다. 미라를 잡으라고 보냈더니 오히려 미라가 된 꼴이다. 그래서 바꿀 결심을 했을 것이다.“

船橋洋一, 같은 책, pp.351-352

이런 경험을 통해서 노무현이 자신 같은 선출된 권력이 관료조직을 더 잘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을 한층 강화해야겠다고 느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시간이 흘러 이윽고 노무현이 퇴임하고 이명박이 새로운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이명박은 '말뚝뽑기' 내지는 anything but Roh를 표방하며 노무현과의 차별화를 강하게 외쳤지만, 이상하게도 고위공무원단 제도를 지지했던 큰 흐름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이명박 역시 방향은 좀 달랐지만 노무현과 마찬가지로 강한 반관료 "개혁" 성향을 띄고 있었던 것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노무현의 반관료성향이 기득권층을 문제시하는 재야 내지는 아웃사이더적 성향에서 온 것이라면, 이명박의 반관료성향은 민간기업이나 자영업자 출신들이 공무원을 보는 전형적인 시각에서 출발했다고 말할 수 있다. 즉 공조직은 일도 열심히 안하는 등 민간기업에 비해 말할 수 없이 글러먹었으며, 혹독하게 군살을 빼 작은 정부를 만들어야 한다는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명박이 집권하자마자 대대적인 행정부처 통폐합을 밀어붙이고, 공무원 감원을 요구하며 조직을 쥐어짜는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닌 셈이다. 이명박이 표출하는 것 같은 생각은 보다 깊은 뿌리가 있는데 학계에서는 이를 신자유주의신공공관리론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신공공관리론(new public management)은 1970년대 중반 이후 영·미의 신자유주의와 맥을 같이 하고, 기존 전통적인 관료제 패러다임의 한계를 극복함은 물론 작은 정부를 구현하기 위해 개발된 정부 운영 및 개혁에 관한 이론이다. 이 이론의 배경은 서구 자본주의 사회의 국가관리 패러다임의 변화와 함께 서구 복지국가 정책을 비판하는 데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동안 서구 복지국가는 행정의 양적 팽창이 시장 기능의 약화와 거대한 관료제화를 낳아 과도한 정부 지출과 함께 재정적자를 가져와 국가 경제의 위기를 초래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개혁적 방안으로 정부의 기능과 규모를 줄이고 시장의 기능을 활성화시켜 경쟁의 원리를 확산시켜 성과를 창출하자는 것이 신자유주의이다. 특히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관료제적 패러다임의 변화가 전제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는데, 바로 기존의 관료제적 패러다임을 기업형 정부로 대체하는 것이다. 즉 신공공관리론은 전통적 관료제 정부모형을 새로운 정부모형인 기업가적 정부모형으로 전환하기 위한 행정개혁 전략의 개발을 지향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이 기업가적 정부모형은 대표적으로 세 가지 주장으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우선 최소국가론을 지향하는데, 이는 정부 행위의 주요 목적을 공공재의 공급에 한정할 것을 주장하며 행정 체계를 시장과 같은 경쟁적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인식에 근거하고 있다. 둘째, 이 모형은 민영화와 규제 완화를 중심으로 한 탈규제정부 모형이 논의되는데, 느슨한 계층제로의 정부조직 개편, 정부의 중재자적 입장에서의 통제 등을 강조한다. 셋째, 오스본과 개블러에 의해 제안된 정부 재창조모형은 공공부문에 민간 부문의 기업가적 정신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정부는 조정자 입장에서 경쟁, 시장, 고객, 성과를 강조하는 기업가적 정부를 지양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어떻든 신공공관리론은 신자유주의 이념에 기초한 것이며, 이 이념과 기본 정신에 기초하여 공공 서비스에 경쟁 원리를 최대한 도입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시장주의’로 표현된다.
한편 신공공관리론의 내용에서 중요하게 자리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신관리주의(new managerialism)’이다. 이 신관리주의는 시장적 개인주의 기업 모형을 공공 부문에 적용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다. 즉 행정과 경영의 유사성에 대한 인식하에 기업의 경영 원리와 관리 기법을 행정에 도입 적용하여 정부의 성과 향상과 관리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신공공관리는 성과주의와 그 내용에 포함시키고 있다. 성과주의는 행정의 과정보다는 결과를 강조한다. 특히 이는 신공공관리 방식의 도입에 따른 행정조직의 규제완화로 야기되는 통제 및 책임의 결여를 막기 위한 전략이다. 그리고 고객주의는 시장주의에서 파생되는 하나의 지향성으로서 ‘소비자가 왕’이라는 생각으로 고객을 중시하는 경향이며 태도이다. 오늘날 공공 부문에서 고객주의 구현 방식으로 활발히 적용되고 있는 서비스 헌장, 시민헌장, 시민평가, 고객만족도 조사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신공공관리론은 공공조직의 특수성과 과정·절차·규칙 대신에 공사 부문의 유사성을 강조하고 공공 부문에서 조직관리의 자율성과 성과 및 결과 중심의 관리를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신공공관리론은 1990년대 초기 관료제의 문제를 반성하고 그에 대한 엄밀한 진단을 통해 새로운 정부혁신의 기풍을 확산시킨 데 공헌한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시장과 민간 부문을 지나치게 이상화하는 반면 정부와 관료제를 지나치게 경시함으로써 민주행정 및 책임행정의 지향성과 갈등을 야기할 가능성이 많다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또한 정부관료제의 정체성을 무시하고 정부와 기업을 동일시해 기업의 경영 원리와 기법을 무비판적으로 정부에 이식시키려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유광호, 박기관, 『관료제론: 이론, 역사, 실제』, 대영문화사, 2007년, pp.120-121

결국 신공공관리론은 정부는 발전된 민간부문의 관리제도를 모방해야 된다는 4번째 모델, 즉 기업관리자 모델을 뜻하는 만큼, 자신이 민간기업 CEO출신임을 자랑하면서 공무원 병을 고쳐놓겠다고 벼르고 있는 이명박이 이 관점을 채택하고 있는 고위공무원단 제도를 버리기 힘든 것은 당연하다. 또한 이 제도는 노무현이건 이명박이건 대통령이 관료사회를 통제하고 개혁하는 데 더 유리한 수단을 제공한다는 점도 매력이다.

이렇게 살펴보면 노무현과 이명박은 대립하는 정당 출신이지만 정부조직에 관해서는 급진개혁파로서의 의외의 공통점을 표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의 연이은 집권은 우리의 정부와 공직사회를 보다 정치화 이념화하고 과거보다 더 정치적 연줄과 충성심을 제도적으로 강조하는 방향으로 이끌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A. 후기

이 글을 다 써놓고 나서 보니 무슨수를 써서라도 한반도 대운하 계획을 옹호하는 논리를 개발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김이태(46) 연구원의 양심선언이란 것이 요즘 논란이 되는 모양이다. 김 연구원은 정확히 말하면 고위공무원은 아니나 넓은 의미에서 정부관료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앞서 살펴본 공직자의 네 가지 모델 중 우리가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이 사건에 대한 우리의 평가는 판이하게 바뀔 수밖에 없다.

그는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대운하 계획 자체는 전문가의 입장에서 볼 때 말이 안 된다. 수질, 홍수 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반대론자들의 주장에 훨씬 공감이 간다. 누가 봐도 정부의 입장은 논리가 달린다. … 대운하는 국토해양부 장관이나 그 윗사람의 철학이지 공무원의 철학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즉 그는 기관전문가 내지는 공직자는 넓은 의미의 공익의 수호자로 행동(제2모델)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치집행부의 권한에 저항하는 정부관료제의 병폐(제3모델)에 대한 경고에도 들어맞는 사례이기도 하다. 이러한 테크노크라트들의 반란이 성공적으로 정무직들의 정책 주도권을 붕괴시킬 경우, 선출된 권력인 정치인들의 공약 같은 것은 사실상 무의미해 질 수 있어서 민주적 통치에 큰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또한 정무직과 테크노크라트들의 이러한 충돌이 똥고집을 부리는 이명박 정부의 문제일 뿐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다른 목소리를 냈다가 심한 불이익을 받은 국책연구기관 연구원들이 여럿 있었다. 예를 들어 국방연구원의 김태우 군비통제연구실장은 보직해임, 감봉, 정직 등 다수의 징계를 받았고, 통일연구원의 홍관희 선임연구위원도 징계 끝에 사임하였다.

이렇게 사건으로 터져나오는 단계까지 가진 않더라도 은근한 위협은 훨씬 많았던 모양이다. 정권이 교체되었으니 말이지만, 나도 국방연구원의 c모 박사와 저녁식사를 같이 하던 중에 자신도 청와대로부터 직접 '외부에 나가 그따위 개소리 하다간 어떻게 될지 알아서 생각해라'는 경고 전화를 받은 적이 있어 운신이 쉽지 않다는 고충토로를 들어본 적 있다. 나는 그에게 누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정권교체가 될 때까지는 이 이야기를 딴 곳에 옮긴 적이 없다.

각설하고 선출된 정치지도자들은 국민으로부터의 위임(mandate)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 위임이 얼마나 강력한 것이어야 하는지는 상당한 논란거리가 아닐 수 없다. 대통령은 당선된 이상 자신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정책에 대한 승인도 국민에게서 받은 것인가? 관료조직은 정치지도자의 결정 혹은 그것을 뒷받침하는 국민의 위임에 대해 어느 정도의 충성을 보여야 하는가? 선출된 권력에 충성하면서도 해야 될 이야기는 하는 것과 무엇이 옳은지를 자의적으로 판단해 노골적으로 항명하는 것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겠는가?

이처럼 대의민주정 국가에서 정치지도부와 이를 뒷받침하는 방대한 관료기구 간의 적절한 관계 수립과 정책결정과정은 고민해볼 요소가 많다.
by sonnet | 2008/05/26 12:41 | 정치 | 트랙백(1) | 덧글(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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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현실창조공간 at 2008/06/01 17:33

제목 : 쇼맨십과 커뮤니케이션을 모르는 두 대통령, 노무현과..
최근 들어 사랑받는 노무현, 미움 받는 이명박이라는 공식은 아주 기정사실화 되고 있습니다. 그래도 제 머리 속에 이들은 여전히 비슷한 부류로 남아 있습니다. 이들의 가장 큰 공통점은 둘 다 정통 정치인의 길을 걷지 않았음에도 둘 다 정치의 최고 지위에까지 올라섰다는 점, 그리고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예전 방식을 고집하고 있고 그것은 기존 정치 행태와 부딪히는 길이라는 점입니다. 둘 다 정당을 내치고 독선적인 길을 걷고자 하며 기존의 조직 구조를......more

Commented by bokrhie at 2008/05/26 12:52
고위공무원단 도입으로 인해서 점진적으로 '기수밀리면 옷벗는' 관행이 사라지고, 연공서열 구도와 부처이기주의가 무너질것으로 기대하기도 했나보더군요. 그런데 별로 그런 효과는 없었던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8/05/27 17:00
한국에 관해서만 말하자면 아직 시행 초기이니까 결과는 모르는 것입니다만, 외국 사례들을 보자면 이 제도가 정치적 통제력 강화를 제외하면 기대했던 효과는 잘 나타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하이버니안 at 2008/05/26 13:00
이제 옛 제2모델로 돌아갈 수는 없는 것인지... 다음 대통령이 누구든 무슨 성향이든 간에 강력한 권력의 도구를 내버릴 것같지는 않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8/05/27 17:19
저는 이런 생각도 해 봅니다. 권위주의 시대에 비해 대통령의 힘이 약해졌는데, 사실 사람들이 품는 대통령에 대한 기대는 하나도 줄지 않은 것 같다고. 그러니 역대 대통령들도 자신들에게 걸린 기대에 부응하려면 권력강화에 매진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부분적인 설명에 불과하지만 말입니다.
Commented by 리스 at 2008/05/26 13:14
결국은 case by case로 '사실'과 논리의 힘을 믿는 수밖에 없지 않나요. 그런 의미에서 정권에 대해 '대화가 안 된다'는 비판은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8/05/27 17:20
동의합니다.
Commented by sprinter at 2008/05/26 13:54
물갈이의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제외하면, 이러한 물갈이는 기존의 모든 정권에서, 즉 '고위공무원단'제도를 꼭 사용하겠다고 하지는 않았던 집단에서도 있었던 일 아닌가요? 이명박 대통령이 고위공무원단을 활용하고자 한다는 것과 현재의 상황을 꼭 연결해야 할 이유는 없을것 같습니다만.

실제 이명박씨는 240명을 갈아치우려고 하고 있습니다만, 본인이 '전문가'라고 인정한 집단에 대해서는 그렇지도 않습니다. 대표적인게 출연(연) 원장들인데, 사고를 쳐서 짤리거나 자연스럽게 퇴직할 타이밍의 사람들이 아니면 사표를 반려하거나, 반려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지만 정치인으로서 임명된 사람들은 모두 짤렸지요. 여기에서 4번을 확인할 수는 있겠습니다만, 그 이상은, 흐음...

이명박 정부가 관료집단을 보는 눈이 4번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저도 의문의 여지가 없이 동의합니다만, 그 이상에 대해서는 의미를 부여하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8/05/28 11:21
이 글은 연결이 강하지 않은 세 파트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대로 지난번 글(산하기관장 교체)을 가볍게 언급한 도입부와 이번 글의 본론(고위공무원단 분석)의 연결은 약합니다. 그럼 왜 이런 구조를 갖느냐...

저는 노무현 정부 당시 고위공무원단 제도가 도입될 때부터 이 제도는 관료조직에 대한 장악력을 강화하기 위한 시도라는 관점에서 보고 있었습니다. 외국 사례를 볼 때 이 제도의 유일한 장점이라고 볼 수 있는 구석이 거기 있는 것처럼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의 anything but Roh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가 살아남을 것이며 오히려 활용되고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합니다. 그 근거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말씀하신 이명박 노선이 갖는 NPM성향이고, 다른 하나는 관료조직에 대한 정치적 통제력 강화에 대한 집착입니다. 이 후자의 경향을 기관장 물갈이가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sprinter at 2008/05/28 19:17
저도 노무현 정부가 관료조직에 대한 장악력의 강화를 시도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합니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가 관료조직에 대한 장악력의 강화를 여전히 시도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동의하구요.

그렇지만 그 이전의 정부들도 마찬가지 시도를 했을텐데, 왜 고위 공무원단이라는 개념이 튀어 나왔는가, 라는 것에 대해서는 약간 부연설명이 필요한듯 합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8/05/29 21:19
한국의 행정조직 개편은 늘 해외사례의 벤치마킹이었다는 점에서 개념은 그 전부터 소개되어 있었던 거죠. 도입가능성을 따져 본 선행연구도 있었고.
문제는 총대를 매고 이것을 밀어붙일 만한 정치적 의지인데, 그 의지는 개혁의 대상이 관료조직이라는 강한 인식과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노무현 정부 초기의 중요한 인식 하나가 김대중 정부가 온건개혁을 표방하다가 관료조직에 밀려 개혁에 실패하고 급격히 보수회귀를 했으며 같은 실패를 반복하면 곤란하다는 것이었지 않습니까.
Commented by 안모군 at 2008/05/26 15:03
한국이 언제부터 제2모델을 완벽하게 유지한 적이 있었나요? 애시당초에 고위공무원단 클래스에 들어가려면 족보(KS니 하는 부류의)+정치력이 기본 베이스였죠. 발탁되려면 정치에 좀 영합해 준다거나 하지 않으면 안되었죠. 그게 좀 공식화된 결과랄까 그게 지금의 모양새라고도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관료집단이 공공의 완전한 대변자라긴 그렇지만, 요즘처럼 이해관계가 난립해 있는 상황에서는 관료 역시도 입장을 가질 여지가 충분하죠. 좀 극단적으로 말하면 상식을 가지고 몰상식을 치는 정도의 입장이랄까요. 실제 정치에서 들고 오는 보따리 내용물의 한 반절 정도는 기본상식이라도 있다면 "이게 뭐꼬!"소리가 나올만한 것들이 많아서 말이죠.
Commented by sonnet at 2008/05/28 11:37
굳이 분류하자면 그런 거지 그림같이 딱 맞아들어간단 이야긴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아무래도 일본에 비하면 2모델의 성격은 좀 떨어지죠. 하지만 3모델에 가깝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니까요. 미국의 엽관제 모델이 순수한 3모델 유형인데 이거와는 거리가 백만광년 아니겠습니까.

고위공무원단 급이 되면 강도의 차이는 있어도 어느 나라나 정치적 연줄은 필요한 것이긴 합니다. 그런데 제 생각에 한국이 일본식에서 멀어지기 시작한 점은 정권교체가 구체적인 경험으로 자리잡게 된 것과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일본의 자민당 1당 장기집권 체제 하에서는 정치적 줄대기가 상대적으로 개인적인 반면, 미국처럼 확고한 양당제 하에서는 당파성이 강조되는게 아닐까요.
Commented by 늑대별 at 2008/05/26 15:39
덕분에 공부 잘 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이런 쪽에는 제가 완전히 문외한인지라...^^
Commented by sonnet at 2008/05/28 11:21
네, 말씀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BigTrain at 2008/05/26 16:46
민주주의와 관료제, 공무원의 역할에 대해서 고민할 거리가 많군요.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과거로 대표되는 제2모델식의 전통이나 관념이 아직도 많이 살아남아있는 것 같은데, 현 정부가 그 저항을 어떻게 분쇄할 지 모르겠습니다. 타협할 사람으론 보이지 않는데 말이죠...
Commented by sonnet at 2008/05/28 12:57
뭐 공무원 사회도 일면 SES체제에 적응하고, 일면 물타기를 하려는 화전양면 대응으로 나오는 게 인간사회의 평범한 반응 아니겠습니까.
사실 한국의 고위공무원단은 정년 및 신분보장이 남아 있어서 미국의 SES보다는 좀 약한 형태이긴 합니다. 그러나 큰 방향을 SES쪽으로 잡았으니까 그런 세부적인 건 앞으로 강화되어 갈 수 있겠지요.
Commented by Alias at 2008/05/26 17:07
국방연구원 C모 박사라면 "차XX" 님? -_-
Commented by sonnet at 2008/05/28 11:41
기껏 이니셜 처리인데 이런 부담스러운 질문은 좀... (쓴웃음)
물론 1:1로 밥먹던 자리는 아니고 여러 명이 있던 자리였습니다.
Commented by 어부 at 2008/05/26 17:12
'정치인'으로서 기관장으로 들어간 사람을 교체하는 것은 사실 신임 대통령의 권한이기는 하죠. 얼마나 그에 따른 부수적인(불가피한) 문제를 줄이느냐, 그것이 현 상황에서는 문제긴 합니다. ^^
Commented by sonnet at 2008/05/28 13:08
예. 그런데 저 사람은 A당 시절에 임명된 사람이니 B당이 들어오면 당연히 다 빠져서 자리 비워줘야... 이런 게 상식화 되는 사회(3모델)와 정치색이 유별나게 짙지만 않으면 대충 살려서 쓰는 사회(2모델) 중 어느 쪽이 그 사회의 관례로 자리잡을지는 꼭 정답이 있는 문제는 아니니까요.
Commented by 이네스 at 2008/05/26 17:14
우리나라는 무슨 사상과 이념 정치의 무덤도 아니고 좋은게 들어오건 안좋은게 들어오건 다 막장화되니... 역시 3차대전만이!!!
Commented by sonnet at 2008/05/28 13:03
크... 귤과 탱자입니까.
Commented by 행인1 at 2008/05/26 17:33
최소한 어떤 '자유주의자'들은 만세 소리를 외치겠군요. 그리곤 곧바로 관료제 속으로 달려가겠지만.
Commented by sonnet at 2008/05/28 12:59
NPM은 결국 시쳇말로 바꾸면 공공분야의 신자유주의 개혁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Commented by lee at 2008/05/26 20:34
노무현 대통령도 그런 경향이 있었군요. 이사람이나 저사람이나...
Commented by sonnet at 2008/05/28 13:02
노무현이 물론 전두환 이런 시절과 같진 않지만, 일부 노빠들이 머릿속에 그리는 것처럼 무한한 인내와 자유를 허용한 그런 성군은 아니지요. 외교안보문제쪽 갈등은 김대중 시절보다 노무현 시절이 더 심했던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paro1923 at 2008/05/27 00:02
하긴, 정당은 달라도 그 출신 근본이 기존 정치 - 행정조직 '계통'에서의 아웃사이더였으니
결과적으로는 비슷한 시각을 갖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역시, 정치판은 복마전이군요.
(그런데, 어째 이 포스팅도 이오 아레나에 불펌당해서 괜한 덕밥 되는 건 아닌지... - 웃음)
Commented by sonnet at 2008/05/28 13:18
그런 측면에서 내각책임제의 장점 중 하나는 수상이 되기 전에 여러 포스트의 장관직을 거치면서 중앙정부 내각 안에서 수상이 어떻게 일하는지를 오랫동안 관찰하면서 정치-행정 사이의 경험을 자연히 쌓게 되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 중심제의 대표격인 미국의 경우 주지사 출신들이 대통령에 등극했을 때, 종종 중앙정치와 지방정치의 차이점에 적응을 못해 문제를 만드는 경우가 있는데, 서울시장도 그런 문제점을 품고있을 소지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Commented by 구들장군 at 2008/05/27 09:28
저도 잘 모릅니다만..
관료들이 정치인들의 말을 안 듣는 것이 민주적 정당성의 입장에서는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헌법학에서는 그걸 기능적 권력분립의 중요요소로 보기도 합니다(바로 그걸 위해서 공무원들의 신분을 보장해 주는 거라고 볼 수도 있죠).
공직개혁이 필요한 면도 있겠지만, 바로 그 개혁이 우리사회의 안전장치 가운데 하나를 무력화 시키는 면도 있다는 걸 생각해야겠죠.
그런 의미에서 소넷님의 [이들의 연이은 집권은 우리의 정부와 공직사회를 보다 정치화 이념화하고 과거보다 더 정치적 연줄과 충성심을 제도적으로 강조하는 방향으로 이끌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8/05/29 21:48
예. 그렇죠. 그렇기 때문에 최장집 같은 사람이 말하는 헌정주의가 민주주의의 확대를 가로막는(혹은 상충되는) 긴장관계에 있다는 주장을 평가할 때 특히 조심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Commented by JJH at 2008/05/27 14:38
국책 연구소의 연구원을 여기에 포함시키는 건 공무원의 범위를 너무 넓게 보신건 아니신지요... 특히나 국책 연구소의 존재 의의를 생각해 보면 말이죠.
여튼 덕분에 정말 좋은 글 보고 갑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8/05/29 21:44
예. 본문에서도 밝혔듯이 그것이 공무원의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정부와 그 산하 씽크탱크의 관계는 정책결정자와 정보기관(intelligence community; IC) 간의 관계와 유사한 측면이 있지 않나 하는게 제 생각입니다.
Commented by 액시움 at 2008/05/28 00:27
말을 들어도 문제, 안 들어도 문제;;
Commented by sonnet at 2008/05/28 11:22
예. 이런게 원래 그런 거죠. 그 중간쯤 어디에 적당히 있어야 하는 거지, 어느 한쪽으로 많이 치우치면 늘 문제가 되지요.
Commented by 정고서 at 2008/05/29 17:52
기술자로서의 회사생활에서 저 문제는 항상 발생하는데요. 기술자는 말을 들어서도 안되고 안 들어서도 안된다고 봐요. 그래서 전 반대의견을 피력하고 지시하면 따릅니다. 대부분 따른 결과는 제 예상대로지요. 저는 그것을 "실패를 구현한다"고 부릅니다. 보통 프로그램을 구현하는 업무가 달라지는 거지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8/05/29 21:25
기본적으로 동의합니다.
다만 민간기업이 아니고 사회적 파급력이 큰 문제를 주로 다루게 되는 공직의 경우에는 대중에게 이 문제의 파급성을 경고하기 위한 목적을 가진 항의성 사임이라는 선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선택을 하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공복임을 강조하는 제2모델에 가까운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싶군요.
과거에 이 문제를 다룬 포스팅으로는 http://sonnet.egloos.com/2899327 이 있습니다.
Commented by umberto at 2008/05/30 08:38
올리신지 꽤 지났지만 이제야 찬찬히 읽어 봤습니다. 어디까지가 관료의 양심이고 어디까지가 저항인가 라는 문제. 정부 수뇌부의 정책과 이념에 관료들은 어디까지 맞춰 주어야 하는가의 문제. 참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 주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구체적인 사안이나 정책에 대한 관료들의 의견 표명의 자유는 보장이 되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표현에 있어서 좀 더 부드러운 어법을 쓰는 것이 좋겠지요. 앞에서 인용하신 사례에서 보자면, NSC를 비판한 것은 몰라도 "노 대통령에게 투표한 사람은 김정일에게 투표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라는 것은 관료의 선을 넘어선 것 아닐까요? 김태우 연구원의 경우도 대화력전 문제는 명백히 구체적인 정책에 대한 비판이니 그것은 이해가 됩니다만, 당선자를 향해 안보관이 확실치 않다는 식의 표현은 역시 금도를 넘었다고 밖에는... 홍관희 연구원의 경우도 구체적인 정책을 가지고 논하는 것이 아니라 두루뭉실하고 막연한 적대감만 보입니다.

NSC가 탈레반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러 이러하므로 NSC가 위험하다 라는 논법을 구사하든지, 이러 이러하므로 노대통령의 안보정책에 염려되는 부분이 있다든지, 6.15선언에서 이러 이러한 부분들은 북한에게 이용당할 염려가 있다든지 하는 식의 논법이라면 이념의 차이를 떠나서 그 정도의 자유는 보장을 해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러한 기준은 노정권만이 아니라 당연히 이명박 정권에게도 똑같이 적용이 되야.... 반대로 생각해 보면 아무리 이명박이 싫다고 해도 공무원이 "쥐박이, 2MB"같은 표현을 쓴다면 한번 해보자는 소리나 다름이 없지요. ^^
Commented by sonnet at 2008/05/31 00:24
1. 사실 적절한 계선 상에 있는 관료의 발언이란 곧 정부의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거기서 정부 방침과 다른 이야기가 나오면 아주 곤란하겠죠. 그러니 내부토론에서는 몰라도 대외적으로 정부의 입장은 늘 단일하게 유지되어야 하는데, 이것이 결국 자기 생각을 반드시 공개적으로 펼쳐야 할 경우 항의성 사임 외에 다른 답이 없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2. "… 김정일에게 투표한 것이나 마찬가지"는 술자리에서 나온 이야길 누가 고변해 바친 것이 마지막에 숙청의 명분이 된 것일 뿐이고, NSC와 외교부 간의 갈등은 그런 이야기가 나오기 전부터 공식 채널 상에서 계속 있었던 것이지요. 김태우 박사나 홍관희 박사의 경우도 사실 저기 나온 링크들은 제 이야기를 독립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출전을 제시하기 위해 든 것 뿐이고, 배후의 이야기는 더 다양하고 뿌리 깊은 것입니다.

3. 결국 정책결정을 위한 내부 토론과정(policy process)이 다양한 견해를 적절히 검토 수용할 수 있도록 건전하게 관리하는 것은 고위 정책결정자들에게 상당한 자질이나 노력이 요구되는 일인 것 같습니다. 내 입맛에 맞는 이야기만 골라듣기란 너무나 쉬운 일이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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