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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물통 쟁탈전
근래 다음과 같은 일련의 뉴스가 내 눈길을 끌고 있는 중이다.

경제 인문 사회
‘재신임 관행’이냐 ‘사퇴 강요’냐 (문화일보, 2008년 4월 30일)
19개 국책연구기관장 일괄사표 제출 (연합뉴스, 2008년 4월 29일)
정부출연연구소(과학기술 등)
출연硏 기관장 일괄사표 배경은? (연합뉴스, 2008년 4월 25일)
금융공기업
금융공기업 기관장 사표제출 잇따라 (연합뉴스, 2008년 4월 15일)
복지부 산하(건강보험, 국민연금 등)
복지부 주요 기관장들 사표 (조선일보, 2008년 3월 26일)

사실 이 문제는 좀 더 온건하게 생각한다면 기관장들의 임기만료를 기다려 차례차례 취향에 맞는 사람을 임명할 수도 있을 텐데, 장관과 총리급에서 공개적으로 압박의사를 표명해 가며 전례없이 표독하게 몰아치고 있어서 구설수에 오른 것이다.

이러한 흐름을 듣고 떠오른 이야기는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사실 시간이 오래 흘렀어도 설명력이 퇴색하지 않는 것이 고전의 장점이라면 장점이 아니겠는가.

(굵은 글씨는 원저자, 붉은 색 강조는 인용자)
오늘날의 정당 지도자들이 충성봉사의 보상으로 배분하는 것은 정당, 신문사, 협동조합, 의료보험, 지방자치단체, 국가기관 등에 있는 모든 종류의 관직들입니다. 정당간의 모든 투쟁은 본질적 목표를 위한 투쟁일 뿐 아니라 관직 수여권을 위한 투쟁이기도 합니다.

예컨대 독일에서 지방분권주의자와 중앙집권주의자 간의 모든 투쟁은 어느 파가, 즉 베를린파, 뮌헨파, 칼스루에파, 그리고 드레스덴파 중 어느 파가 관직 수여권을 장악할 것인가를 두고 벌어지는 투쟁입니다. 정당들은 관직 참여에서 뒤지는 것을 자신들의 본질적 목표를 배반하는 것보다 더 심각하게 받아들입니다. 프랑스에서는 당 정책에 의한 지방장관의 교체가 정부의 정강 수정보다 더 큰 변혁으로 간주되고, 또 더 큰 소동을 야기했습니다. 실제로 정부의 정강은 순전히 상투어들의 나열이라는 의미밖에는 가지지 못했습니다. 많은 정당들, 특히 미국의 정당들은 헌법 해석에 대한 과거의 대립이 사라진 후에는 순전히 관직사냥 정당이 되어버렸으며, 따라서 이들은 자신들의 핵심적 정강도 득표 가능성에 맞추어 바꾸어 버립니다. 스페인에서는 최근까지도 상부에서 조작한 <선거>라는 형태를 빌려 양대 정당이 관습적으로 정해진 주기에 따라 서로 정권교체를 했는데, 이것은 자신의 추종자들에게 관직을 보급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스페인의 식민지에서는 이른바 <선거>라는 것도, 또한 이른바 <혁명>이라는 것도 그 목적은 사실은 국가의 여물통을 차지하는 것입니다. 승리자는 이 여물통에서 관직이라는 사료를 얻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스위스의 정당들은 비례대표제를 통해 관직을 서로 사이좋게 할당합니다. 그리고 독일의 상당수 <혁명적> 헌법초안들, 이를테면 바덴의 1차 헌법초안은 이 관직할당체제를 장관직에까지 확대하고자 했는데, 이것은 국가와 국가관직을 순전히 봉급자 부양기관으로 취급하겠다는 것입니다. 특히 가톨릭 중앙당은 바덴에서 이 초안을 열렬히 지지하면서 업적에 관계없이 종파에 따라 관직을 비율대로 배분하는 것을 심지어 강령으로까지 만들었습니다. 관료제가 일반적으로 관철됨에 따라 관직의 수가 증대하고, 각별히 보장된 생계수단의 한 형태로서의 관직에 대한 수가 증대하면서 모든 정당에서는 상기한 경향이 강화되고 있으며 당원들은 점차 정당을 그런 식으로 생계를 보장받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여기게 됩니다.

Weber, Max, Politik als Beruf, 1919
(전성우 역, 『직업으로서의 정치』, 나남출판, 2007, pp.43-44)
by sonnet | 2008/05/10 00:16 | 정치 | 트랙백 | 핑백(2) | 덧글(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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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a quarantine sta.. at 2008/05/26 12:41

... 앞선 글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집권 후 임기가 있는 각종 기관장들에게 압력을 가해 일괄사표를 거두고 있는 현황을 짧게 다루었는데 이 현상은 의연히 계속되는 듯 싶다. 정부가 공 ... more

Linked at 玄武 서식지 2호 : KSTA.. at 2008/07/06 02:33

... 책연들이 짤리면 음모론이 맞겠지만, 소장이야 뭐... 그러고보니 대전 갔을 때 ADD도 이취임식 하고 있었는데 그건 관계 없으려나. 그건 그렇고 MB한테 떡고물 받는 쪽이나 주는 MB쪽이나 뭐가 그렇게 급하다고 일괄사표를 그리 급하게 받아 떡밥을 스스로 제공하는지,... 돈도 많은 사람들이. -_-; ps. 근데 심시티에 나오 ... more

Commented by 나츠메 at 2008/05/10 00:34
sonnet 님/
1. 앞으로도 고전 인용을 통한 쉬운 설명 부탁드릴게요. (꾸벅)

2. 질문이 있습니다. 정부출연 연구소 등의 연구소의 장들이 바뀌면, 연구소의 정책이라던가 연구 목적`방향 등이 크게 영향을 받나요? 그게 기관장들 좀 바뀌어도 생관없으리라 생각되네요.
Commented by あさぎり at 2008/05/10 00:34
역시 정권획득의 목적은 먹음직스런 밥통을 확보하는데 있군요. OTL
Commented by 어부 at 2008/05/10 00:35
역시 촌철살인이십니다 -.-
Commented by 홍월영 at 2008/05/10 00:45
과연 납득이 가는군요.
Commented by paro1923 at 2008/05/10 00:52
빨간 글 부분, 정말 정곡이군요.
솔직히, 윗분들 정도면 몇 달 날백수로 지낸다고 굶어죽을 분들도 아닌데
뭐가 그리 급해서 사서 평지풍파를 일으킨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 덕분에랄까, 국민들이 정치에 방심할라 치면 터져 주는 이벤트(?)에
다시금 눈 부릅뜨게 만들곤 해 주는 점 하나는 좋지만서도... (...)
Commented by Belphegor at 2008/05/10 01:03
나츠메님// 우리나라의 제일 큰 문제는 임기내 한거니즘입니다(...고유명사...겠죠?) 때문에 '장'들이 바뀔때 마다 중요 추진 사업이나 환경 조성 사업들이 '유효성과는 무관하게'바뀌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전임자의 일을 이어받아서 성과를 올려봤자 전임자의 업적이 되니까요.

sonnet님// 역시, 30%의 파이를 먹어서 1억을 버는것보다 100%의 파이를 먹어서 5000만원을 버는게 더 인정받으니까요. 액수보다는 파이의 크기가 더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Commented by lee at 2008/05/10 01:18
'전시행정'이 그걸 말하는 거군요. 그냥 좀 참으시지...
Commented by 누렁별 at 2008/05/10 01:22
요즘 2MB 일당의 행보는 민선정부 보다는 막 쿠데타를 성공한 군사정부 같습니다. 인재가 없다고 징징거리면서, 직업관료들을 포섭해야할 마당에 적대시하는 심보는 뭔지 모르겠습니다. 듣보잡 뉴라이트들한테 바랄 능력도 없고. 아무래도 오래 못 갈 것 같아요.
Commented by 그람 at 2008/05/10 02:00
백년 가까이 지나도록 사람은 변하지 않았다는게 슬프군요.
Commented by Crete at 2008/05/10 02:27
1919년의 막스 베버의 저서...-.-;
100년이란 세월을 관통하는 진리가 이렇게 슬픔을 줄 줄이야....
그들에게 조그마한 여유를 바라는게 너무 큰 요구일까요? 막말로 이번 정권이 평균작만 해도 차기 정권은 여전히 보수정당의 차지가 될 것 같은데. 뭐가 그리 맘이 급한지...
Commented by 애독자 at 2008/05/10 08:34
이번 글에서 감히 가장 멋진 곳을 꼽으라면......저는 제목이라고 하겠습니다.
Commented by 라피에사쥬 at 2008/05/10 08:40
다음에 차지할 여물통은... 국방/외교 입니까[..]
Commented by 길 잃은 어린양 at 2008/05/10 09:08
인사청탁을 받은 링컨이 못 박을데는 정해져 있는데 못은 남아돈다고 한탄했다는 고사가 떠오르는군요.
Commented by 액시움 at 2008/05/10 15:28
그런데 생계 어쩌고 해도 당장 먹고사니즘에 휘둘릴 양반은 없을 것 같은데요. -_-;
Commented by 三天포 at 2008/05/10 16:08
우리나란 윗분들이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으니

봉급보단 뒷돈 돌리기 쉬운 여물통인가요
Commented by 리스 at 2008/05/10 17:20
선거란 공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고, 공권력은 애초 왕권에서부터 시작했으며, 왕권이란 결국 대중으로부터 강제로 세금을 걷어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권리이니까.. Max Weber가 엽관제를 혐오하고 직업 관료제를 선호했던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겠죠.

그러나 직업 관료제는 세월이 지남에 따라 스스로 이익집단화되니 오히려 '도로 엽관제'가 효율적(!)이라는 말조차 나오고.. Nothing is perfect입니까, 아니면 무정부주의?
Commented by 행인1 at 2008/05/10 22:01
고전의 힘을 깨닫고 돌아갑니다....
Commented by at 2008/05/11 18:08
정치권 인사들은은 선거를 '확률 높은 로또'라고 하더군요.
선거 기간 몇 달 동안만 캠프에서 열심히 봉사(?)하면 국회의원, 공공기관 수장은 물론 감사 등 각종 좋은 자리를 따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말이지요.
이번 선거전은 유달리도 일찌감치 승자가 결정되다시피 해서 그 밑에 로또를 바라고 달려든 사람들이 어마어마하다지요. 그래서 이렇게 무식할 정도로 일괄 사표를 받고 심지어 민간연구소 소장까지 물러나라고 압력을 가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그람 at 2008/05/11 21:43
'당파는 싸움에서 생기고 그 싸움은 이해에서 생기니 이해가 절실할수록 당파는 심해진다. 가령 열 사람이 모두 굶고 있는데 한상의 밥을 같이 먹게 되었다고 하자. 밥도 다 먹기 전에 반드시 싸움이 일어날 것이며,왜 싸우냐고 하면 건방졌다거나 손을 쳤다거나, 말이 불손했다거나 할 것이다. 그리하여 모르는 사람은 싸움이 말이나 손짓에서 비롯했다고 생각하나 실상 문제는 밥에 있는 것이다. 가령 그럴 때 여러 사람에게 각기 한 상씩 차려주면 의좋게 먹을 것이 아닌가? 요는 배고픈 사람은 많고 밥은 한 그릇밖에 없는 데에 문제가 있는 것이며, 싸움은 가지각색의 구실과 더불어 그칠 줄 모르는 것이다.'

-성호 이익-

100년이 아니라 200년이 넘도록 안 변했군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위인들은 통하는게 있고 사람들은 그대로 인 듯 합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8/05/12 08:28
나츠메/ 기관의 설립목적 같은 것까진 손 못대더라도 기관장이 바뀌면 영향이 꽤 있죠.

あさぎり, 홍월영/ 그게... 그렇고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어부/ 고전치고는 표현이 꽤나 자극적이지 않습니까 (쓴웃음)

paro1923/ 논공행상을 기다리는 부하들이 쉴새없이 채근을 하고 있을 것 같지 않습니까.

Belphegor/ 먹을 수 있는 건 좀 기다렸다 먹는다 이런 생각을 전혀 못하는 것 같습니다.

lee/ 자제력을 바랄 상대가 아닌 것 같습니다. 적어도 자율적으로는요.

누렁별/ 일을 엄청 거칠게 하고 있다는 것은 저도 동감입니다. 왜 반발이 이렇게 심하게 나타나는지 그 원인 중 적어도 일부는 스스로에게 있는 것이 아닌지를 고민해 보는 대신, 모두 나를 음해하려는 세력의 음모라는 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는데 이건 원...

그람/ 동감입니다.

Crete, 액시움, 三天포/ 99개 가진 사람도 1개를 포기하지 못하는 게 욕심많은 인간의 생리 아니겠습니까.

애독자/ 하하

라피에사쥬/ 그쪽은 아직도 어떤 이니셔티브가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외국에서 2mb는 국내정치 지향형 정권이 될 것이라는 예측을 거론하는 걸 본 기억이 있는데, 정확히 짚은 것 같습니다. 좋든 나쁘든 쉴 새 없이 몰아치고 있으니.

길 잃은 어린양/ 으하하 멋진 이야기입니다.

리스/ 미국의 SES 도입 같은 것이 사실 엽관제적 성격을 재도입한 것이라고 볼 수 있지요. SES관련 이야긴 다음 포스팅에 다뤄 보든가 하겠습니다.

행인1/ 아 예.

펄/ 음. 언론 쪽에서도 그렇게 보고 계시군요. 여물통 외의 동기가 있다면 권력(장악력) 극대화를 원하거나 필요해서라는 가설을 세워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람/ 역시 선인들이 다 알고 계셨던 일인 것입니다!
Commented by wally at 2008/05/14 16:56
이른바 국책연구소의 장이 바뀌면 핵심연구원들까지 물갈이되고 잘 진행되던 프로젝트 없애고 새로운 것 시작하는 것...흔한 일입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8/05/18 18:49
wally/ 그렇습니다. 사실 그게 안된다면 그 기관은 임명권자나 상위기관의 통제에서 완전히 벗어난 자율적 조직이 되는 셈이니 그것은 그것 대로 심각한 문제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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