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개론을 진지하게 생각하시는 여러분에게 올리는 포스트(카카루)에서 필자는 소위 '국개론'이 진지한 주장이 아니니까 진지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그것이 어떤 함의를 가질 수 있는지는 다음과 같은 현상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스탠포드 대학의 심리학자 Philip Zimbardo는 1969년 깨진 창문 이론을 시험한 몇 가지 실험결과를 공표했다. 번호판을 떼어내고 본네트를 열어둔 채로 둔 승용차를 브롱크스와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에 각각 세워두었다. 브롱크스에 놓아둔 차는 10분도 지나지 않아 "파괴자들"에 의해 습격당했다. 처음 손을 댄 것은 아빠, 엄마, 어린 아들로 이루어진 일가족으로 라디에이터와 배터리를 가지고 가버렸다. 24시간 후에는 가치있는 물건은 몽땅 사라져 버렸다. 그 후 무작위적인 파괴가 시작되었다. 창문은 깨지고 의자 커버는 찢어지고 온갖 부속이 떼어지고 그리고 어린이들의 놀이터가 되어버렸다. 대부분의 어른 "파괴자"들은 번듯해 보이는 백인이었다. 한편 팔로알토에 놓아둔 차 쪽은 일주일 이상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았다. 이 때 짐바르도가
망치를 휘둘러 몇 군데를 부수어 놓았더니 곧 지나가던 사람들이 끼어들기 시작했다. 몇 시간 후 차는 뒤집히고 완전히 파괴되었다. 여기서도 "파괴자"는 멀쩡해 보이는 백인이었다.
방치된 물건은 평소에는 법을 어기는 일 따위는 생각해본 적도 없는 스스로 준법정신이 투철하다고 믿던 사람들에게도 재미나 약탈을 위해 날뛸 절호의 기회를 제공한다. 차의 유기, 절도, 파괴가 일상적으로 일어나며,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 것이 뻔한" 브롱크스의 혼란스러운 지역사회 분위기가 차분한 분위기인 팔로알토보다 파괴를 훨씬 빠르게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는 신호를 보내는 행동에 의해 상호존중의 분위기와 질서를 지키려는 풍조가 흔들렸을 때 파괴는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Wilson, James Q. and Kelling. George L.,
BROKEN WINDOWS: The police and neighborhood safety, Atlantic, March, 1982
이런 행동양태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방정리를 조금 미루기 시작했을 때 겪게되는 경험과 일맥상통한다. 또한 여러 다른 업계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발견됨이 잘 알려져 있다.
깨진 창문오랜 기간 수리하지 않고 방치된 창문 하나가 거주자들에게 버려진 느낌을 스며들게 한다. 당국자들이 그 건물에 별 관심이 없다는 느낌 말이다. 그래서 다른 창문이 하나 더 깨진다. 사람들은 이제 어지르기 시작한다. 낙서가 등장한다. 심각한 구조적 손상이 시작된다. 꽤 짧은 시간 안에 소유주가 그걸 고치려는 의지를 넘어설 정도로 건물이 손상되고, 결국 버려진 느낌은 현실이 되어 버린다.
……
깨끗하고 잘 기능하는 시스템들이 일단 창문이 깨어지기 시작하면 급속도로 악화되는 것을 많이 보아 왔다. 소프트웨어의 부패에는 다른 요인들도 있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다른 곳에서 다루겠지만 방치는 다른 어떤 요인보다도 부패를 더 가속시킨다.
……
깨진 창문 하나는 - 조악한 설계의 코드, 형편없는 경영상의 결정 등 프로젝트 기간 동안 팀이 동고동락해야 하는 것들 - 내리막길로 가는 첫걸음이다. 깨진 창문이 꽤 있는 프로젝트를 한다면, "나머지 코드가 전부 쓰레기니까 나도 그렇게 하지 뭐."라는 사고로 빠져들기 너무도 쉽다. … 같은 맥락에서, 코드가 청순할 정도로 아름다운(깨끗하고, 잘 설계되었으며 우아한) 프로젝트와 팀에 여러분이 속해 있다면, … 별도의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서 엉망으로 만들지 않도록 노력할 확률이 높다. 비록 불길이 일어날지라도 (데드라인, 출하 날짜, 시사회 데모 등)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첫째 사람이 자신이 되는 것만은 피하려 한다.
Hunt Andrew, Thomas David,
The Pragmatic Programmer, Addison-Wesley, 1999
김창준, 정지호 역, 『
실용주의 프로그래머』, 인사이트, pp.35-37
국개론은 기본적으로 대의민주정에 대한 정면 공격이나 다름없다. 다수결의 가치를 폄하하는 한편, 개XX들이 결론을 좌우하는 통치체제의 대안, 예를 들면 민주정을 위협하는 매우 위험한 생각 중 하나인 수호자통치(관대하고 우수한 엘리트들이 멍청한 대중을 대신해 통치해주면 좋다는 주장)을 공공연하게 토로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한다.
이 때, 이를 우려한 합당한 반론에 대해 내가 찌질거릴 건데 네가 무슨 상관이냐고 쏘아붙여 견제를 효과적으로 무력화한 다음 이런 생각을 계속 퍼트려나가면 어떻게 되겠는가? 깨진 유리창이 급속히 늘어나지 않겠는가?
정치나 사회현상에서는 숫자가 큰 힘을 갖는다. 설령 내용이 전혀 진지하지 않아도, 일정 수 이상의 사람이 심정적으로 동조하는 현상은 누가 뭐래도 의미있는 사회현상이다. 이를 우습게 보고 마땅히 진지하게 대응해야만 할 일을 게을리하면 후에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주깨진 유리창을 일소하듯이 경범죄 단속에 힘쓰는 것이 중범죄 예방에 효율적인 전략이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좀 있다. 하지만 이것은 확산현상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며 잘못 관찰된 것이라는 유형의 논박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