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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의 수('모델의 선택' 보론)

앞선 글 모델의 선택에 붙어있던 그림에 대해 많은 분들께서 "출입구를 더 뚫으면 되지 않느냐"는 의견을 제시해주셨기 때문에 간단히 보충해 보기로 한다.

하나의 출구만 있는 것처럼 그려진 극장


사실 이 그림을 그릴 때 참고한 도면에는 (실제의 극장이 당연히 그렇듯이) 출입구가 여럿 있었다. 그것을 도해를 그리는 과정에서 다 지워버리고 한 개만 존재하는 것처럼 간략화시켜 그린 것이다.

그렇게 한 이유는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는 이러한 생략이 합리화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운전자들이 특별히 선호하는 출구가 있는 톨게이트


이 그림과 같은 상황에서는 실제로는 출입구가 여러 개 있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출입구가 한 쪽 구석에 하나만 존재하는 것과 흡사하게 동작하게 된다. 현재의 대학입시란 이런 식으로 동작한다는데 대부분 동의하시리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출구가 하나만 있는 것처럼 간략화시켜 그려도 원래 상황을 많이 왜곡하지는 않는 것이 된다.

지난번 글에서 지도의 비유를 들며 언급했듯이 모델은 반드시 상당한 생략과 압축이 따르게 된다. 앞서 이용했던 '불 난 극장' 대신 이번처럼 '톨게이트'를 제시했더라면,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인상은 많이 달랐을 것이다. 출입구의 수에 비례해 혼잡이 완화될 것인가를 생각해보기 위해서라면 톨게이트가 좋겠지만, 출구 통과를 놓고 벌어지는 필사적 경쟁의 속성을 묘사하는 힘은 많이 부족했을 것이다. 결국 각각의 비유는 강조점이 다르다.

'불 난 극장'에서는 사실 어디로 나가든 나가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대학입시에서는 (늦어지는 것을 감수하고) 재수, 3수를 해 가면서라도 특정 출구로 나가려는 강렬한 선호가 존재한다. '불 난 극장' 비유를 쓰면서 모든 것을 한 번에 설명하기 위해 출입구도 여러 개 달고 왜 특정 출입구를 그렇게 선호해야하는지 말로 구차한 설명을 만들어 붙이기 시작하면 설명력만 훼손될 뿐 아닐까?


참고했던 원래의 극장 도면


by sonnet | 2008/04/20 23:56 | 정치 | 트랙백 | 덧글(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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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2071 at 2008/04/21 00:08
사실 그러면 구차해지는게 맞지요. -_-;;;
Commented by paro1923 at 2008/04/21 00:31
코끼리는 코끼리인데, 눈 감고 만지기에 따라
통나무냐 밧줄이냐 야자잎이냐 결론이 제각기...
('눈을 뜨면' 제일 좋긴 한데, 논리의 세계에선 이게 또 어려운 선결과제...;;;)
Commented by vvin85 at 2008/04/21 01:14
극장모델에서는 종국에는 모두가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이 있지만, 현실에서는 누군가는(사실 대다수) 극장 안에 남아있어야 하니까요.
Commented by 보리차 at 2008/04/21 02:23
맞아요. 전제를 물고 늘어지면 논점이 흐트러질 수밖에 없을 텐데.
모델이란 게 일종의 비유법임을 간과하면 안 될 테지요.
Commented at 2008/04/21 09:3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zImage at 2008/04/21 11:35
사람들도 실제로 "선호되는 출구" 를 늘리자는 이야기였겠죠...
Commented by ... at 2008/04/21 14:08
톨게이트 입구에 따라 제한속도 및 각종 위반 사항의 처벌 정도가 결정된다고 보면 되겠지요
Commented by 랄랄라 at 2008/04/21 15:45
웃.제가 원하던 답변이네요.평소 막힐때 이런식으로 대답할걸 하는
Commented by DaCapo at 2008/04/21 23:47
모델(또는 비유)에 의한 설명에 대해 종종 등장하는 태클이 그런거죠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고 말하면
"왜 일찍 일어나는 벌레는 잡아먹혀야 하느냐"고 반문하는 식으로 말이죠.
Commented by Ha-1 at 2008/04/22 08:13
역시 최고는 파이 모델이... 선빵자는 '더 많이' 먹을 수도 있고, 결국 못 먹을 수도 있고...
Commented by ranigud at 2008/04/22 10:23
[실제로 선호되는 출구]를 만들면야 좋겠지만, 과연 그게 정말 [선호되는 출구]가 될지 어떨지는 만들기 전까지는 모르는 일이니까요.
Commented by 액시움 at 2008/04/22 12:07
극장 모델에서는 '일단 나가기만 하면' 확실하게 살 수 있지만, 현실에선 그렇지 못하죠. -_-;
Commented by Lucifer at 2008/04/22 13:21
이제는 출구를 잘 골라 나가도, 그 다음이 불확실한 시대니...
Commented by FrostB at 2008/04/22 15:49
불난 도로 모델은 어떨까요.
뒤에서 불이 번져오고 있고 사람들은 일단 톨게이트를 빠져나가야 하지만 선호하는 톨게이트는 하나둘...
Commented by sonnet at 2008/04/23 12:35
2071/ 예.

paro1923/ 그 부분적인 관찰의 결과를 통합하는 게 학문적 재능 혹은 역량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vvin85/ 극장도 사실 다 나갈 수 있다는 보장은 없는 것 같습니다.

보리차, DaCapo/ 예,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다만 저런 식의 생략을 했을 경우, 필요할 경우에는 왜 생략했고 그것이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는지를 설명해 줄 준비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것까지 거부하면 불리한 증거는 모두 재갈을 물리고, 유리한 것만 긁어모아 이론이랍시고 내놓는 경향이 너무 강해질 수 있어서요.
이럴 때 질문을 던지는 바람직한 방법은 생략된 요소가 사실은 '내가 제시하는 모종의 메커니즘을 통해' 모델의 적실성을 위협할 수 있을만큼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는데 왜 굳이 생략했는가를 지적하는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비공개/ 잘 돌아오셨구랴.

bzImage/ 그 답은 그럴듯하지만, 너무 결론에서 가깝다는 게 문제입니다. 답을 적으라는 문제에 대해 '정답'이라고 적는 격이거든요.

.../ 예. 뭐 굳이 이유를 적진 않았지만, 뭔가 좋은 점이 있다고 충분히 생각할 수 있지요. 구 공산권에서는 뭔지 몰라도 상점 앞에 줄이 길면 일단 서볼 가치가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으니까요.

랄랄라/ 도움이 되었다면 다행입니다 ;-)

Ha-1/ 저는 제일 중요한 문제를 다루려면 병목이 눈에 잘 보이는 모델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ranigud/ 그렇죠. 그렇게까지 아주 입맛에 딱딱 맞게 처방을 내려줄 수 있느냐 하는 건 사실 회의적이죠. 제도개혁이라는게 큰 틀을 바꾸는 것일 뿐, 제도라는 틀을 바꾸어도 그 안에서 구성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예측하기 무척 어려우니까요.

액시움, Lucifer/ 사실 그 문제는 인생 전반에 있어서 대학입시라든가 취업 등 몇 번의 병목구간에서 반복되는 경향이 있는데, 대학입시 하나를 따로 떼어놓고 생각하는 건 범위설정으로 그렇게 나쁜 것 같진 않습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극장에서 빠져나가도 훗날 다른 극장에서 또 불이 날 수도 있는 거고, 톨게이트도 또 다음 톨게이트가 나올 수 있는 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FrostB/ 조금 인위적인 것 같지만... 그런 식으로 지금까지 나온 모델들을 통합해 보는게 앞선 글에서 말한 '모델을 갖고 노는'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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