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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노베이션 신화의 진실과 오해

이 블로그에 들리는 분들은 내가 평소 기술론(내지는 기술발전론)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음을 짐작하시리라고 생각한다. 내 평소 생각은 예를 들어 보수적 변화는 왜 우월한 진보전략인가, 사례연구1. 빠른 기술진보는 기술도입을 늦춘다? 등의 글에 잘 드러나 있다.

다음 책은 출간 직후부터 관심을 갖고 있던 것인데 마침 이글루스 렛츠리뷰 프로그램을 통해 읽어볼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협찬에 감사드린다.



이노베이션 신화의 진실과 오해 - ★★★★
Scott Berkun 저, 임준수·서상원 역 / 한빛미디어 간


총평

이 책은 기본적으로 이노베이션(Innovation; 혁신)이 실제로는 영감을 받은 혁신가에 의한 영웅적인 활동이라는 통속적 이미지와 매우 다르다는 것을 다양한 사례들을 들어 역설하면서, 그렇기 때문에 혁신을 달성하려면 이러한 통속적인 이미지가 가져오는 여러가지 함정을 피하고 바른 길을 찾기 위해 조심해야 할 점이 많다고 주장한다. 또한 실질적으로 혁신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혁신을 가로막는 여러가지 장애의 유형을 해설하고 이들을 우회하기 위한 몇 가지 실용적인 지침을 소개한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적절한 내용을 쉬운 글로 잘 정리한 좋은 대중서이다. 호의적으로 추천할 만하다. 다만 이 책이 역설하는 '이노베이션 신화'란 이 주제에 대한 글을 어느 정도 수집해 본 나 자신에게 참신하지는 않았다. 평소 내 관점을 지지하는 추가적인 보강사례들을 많이 담은 사례집을 하나 입수했다는 느낌이다.


더 읽을거리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쉽게 읽히기 위해 기획된 책이면서도 책에서 소개된 사례들의 출처와 책을 쓰는 동안 참고한 책들을 소개하는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놓았다는 점이다. 이런 측면은 딱딱해 보인다는 이유로 대중서에게 종종 생략되는데, 그 결과 대중서를 통해 해당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그 딱 그 수준의 이해에서 정체되어 버리는 큰 원인 중 하나이다.

내 경우 이 책에서 소개한 책 중 『Diffusion of Innovations』는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참고문헌 중 내가 읽어본 책 으로는 『Sociology of Invention』(S.C. Gilfillan)과 『The Evolution of Technology』(George Basalla)가 괜찮은 책이었다고 말해줄 수 있다. 후자는 번역본도 있다.


비평적 시각

내용은 전반적으로 지지할 수 있는 것이나, 전혀 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이 책이 취한 혁신의 개념 정의 때문에 혁신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 있어 약간의 순환적인 문제를 내포하고 있음을 지적할 수 있다.
"제10장. 이노베이션은 항상 좋다"(반어법)에서 저자는 혁신이 그 본질상 결과를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성격을 갖고 있어서 좋은 점과 나쁜 점이 같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책의 기본적인 기조는 그래도 사회진보를 이루어내는 혁신의 장점을 옹호하고, 혁신가들의 혁신시도의 성공을 돕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기억하는 대부분의 혁신은 과거에 성공한 소수에 불과하다. 실패한 혁신 시도의 절대 다수는 잊혀진다. 이 점을 고려하면, 승자 즉 성공한 혁신들에서만 결과를 취한 분석은 상당한 selection bias의 문제를 갖게 된다. 즉 성공사례만 분석한 후 장점이 많다는 결론을 낸 셈이다.
이 점을 의식하게 되면 좌절된 혁신시도에 대한 평가가 변하게 된다. 혁신 시도의 좌절은 언제나 수적으로 훨씬 많기 마련인데, 이것이 과연 단순히 안타까운 일로만 치부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런 좌절된 혁신시도들이 걸러지는 과정 자체가 혁신의 총체적 결과를 장점이 더 많게 만드는 주요한 요소라고 볼 수 있지 않겠는가?


번역과 오류

전반적으로 번역은 매끄럽고 읽는데 별 무리를 느끼지 못했다. 눈에 띄는 번역 상의 몇 가지 오류는 다음과 같으며 가능하면 다음 판에 반영될 수 있으면 더 좋겠다.

* 스팀 엔진(p.102) : 이것을 증기기관으로 번역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 Saving Throw는 롤 플레잉 게임에서 쓰이는 용어로, 능력이나 마술적인 힘에 영향을 받는 특정한 비율의 이길 확률을 가진 캐릭터를 의미한다.(p.108) : "롤 플레잉 게임에서 쓰이는 용어로, 게임상의 어떤 인물이 독이나 마술에 걸렸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주사위를 굴리는 행위 또는 그 확률을 말한다."라고 번역하는 것이 좋을 듯.
* 밴 브라운(p.163) : 각주를 보고서야 누구인지 알았다. 폰 브라운(Wernher von Braun). 덧붙이면 각주에는 Wernher의 철자가 틀려 있다.


끝으로

끝으로 이 책의 의도되지 않은 활용법 한 가지에 대해 지적해 두고자 한다.
이 책은 세상 사람들은 창의적인 혁신을 좋아할 거라는 생각은 천진난만한 착각이라고 지적한다. 많은 보통 사람들에게 있어 혁신은 그들의 지금까지 계속되어 온 성공적인 삶을 잠재적으로 위협하는 정체모를 것일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혁신가의 친구 입장에서, 이러한 자연스럽게 적대적인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조언을 여러 가지 제공한다.
이 책을 고른 당신은 아마 혁신가가 되는데 상당한 관심이 있는 사람이겠지만, 인생 전체를 걸쳐 혁신가로만 살수는 없을 것이다. 당신도 지켜야만 할 기성의 가치나 질서를 많이 갖고 있거나 갖게 될 것임에 틀림없다. 때때로 어느 혁신가에 의해 당신의 인생이 위협받는다고 느낄 때, 적대적인 환경을 자연스럽게 이용해 위협을 좌초시키고 격퇴하는 다채로운 방법을 떠올릴 수 있다면 책의 가치는 두 배 이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혁신에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측면이 공존함을 주장한 저자라면 자신의 책도 그럴 수 밖에 없음을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렛츠리뷰
by sonnet | 2008/03/27 09:53 | | 트랙백 | 핑백(1)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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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쿨짹 at 2008/03/27 10:03
잘 읽었습니다. ㅎㅎ 저도 읽고 있는 (수 많은) 책 중에 하나에요. 사실 처음 집었을 때 반을 후다닥 읽고는 까먹고 있었어요. 대중서라서 쉽게 잘 보고 있답니다.
Commented by 행인1 at 2008/03/27 10:06
대혁신전용결전병기로도 이용될수 있군요. 참 가치가 크니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Commented by Charlie at 2008/03/27 10:13
'내성굴림'...이라고 번역되어있나요? :)
몇몇 이야기가 걸리긴 했지만 재미있는 책이었습니다.
Commented by PolarEast at 2008/03/27 10:34
티알에서는 내성굴림이라고 부르는듯 합니다.
Commented at 2008/03/27 11:1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안모군 at 2008/03/27 19:27
과연... '사다리 걷어차기'군요.
Commented by paro1923 at 2008/03/27 20:14
마지막 부분이 무섭습니다... 예전의 '이오공감 이용하기'에 버금가는 권모술수...;;;
Commented by 지나가던이 at 2008/03/28 03:36
그 'saving throw'에 대한 최악의 번역을 제가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발사절약'... 16년전 D&D 골드박스 시리즈 중 하나가 한국에 수입되었을 때 매뉴얼에 실린 번역문입니다.

당시 좀 어이가 없긴 했지만 용어의 쓰임새를 제대로 찾아보지 않고선 모르는 거니, 별 돈도 못받을 그저그런 번역자가 어쩌겠습니까. 지금도 게임 번역은 영 괴상한 경우가 있는데 말이죠.
Commented by sonnet at 2008/03/28 12:23
쿨짹/ 네, 참 쉽게 쓴 책이죠. 저는 글을 쉽게 쓰는 재주가 부족해서 늘 좀 이런게 아쉽습니다.

행인1/ 아니 꼭 그런 결전까지나, 젊은 나이에는 혁신의 기치를 한번 들어보는 것도 꼭 나쁘지는 않다니까요.

Charlie/ 위에 적어 놓은 대로 번역 없이 Saving Throw라고 그냥 되어 있습니다. 저도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PolarEast/ 예. 저도 AD&D하는 친구들이 그 용어를 쓰는 걸 들어본 기억이 납니다.

비공개/ 15,000원. 필요하면 말씀하시구랴.

안모쿤/ 바로 그런 것입네다.

paro1923/ 아니 이런 게 무슨 권모술수 축에나 들어갑니까. 이런 건 그냥 생활의 지혜 수준이지.

지나가던이/ 저도 그 이야길 들어본 기억이 납니다. 사실 그런 번역이 후진 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참...
Commented at 2008/03/28 15:5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8/03/28 17:04
비공개/ 구매까지나. 급한 거면 부쳐 주고, 아니면 다음에 언제 볼 때 그냥 드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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