От Ильича до Ильича
by sonnet 2006 이글루스 TOP 100 2007 이글루스 TOP 100 2008 이글루스 TOP 100 2009 이글루스 TOP 100 2010 이글루스 TOP 100 2011 이글루스 TOP 100
rss

skin by 이글루스
산해경 잡담
산해경 이야기가 나온 김에 간단히.

산해경(山海經)은 사기 대완열전에 처음 등장한다. 그 외 왕충의 『논형』, 조엽의 『오월춘추』 등에도 잠깐 언급되고, 한서 예문지에도 올라 있다. 즉 이 책은 적어도 기원전 1세기에 존재하였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후 후한 말에 소실되었다가 동진의 곽박이 복원(4세기 중반)해 오늘에 이른다.

이 책은 각 지역을 차례로 이동하면서 그곳의 기이한 동식물과 광물, 풍토에 대해 묘사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까놓고 말해서 이 책에 대한 공통적인 평가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황당하다는 것이다. 사마천은 余不敢言之, 반고는 放哉라고 평한 것이 이를 잘 반영한다.


전형적인 산해경의 기술 방식은 이렇다.

又南三百里 曰卢其之山 无草木 多沙石 沙水出焉 南流注于涔水 其中多鵹鹕 其状如鴛鴦而人足 其名自訆 見則其国多土功 (東次二經 9)

又南三百里 또 다시 남쪽으로 3백리를 가면
曰卢其之山 卢其之山이란 데가 나온다.
无草木 풀과 나무는 자라지 않고
多沙石 모래와 돌이 많다.
沙水出焉 沙水(라는 강)가 흘러나와서
南流注于涔水 남쪽으로 흘러가 涔水(라는 강)로 들어가는데
其中 多鵹鹕 거기엔 鵹鹕(라는 동물)가 많은데
其状 如鴛鴦 而人足 그 생김새는 원앙새같으나 사람의 발이 달렸고
其名自訆 (*) 자기 이름을 자기가 부르며
見則 其国多土功 이것을 보게 되면 그 나라에 토목공사가 많아진다.

(*) 산해경에는 其名自訆니 其名自咬, 其名自號같은 표현이 많이 나오는데 자기 이름을 스스로 외치는 것, 즉 멍멍이는 멍멍 하고 외치고 야옹이는 야옹 하고 외친다는 말이다. 산해경의 저자들은 동물의 이름은 이런 식으로 붙이는 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어찌 되었든 이처럼 황당무계하다는 생각이 대부분의 사람의 생각이었기 때문에 이 정도 오래된 책 치고는 연구가 거의 진행되지 않았었는데 20세기 들어 중요한 발견이 이루어진다. 갑골문 연구를 하던 왕궈웨이(王國維)가 갑골문에만 나오고 정통 사서인 사기 은본기(殷本記)에는 나오지 않아 사람들이 모르고 있던 帝의 이름이 산해경에 실려 있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적어도 후대의 위작이나 쌩구라일 수는 없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그러나 뭐 그렇다고는 해도 내용이 황당무계한 것은 변함이 없기 때문에 여전히 해석이나 배경연구에는 많은 애를 먹고 있다. 이 책을 쓴 사람이 남방계인지 북방계인지, 어떤 사회계급이나 직종에 소속된 인물인지, 이 책에 묘사된 지역이 도대체 어디에 해당하는지, 등의 연구에 별 진척이 없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 같다. (사마천의 언급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미 전한 시대부터 이런 책이 왜 만들어졌는지 이해를 못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 책을 읽어보면 이 책을 썼던 사람들은 스스로는 아주 중요한 내용이며 사실이라고 생각한 것을 진지하게 적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예를 들어 산해경의 첫 부분에 해당하는 「五藏山經」에는 여러 동물이 나오는데 그 분류나 기술 패턴 등이 엄격하게 규칙적이다. 갑골문과의 연계도 그렇고, 이런 식의 지식은 붓가는 대로 지어내서는 나오기 힘든 만큼, 체계적으로 연구되거나 전승된 흔적처럼 보인다. 어찌되었든 이 시대는 개나 소나 글을 알고 책을 쓸 수 있는 시대가 아닌 것이다. 다만 이런 특수한 유형의 지식이나 전승을 보유하던 집단(예를 들면 학맥이나 교단, 길드 등)이 (아마도 전국시대 말에) 빠르게 소멸해버린 탓에, 후대 사람들은 보고도 멀뚱멀뚱 반응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 아닐까. 제자백가 중에 이런 책을 쓰던 집단이 있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by sonnet | 2008/03/22 04:45 | | 트랙백 | 핑백(2) | 덧글(24)
트랙백 주소 : http://sonnet.egloos.com/tb/3670908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Linked at 나의 인적없는 갈대밭 : 신화.. at 2010/08/04 03:00

... 대로 된 역사 기록 따위는 거의 수록되어 있지 않다. 기존의 정통 역사서에 누락되어 있는 일부 역사적 사실이 산해경에 수록되어 있다( http://sonnet.egloos.com/3670908 참조)는 사실은 분명하나, 산해경 자체는 너무도 황당하고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 많아 도저히 역사책이라고 간주할 수 없는 것이 ... more

Linked at 나의 인적없는 갈대밭 : 산해.. at 2010/08/05 11:03

... 장은 상기 블로그 운영자 본인이 쓴 문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 어디가 출처냐고? 바로 본 필자가 지난 포스팅에서 참고자료로 언급한 http://sonnet.egloos.com/3670908에 나오는 문장이다. 본 필자가 전게 포스트에 링크한 위 포스트에서 해당 필자는 분명히 이렇게 언급하였다. 완벽하게 동일하다. ... more

Commented by 흐음 at 2008/03/22 05:05
鵹鹕이라는 동물을 보게 되면 그나라에 토목공사가 많아진다니. 9시 뉴스에서 곧 만나볼수 있겠군요.
Commented by uriel at 2008/03/22 05:38
그 당시에도 집단으로 설정만 하는 X덕X들이 있었단 증거일까요..

아마 먼 후계인이 지금의 스타워즈나 포가튼 릴름 같은 것을 보면 비슷한 생각을 하겠네요.
Commented by 미친고양이 at 2008/03/22 06:00
잊혀진 백가로군요.;;;;
Commented by PolarEast at 2008/03/22 08:17
일반적으로는 동양의 신화서라고 알려진듯 하고, 실제로도 연계되는 이야기(책에서는 그 배경에 대해 일언반구 말이 없지만.)가 있는듯 합니다.
잘은 기억이 안나는데, 목이 없고 배꼽을 양눈으로 삼아 싸우는 괴물(?)이 소개되는 걸로 기억합니다. 이 괴물은 치우와 황제의 전쟁 시절에 전사한 장수가, 죽은 이후에도 싸우는 거라고 하던가...
혹은 북을 만들기 위해 번개를 다루는 짐승을 잡아 가죽을 벗겨서 만들었다던가.(황제가 그랬을 겁니다.) 그리고 그 짐승도 산해경에 나오고요.
대충 중국 고대사 책에서 그런 내용을 읽은거 같습니다. 요약하면, 산해경은 그리스 신화에서의 미노타사우르스, 메두사 같은 존재들을 총집합해놓은 책이 아니냐는 거였죠...
Commented by Belphegor at 2008/03/22 08:52
원래 오덕은 글을 탐독하는 과정에서 나오는것. 팬 픽도 좀 아는사람들이 쓰는 법이죠(...)
Commented by 제갈교 at 2008/03/22 10:40
예전에 서점에서 산해경을 봤다가 온갖 괴물들이 삽화로 실려 있는 걸 보고 "사고 싶은 걸" 돈 때문에 못 샀던 기억이 있습니다. (중국 배경의 판타지소설물의 설정으로는 좋을 것 같던데요.)
Commented by tloen at 2008/03/22 10:53
산해경에 대해서는 정말 많은 논의가 있지만, 제초해안지역으로 연결되는 남방문화권의 신화와 전승이 전달된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전통적인 주문화권과는 다른 전승으로 보지요(중국정부는 이러한 견해를 중국의 분열을 획책하는 제국주의자들의 술책으로 보기도 합니다만).

정재서 교수가 완역을 한 것이 민음사에서 출판되었었고, 서울대출판부에서 산해경 연구라는 책이 출판되기도 했습니다. 김지하가 한때 산해경을 차용해서 5-6공의 시대상황을 비판하기도 했지요.

정재서 교수는 산해경 번역하고 불사의 신화와 사상 출판하고, 동양적인 것의 슬픔 낼때까지만 해도 좋았는데, 요즘은 공부한다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습니다. 동양적인 것의 슬픔에서 원가의 중국신화전설을 비판하는 글은 정말 좋지요. 이 글 읽고 한때 정재서 교수 팬이었는데, 요즘은 뭐하시는지.
Commented by lee at 2008/03/22 14:05
저는 산해경을 일종의 '대규모 판타지 설정가이드북'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쨋건 신선이니, 신수니 하는 개념이 워낙 많이 나와서리...
Commented by ellouin at 2008/03/22 14:48
산해경은 당시 사람들에게 노자만큼이나 충격을 줄 수 있는 책이었을 것입니다.
Commented by 행인1 at 2008/03/22 16:31
제가 본 어느 책에서도 산해경을 중국의 판타지 백과사전이라고 하더군요.
Commented by 겔라예프 at 2008/03/22 20:13
중국의 기서라면 산해경 외에도 요재지이가 유명하지 않습니까? 물론 황당도에서는 산해경을 따를 수는 없겠지만
Commented by paro1923 at 2008/03/22 22:25
오오, 산해경 오오...

...그럼, '잡가'도 아니고 '오덕가' 같은 게 있었다거나... (거기까지)
Commented by 三天포 at 2008/03/22 23:55
문득 몇 백년후에 윤민혁씨같은 분의 책이

이 전쟁 묘사는 매우 상세하여 허구라고 볼수 없다.

라고 했던 미래예상도가 생각나는군요
Commented by 三天포 at 2008/03/22 23:59
그리고 덧으로 하지만 그당대 기록에선 기런 전쟁기록을 찾을수없으니

참으로 기이한 일이다라고 적혀있을거라고

되어 있었는데 말이죠
Commented by sonnet at 2008/03/23 10:48
흐음/ 그 시대의 토목공사란게 다 (강제)부역이니까......

uriel/ 저건 적어도 저 책을 "쓴" 집단이 설정을 한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산해경은 전국시대 말쯤 쓰여졌을 거라는게 가장 유력한 설인데, 鐵(동주 후기), 郡/縣(秦 孝公) 등이 언급되는 데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갑골문과 관련된 "잊혀진" 지식 같은 것은 이 설정집(?)이 고대로부터 전수되어 온 것일 가능성을 강하게 보여줍니다. 게다가 이 책에 기록된 사건들은 고대로 갈수록 즉 商, 周보다 夏에 대한 설명이 더 자세하기도 하구요.

미친고양이/ 巫 내지는 方士 계열의 저작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고대로부터 전승되는 초자연적인 지식에 정통한 전문가집단이라고 좀 추상적으로 정의하면 상당한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다만 사마천 시대에는 이미 이 책이 "어떤 주장을 펴던 어느 학파가" 쓰던 것인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아 그 계열은 그 이전에 대가 끊긴 것 같습니다.

PolarEast/ 1.이 책은 실제로는 세 부분 「五藏山經」, 「海經」,「大荒經」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부분간의 차이가 상당히 심합니다. 예를 들면 莊子가 내, 외, 잡편 사이에 차이가 심하다고 하는데 산해경은 이보다 차이가 더 심하다고 보셔도 될 듯 합니다. 전통시대에 이 책을 지리서로 보았던 사람들은 첫 부분인 산경을 중심으로 읽는 반면, 이 책을 신화와 영웅에 대한 책으로 보려는 사람들은 대개 뒷부분인 해경/대황경에 주목하는 식이지요.
2. 海經에 나오는 形天의 이야기로군요. 이 책을 신화로 읽으려는 사람들이 설명 못해주는 부분은 왜 그렇게 지리책 같은 구성을 했냐는 것입니다. 신화를 적으려고 했다면 사실 줄거리 중심으로 구성하는게 훨씬 쉽고 재미있거든요. 오히려 이것은 태극도나 만다라도처럼 우주의 레이아웃이 제일 중요하고 에피소드처럼 괴물이나 영웅들이 특정한 위치에 "고정되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Belphegor, lee/ 물론입니다. 그 내용으로 볼 때, 현대에 있는 책 중에서는 RPG룰북 설정집이 이 책과 가장 가까운 물건이 아닐까 싶을 정도이니까요.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산해경은 처음에는 구전이었던 고대의 지식이 좀 더 후대에 기록으로 남겨진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제갈교/ 사실 청말민초에 산해경이 크게 각광받은 것은 (서양 못지않게) "중국에도 신화가 있다"란 주장을 하는데 크게 유용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장르에서는 그게 12국기건 공작왕이건 산해경을 어느 정도 참고하지 않은 건 없어 보입니다.

ellouin/ 사실 옛날 사람들은 그냥 조용히 이걸 무시했던 게 아닌가 합니다. 이 책에 대한 주석이나 언급이 극히 적었던 것은 그런 이유가 아닐까요.

겔라예프/ 산해경을 지괴나 소설이라고 생각한 사례로는 관찬도서목록인 四庫全書總目提要에 소설중 제일 오래된 것(實則小說之最古者爾)이라고 적은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말은 이 책이 고전경서가 아니고 시쳇말로 "구라"라고 보는 것이기 때문에 전통시대의 개념으로는 엄청나게 평가절하가 되는 것이지요.
최소한 전국시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고대의 부족문화나 역사적 사실이 (일부 윤색되었더라도) 상당히 빠른 시기인 전한대 이전에 글로 고정된 것이냐 아니면 더 후대에 특정 저자의 머리에서 창작되었느냐는 이 책의 가치가 얼마나 되느냐를 평가하는데 결정적인 요소일 수밖에 없습니다.

paro1923/ 산해경 저자 오덕설(?)에 대해 망상을 굴려보면 히키코모리의 일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면 다른 기록에는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집단에 대해 별 이야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제자백가란 패거리들은 기본적으로 제자를 잔뜩 키운다거나 제후들에게 돌아다니며 나좀 쓰라고 PR하고 다니는 사람들인데, 이 일파는 어디 가서 자기 일파의 생각이 옳다고 주장을 하고 다닌 것 같지도 않고 또 동시대의 유행을 받아들인 흔적도 별로 없기 때문이죠.

三天포/ 하하, 쓰레기매립지를 파올려서 대규모 발굴작업을 하는 장면이 막 떠오릅니다. 정말 엄청난 설명이 나올 수 있을 듯.
Commented by sonnet at 2008/03/23 11:02
tloen/ "산해경 연구"(서경호)는 제가 무척 재미있게 본 책입니다. 사실 이 책은 산해경 연구의 역사에 대해 아주 폭넓게 정리해 놓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산해경에 대한 책을 더 읽고자 할 때 제일 먼저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산해경의 중심지가 어디냐에 대해서는 설이 많은데, 蒙文通은 巴蜀, 袁珂는 楚, 袁行霈은 齊燕, 정재서는 齊 이런 식입니다. 앞의 둘은 남방기원설, 뒤의 둘은 북방기원설쯤 될 수 있으며, 물론 낙양-황하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골고루 있지요.
남방기원설에 끌리는 사람들은 주로 신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로 海經/大荒經이 楚辭와 통하는 부분이 많다는 데 가장 인상을 받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山經을 놓고 볼 때 강의 이름을 水,河로 붙이고 江이라 부르는 경우가 전혀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남방계가 아니라는 쪽이 더 그럴듯하다고 생각합니다. 신화를 강조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거기에는 상대적으로 재미있는 이야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山經을 좀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분량적으로 보면(18편중 5편에 불과하지만 분량은 2/3에 해당), 山經이 제일 많거든요. 남방기원설을 주장하는 蒙文通,袁珂의 또 다른 특징은 전통적인 시각과는 반대로 大荒經이 제일 먼저 성립되었다고 주장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대황경이 내용도 흥미로운 데다가 성립시기도 제일 빠른 만큼 그 중요성이 비약적으로 올라가게 되지 않겠습니까?


서경호-정재서 논쟁도 좀 흥미로운데, 서경호가 자기 책에서 정재서는 산해경에서 (필요한 것만 뽑아) '이용'하려느 경향이 있다고 하자, 정재서가 이 책 서평을 쓰면서 산해경이 동이계 巫/方士가 쓴거라는 건 다 아는 이야기인데 그걸 왜 자기가 새로 발견한 것처럼 '산해경파'라고 동어반복적으로 신조어를 만드느냐고 받아친 적이 있습니다.
이 논쟁에서 드러난 것 한 가지는 두 사람의 입장이 상당히 다르다는 것입니다.

"상술한 바 여러가지 문제점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서교수의 이번 노작은 중국신화에 관심을 갖고 본격적으로 논구를 시도하려는 사람들에게 많은 기초적인 지식과 관점을 제공해 줄 수 있는 훌륭한 지침서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앞으로의 과제는 서교수의 이러한 노작을 바탕으로 한결 진전된 차원 위에서 중국신화의 실체에 심층적으로 접근하는 일이라 할 것이다." (정재서, "산해경 연구" 서평)

"나는 이 글을 발표하면서 내게 들어올 가능성이 있는 한 가지 비판에 관해서 미리 변명을 해 두어야 할 필요를 느낀다. 나는 포스트모더니즘이 운위되는 오늘에 이런 방식의 연구가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고루한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이 있을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비판이 있다면 나는 다음과 같이 대답하고자 한다. 모든 해석과 논리화는 자료의 충분한 검토를 거치고 그것에 대해 완벽한 이해가 이루어진 다음에야 가능할 것인데 적어도 산해경이라는 책에 관해서는 아직 그런 바탕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이 책을 일부의 중국인 학자들이 주장한 것처럼 중국 고대문화의 상징적인 표현으로 간주하는 것은 아직 섣부르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 나는 섣불리 문화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이 책을 포장하기보다는 차라리 원전을 다시 읽고 그 내용을 깊이있게 살피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서경호, "산해경 연구" 서문)

국내에 산해경 연구자는 뻔하기 때문에 서경호가 말하는 "포스트모던"이 지칭하는 사람은 정재서였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즉 (네 이야긴 알았으니까) "중국신화의 실체에 심층적으로 접근"하는 응용연구를 서두르자는 것과, "아직 섣부르다."(사료비판이나 더하자)의 충돌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Commented at 2008/03/23 13:5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8/03/23 14:33
비공개/ 우왁, 나도!
Commented by tloen at 2008/03/23 21:19
이미 다 보신 이야기를 괜히 언급한 모양입니다. 서경호 교수 책은 저도 정말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는데, 서울대 출판부에서 출판되었다는 점이 핸디캡이 되어서 책의 수준에 걸맞는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정재서 교수는 이대 제자들을 이용해서 나름 학파 비슷한 모양을 갖춘 듯 하고(제자가 목천자전도 번역했죠. 재미는 별로 였습니다만. 신이경은 번역한다고 하다가 결국 안했고), 원가의 저작을 계속 번역하던 연대의 전인초 교수의 제자인 김선자 교수도 중국신화에 대한 저작을 계속 내는데, 서경호 교수는 신화에 대한 연구는 더 이상 하지 않는 것인지, 후속작들이 없습니다.
Commented by 겔라예프 at 2008/03/24 09:03
문득 생각이 나서 덧붙이는 데 산해경의 저 기괴한 생물들에 대한 해석 중의 하나가, 고대 부족들의 상징 동물들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부족들의 연합할 경우에 우호를 위하여 이 상징수들의 특징들을 따서 새롭게 만들고, 그에 따라 특징들도 복합하게 되어서 저런 괴수들이 된다는 말이 있네요. 즉 호랑이를 섬기는 부족과 새를 섬기는 부족이 결합하여 날개달린 호랑이가 된다는 식의;;
Commented by 개멍 at 2008/03/24 12:13
겔라예프/ 그럼 저것은 토목공사 부족의 동물... 인가요? *후덜덜*
Commented by sonnet at 2008/03/25 11:39
tloen/ 아니 별 말씀을 다. 목천자전 번역이 있는줄 몰랐는데, 저도 사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주제에 관심있는 분이 주위에 없어서 저도 전혀 이런 이야길 해볼 기회가 없었는데 말씀 감사했습니다.

겔라예프/ 예, 저도 그 비슷한 이야길 들어본 기억이 납니다. 오장산경에 등장하는 저 동물들의 특징은 어디 가면 무슨 동물이 산다는 식이라기 보다는, 특수한 동물이 산을 하나씩 차지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게 기술되어 있는데, 그런 데서 착안하는 것 같습니다. 즉 어느 산에는 호랑이가 많이 산다. 이런 식이라기 보다는 그 산에는 봉황이 (한 마리) 산다 같은 느낌을 주지요.
어쨌든 그 이야길 검증하려면 역시 뭔가 고고학적 유물이 더 나오든지, 오장산경의 지리적 위치를 정하든지 둘 중 하나는 되어야 이야기가 통할 것 같습니다.

개멍/ 후덜덜덜.
Commented by ㅎㄷㄷ at 2011/07/10 23:38
鵹鹕는 '여호'라고 옮기면 되겠네요.
또 산해경 보면 유유(峳峳), 구여(犰狳), 부혜(鳧徯), 주(鴸), 산여(酸與), 필방(畢方) 처럼 지들 울음소리가 곧 이름인 경우가 많죠. ㅋㅋ
Commented by sonnet at 2011/07/11 07:44
2천수백년 전의 고대 중국어 발음이 과연 어떤 것일지...

:         :

:

비공개 덧글

<< 이전 다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