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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d guess
고정환율(제) 논란에서 셀프트랙백

강만수의 발언은 보면 볼수록 기묘한 구석이 있는데, 발언 전문이 없는 관계로 그 맥락을 이해하기는 좀 힘들지만 한 가지 내 추측을 언급해 볼까 한다.

그는 “전문가들은 고정환율이 최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달러를 금이나 오일에 고정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이런 상황이 된다고 해도 우리 정부는 차입, 상품수출을 통해 달러를 들여와서 지출하는 식의 기존 통화정책이 계속 유효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강만수 "서비스수지 위해 특소세 인하 추진" , 연합뉴스, 2008년 3월 4일


달러를 금이나 오일에 고정
달러를 금이나 오일에 고정
달러를 금이나 오일에 고정


이 문장만 놓고 보면, 우리가 보통 상상하듯이 원화를 달러화에 고정시키는 고정환율이 아닌 게 드러난다. 달러가 금본위제로 가는 게 최선이란 이야기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기획재정부 장관이 왜 달러보고 금본위를 하라고 하는데?하면 이거 정말 할 말 없는 이야기이긴 하다.

하여간 우리 장관 이야기는 "이런 상황이 된다고 해도", 즉 미국이 금본위제로 돌아서도, "우리정부는 … 기존 통화정책이 계속 유효할 수 있다"는 소리이다. 뭐 사실 미국이 어느 날 미친 척하고 "금본위제다, 오늘부터!"라고 외친들 우리가 어쩌겠는가, 맞춰 살아야지.

이러면 의문은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전문가들은 고정환율이 최선이라고 주장"이라고 말할 때 전문가가 도대체 누구냐는 것이다. 이 점은 강만수가 어떤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지 내지는 어떤 학파에 속하는지, 또는 어디서 정보를 얻는지를 추정해 보는데 힌트가 될 수 있다.
사실 깨놓고 말하면 경제학자들 중에 "고정환율이 최선"이라고 강력히 주장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예를 들면 John Williamson은 환율이 좁은 범위 안에서만 살살 변하는「target zone」을 지지한다. 그런데 이는 금이나 오일 같은 현물본위는 아니니까 무시해도 될 것 같다.
그럼 금본위제를 지지하는 학자가 누가 있나? 금본위제를 지지하는 사람 중 제일 유명한 사람은 역시 Robert Mundell일 것이다. 먼델은 노벨상 수상자니까 확실히 거물이라곤 할 수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노벨상 수상자 단 한 명으로는 좀 부실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런데 미국의 영향력있는 언론인 중 일부가 금본위제의 열렬한 지지자이다. Robert Bartley, Jude Wanniski, Steve Forbes 등. 그리고 이들은 또 상당부분 80년대 초의 악명높은 공급중시론자(supply-siders) 파벌과도 겹친다.

예를 들어 바틀리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사설란 편집자를 30년 이상 했다. 이 시기에 월스트리트 저널에서는 금본위제 복귀에 호의적인 컬럼이 수도 없이 실렸다. 와니스키 또한 금본위제에 대해 아주 열렬한 글을 여러 편 썼다.

예를 들어 Gold Polaris를 보라.

사실 먼델은 그리 재미있는 글을 쓰는 저자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이들 금본위제 지지파 미국 보수 언론인들의 책 혹은 기사를 열심히 본 결과가 우리의 강장관에게 전문가들은 고정환율이 최선이라고 주장이라는 인상을 심어준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늘 저 유명한 월스트리트저널에 그런 이야기가 나오면 믿고 싶어도 지지 않을까?
by sonnet | 2008/03/08 01:47 | 정치 | 트랙백 | 덧글(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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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paro1923 at 2008/03/08 02:03
'공급중시론자'로 검색을 해 보니, 이건 뭐 대공황 때에 박살난 무리들의 잔당들이군요.
(조금 다르겠지만, 대충대충 분류하자면...)

...어떤 분이, 타로트 카드로 나라의 미래를 점쳐 보니
'2년 내에 나라가 결딴난다'고 나와서 그냥 빗나갔으면... 하고
그러시던 걸 본 적이 있는데, 이건 잘못하면 점괘에 나라가 맞춰가는
막장 전개로 달려가는 게 아닌지 심히 걱정됩니다...;;;;
Commented by 玄武 at 2008/03/08 02:34
Commented by 누렁별 at 2008/03/08 02:41
그러니까 "오늘 당장 미국이 금본위제 해도 우리의 통화정책은 끄떡없어!"라는 자신감의 표출이란 말입니까 -_-;
그나저나 "당신이 말한 전문가들이 누군데?"라고 물고 늘어지는 사람들이 없는게 이상하군요. 여전히 저는 강만수씨의 발언 의도를 짐작하지 못하겠습니다.
Commented by 하얀까마귀 at 2008/03/08 02:46
보통 사람들이 "<전문가>들에 의하면..." 이라고 할때는 "명확한 근거는 못 대겠지만 내 생각에는..." 하고 동의어더군요. 강만수는 보통 사람하고 뭐가 좀 다를까요?
Commented by 아비투스 at 2008/03/08 03:40
바틀리...-_-; 그 이름을 보는 순간... 수십년간 열심히 써 댔지만, 정작 공화당에서조차 인정받지 못한...-_-; 여기서 인정 받는군요. 고진감래라더니!
Commented by sprinter at 2008/03/08 09:42
심지어 남의나라 금본위제까지 말씀하셨단 말입니까. 이 멤버들이 미국의 '공급중시 경제학'의 세례를 온몸으로 받았다는 것이 이렇게 두루 두루 티가 날줄은!

도대체 먼델, 와니스키, 포브스라니! 언제적 골동품들의 이름입니까! OTL;;; 80년대의 그때 그 사람들?-_-;;
Commented by sanister at 2008/03/08 11:03
참, 이런걸 보는 느낌이랄까요. 이사람들.

[녹취:건물 주인]
"군에서 복무할 때 집 한 칸 안해줬습니다. 서러워 제대를 했고 내손으로 겨우 집을 마렸했더니 이젠 내 집을 부시는 군요."

[녹취:현지 군 관계자]
"고의로 그런게 아닙니다. 얼마나 미끄러운지 보시면 알잖아요."


출- http://news.naver.com/tv/read.php?mode=LSS2D&office_id=052&article_id=0000189782&section_id=115&section_id2=289
Commented by sanister at 2008/03/08 11:07
뭘 모르고 덤비는 느낌의 분이시라면 이분도.

http://news.sbs.co.kr/section_news/news_read.jsp?news_id=N1000383657
Commented by 됴취네뷔 at 2008/03/08 11:48
오오 채무도 자본이라는 20세기말 찬란한 미국경제의 기틀을 만들어준 분들의 글에서 조언을 얻었군요.

뭔가 난감합니다.
Commented by 블루 at 2008/03/08 12:49
뭐 한껏 비꼬시긴 했지만 말실수라고 봐야겠죠. ^^
누군가 기사에서 까면 또 "오해였다. 블라블라~~ " 라고 할거 같네요.

여튼 만수횽 불안불안 하네요. 나름 재경부의 엘리트 성골코스를 차근차근 밟아왔던 분인데
어째 수준이 이모냥인지. 이게 모피아들의 수준은 아니길 빕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8/03/08 15:50
paro1923/ 80년대 초에 미국 정가에 큰 영향력이 있었던 컬트한 분파지요.

玄武/ 문자 그대로 "예언"이군요.

누렁별/ 아니. 어디까지나 저 인용문만 보면 그렇단 거지요. 앞뒤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잘 모르니까요. 다만 제가 보기엔 저 이야긴 그 것도 중요한 건 아닌 것 같고 그냥 지나가다 나온 이야기 같습니다.
제가 문제라고 느끼는 점은 "미국이 금본위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분명히 극소수라는 점입니다. 그런데 장관은 이 극소수의 주장을 막연하게라도 주류설처럼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첫째는 장관이 능동적으로 이 소수파의 일원이라는 가능성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수동적인 경우, 장관이 이 주제를 잘 모르지만 지나가다 어디서 그런 소리를 들은 기억이 나서 줏어들은 것으로 대응했을 가능성입니다.
과연 어느 쪽일까요? 저는 이번 일은 장관이 이 주제를 잘 모른다는 정황증거로 받아들이는 게 가장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얀까마귀/ 케인스가 이런 글을 남긴 바 있습니다.
Practical men, who believe themselves to be quite exempt from any intellectual influence, are usually the slaves of some defunct economist. Madmen in authority, who hear voices in the air, are distilling their frenzy from some academic scribbler of a few years back.
"명확한 근거는 못 대겠지만 내 생각에는..."에서 내 생각은 몇 년 전에 어디선가 줏어들은 이야기가 뇌리 한 켠에 남아있다가 어느 새 잘 모르는 주제에 대한 내 생각으로 변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그 결과는 slaves of some defunct economist겠죠.

아비투스/ 어디까지나 저의 wild guess입니다. 그런데 만약 그렇지 않으면 (달러의) 금본위제가 좋다는 이야길 어디서 줏어들을 수 있는지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sprinter/ 사실 바틀리와 와니스키는 각각 2003년과 2005년에 사망했기 때문에, 그 시대는 이미 가나보다 했습니다만 꼭 그런 것도 아닌가 봅니다.
위에 언급한 공급중시론자들이 가장 강성하던 80년대 초에 Anna Schwartz(Friedman-Schwartz의 그 사람)를 책임자로 해서 미국이 금본위 복귀를 해야하나를 위탁연구시킨 의회 특별위원회가 있었습니다. 소위 Gold Commision이지요. 이 때도 금본위 복귀를 하지 말자는게 결론이었고, 그 이후 이 이야기는 진지하게 토론된 적이 없다고 보면 됩니다.

sanister/ 역시 붉은 군대의 적통.

됴취네뷔/ 흐흐흐. 사실 WSJ가 미국 5대 신문(NYT, WaPo, WSJ, LAT, USAToday) 중 제일 우익이니까 입맛에 맞을지도요.

블루/ 말실수라는 게 일관된 저의 입장입니다. 하지만 말실수는 어떤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거울이기도 한 것이죠.
강 장관은 성골이라기 보다, 성골"이었던" 사람으로 분류하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현역을 완전히 떠나 오랫동안 딴 일을 했었죠. 취임 직후에 감이 많이 떨어지는 건 좀 피할 수 없는 면이 아니겠습니까?
Commented by PolarEast at 2008/03/08 17:03
공급주의 경제학이라면, 쌍둥이적자를 낳은 분들이군요... 그분들이 고정환율과 연관이 있을줄은 꿈에도 몰랐던..;ㅁ;

먼델 외의 고정환율제(정확히는 최적통화지역인듯. = OCA)의 지지자로는 Mckinon, Kenen, Frankel 등이 있는거 같고, 한국에서 제가 알고 있는 분은 연세대의 김정식 국제금융론 교수님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 이론가들이 유로화의 이론적 기초를 쌓은걸로 알고 있습니다. 김정식 교수님 수업을 들을때 강만수 장관과 친분이 있다는 점을 알았는데, 그렇다면 동아시아 지역의 지역 통화 도입을 위한 포석으로서의 발언일지도 모르겠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8/03/08 17:16
PolarEast/ Ronald McKinnon도 80년대에는 금본위제 복귀에 긍정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관심있게 보지 않아서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요.
사실 EMS나 후의 Euro 같은 것은 유럽통합이라는 정치적 운동의 백업이 있었기 때문에 시도 가능했던 건데, 중-일이 서로 경쟁자인 이 판에 끼어있는 한국이 뭘 할 수 있겠습니까. 이건 2차대전 이전에 프랑스와 독일이 각축을 벌이는데 벨기에가 할 수 있는 일이 뭐냐와 마찬가지인 우문인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고어핀드 at 2008/03/08 20:12
공급 중시론자라고 하면... 폴 프루그먼 교수의 <경제학의 향연Peddling Prosperity> 에 등장했던 부두교에 심취한 교인들(...)아닌가요? 어째 2MB의 파티원들이 맨날 규제와 세금이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 고 외쳐대던 게 설마 그런 측면에서?!
Commented by 누렁별 at 2008/03/08 20:35
만약 장관이 능동적으로 그 소수파의 일원이라면 큰일이겠네요. 저도 그냥 말실수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만, 아무리 현업에 복귀한 지 얼마 안 되어서 감각이 떨어졌다고 해도, 어디서 줏어들은 것 가지고 기자들 앞에서 나불대다니 그게 잔뼈 굵은 고위 공직자의 책임있는 자세인가 싶습니다. "2MB 일당은 위험하다"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군요.
Commented by sprinter at 2008/03/09 09:41
고어핀드 / 맞습니다. 지금 2MB 라인에서 하는 이야기들이 온전히 딱 그정도의 이야기들이지요. 하지만 정확하게는 레이건의 부두교도 못되고, 거의 부시의 라인이 하는 짓에 가깝죠.-_-;;
Commented by 개조튀김 at 2008/03/09 10:51
케인즈가 수십 년전에 "야만적인 유물"이라고 표현했던 문화재가 한국에도 발견됐군요 ;ㅅ; 이거 빨리 국보 지정해야 할듯.
Commented by 안모군 at 2008/03/09 11:00
폴 크루그먼이 열나게 빠따질을 하던 그 양반들이군요. 경제는 잘 모르니 뭐라 말하긴 그렇지만, 감이 떨어지는 정도 뿐만이 아니라 90년 중반 버블 시대를 상당히 그리워하는 것이 아닌가까지 싶기도 하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8/03/09 16:34
고어핀드/ ... 바로 그들입니다.
감세-작은 정부라는 테마가 정책적 타당성과는 별개로 80년대 미국에서 대성공을 거둔 우파의 정치적 캐치프레이즈다 보니까, 그걸 얼마나 신봉하느냐와 관계없이 진영 내에서는 '이기는' 우파가 되려면 그걸 따라해야한다는 압력이 상당히 강한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엔 2mb라는 사람은 '감세-작은 정부' 테마를 진짜 믿는 유형인 것 같습니다. 기업의 시각에서 정부를 보는 게 익숙한 사람은 대개 그런 사고방식을 갖게되는 경향이 있는데, 2mb는 딱 그 전형인 듯.

누렁별/ 장관이 능동적으로 그 소수파의 일원이라면 확실히 골치아픈 문제인데, 사실 이 글이 취하고 있는 사고전개 자체가 많은 부분 wild guess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장관이 능동적으로 그 소수파의 일원이다라고 몰고가긴 힘들 것 같습니다.

개조튀김/ 예, 그런 것 같습니다. 다만 금본위제 지지자 치고 케인스를 좋아하는 사람이 없는지라 그 말이 먹힐지는...

안모군/ 이제 다같이 recession으로 갈건데 버블을 그리워하면 쩝.
Commented by 행인1 at 2008/03/09 17:47
이거 하나만으로도 오싹해지는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8/03/09 22:09
행인1/ 글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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