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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과 응전: 진보의 승리
다음은 Tine Bruland, "Industrial conflict as a source of technical innovation: three cases," Economy and Society 11 (1982), 91-121 을 요약한 것이다.

산업적 갈등이 기술변화에 미치는 영향의 역사에 대한 마르크스의 주장이 본격적인 연구 주제로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타인 브룰랜드에 의해서 연구가 시작된 바 있다. 그는 19세기 영국의 직물산업에 나타난 세 가지 주요 발명을 고질적인 노동문제와 연관시켰다.

첫 번째는 자동으로 작동되는 뮬 정방기(精紡機)의 발명이다(1824). 이 기계는 노동자의 도움 없이 면사를 잣는 기계였는데, 망가진 실타래를 고치고 광택을 내고 간수할 소수의 노동자만을 필요로 했다. 그 이전에 사용되던 수동 정방기는 방적공이라고 불리는 고임금의 숙련공을 필요로 했다. 방적공은 면직공장 노동력의 10퍼센트를 차지했으며, 공장을 가동하기 위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노동인력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중요한 위치를 이용하여 준(準)경영진에 맞먹는 세력을 차지했고, 노동조건을 규정했으며 임금을 인상시켰다. 방적공들이 생산과정에서 힘을 휘두르는 것에 분개한 면직 제조업자들은 자동 정방기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발명가들의 도움을 빌리게 되었다. 자동기계를 성공적으로 만들어낸 최초의 인물은 리처드 로버츠로서, 그는 영국의 하이드에서 공장 문을 닫게 만든 3개월 간의 파업 이후에 그 기계를 발명했다. 자동 정방기가 방직산업 전반에 걸쳐 방적공들을 즉각 해고시키지는 않았지만, 그것의 존재는 방적공들의 힘을 약화시켰고, 임금을 압박했으며, 쉽게 파업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제한을 가하기에 이르렀다.

두 번째는 캘리코 인쇄에 일대 혁신을 불러온 실린더 인쇄기의 발명이다. 전통적으로 인쇄공들은 무늬가 새겨진 5×10인치 크기의 목판을 사용하려 캘리코 천에 무늬를 박았다. 따라서 생산 속도는 매우 느렸다. 28야드 길이의 천에 무늬를 넣기 위해서는 잉크를 묻힌 목판을 수동으로 448번씩 찍어야만 했다. 숙련된 인쇄공들은 훌륭한 조직력을 과시하는 오래된 노동조합의 조합원들이었다. 이들이 18세기 후반에 일련의 파업을 실시한 후 기계 직물인쇄가 도입되었다. 손으로 잡던 나무판은 무늬를 새긴 원통 모형의 금속 롤러로 대체되었다. 잉크가 묻은 롤러에 천을 넣으면 아주 신속하고 정확하게 무늬가 인쇄되었다. 제조업자들이 점차 많은 기계를 도입하게 되자 수동 목판인쇄공들은 그 힘을 잃게 되었다.

방직분야에서 노동자들의 분규와 관련된 세 번째 발명은 양모를 빗질하는 작업의 기계화를 들 수 있다. 양모를 실로 잣기 위해서는 먼저 뒤엉킨 섬유를 평행하게 정렬시켜야만 했다. 이 작업은 노동자들이 열을 가한 손빗을 사용하여 이루어졌는데, 매우 힘든 특별한 기술을 요하는 작업이었다. 양모를 빗질하는 공정을 맡은 노동자들은 캘리코 인쇄공들처럼 기존의 노동조합에 속해 있었으며, 그 독립성과 투쟁성으로 유명했다. 사실 그들의 세력은 너무나 막강해서, 18세기 초 의회에서는 이들의 산업 내 영향력을 꺾기 위한 법안까지 통과시키기도 했다. 기술적인 어려움 때문에 양모-빗질 기계의 완성속도는 느렸다. 최초의 기계는 1790년에 등장했으며, 그 이후 1820년대와 1830년대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기계 개발 노력은 한층 가속화되어 180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는 뛰어난 양모-빗질 기계가 만들어졌다. 노동자들은 저항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 저항은 이미 실패로 운명 지어진 것이었다.

Basalla, George., The Evolution of Technology,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89
(김동광 역, 『기술의 진화』, 까치, 1996, pp.171-172)


시대 분위기란 대개 동시대를 살아본 사람들이 가장 잘 묘사할 수 있는 법.

노동계층의 폭동을 막기 위한 무기를 만들고 자본을 공급한다는 단 하나의 동기 만으로도 1830년 이후에 등장한 모든 발명의 역사를 쓰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 Marx, Karl, Capital Vol.I 15:5 "The Strife Between Workman and Machine" -


by sonnet | 2008/03/01 16:53 | 과학기술 | 트랙백(1) | 덧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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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foog.com at 2008/03/01 20:45

제목 : The Man in the White Suit
영국의 고전 코미디에 관심 있으신 분이라면 아실만한 영국 코미디의 명가 일링 스튜디오의 1951년 작품이다. 일링 스튜디오의 작품은 풍자적인 블랙코미디로 전후 영국의 혼란스러운 자본주의의 모습을 다뤄 명성을 쌓아갔다. 제한된 예산과 시장 탓에 이들은 할리우드식의 스펙터클 대신 시나리오의 명민함과 배우들의 연기에 승부를 건다. 특히 알렉 기네스는 이 시기 일링 스튜디오의 대표주자로 거의 모든 작품에 등장하고 이 작품 역시 그의 연기력에 5할을 기......more

Commented by 액시움 at 2008/03/01 17:22
역시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군요(……).
Commented by rumic71 at 2008/03/01 17:42
'로보트'라는 말 자체가 '로동자' 라는 의미를 갖고 있으니...
Commented by 누렁별 at 2008/03/01 17:45
'파업은 발명의 아버지'일까요.
노동자의 천국에서 발명가는 인민의 적이군요. TRIZ의 창시자 알트슐러 선생을 스탈린이 굴락에 보낸 이유를 이제 알겠습니다.
1830년 이후 언제나 발명가는 승리하고 숙련공은 패배하는 건가요. '고용없는 성장'은 앞으로 더 심해질 뿐 막기 힘들겠습니다. 뒷통수 안 맞으려면 인건비는 높지만 기술 진보가 느린 직종에 종사해야 겠습니다.
Commented by 나츠메 at 2008/03/01 18:59
누렁별 님/
기술 진보가 느린 업계 중 하나가 '교육계'죠. ㅋㅋㅋ 지금부터 라도 공부하셔서 교원이 되시던지, 학원가로 진출해 보세요.^^
Commented by 누렁별 at 2008/03/01 19:19
나츠메 님/교육계가 기술 진보가 느리다는 견해는 오해라고 봅니다. 인터넷 강의로 떼돈 버시는 소수의 분들이 있는 반면에, 대부분의 무명 강사들은 밑바닥에서 박박 기고 있죠. 학원계는 소수의 재능있는 사람들이 독식하는 부익부 빈익빈 약육 강식의 세계입니다. 또한 인구 변화에 따라 공교육의 수요가 날로 갈수록 줄어들텐데, 과연 교사라는 이름의 숙련공들이 그 와중에 몇이나 살아남을 지 궁금합니다. 저는 국가의 교육 독점이 영원하리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좋다고 소문이 나서 사람이 많이 몰리는 쪽은 가지 않는 게 현명합니다. 소문이 날 정도면 이미 이익 본 사람은 단물 다 빨아먹고 나간 뒤고, 쓸데없이 박터지게 경쟁하다가 인생 끝납니다.
Commented by paro1923 at 2008/03/01 19:44
오오, 어딘가의 신자유주의 찬양가라던가 등이 보고는
떡밥으로 섣불리 악용하려다 병맛크리 탈 만한, 미묘한 내용...
(고용주와 노동자 간의 지금도 계속되는 '도전과 응전'...
간만에 고용주들 입장에서의 '응전'을 얘기한 글이라, 꽤 감흥이 깊습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8/03/01 20:21
액시움/ 저런 것이 맑스가 말한 것처럼 주요동기인지는 모르겠지만, 동기 중 하나라고 보지 않을 이유는 없을 것 같습니다.

rumic71/ 그도 그렇습니다.

누렁별/ 사실 스탈린이 굴라끄에 보낸 사람은 너무 많아서 그게 꼭 이유가 있어서 한 일인지는 좀...
그건 그렇고 사실 소위 말하는 포식자와 피식자간의 군비확장경쟁 비슷하게 변화에 저항하는 쪽도 기술을 응용해 생존한 성공사례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는 따로 포스팅 해 보지요.

누렁별, 나츠메/ 사실 말씀하시는 게 셔윈 로젠의 economics of superstar의 아주 전형적인 예 같습니다.

paro1923/ 사실 근대 공업의 시대가 온다는 시대의 조류에 맞서 수공업을 지키겠다고 싸우는 건 아주 교과서적인 반동세력 아니겠습니까? 당하는 반동세력의 고통도 꼭 악어의 눈물만은 아닌 것이죠.
Commented by foog at 2008/03/01 20:44
흥미로운 글이네요. 기술과 계급전선이 일정한 상관관계를 갖는다는 사실을 잘 일깨워주는 사례로군요. 흥미롭게도 오늘 영국의 직물산업을 소재로 한 영화를 한편 보고 감상문을 썼는데 이 글을 보게 되었네요. 한번 읽어나 보시라고 트랙백날립니다.
Commented by sprinter at 2008/03/01 20:59
사실 이런 이유때문에, 저의 대학원때 은사께서는 '노조가 있어야 기업이 기술 발전을 위해서 노력을 할테니 사실 노조는 필요하다' 라고 하셨었죠^^;;
Commented by sonnet at 2008/03/01 22:58
foog/ 잘 보았습니다. Scanners Live in Vain(Cordwainer Smith) 같은 느낌을 주네요.

sprinter/ 하하. 양 떼 사이에 소수의 늑대를 풀어놓는 것 같은 느낌입니까.
Commented by 三天포 at 2008/03/02 00:49
멋지네요; 요즘에 위키노믹스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이글을 보고 인터넷을 계속 그런 방향으로 연관해서
생각하게 되네요
잘읽었습니다
Commented by paro1923 at 2008/03/02 08:47
대제님. 비슷한 얘기가 있더군요.
거 뭐더라, 이른바 싱싱한 활어 수송을 위해 어항에 육식 중-대형 어류
한 두 마리를 함께 집어넣고 운송하면 다른 활어들이 살려고 발버둥치느라,
일부의 희생만 있을 뿐 그냥 수송할 때보다 전체적으로 횟감들이 싱싱해진다나요...
(출처 불명, 그러나 기억에는 분명히 남아있는 어느 카더라 설화... 쿨럭)
Commented by 게스카이넷 at 2008/03/02 13:56
링크 신고 드립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Commented by sonnet at 2008/03/03 00:09
三天포, 게스카이넷/ 예 반갑습니다.

paro1923/ 저도 들어본 듯한 기억이 나네요.
Commented by 김증말 at 2009/05/14 18:51
흔적 남기고 갑니다 ^^ 링크 해가도 될까요 .. ?? 고용없는 성장 ㅠㅠ 뭐 해결 방법은 없는 건가요 ㅋㅋ
Commented by sonnet at 2009/05/14 22:25
그걸 알면 제가 벌써 약장수로 나섰지 않겠습니까. 만병통치약을 찾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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