От Ильича до Ильич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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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들의 왕
하루는 개구리들이 임금을 뽑게 되었다. 개구리들이 모여서 의논을 한 끝에 대표를 뽑아 제우스신에게로 보내기로 하였다. "제우스신이시여, 저희들에게 우두머리를 만들어 주소서. 임금을 내려 주소서"

듣고 있던 제우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였다. "그래, 너희들에게 임금을 내려보내 주마" 제우스는 개구리들이 살고 있는 연못에 나무막대기 하나를 풍덩 떨어뜨려 주었다. 깜짝 놀란 개구리들은 겁을 먹고 물 속 깊이 들어가 숨어 버렸다. 하지만 나무 막대기는 한참이 지나도 꼼짝도 않고 조용히 떠 있기만 하므로, 개구리들은 점점 용기가 나서 물위에 고개를 내밀었다. 그래도 아무 반응이 없으므로 나중에는 그 나무 막대기를 깔고 앉기까지 하였다.

"아니 제우스신님도 너무하시지, 이런걸 우리의 임금으로 내려보내 주시다니...., 이까짓 목숨도 없는 벙어리를 임금으로 모실 수는 없어. 부끄러운 일이야" 그래서 개구리들의 대표는 또다시 제우스를 찾아갔다.

"제우스신이시여, 제우스신이시여, 저희들의 말을 들어 주소서" "왜 그러느냐? 내가 보낸 너의 임금이 싫어서 그러느냐?" "네, 보내 주신 임금은 너무 게으름뱅이고, 무뚝뚝한 귀머거리에 말까지 하지 못해 너무 답답해 못살겠나이다. 그러니 다른 임금을 내려 주소서."

제우스는 "그러면 이번에는 시끄럽고 까다롭고 무서운 임금을 보내 주겠다"라고 말씀하시고는, 물뱀을 개구리들이 살고 있는 연못으로 떨어뜨려 보냈다. 그랬더니 물뱀은 닥치는 대로 개구리를 마구 잡아먹어 버렸다.

이 이야기엔 후일담이 하나 있다. 이 사건이 발생한 지 5년 후 제우스가 개구리들에게 넌지시 임금을 바꿔보는게 어떠냐고 묻자 개구리들은 고민 끝에 알록달록한 색을 지닌 다른 물뱀을 골랐다는 사실이다.



헤겔은 역사는 반복된다고 지적했었다. 그가 잊은 것이 있었다면 "처음엔 비극으로, 다음 번은 희극으로" 반복된다란 점일 게다.
Hegel remarks somewhere that history tends to repeat itself. He forgot to add: the first time as tragedy, the second time as farce.

- The Eighteenth Brumiare of Louis Bonaparte (1852), Karl Marx -


by sonnet | 2008/02/03 09:37 | 정치 | 트랙백 | 덧글(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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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shaind at 2008/02/03 09:57
통나무님을 청와대로 -_- !!!
그러고보니 백성이 신에게 임금을 간청해서 결국 신이 재앙이 될 임금을 백성에게 내려준다는 모티브는 사무엘 상권(성경)에도 나오죠.

(그나저나 제가 국민학생 때 읽은 이솝 우화에서는 물뱀이 아니라 황새였던데, 이게 라 퐁테느가 바꿔놓은 것인지 아니면 그냥 버전이 다른 것인지 궁금...)
Commented by nishi at 2008/02/03 09:58
'시끄럽고, 까다롭고, 무서운' 아아....;

2MB는 태평양 전쟁이 발발하고 1주일 반쯤 후에 태어났죠.
41년 뱀띠생이라는... 뱀띠... 뱀띠????!!!!
Commented by 쿨짹 at 2008/02/03 10:22
지금 생각해보면 이솝우화 중 애들이 읽기에는 너무 잔인한 내용들이 너무 많았던 거 같아요. ㅡㅡ;;
Commented by 觀鷄者 at 2008/02/03 10:34
이번 대선 직후에 이솝우화를 다시 읽으며 씁쓸해했습니다...(먼산)
Commented by 됴취네뷔 at 2008/02/03 11:15
그렇다고 통나무도 뭣하니,

마그네슘가루가 가득찬 포대를 찢어서 개구리연못에 하사해주는것은 어떨라요?
(농담)
Commented by IEATTA at 2008/02/03 11:20
저도 물뱀보다는 통나무가 좋아요............. OTL
Commented by foog at 2008/02/03 11:38
개구리들 스스로가 임금이 되고자 할 때까지 희극과 비극이 반복되겠지요 :)
Commented by 미친고양이 at 2008/02/03 11:45
알록달록한 물뱀orz
Commented by 블루시트러스 at 2008/02/03 11:48
김성한 선생의 글에는 저 물뱀이 학으로 변해서 나오더군요. 나중의 결말부분이 좀 난해했지만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Commented by 하이얼레인 at 2008/02/03 12:17
얼마나 많은 물뱀이 투척되면 개구리들이 정신차릴까- 보다는 어떻게 하면 물뱀층이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쪽이 효율적일 것이라고 생각되면.. 막장'ㅅ'?
Commented by vvin85 at 2008/02/03 13:06
제우스 신도 참 짖궂죠.. (..)
Commented by 행인1 at 2008/02/03 14:53
그런데 그 개구리들은 다들 자기들이 물뱀이라고 착각한답니다...
Commented by 산왕 at 2008/02/03 16:14
흐하하하; 유쾌하지만 슬프군요;
Commented by 하이얼레인 at 2008/02/03 16:52
행인1님 최고세요;ㅁ;bbbbbbb
Commented by YaPenguin at 2008/02/03 17:59
동탁 하나가 죽더니 동탁 둘이 생겼다...
Commented by あさぎり at 2008/02/03 18:31
레밍화된 개구리... OTL
Commented by paro1923 at 2008/02/03 19:44
저도, 요즘의 정치 지형과 일반 국민들의 정치 관련 인식을 보자면
저 우화가 딱 생각나더군요.
비권위적이면 업신여기고, 권위적이면 숨막힌다고 투덜투덜...
역시, 저도 서민된 입장이지만
국민을 상대하는 입장에선 정말 미묘한 줄타기 기술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하긴, 그조차도 정작 성공하더라도 '정체성이 모호하다' 같은 식으로 욕먹겠지만...;;;
Commented at 2008/02/03 19:4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라피에사쥬 at 2008/02/03 20:56
저도 생물학적 병기보단 화학병기의 투입을 찬성하는 바입니다[쾅]
Commented by 키치너 at 2008/02/03 20:57
저쯤 되면, 슬슬 대중들의 사고능력을 의심해 봐야죠. (...) 이제는 플라톤이 무덤에서 기어나와서 한마디를 해줘야 하지 않을 까 싶습니다. "거봐. 내말이 맞지?"
Commented by 정시퇴근 at 2008/02/03 22:24
행인1의 덧글이 슬프게 웃깁니다.....
Commented by teferi at 2008/02/03 22:57
대한민국 버전의 이야기는 어떤가요? 2공화국에서 사회혼란으로 고통받는 국민이 모든 것을 뒤집어엎을 위대한 지도자를 바라자 박정희가 펑하고 나타나서 보릿고개를 극복하고 산업화를 이룩하였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만.
Commented by 루시앨 at 2008/02/03 23:52
제시된 인용문을 보고 문득, 노무현-이명박 모두 변형된 보나파르티즘의 예라 볼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석의 대상으로서 한나라당 및 그가 상징하는 자유주의와 그에 대한 반대항으로서의 열린우리당 및 그가 상징하는 중도를 마치 당시 프랑스의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 처럼 상정해 볼때, (라는 전제는 근데 또 무리가 있는것 같긴 합니다;; 프랑스와 달리 저 당들이 계보학적인 차이 외의 구분점이 있는지 의심스럽군요. 일단 추측을 해보면) 이명박, 노무현이야말로 그 두 당과 그의 지지자들이 얻을 수 있던 최선의 선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둘다 여의도 출신이 아니고, 또한 두 당에서 각기 완벽히 만족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듭니다.)
Commented by Executrix at 2008/02/04 00:17
개인적으로 지난 선거를 평할 때 가끔씩 써먹은 이야기인데, 여기에서도 보니 놀랍군요. 다만 원본이 물뱀이라... 그건 처음 알았습니다. 이쪽이 더 화끈해서 좋네요.
Commented by 玄武 at 2008/02/04 10:24
저 인용구를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써먹었다는 점까지 생각하면...--;
Commented by sanister at 2008/02/04 12:39
갑자기 이런말이 떠오릅니다.
"꿈은 하늘에, 현실은 시궁창"
순도 100%짜리 금괴가 없듯이 흠없이, 사회를 순도 100%짜리 금처럼 만들 인간이 존재할리 없지요.(그렇다고 우리사회가 순도 100%에 비견할 수준이 아니라 금광석 수준이 아니냐고 물으시면 곤란합니다.)

p.s. foog// 임금이 된 개구리는 더이상 개구리가 아니랍니다 :) 임금이 된 개구리는 통나무나 물뱀이 되겠지요.
Commented by 나지 at 2008/02/04 14:24
무서운 소넷님을 청와대로
Commented by marlowe at 2008/02/04 15:18
저는 황새로 기억하는 데, 원전은 물뱀이였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8/02/04 18:16
shaind, 블루시트러스, Executrix, marlowe/ 두 번째로 오는 왕이 황새(stork)인지 물뱀(serpent)인지에 대해서는 두 가지 버전이 있는가 봅니다.

shaind/ 기스의 아들이군요. 뭔가 이 나라에서 기도를 올리면 츤데레 권왕이나 썩소 성제 같은 분이 내려오실 듯한.

nishi/ 아, 그가 뱀띠입니까!

쿨짹/ 이솝우화뿐 아니라 동화 전반이 좀 그렇지 않습니까? [빨간 구두]니 [행복한 왕자] 등도 실로 만만치 않았던 것 같습니다.

觀鷄者/ 동감입니다.

됴취네뷔/ 토목업자를 왕으로 뽑은 만큼 연못 주변 환경정비를 위해 일단 공구리부터 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IEATTA/ 저도 그렇습니다.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낙마한 닉슨을 승계한 포드는 자기 회고록 제목을 "A Time to Heal"이라고 붙였었는데, 우리도 물뱀의 시대를 지내고 나면 그런 대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foog/ 저는 언뜻 보고 이름이 frog이신 줄 알았습니다 ;-)

미친고양이/ 때깔이 좋은 뱀이 잡아먹힐 때도 더 아프다고.

하이얼레인/ 넌 이미 꽃뱀인데 뭘 걱정하냐? 깔깔깔.

vvin85/ 하하하, 동감입니다. 그야말로 "개기냐? 엿좀 먹어봐라" 인 듯.

행인1/ 오, 그런 겁니까. 사실 저는 물뱀도 개구리라고 느끼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드는데, 다음 번엔 그 이야길 좀 해 보지요.

산왕/ 그게 바로 우화의 힘 아니겠습니까.

YaPenguin/ 슬픈 동탁과 웃기는 동탁 입니까.

あさぎり/ ...

paro1923/ 맞는 말씀입니다. 다만 저는 그래도 둘 중 하나 고르라면 통나무가 좋습니다.

비공개/ 그건 어떤 반응이 나오는지 보기 위해 화두를 한번 던져 본 것이지요. 외환위기 사건에 대해 잘 아는(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당시 그 비유를 누가 써서 유명해졌는지 당연히 기억할 것입니다. 따라서 저 사건을 놓고 저런 비유를 쓰는 사람이라면 그 이야기를 잘 알면서 어떤 복선을 깔고 구사했거나 아니면 반대로 그 사건에 대해 정말 잘 모를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입니다.
과연 어느 쪽이었을까요?

라피에사쥬/ 생석회라도?

키치너/ 우리 대중들은 신경도 굵고 비위 내지는 맷집이 아주 좋은 것 같습니다. 이런 특성은 대인배의 나라들에서 흔히 보이는...

정시퇴근/ 쩝쩝.

teferi/ 그 말씀을 듣고 보니 썩은 왕정을 대신해 대일본제국이 반도의 근대화를 이룩해주었다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연상됩니다.

루시앨/ 으음. 그 구도를 가져와야 할 만큼 유사성이 충분한지는 잘...

玄武/ 제 눈의 들보는 안 보이는 법이니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인 듯 합니다.

sanister/ 심판의 날을 한 열흘 정도 늦출 수 있다면, 감히 이 사회를 위해 무언가 가치있는 일을 했다고 자부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나지/ 그건 뭐야? 끔찍이 이반ivan the terrible 비슷한 건가, sonnet the tremendous?!
Commented at 2008/02/04 19:3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8/02/04 20:10
비공개/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논쟁이 본격적으로 옮겨붙으면 각자 손에 든 카드를 차례차례 까 나가게 될테고, 그 때는 저도 쟁점에 맞추어 제 입장을 밝히게 되겠죠. 그러나 카드란 것은 다 내는 순서가 있는 법 아니겠습니까?
Commented by teferi at 2008/02/04 20:16
1945년 광복을 맞았을때 대한민국은 세계의 최빈국이었지만 1960년 이후 급격한 발전을 거쳐서 지금 선진국 문턱까지 왔습니다. "썩은 왕정을 대신해 근대화"한 결과물이 세계의 최빈국 수준인데 sonnet님은 대체 어디에서 감동을 느끼는지 모르겠습니다.
Commented by teferi at 2008/02/04 20:29
일본은 총칼로 위협하여 강제로 대한제국의 주권을 강탈하였고 대한제국의 국민이었던 한민족은 1919.3.1의 시위로 일본의 지배에 거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반면에 박정희는 처음에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권력을 장악하였으나 이후에는 피선거권을 가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통령선거에 나와서 국민 다수의 신임을 얻어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민족적 관점에서 보지 않더라도 동의를 얻은 박정희와 동의를 얻지 아니한 일본 제국주의 세력을 같이 비교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습니다.
Commented by paro1923 at 2008/02/05 00:11
teferi 님은 댓글의 뜻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신 것 같군요.
무엇보다, 2공화국 당시에 대해서 너무나 전형적인 편견으로 바라보시는 것 같으니...

* 대제님께 - 저도 나뭇토막이 좋습니다. 헤헤...
Commented by 네비아찌 at 2008/02/05 01:48
그래도 물뱀은 다른 물뱀이 이 연못에 쳐들어오는 것만큼은 필사적으로 막아주지 않겠습니까? 자기 나와바리니까.
개구리들이 혀를 째서 물뱀의 말을 유창하게 하게 된다면 금상첨화!!!!
Commented by band at 2008/02/05 12:06
네비아찌/ 역시.......보경사 물뱀사투리학원을 차리면 대박나는 것이군요. 배우면 살아남고 안배우면 도태(잡아먹힌)된다는!
Commented by 누렁별 at 2008/02/05 15:59
"이 때 홀연히 한 중년의 한국 남자가 밧데리 메고 연못에 나타나니, 개구리들은 잡아서 뒷다리 구워먹고 물뱀은 뱀탕 신세가 되었도다."
Commented by 됴취네뷔 at 2008/02/05 21:33
그나저나
통나무대신 통나무를 갈아서 같은무게의 톱밥으로 내려주는방법도 제안하고 싶습니다.
Commented by 미친고양이 at 2008/02/06 14:47
생각해보니 동물은 색깔이 화려하고 알록달록할수록 독이 강했지요. 아마...-_-
Commented by 행인1 at 2008/02/06 16:49
teferi 님은 왠지 G-십자군으로의 진화 조짐이 보이는듯 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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