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디로 말하자면
뿌린대로 거둔다 쯤 될 것 같다.
나도 이런 류의 패러디를
많이 써먹어 본 적이 있기 때문에 말하는 것인데, 이런
"목적어 치환형" 패러디는 보통 최초의 논리를 들고 나온 사람 혹은 그 논리에 동조한 사람을 우스꽝스러운 바보로 만들어 재기불능의 타격을 주기 위해 제작하는 것이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니들 맘대로 끌어내려" 같은 식의 선전선동술은 효과도 좋고 당시 강풀에게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논리처럼 느껴졌겠지만, 지금처럼 선거에서 유례없는 대승을 거둔 이명박 같은 인물이 나타날 경우 그가 지지하는 정치세력에 즉각 역풍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 명백해진 것이다.
措大선생의 말씀대로 저작인격권을 무기로 싸워 볼 수 있다는 것이 이론상의 정론이겠지만, 그는 프로파간다꾼이고 프로파간다와 프로파간다가 맞붙는 현장에서는 그렇게 싸우면 점점 더 수렁에 빠져들 수밖에 없게 된다. 공권력의 도움을 얻어 BBK동영상을 못 보게 했으면 한다는 한나라당을 두들기는데 썼던 선전선동술은, 저작인격권을 무기로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불리한 패러디를 못 보게 하는 사람(과 그와 한 편인 정치집단)을 두들길 때 똑같이 써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내가 강풀의 입장에 처했다면… 나는 넉살좋게 한바탕 너털웃음을 짓고
후학의 근성을 크게 칭찬하며 이 패러디를 공인해 준 후, 자기 웹사이트 및 연재공간을 통해 이 패러디를 적극 재배포하도록 후원할 것이다. 그래야 내가 옹졸한 소인배처럼 비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향후 자신의 정치적 표현에 대한 비판에도 유연히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이런 것은 어차피 법적 조치로 막을 수 없고, 막으려고 시도하면 시도할수록 정치적으로 나만 바보가 될 뿐이다. 이번에 강풀의 등에 찍힌 소인배의 낙인은 좀처럼 벗을 수 없을 것이다.
아마 다음 사례를 살펴본다면 내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가 더 명백해 질 것이다.
미국 TV선거광고의 전설 중 하나로 『
데이지』란 물건이 있다. 민주당의 존슨 대통령과 공화당의 골드워터 상원의원이 맞붙은 1964년 선거에서 존슨 측이 내보낸 이 짧은 광고 한 방에 골드워터 후보는 핵전쟁광의 딱지가 붙어 떡실신이 나고 말았다.
빌 클린턴의 최고선거전략가였던 딕 모리스는 다음과 같이 논평한다.
그렇다면 골드워터는 이 데이지 스폿광고에 어떻게 대처했어야 할까? 2002년 [데이지 광고를 기획한] 슈워츠와 만나 인터뷰했을 때(그는 여전히 광고활동에 종사하면서 기적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는 골드워터의 대응과 관련해 한 가지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골드워터가 이렇게 응수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핵전쟁을 막고자 하는 이런 캠페인에 헌신하고자 한다. 그래서 우리 쪽 선거운동본부 후원 아래 이 광고를 두 번째 내보낼 때는 그 광고비를 내가 지불하겠다.”
만약 골드워터가 이 광고 후반에 나오는 존슨의 목소리를 자신의 목소리로 대체할 방법을 찾을 수만 있었다면 그 효과는 상당했을 것이다. 만약 골드워터가 이런 식으로 이 광고의 표적이 자신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었다면 무함마드 알리도 부러워할 만큼 교묘하게 펀치를 피해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골드워터는 발끈했다가 더욱 처참하게 당하고 말았다. Morris, Richard.,
Power Plays: Win or Lose--How History's Great Political Leaders Play the Game, HarperCollins, 2002
(홍수원 역, 『
파워게임의 법칙』, 세종서적, 2003, pp.302-303)
예를 하나 더 들자면,
캐스퍼 와인버거의 일처리 수법도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강풀이 버럭거리다가 버로우탄 것은 늦게나마 현명한 판단인 것 같지만, 나는 시간이 좀 흐른 후 그가 슬금슬금 컴백할 때를 대비한 구충제로서 이번 사건의 관련 자료들을 잘 챙겨두기로 했다. 강풀은 제2의 무뇌충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