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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와 정치
얼마 전 이글루스에서 덕후와 정치라는 나름 재미있게 풀려나갈 수도 있는 주제가 던져졌는데,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 뒤끝이 좋지 않은 결과로 마감된 것은 아쉬운 일이다. 다음은 그 주제를 듣고 떠올린 이야기이다.



십수 년 전 일이다. 당시 일군의 게임 동호인들이 관련 서클들을 엮어서 게임 컨벤션을 개최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다른 준비라면 동호인들이 노력봉사로 때우면 되는 일이었지만, 한번에 수백 명이 모여 이벤트를 가질 수 있는 장소만큼은 그렇게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물망에 오른 것이 수도권 G시의 시민회관이었다. 이곳은 지하철 역과 가까워서 교통편도 우수하고, 공공시설답게 다른 민간시설들에 비해 임대비도 상당히 저렴한 편이었다. 운영자금이 빡빡한 상태였기 때문에 이곳을 뚫어보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은 분명했다.

(테이블 토크) RPG라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극히 마이너한 취미이고, 그 얼개를 모르는 사람이 간단한 설명을 들어서는 이해하기 상당히 힘든 종류의 게임이다. 특히 그것이 대규모로 모여서 화투나 포커를 치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를 기성세대에게 이해시키기란 특히 어렵다. 우리는 다각도로 설명하려고 시도했지만 뭔지 잘 모르지만 귀찮은 일에 말려들고 싶어하지 않는 담당자에게 이것이 "수상쩍은 노름"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시킬 수가 없었다.

하여간 그래서 일이 답보상태였는데, 결국 어찌어찌해서 장소사용허락을 받아 행사를 무사히 치를 수 있었다.

후에 그 때 행사를 총 지휘했던 후배 K에게 도대체 어떻게 그 담당자를 설득했냐고 물어 보았는데, K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당시 한나라당 내에서 무슨 당내 경선이 있어서 중진이던 S 의원도 거기 출사표를 던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컨벤션 자원봉사를 위해 모인 애들이 상의 끝에 단체로 S의원의 선거운동을 거들어 주었다고 한다. S의원은 떨어졌지만(당시 언론에서도 아무도 될 거라 생각지 않았음), S의원 사무실 측에서 G시 담당자에게 '~ 착실한 청년들이니까 선처를 희망'한다는 간단한 전화를 넣어 주었다고 한다. 그 후로는 일이 일사천리로 풀렸음은 물론이다.


이니셜 처리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있더라도 공개적으로는 언급하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by sonnet | 2009/05/22 19:55 | 게임 | 트랙백 | 덧글(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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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액시움 at 2009/05/22 20:02
그 간단한 전화 한 통을 위해……. 꿀렉
Commented by sonnet at 2009/05/22 22:11
뭐 효과는 있었으니까, 그 값어치를 한 거죠. 사실 국회의원들이 사소한 지역 민원을 해결해주는 방식의 상당부분이 저런 식입니다.
Commented by (sic) at 2009/05/22 20:10
덕후 국회의원 하나쯤 나오면 뭔가 벌리기 쉬워지겠군요.. 로젠아소?!
Commented by sonnet at 2009/05/22 22:20
사실 다들 마이너한 취미들인데 뭐 대단한 걸 벌일 일은 별로 없지 않을까 합니다만, 그래도 어딘가에 좀 알아주는 사람이 있으면 도움이 될지도요.
아소가 외무대신을 지내기 조금 전에 http://sonnet.egloos.com/871356 같은 계획이 언론을 탔는데, 그 후 어떻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Commented by 미친고양이 at 2009/05/22 21:12
그 행사 저는 놀러갔던 기억이...;;
Commented by sonnet at 2009/05/22 22:20
하하, 저도 어느 부스 한 곳을 지키고 있었는데, 모르고 서로 지나쳤을지도요.
Commented by 고어핀드 at 2009/05/22 23:31
지금도 마이너한 취미이니 십수 년 전에는 더 고생이 심하셨을 것 같습니다. 덕후의 길은 고난과 투쟁의 연속이라는 점에서 정치와 닮아 있는지도 :)
Commented by sonnet at 2009/05/23 19:44
사실 투쟁같은 거 안하고 조용히 놀 수 있으면 최대한 조용히 노는 것이 일반적인 덕후의 경향이 아닐까 싶습니다.
Commented by 고어핀드 at 2009/05/28 17:51
제가 말한 투쟁의 의미는, 외국 원서를 힘들게 구하거나 피규어를 사기 위해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뛰는 등의 행위를 가리킵니다. 정치적 투쟁이 아니라요. :)
Commented by sonnet at 2009/05/28 20:16
'보급투쟁'이군요 ;-)
Commented by categoriae at 2009/05/23 01:08
역시 대제님은 정통 RPG 계에도 가담하신 적이 있으시군요. 스포츠가 아닌 놀이 문화류에 한 번이라도 안 해보신게 있는지 급 궁금해집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05/23 19:46
아이고, 취미의 길이 그처럼 다양한데 안해본 것 천지겠지요. 굳이 말하면 공작에 가까운 쪽, 즉 미니어처나 모델링을 안 해 본 것 같습니다. warhammer니 orge 같은 것을 좀 갖고 있긴 한데 본격적으로는...
Commented by 안모군 at 2009/05/23 01:21
음 저도 놀러간 적이 있는데..... 벌써 시대가 많이 흘렀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5/23 19:47
그러네요. 참..
Commented by 마나™ at 2009/05/23 02:18
사실 "아는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친지 친구 동원해서 압력을 시도하기보다는 불법이나 도덕적 문제가 없는 범위 내에서 차라리 give and take를 확실히 주고받는 것이 바람직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05/23 19:56
정상적이라면 될 일을 쉽게 되도록 도와주는 것과 안될 일을 억지로라도 되게 도와주는 것 간에는 중대한 차이가 있는데, 사람들은 자신의 입장 때문에 이 두 가지를 잘 구분하지 못할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길 잃은 어린양 at 2009/05/23 08:00
이것이야 말로 일상생활의 정치로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5/23 19:51
하하. 그런 것 같습니다. 사실 덕후가 뭐 대단한 집단화된 정치적 요구사항이 있겠습니까?
Commented by paro1923 at 2009/05/23 08:59
그렇군요. 어설피 이해시키기보단 기브 & 테이크...
Commented by sonnet at 2009/05/23 19:51
지금도 잘 처리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deokbusin at 2009/05/23 10:34
그러고 보니 미국에서도 온갖 법조항을 들먹이며 안 됀다!고 딱지를 놓던 관료들이 막상 대통령이 중점적으로 관심을 보이니까 일사천리로 일이 해결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5/23 19:43
사실 사람 사는 데는 어디나 그런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dhunter at 2009/05/23 10:45
당내 경선에 나올 사람정도면 대충 '이름' 이 보입니다만, 당부가 있으신 만큼 그런 비사가 있구나... 하겠습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05/23 19:43
네,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sugar at 2009/05/23 11:34
벌써 십수년전 이야기가 되었군요.....
시간이 흐르는 물과 같습니다 그려 T_T
Commented by sonnet at 2009/05/23 19:43
네, 다들 젊었었는데요;;;
Commented by 누렁별 at 2009/05/23 11:48
덕후 = 착실한 청년
Commented by sonnet at 2009/05/23 20:27
그런겁니까.
Commented by 이네스 at 2009/05/23 16:42
세상은 Give&Take.

아닌 빌어먹을 경우도 있지만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5/23 20:28
상대가 생면부지인데 맨입에 도와주길 기대하는 것도 좀 무리가 있는 상황이었죠.
Commented by 바보이반 at 2009/05/23 16:54
덕후=XXX에 착실한 청년

누렁별님 코멘트에 무례하지만 첨가해 보았습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9/05/23 20:28
빈칸은 각자 생각하는 것으로
Commented by shaind at 2009/05/23 20:34
우와 RPG컨벤션에 그런 흑막(?)이 있었군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9/05/28 20:18
흑막까지나 ;-)
Commented by 일화 at 2009/05/23 22:07
TRPG가 생각보다 많이 퍼져있었군요. 저도 좀더 젊어서 알았으면 도전해봤을텐데, 지금은 주말이면 뻗어 자기 바쁘니...
Commented by sonnet at 2009/05/28 20:17
저도 여력이 안 되어서 이제는 못하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김우측 at 2009/05/28 19:30
재미있고 일견 씁쓸한 현실이지만 세상이 그렇게 돌아간다지요.. (먼산)
Commented by sonnet at 2009/05/28 20:17
그렇죠. 저런 것에 익숙해지는 것이 어른이 되는 과정이 아닐까요.
Commented by leopord at 2009/06/23 01:43
RPG컨벤션에 그런 내막(?)이 있을 줄은 몰랐네요.ㅎㅎ; 뭔가 입맛이 쓰기도 하고... 정치적 지향과 취미는 명백히 다른 영역이긴 합니다만. 저런 것에 익숙해지는 게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지만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개인차도 크다고 봅니다.

TRPG도 안 한지 몇 년 되어서 이젠 그냥 기억으로만 남아있네요.ㅎ
Commented by 미리스 at 2009/10/29 14:22
K시인지 G시인지, 하여간 역에서 올라오면 바로 만나는 그 시민회관...

이랄까, 당시에는 어땠는지 몰라도 지금이라면 다들 인맥이 있어서 장소문제라면 후딱 해결할 수 있을텐데..
(그 시민회관만 해도 제 인맥이라면 바로 날자 잡아줄 수 있을 정도니... 행사취지를 물어보면 핑계는 좀 대야겠지만.)



문제는, 그때의 티알인들이 지금까지 열정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이고,
지금은 국내 티알 자체가 여기저기 너무 섞여들어가서 '티알만을'위한 행사 자체가 없다는게 참 안타깝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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