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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질문 게임
(전 CIA 모스크바지국장) 모와트 라센은 넘지 말아야 할 경계선에 지나치게 가까이 접근했다는 이유로 두 번이나 소련에서 축출되기도 했는데, 그것은 일종의 영예에 해당하는 일이기도 했다. 그는 소련 정보원들과 한 수를 두면 다음 수로 맞대응하는, 한 치도 양보가 없는 체스 게임이라도 하듯 정보 수집 활동을 했으며, 한 달에 한 차례씩 KGB 요원들과 만나 보드카를 마시기도 했다.
그들은 ‘한 가지 질문’ 게임을 했다. 각기 질문 하나만을 할 수 있었고, 상대는 그 질문에 정직하게 대답하거나, 아니면 아예 대답을 하지 않거나 하는 게임이었다. 거짓말은 규칙위반이었다. 그것은 적의 그릇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면서 신뢰를 쌓아나가는 연습이었으며, 모와트 라센이 자신에게 정보를 줄 수십 명의 이중간첩을 만들어낸 방식이기도 했다.

Suskind, Ron., The One Percent Doctrine: Deep Inside America's Pursuit of Its Enemies Since 9/11, Simon & Schuster, 2006 (박범수 역, 『1퍼센트 독트린』, 알마, 2007, pp.91-92)

이것도 내가 좋아하는 패턴 중 하나.
일견 진실게임과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르다. 이 게임에서는 대답 그 자체보다도 상대가 대답할지 말지를 순간 망설일 지점을 재빨리 찾는데 질문의 묘미가 있다. 물론 그 지점은 게임을 계속해 나가면서 변한다.
by sonnet | 2007/11/27 20:01 | 블로그/일상 | 트랙백 | 덧글(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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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categoriae at 2007/11/27 20:34
'치킨 게임' 혹은; '대인배 게임' 둘 중의 하나가 되겠군요. 그것은.... 좋은 것이다.
Commented by Luthien at 2007/11/27 21:20
러시안 룰렛 ver.나불나불.
Commented by 곤충 at 2007/11/27 21:23
정말 이중간첩이 안 될레야 안 될 수 없겠군요;;; 말해도 정보주고 말 안해도 정보주니;;
그런데, 그 이야기는 라센역시 이중간첩이라는 이야기와 같지 않나요?
Commented by paro1923 at 2007/11/27 22:53
'Simple is best'랄까... 최고의 심리전이군요.
저런 사람을 상대한 당시 KGB 요원들은 포커 페이스 익히느라 진땀 뺐겠는데요...
Commented by 루시앨 at 2007/11/27 23:08
와우~! 대단하군요 ㅋ
Commented by lee at 2007/11/28 02:03
그러고보니 비밀리에 움직이는 정보기관이라도 실무자들끼리는 서로 알고 있는 모양이네요. 그나저나 CIA모스크바 지국장이라...
Commented by 하이얼레인 at 2007/11/28 06:39
비숍을 뒤에 깔고 나이트를 전진시킨다음 체크는 안하고 상대가 폰을 움직이는 걸 보면서 챙길껄 챙긴다... 인가:D 두근두근
Commented by 단순한생각 at 2007/11/28 08:54
결국 게임은 상대방을 꿰뜷어보는 가장 간단하고 확실한 수라는거군요.(...)
Commented by 라피에사쥬 at 2007/11/28 14:48
문제는 역시 빈라덴과는 저런 체스를 둘 수 없다는 것이려나요[..]
Commented by 천마 at 2007/11/28 15:25
재미있는 심리게임이군요. 상대가 답하지 않더라도 그 태도로 어느정도 유추한다는 것인데 이거 상대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적용되는 규칙이니 질문을 얼마나 정교하게 하느냐가 핵심이겠습니다. 글로 봐서는 질문을 라센이 더 잘했던가 봅니다. 뭐 일방적으로 정보를 얻어내기만 한 것은 아니겠지만요. 그런데 궁금한게 상대가 규칙을 지킬지 어떻게 확신했을까요.
Commented by 구들장군 at 2007/11/28 20:02
규칙을 어겼을때 어떠한 강제수단이 있었는지가 문제될 것 같군요.
그와 더불어, 상대와 '신뢰를 쌓아갈 수 있는' 사이였는지가 더 궁금해지네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7/11/28 21:22
categoriae/ 둘 다인 것 같습니다.

Luthien/ 당신 시키면 잘 할 것 같아. ;-)

곤충/ 음. 저 게임에서 잘못 말리면 이중간첩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지요. Lord of the Rings에 비유하자면 사루만이 저런 게임에 말려든 인물이 아닐까 합니다.

paro1923/ 그쪽도 만만찮은 너구리였겠지요.

루시앨/ 흐흐

lee/ 대개 저런 간부들은 대사관에 적당한 직함을 갖고 눌러앉아 있지 않나요? 지국장이 illegal이거나 한 경우는 못 들어본 것 같습니다.

하이얼레인/ 요즘은 체스 삼매인 거야? ㅎ

단순한생각/ 꿰뚫어본다기 보다도 떠본다... 라는 게 더 가깝지 않을까 하는 게 내 추측.

라피에사쥬/ 알-네다 같은 알카이다 웹사이트에 가서 "지나가다" 같은 이름으로 "님하 죽을래염? ㅋ"라구 댓글달면 현피뜨자고 할지도....

천마, 구들장군/ 라센이 실제로 어떻게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 생각에는 내가 아는 것도 모르는 척 섞어가면서 물어봤을 것 같습니다. 그러다 상대가 지뢰를 밟아서 거짓말을 하는 걸 알아내면 상대의 배짱 내지는 그릇이 어느 정도 감이 잡히지 않겠습니까?
Commented by H-Modeler at 2007/11/29 10:20
이게 진짜 대인배의 유희로군요. 역시 세상은 넓고 대인배도 많습니다.[...]
Commented by Luthien at 2007/11/29 10:30
전 시키면 잘하는게 아니라 당하면 잘합...(피학성!?)
Commented by sonnet at 2007/11/30 14:03
H-Modeler/ 그런 것 같습니다. 해보면 중독성도 있어요.

Luthien/ ... 자살골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Commented by 腦香怪年 at 2007/12/10 13:07
저런 게임은 어떻게 보면 상호 교환적이라고 볼 수 있지요. 즉 라센의 상대역인 KGB 요원들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혹은 라센의 수를 읽고(또는 읽는다고 생각하고) 저러한 종류의 게임교환이니까 결국 상대도 라센이 같은 룰을 지킬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저런 게임이 성립되지 않았나 합니다. 사실 냉전 시대를 봐도 동서 양 진영의 정보관들이 서로 대척하는 동안에도 저런 식의 전제가 깔린 교류나 대화 만남을 가진 사례는 의외로 드물지 않았었죠. 조금 먼 예지만 CIA 서울 지국장을 지낸 바 있던 피어 드 실버는 빈 지국장 시절 현지 KGB 지국장과 친분을 쌓고 함께 낚시여행까지 간 적이 있었죠. (물론 이런 관계를 지속하면서도 양 측 모두 상대에 대한 경계나 혹은 엿보기는 게을리 하지 않았지요)

THE GOOD SHERpard에서 technical Advisor를 맡았던 밀턴 비어든이 이 영화에 대해서 가진 인터뷰에서 에드워드 윌슨(맷 데이먼)과 소련 첩보원인 율리시즈가 나누는 갖가지 대화장면들을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 꼽으면서 그 숨막히는 각각의 대화 속에서 누가 더 유리한 것인지, 둘 사이의 드라마가 어떻게 끝날 것인지를 끝까지 알 수 없다는 긴장감을 그 이유로 들었습니다. 이런 걸 보면 역시 피아가 명확한 듯하면서도 불확실하고 끊임없이 경계가 흐려지는 그 시점이 현장 첩보 활동의 포인트인 중 하나이긴 한 것 같습니다. ( 개인적으로는 굿세파드에서의 대화 장면은 비어든의 경력을 고려해 볼 떄 가브릴로프 채널의 경험이나 이미지가 반영되지 않았나 합니다)

위에 나온 라센의 경력에 대해서는 자료들 간에 조금 애매한 바가 있는 데 여기에 대해서는 별도의 포스팅에서 언급해볼까 합니다.
Commented by sonnet at 2007/12/10 15:19
腦香怪年/ 그렇지요. 서로 탐색하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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