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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의 논리, 적당의 논리
팝콘을 좋아해서 전자렌지 팝콘을 한 달에 열 봉지 정도는 먹는 것 같은데... 팝콘 굽는 노하우를 한 수 배운 덕에... (의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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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es March와 Herbert Simon이 공저한 『조직론Organization』 서문을 보면 조직은 두 가지 “행동논리”, 즉 결과의 논리(logic of consequences)와 적당의 논리(logic of appropriateness)를 따른다고 한다.

결과의 논리는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의사결정과정이다. 일단 가능한 모든 방법을 나열한 후 장단점을 따져서 어느게 제일 나은지를 판단한 다음 제일 낫다고 생각되는 것을 택해 행동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이 늘 결과의 논리를 따라 판단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흔히 사용되는 판단 중에 전혀 다른 방법이 있다.

적당의 논리는 앞서 말한 결과의 논리와는 전혀 다르다. 문제를 만나면 평소에 자주 접한 친숙한 유형 중 하나로 분류한 후, 그 유형에 늘 하던 방법을 적용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경험, 역할, 제도, 전문가적 지식 등이 이용되며, 판단은 주로 조직의 업무규정이나 개인적 경험에서 적당한 기억을 찾아내는데 사용된다.

예를 들어 "그거라면 XX가 잘 아니까 그에게 부탁하자" 같은 식이다.
이러다 혹시 그 방법이 실패하면, 그 다음으로 비슷한 유형을 찾아 나서게 된다.
"XX도 모른대? 그럼 YY에게 한번 물어봐!"

적당의 논리가 적용될 때 발생하는 특징적인 전략으로 충분(satisficing=satisfy+suffice)의 원칙이란 게 있다. 즉 낙제점을 정해 놓고, 주어진 보기를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검토해 나가다가 제일 먼저 낙제점을 넘긴 보기를 고르는 것이다. 이럴 경우 보기가 제시되는 순서가 결정적으로 중요해진다.

낙제점 < 60
1) 55점
2) 60점
3) 90점
4) 75점

이럴 경우, 결과의 논리를 따르면 답은 3)이겠지만 적당의 논리를 따른 선택은 2)가 된다.

적당의 논리는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업무(routine work)를 큰 실수 없이 (그리고 큰 고민 없이) 처리하는데 아주 적합하며, 무의식적으로 아주 널리 사용된다. 누구나 한번쯤은 관료적인 조직을 상대하다가 그 완고하고 비효율적인 일처리에 진저리를 치게 된 적이 있을텐데, 그 원인을 캐 보면 대부분 이 적당의 논리가 뒤에 자리잡고 있다. 민원인 개개인의 사정은 모두 다르겠지만, 수많은 사람을 상대하는 담당자 입장에서는 적당의 논리가 가장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전략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말 골치아픈 것은 조직이나 프로세스가 복잡해서 적당의 논리를 여러 단계 거칠 경우다. 이런 과정을 거쳐 나온 결과물은 그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 조차도 종종 도대체 어떻게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생겼는지 이해할 수 없는 괴물딱지이기 쉽다.
by sonnet | 2007/11/10 03:09 | 정치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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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스카이호크 at 2007/11/10 09:14
Best solution보다는 Good enough를 추구하는 게 귀차니스트들의 특징이죠...
마지막 줄 캐공감입니다. 요즘 회사에서 저런 일을 종종 겪는터라;;
Commented by monsa at 2007/11/10 10:53
허버트 사이먼 형님이 쓴 조직이론 책도 있습니까? science of artificial 에서 감동을 받았는데, 꼭 읽어봐야 겠군요.
Commented by 屍君 at 2007/11/10 11:16
마지막 줄 읽고 순간 찌릿 했습니다. orz
Commented by categoriae at 2007/11/10 13:04
대형 항공사고, 성수대교 붕괴, 쿠바 미사일 사태때 미-소의 여러 헛짓거리들, 불침번 인수인계 펑크의 추억 등 여러가지가 떠오르는군요.
Commented by CAL50 at 2007/11/10 14:54
적당의 논리... 매달 마감때의 제 일처리를 보는 것 같군요 -_-;
Commented by paro1923 at 2007/11/11 00:04
확률이 99%라고 해서 결과가 100% 나오는 건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 일일이 1%에 신경쓰고 살기엔 귀찮거든요. (쓴웃음)
Commented by sonnet at 2007/11/11 21:52
스카이호크/ 정말 회사, 특히 좀 규모가 되는 회사는 저런 게 많죠.

monsa/ 사이몬 횽은 진정한 본좌라고 할 수 있지요. Administrative Behavior가 관리행동론이란 이름으로 번역되어 있는데 관심 있으시면 이쪽도 체크해 보시는 것이 어떠십니까?

屍君/ 찌릿찌릿!

categoriae/ 옙. 누가 그랬더라... 복잡한 조직 안에서 "사고란 일상적인 사건이다"란 이야길 들은 적 있는데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CAL50/ 하하. 삐질...

paro1923/ 물론입니다. 그 1%에 너무 집착하면 소위 "1퍼센트 독트린" 같은 게 또 나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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