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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한마디(Reagan)

나도 북한에 가 보았지만 그들은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정원식 총리의 예방을 받고, Ronald Reagan


해설

우리는 [지구정상회담 참석차] <리우>로 가는 길에 한 달 전 흑인 폭동으로 큰 난리를 겪은 미국의 로스앤젤레스에 잠시 들러서 우리 교민의 피해지역을 시찰하고 피해 교민을 위로했다. 그때까지도 방화와 약탈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지만 우리 교민사회는 차츰 평정을 되찾아 가고 있었다.
그러고 나서 시내에 있는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사무실로 찾아가서 경의를 표했다. 여든이 넘은 레이건 대통령은 전과 다름없는 건강한 모습으로 우리를 영접하고 담소를 나누었다. 대담 중에 정원식 총리가 남북 총리회담과 관련해서 북한의 폐쇄적인 태도에 대해 언급하자 그가 느닷없이 말했다.
“나도 북한에 가 보았지만 그들은 많은 문제를 갖고 있습니다.”
정 총리는 ‘이것이 무슨 소리냐’ 하는 표정으로 옆에 앉아 있는 나를 흘깃 쳐다보았고 나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감출 수밖에 없었다. 면담을 마치고 나오면서 우리는 한 번도 북한을 방문한 적이 없는 그가 ‘참 이상한 소리도 한다’면서 의아해 했는데 그런지 한 2년쯤 지나니까 그가 알츠하이머(노인성 치매)를 앓고 있다는 발표가 나왔다.
“아, 그때부터 이미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었구나.”

노창희, 『어느 외교관의 이야기』, 기파랑, 2007, pp.304-305

이 이야기는 1992년 6월의 이야기이지만, 사실 나는 치매까지는 아니더라도 레이건의 정신적 쇠퇴는 훨씬 빨리, 현직 시절부터 일어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지금 미국 국방장관인 로버트 게이츠는 CIA국장을 끝내고 공직을 은퇴해 있던 시기에 회고록를 썼는데 그 말미에 레이건에 대해 흥미로운 평을 남겼기 때문이다.

나보다 그를 더 잘 알고 그를 더 가까이에서 모신 사람들은 동의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레이건이 1985년 말에서 1986년 초 사이부터 조금씩 시들어갔다고 생각한다.
임기 첫 5년 사이에 나는 백악관 상황실에서 레이건을 관찰하면서, 그가 복잡한 문제나 선택지들을 듣고 그 복잡한 구상을 보통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로 바꾸어 말하는 것을 보아 왔다. 그의 이야기는 링컨적이었고 대개 정확히 이야기의 핵심을 짚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있으면 놀라웠다. 그러나 임기 제2기가 진행되면서 우리는 들었던 이야기를 듣고 또 듣게 되었으며 알맹이가 전혀 없는 경우도 많았다.
나는 그가 여전히 문제들을, 적어도 주요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마법 같다고 생각했던 그 탁월성은 나날이 시들어 갔다. 1987년 그가 내게 CIA 국장 자리를 제안했을 때와 후에 내가 사퇴하겠다고 말하러 갔을 때 두 번 다, 나는 그가 내 이름을 5분 후에도 기억해 내지 못하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는 용기와 확신의 사나이이며 나는 그를 모신 것을 언제나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Gates, Robert M., From The Shadows: The Ultimate Insider's Story of Five Presidents and How They Won The Cold War, New York:Simon & Schuster, 1997, p.573

예전에 소개했던 워싱턴 미소정상회담(1987)의 에피소드도 비슷한 시기인데, 레이건의 지적 능력이 쇠퇴하였다고 보면 아귀가 아주 잘 들어맞는 것 같다.
by sonnet | 2007/11/18 00:11 | 한마디 | 트랙백(1) | 덧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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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라피에사쥬의 회색빛 세상 at 2007/11/23 13:14

제목 : 그의 한마디
오늘의 한마디(Reagan)에서 트랙백. 우리의 북한을 가본 경험이 있으신 레이건 전황상께옵선 1987년 9월 21일 UN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도 남기셨습니다. 우리는 적대심에 대한 강박관념속에 살아가면서 전 인류가 얼마나 단결하고 있는가를 자주 잊어버리고 있습니다. 아마도 우리는 스스로 그 공통적인 경계를 인식하기 위해 어떤 외부세계의 위협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나는 때때로 우리가 만약 지구 바깥에서 온 외계인의 ......more

Commented by 루시앨 at 2007/11/18 00:31
보통 일을 하고 있을때 치매는 잘 진전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레이건 대통령의 알츠하이머가 현직시절부터 진전되었다니 흥미롭군요.
Commented by paro1923 at 2007/11/18 04:05
그래도, 레이건의 그것은 결정적일 때에 터져서
뭔가 상황을 악화시키거나 한 것 같지는 않으니 그나마 다행이군요.
(물론 보좌진들의 백업이 탁월한 게 컸겠지만... 쩝...)
Commented by 라피에사쥬 at 2007/11/18 09:04
UN에서 한 외계인발언도 저런 문제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참 생둥맞더군요[..]
Commented by 지나가던이 at 2007/11/18 10:04
역쉬 레이건 폐하...
Commented by 행인1 at 2007/11/18 13:04
세상에나.....ㅡoㅡ
Commented by 김미상 at 2007/11/18 17:04
초창기에는 지적으로 탁월한 면이 있었군요. (그런 사람이 무슨 실언을 그렇게 많이 했는지 원.)

혹시 YS도 나중에 무슨무슨 병을 앓고 있었다는 것이 밝혀지는 건 아닌지..... (그럼 MB는? -_-;;;;)
Commented by 됴취네뷔 at 2007/11/18 19:19
"아, 그때부터 이미.."
Commented by 구들장군 at 2007/11/18 19:56
글 잘 읽고 갑니다.
Commented by 길 잃은 어린양 at 2007/11/18 20:33
치매기를 보이는 노인에게 굴복한 소비에트 동지들의 굴욕감이 느껴집니다.
Commented by 천마 at 2007/11/18 23:46
레이건 대통령의 치매가 비교적 일찍부터 나타났다는 말은 유명하죠. 그래서 재선 임기동안은 사실상 주변 참모들이 사실상 일을 다했다고하더군요. 대통령 실수 안하게 하려고 조치하면서도 공식석상에서 실수할까봐 조마조마했다던가?

그런데 이런 경우가 의외로 여럿 있다고 합니다. 일단 생각나는게 케네디대통령이 약물중독이었다고 들었습니다. 어릴때부터 맞은 약때문이라는 말도 있고 2차대전때 부상을 치료받다가 중독되었다는 말도 있는데 어쨌든 대통령 후보시절에 이문제로 상대후보의 공격을 받은 적도 있다고 하더군요. 쿠바 사태때도 약기운이 떨어지면 불안해하고 약을 맞으면 자신만만해 했다던가 하고 심지어 자주 만나는 의사가 다른 의사면 펄쩍 뛸 독한 약까지 처방해줬다던데 관련 다큐를 보긴 했지만 본지가 오래되서 세부적인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네요.

처칠역시 병을 달고 살았고 1952년에 재임했을때는 뇌졸증때문에 고생하고 각종 치료약때문에 약물중독 상태였다고 하더군요. 90살까지 장수한 것을 보면 나름 건강관리는 잘 한거 같습니다만.

수에즈 사태 당시 총리였던 애틀리 역시 우울증때문에 치료하다가 약물때문에 판단력이 흐려졌다는 다큐를 본적이 있습니다.
Commented by 하늘이 at 2007/11/19 00:35
면전에서 저 소릴 들은 사람들은 얼마나 황당했을지 짐작이 갑니다. -ㅅ-; 그래도 나라가 대략 돌아간데다가 냉전에서 승리한걸 생각하면 역시 인적 자원과 시스템의 차이가 어떤 결과로 나타나는지 공감이 가는군요.
Commented by 리카군 at 2007/11/19 15:58
대통령들이 남몰래 병마에 시달리는건 하루이틀이 아니긴 합니다. 케네디는 애디슨병이었고, 미테랑은 암, 윌슨은 임기 막바지에 뇌일혈로 반신불수...-_-;

천마님/애틀리는 잘 모르겠는데 수에즈 사태 당시 총리인 안소니 이든(애틀리는 한국전 당시 수상이었죠)은 건강상태가 엉망이었던 걸로 악명높았습니다. 담석 제거하다가 담관을 건드려놔서 잦은 감염에 시달렸고, 지독한 고통과 고열때문에 나중에는 무려 뽕[...]까지 맞으면서 일했을 지경이니 말 다한거죠 뭐.
Commented by 천마 at 2007/11/19 16:17
리카군/ 이든이었어요? 지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확실히 확인해봐야하는 건데 그랬습니다. 수에즈사태 당시의 영국 총리가 원래 2차대전까지는 장래가 촉망되는 정치인이었는데 대전후 우을증인가 치료하다 약물때문에 건강상태가 나빠졌다고 하길래 애틀린갑다 했는데 어슬프게 아는걸 함부로 쓰면 이렇다니까요.^^;;;
Commented by didofido at 2007/11/19 16:40
정원식씨가 총리하던 시절이라면 전임 대통령이었을테니, 확실히 Landon Parvin이 써 준 유머는 아니네요.
Commented by 리카군 at 2007/11/19 21:00
천마님/뭐 그시절 영국 총리는 다 그나물에 그 밥처럼 보여서 헷갈리긴 합니다. 둘 다 전임자가 처칠이기도 하고요-_-;;; 이든 같은 경우에는 몸이 2차대전 시절부터도 안 좋았다고도 하고, 1945년에 처칠이 선거에서 깨지고도 "이든은 나한테 충성스러우니까"라는 이유로 자리에서 안 물러나는 바람에 야당 부총재[...]직에 머물러야 했고, 장남 죽고 결혼 파탄나고 해서 심하게 우울했다곤 하네요. 그러다 1953년에 담석 수술하다가 담관 작살난게 결정타였고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7/11/20 09:16
루시앨/ 저도 의학적인 측면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퇴직하고 나서 급격히 동네할아범으로 전락해 버리는 그런 사례들이야 우리 주위에서도 아주 흔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어쨌든 집권 2기 들어 레이건이 맛이 가기 시작했다는 제 인상은 레이건 행정부에서 일했던 사람들의 회고를 이것 저것 읽으면서 점점 강해지게 되더군요.

paro1923/ 레이건 최대의 위기는 역시 이란-콘트라인데, 이란-콘트라 관련해서 레이건의 치매끼가 문제가 되었다고 볼 만한 구석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라피에사쥬/ 앗, 그런 것도 있습니까? 역시 레이건의 세계는 심오하군요.

지나가던이, 됴취네뷔/ 흐흐흐.

행인1/ 알고 나면 아찔할 때가 있는 법이죠.

김미상/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레이건의 장점은 사안을 대중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할 능력이 있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사실 대중정치인으로서 그 건 최고의 재능 중 하나이지요.

구들장군/ 매번 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길 잃은 어린양/ 그러나 브레즈네프, 안드로포프, 체르넨코 등도 만만치 않은 중환자 군단 아니겠습니까.

천마/ 케네디와 레이건이 실제의 잘잘못과는 별 관련없이 미국 양 당의 영원한 우상인 건 역시 대중정치의 산물이 아닐까 합니다. 그건 그렇고 쿠바 관련해서는 제가 1차 사료라고 할 수 있는 Kennedy Tapes를 읽어본 바로는 케네디는 적어도 요동치는 기분이 있었더래도 결정적인 판단을 그르치게 하거나 할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하늘이/ 황당했겠지요. 꼬치꼬치 캐물을 입장도 아니고. 냉전이 결국 그런 식으로 풀린 제일 중요한 이유는 냉전의 설계자들이 냉전을 순간순간의 선택이 승패를 좌우하기 힘든 일종의 소모전으로 끌고갔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didofido/ 예. 92년이니까요. 이미 게이츠의 회고에 나오는 87년으로부터 5년이나 뒤죠.

리카군/ 미테랑 말기는 거의 소련 서기장 급의 은폐공작을 펼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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