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면서앞서
짧게 언급했었지만, 지난 목요일(9월 6일) 한밤중에 이스라엘 공군 전투기가 시리아 영공 깊숙히 침투하여 뭔가를 했다(?)고 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에 대해서는 불확실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그동안 포스팅을 미뤄 왔지만, 한번 정리해볼 필요가 생긴 것 같다. 미국 정부 일각과 언론에서 이 사건을 놓고 북한-시리아 핵개발 합작설을 내놓는 바람에 졸지에 이것이 한국의 문제나 다름없게 되어 버린 것이다.
사건의 발단"우리는 이스라엘이 이처럼 파렴치한 적대행위를 한 데 대해 경고하며, 적절한 방법으로 대응할 권리를 갖고 있음을 밝힌다." - 시리아 대변인 -
"내 표정을 보세요. 아주 느긋한 것 같지 않습니까?" -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 사건발생 직후 기자들의 질문을 피하며
9월 6일, 외신들이 시리아관영통신 SANA가 인용한 시리아 정부의 발표를 기초로 이스라엘 공군이 자정 무렵 시리아 영공을 침입했다고 전하기 시작했다.
시리아 정부 대변인에 따르면 이스라엘 공군기는 지중해 쪽으로부터 접근해 북쪽 국경을 따라 시리아 영공으로 진입해 동쪽으로 향했으며, "방공부대들이 이들과 맞서, 그들이 황무지에 일부 탄약을 버린 후 퇴각하도록 만들었다. 인명 및 재산 피해는 없다"고 하였다. [1]
또한 목격자들은 라카(Rakka) 시 북방 100마일에 위치한 터키 접경지역 탈 알-아비아드에서 다섯 대 이상의 비행기 소리를 들었으며 비행기들은 남쪽으로 향했다고 전했다.[2]
이 이야기를 그대로 그리면 다음과 같이 된다.
그러나 목격자들의 말대로 탈 알-아비아드에서
남쪽으로 가게 되면 시리아 영내로 더 깊숙히 들어오는 셈이 되기 때문에 약간 이상해 보인다. 이곳에서 교전이 발생해 시리아군 방공부대가 이스라엘 전투기들을 격퇴했다면 이렇게 움직였을 가능성이 좀 더 높아 보인다.
그런데 시리아 측의 설명에서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다. 그들은 황무지에 탄약을 떨구었다(dropped munitions)고만 했지, 공격받았다고는 하지 않은 것이다. 물론 표적을 향해 폭탄을 떨구면 그건 공격한 것이 되겠지만, 중무장을 한 전투기는 공격을 받을 경우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해 탑재한 폭탄이나 보조연료탱크를 버리곤 하기 때문에 표적이 없는 곳에 무장을 떨구었다면 공격이 아닐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시리아의 동맹자에 해당하는 레바논의 히즈불라가 운영하는 알-마나르 TV의 분석가도 이러한 해석을 지지했다. [3] 물론 시리아 측이 국내 정치적 압력을 줄이고 확전을 피하려는 의도에서 또는 공격을 저지하지 못한 데 대해 수치심을 느껴 피해를 숨기려고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각료들과 대변인들은 "아는 바 없다" 내지는 "이런 보도에 관해서는 논평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굳게 입을 다물었다. [4]
한편 이스라엘 전투기가 곧잘 터키에서 훈련을 하니 훈련하던 중에 국경을 넘어간 것이 아니겠느냐는 추측에 대해 에르도간 터키 총리는 곧바로 "시리아를 폭격했다는 이스라엘 항공기들은 터키에서 발진한 것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5] 이 추측은 사건이 발생한 시간이 새벽 1-2시라는 것을 감안할 때 설득력이 많이 떨어져 보인다.
초기 분석작년 여름의 이스라엘-히즈불라 전쟁 이래, 시리아가 히즈불라를 재무장시키는 것을 감시/저지하기 위해 이스라엘 공군이 레바논 영공을 수시로 침입하고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었다. 따라서 대부분의 관찰자들은 전면전이 일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이스라엘 공군이 시리아를 단편적으로 폭격한다면 레바논 국경 인근(
푸른 색)이거나 적어도 다마스커스 서쪽일 가능성이 제일 높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침입 경로는 터키과 맞닿은 북쪽 국경(
붉은 색)으로 레바논과는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그 동기에 대해 여러 가지 잡다한 추측[6]이 떠올랐다.
그 중 첫 번째는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위협비행이라는 것이다.
시리아 방공부대가 마지막으로 이스라엘 공군과 충돌한 것은 작년 6월 말이었다. 당시 이스라엘 공군기 4대는 심야 출격해 지중해 연안의 항구도시 라타키아에 있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여름 별장 상공을 초저공 비행하며 "소음"을 일으켜 정치적 메시지를 전했다. 이스라엘 측의 주장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그 별장에 아사드 대통령이 묵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7] 즉
"네가 어디 있는지 훤히 알고 있으며, 우리가 손을 썼으면 넌 죽었다"란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이스라엘은 2003년에도 이와 똑같은 위협을 한 적이 있는데 당시에는 전투기가 만든 충격파로 별장의 창문이 깨질 정도였다고 전한다.
그러나 이 가설에는 여러 가지 약점이 있다. 우선 표적이 분명치 않았다. 독재국가로서의 시리아 정치판도를 감안할 때, 그런 식의 위협은 아사드 대통령을 직접 위협하지 않으면 별 쓸모가 없다. 그 시간에 터키 국경 어딘가에 아사드가 얼쩡거리고 있었을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게다가 지금까지 이스라엘이 이런 유형의 위협을 한 경우, 그 사실을 즉각 언론에 공표하곤 했었다. 이번에만 함구할 이유가 별로 없는 것이다.
두 번째 가설은 이스라엘이 시리아의 방공망의 현황과 강도를 시험해 보기 위해 도발한 것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시리아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훼방을 뚫고 최근 러시아로부터
Igla(NATO명: SA-18) 휴대용대공미사일[8] 및
Pantsir-S1(NATO명 SA-22) 같은 단거리 전술방공시스템[9]을 수입하였다.
그러나 이 가설에도 약점은 많다. 우선 시리아의 주적이 이스라엘이고, 수도 다마스쿠스도 이 방면에 위치한 이상, 주요 방공망은 이스라엘 방면인 남쪽과 서쪽에 집중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도대체 왜 터키 국경에다가 최신 장비를 배치하겠는가? 단거리 방공장비는 주요시설이나 군부대와 함께 배치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더 그렇다.
세 번째 가설은 두 번째 가설의 약점을 뒤집은 것인데, 방공망이 부실한 시리아-터키 국경선을 따라 침투하면
이란의 핵 시설을 폭격하러 가기 쉬운지 시험[10]해 본 것이라는 설이다. 이것은 내가 이번 뉴스를 듣고 제일 먼저 떠올린 가설이기도 하다.
네 번째 가설은 시리아 북부 지역에 배치되어 이스라엘을 겨냥하고 있는 장거리 미사일 기지들을 정찰하기 위한 활동일 것이라는 설이다.[11] 그러나 안전한 정찰위성 대신 위험을 무릅쓰고 전술정찰기를 투입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정밀사진일텐데, 한밤중에 정찰기를 투입한다는 것이 설득력이 있을까?
이어지는 보도들로이터는 목격자들의 증언을 기초로 터키 국경의 탈 알-아바이드에서 여러 개의 보조연료탱크가 발견되었고, 여러 항공기가 시리아 영토 깊숙히 진입해 유프라테스 강변의 석유도시
데이어 알-주어(Deir al-Zor)를 통과했다며, "이스라엘 항공기들이 정찰 임무를 수행하다가 시리아 방공망에 걸려 폭탄과 보조연료탱크를 버리도록 강요당한 것으로 보인다"는 한 다마스쿠스 주재 서방 외교관의 말을 소개했다.[12]
이 보도는 초기 분석의 가정 상당수를 뒤집어 놓는 것이었다. 적어도 다음과 같은 비행이 있었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터키의 유력일간지 휴리엣(Hurriyet)은 이스라엘의 F-15I 전투기에서 투하한 보조연료탱크가 터키의 하타이(Hatay) 주와 가지안테프(Gaziantep) 주에서 발견되었다며, 이는 시리아군의 공격을 받은 후 더 신속히 이탈하기 위해 떼버린 것으로 보인다고 소개했다.[13]
터키 언론이 이스라엘 전투기가 F-15I라는 것을 어떻게 알아냈는지는 분명치 않으나 터키군이 방공망에 잡힌 레이더 반사파, 통신 감청, 혹은 수거된 보조연료탱크의 특징 등에서 증거를 잡아낼 가능성은 충분히 있어 보인다.
사건 직후 터키 영토에서 발견된 이스라엘 전투기의 보조연료탱크
연료탱크가 발견된 장소인 터키의 하타이 주와 가지안테프 주
이들 연료탱크의 발견장소는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귀환시에 시리아 영공을 피해 대신 터키 영공을 사용해 지중해로 빠져나왔음을 강력히 시사한다. 따라서 둘을 연결하면 이렇게 된다.
또한 이스라엘 일간지 하아레츠는 시리아 측의 주장을 취합해 만든 것이라며 다음과 같은 지도를 게재하였다. 이에 따르면 이스라엘 공군기들이 시리아 영공에 진입한 것은 지중해 연안의 항구도시 라타키아 인근이라고 한다.
자 이제 정리해 보자.
지금까지 나온 것을 모두 연결하면 위와 같은 그림이 나오게 된다. 즉 이스라엘 전투기 편대는 시리아 북부를 깊숙히 헤집고 돌아 나온 셈이다. 도대체 이스라엘 공군의 진정한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설령 적이 허약하다 하더라도 적진 깊숙히 들어간다는 것은 상당한 위험을 무릅쓰는 일이며, 적진에서 시간을 오래 끌수록 더욱 위험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따라서 이들의 목표는
적진 가장 깊숙히 들어갔던 지점에 있을 공산이 크다. 그곳은 앞서 언급했던 유프라테스 강 유역의 석유도시 데이어 알-주어 인근이다.
그리고 만약 "실탄"을 버리고 퇴각했다는 시리아 측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스라엘 측의 목적은 지상목표에 대한 타격이었을 것이다. 순수히 정찰이 목적이었다면 가볍고 기민하게 공대공 무장만 하고 왔을 것이고 그렇다면 공격을 받는 상황에서 무장을 버릴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귀환하는 도중에 언제든 적 요격기 편대와 조우할 수 있는데, 공대공 무장을 함부로 버릴 수 있을까?
따라서 사건 발생 4일째인 9월 9일 경부터는 시리아 동부 내지는 북동부 깊숙한 지역 어딘가에 대한 폭격이 가해졌거나 적어도 시도되었을 가능성이 유력하게 떠올랐다. 이제 문제는 그들이 도대체 무엇을 두들기려 했는가 하는 것이었다.
중간점검: 재갈이 물려진 이스라엘 언론지금까지 살펴본 것만 갖고도 충분히 알 수 있듯이 이번 사건은 결코 우발적인 사건이나 접전이 아니라, 신중히 기획되고 정부 고위층의 승인을 받은 본격적인 작전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이번 작전의 세부에 대해서는 기획 당사자인 이스라엘 측에서 나오는 정보, 즉 이스라엘의 외교안보 관료층에 많은 취재원을 확보하고 있는 이스라엘 언론의 보도가 가장 믿을만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언론을 이용한 역정보 공작이 있을 경우 이를 적절히 걸러낼 수 있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
그런데 모든 이스라엘 언론은 이 사건을 연일 대서특필했으나 놀랍게도 그 어떤 언론사도 자체 취재에 의한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모두가 시리아, 터키, 미국 등의 외신을 취합해 "외신에 따르면~"이란 식의 설명만을 거듭했다. 이는 분명히
비정상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일어난 일도 외신의 입을 빌려 들어야 했던 시대를 익히 경험해본 한국인들이라면 그 이유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로이터는 통상 이런 사건에 대해 이스라엘 정부는 논평을 잘 해왔지만, 이번에는 정부가 언론에게 이 문제를 다루지 못하도록 함구령을 내렸다고 보도했으며,[14] 이스라엘 일간지 하아레츠는
"시리아에 대한 공습은 지킬 수 없는 비밀이다"[15]란 분석기사를 게재해 이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기도 하였다.
미국에서 흘러나온 폭격설그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던 미국 관리들은 11일부터 이스라엘이 시리아 영내의 표적을 폭격했다는 사실을 확인해주기 시작했다. CNN[16]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공습은 "사막에 커다란 구멍을 뚫었다"고 한다. 이들의 표적은 레바논 히즈불라의 무기집적소였다는 것이다.
CNN과 AP를 인용해 예루살렘 포스트가 제시한 침투경로, 앞서 만든 우리의 분석과 일치한다
뉴욕타임스도 12일 시리아 북동부의 최소한 한 곳을 공격했으나 표적의 내용과 피해정도는 불확실하다는 한 국방성 관리의 말을 인용하면서, 워싱턴의 관리들은 이것이 이란이 시리아를 경유해 레바논의 히즈불라에게 보내는 무기들일 가능성이 제일 높다는 의견[17]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18]와 AP통신[19] 또한 이와 거의 유사한 소식을 전했다.
이러한 미국의 확인은 이스라엘의 동기에 대한 설명이 첨부된 것으로 보아 고성능 정찰위성 같은 순수한 미국의 정보수집능력에 의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며, 이스라엘 측 카운터파트로부터 이번 사건에 대한 사후(혹은 사전) 브리핑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중간점검: 국가들의 반응과 대응여기서 현재까지의 각 국가들의 반응을 점검해 보자.
우선 이스라엘은 공식적으로 아무런 것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모든 논평을 회피하고 있다. 이어 시리아는 이스라엘의 영공침입에 대해 격렬한 비난을 퍼부었지만 어떤 물질적 피해도 입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미국은 공식적으로는 아무런 논평을 하고 있지 않으나, 미국 관리들은 익명을 조건으로 이스라엘이 시리아 영내에서 뭔가를 성공적으로 폭격했다고 확인해 주고 있다.
즉 가해자는 묵비권, 피해자는 가해자가 주먹을 휘둘렀으나 맞지는 않았다고 하고 있는데, 구경꾼은 가해자가 피해자를 때렸다고 말해주는 형국이다. 실로 기묘하기 짝이 없다.
히즈불라 무기 집적소 폭격설의 의문이리하여 히즈불라 무기 집적소 폭격설이 언론의 다수설이 되었다. 그러나 사실 이 설명은 지리적 적실성이 의심스러웠기 때문에 이번 글의 서두에서 내가 제일 먼저 기각했던 설이다. 왜 그랬던가? 이란에서 시리아를 경유해 히즈불라로 가는 보급로에 대해 시리아 주재 미 공군무관을 지냈던 릭 프랑코나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이란에서 이들 그룹(히즈불라와 하마스)에게 자금, 무기, 훈련이 어떻게 제공되는가? 여러 가지 경로가 있지만 주요 경로는 이란의 맹방 시리아를 경유하는 것이다. … 오랫동안 시리아는 이란이 다마스쿠스 국제공항을 히즈불라 보급선의 핵심 거점으로 사용하는 것을 감추려고 들지도 않았다.
공항에서 베이루트-다마스쿠스 고속도로를 타고 잠깐(30분)만 달리면 레바논 국경과 [히즈불라의 아성] 베카 계곡이 나온다. 이란 공군의 747 화물기는 히즈불라와 팔레스타인 게릴라 단체들에게 제공될 무기와 물자들을 정기적으로 실어날랐으며, 2006년 3월까지도 여전히 그랬다. 이러한 활동은 공항의 군사구역에서 감춰진 채 진행되는 게 아니라, 민간 구역에서 다 보이게 진행된다. … 비행기에는 이란 공군 마크가, 짐을 싣는 트럭에는 히즈불라 로고가 선명히 찍혀 있다." [20]
이란과 시리아는 국경을 맞대고 있지 않기에 시리아를 경유하는 보급로는 결국 어떤 경로로든 이란에서 시리아까지 항공편으로 와서 육로로 시리아-레바논 국경을 넘어야 한다. 이스라엘과 국제사회의 감시가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통제가 쉬운 항만과 공항 보다는 잘게 나누어 육로를 통해 밀반입하는 것이 더 유리해진다. 그런데 일단 다마스쿠스에 도착한 군수물자를 다시 육로로 실어날라 레바논 반대편으로 왕복 1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다 집적해 놓는다는 것이 합리적인 행동일까?
의문 투성이: 바로 가면 가까울(푸른 색) 거리를 저렇게 돌아가야(붉은 색) 할 이유가 있을까?
이스라엘과 히즈불라가 다시 교전에 돌입하고 이스라엘 공군의 맹렬한 폭격이 개시되면 레바논으로의 무기 반입은 엄청나게 힘들어질 것이다. 따라서 무기와 군수품은 시리아 내부에 비축하기 보다는 평시에 조금씩 조금씩 새앙쥐 수송으로 최대한 레바논 내부로 반입해 두는 것이 최선이다. 또한 일단 전쟁이 시작된 후 저렇게 후방에서부터 물자를 트럭에 싣고 전방으로 추진하려고 하다간 이스라엘의 항공정찰에 탐지될 가능성이 비약적으로 커질 것이다.
이 무기가 히즈불라를 위한 것이라면 저렇게 먼 곳에 비축해 두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그러나
이 무기가 시리아를 위한 것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지게 된다. 이스라엘이 시리아를 침공할 경우 전방인 레바논-시리아 국경지대 근처에 주요 물자를 비축해 두는 것은 크게 위험할 수 있다. 만약 이스라엘이 폭격한 것이 진짜 무기라면, 그것은 현재 위치한 시리아 중,후방에서 바로 이스라엘 영내를 타격할 수 있는 시리아를 위한 무기, 즉 탄도미사일이어야 설득력이 있을 것 같다.
이스라엘은 혹시 테러단체로 찍혀 있는 히즈불라를 핑계로 시리아가 건설 중인 전략적 반격능력을 분쇄하려고 시도한 것이 아닐까?
북한-시리아 핵개발 합작설한편 지금까지 언급된 적이 없던 새로운 가능성, 그것도 한국을 끌어들이게 될 새로운 가능성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앞서 인용한 미국 발 외신들은 히즈불라 무기 집적소 폭격설을 중점적으로 다루면서도 소수설의 형태로 북한과 시리아 사이에 핵협력 관계를 의심하는 미국 관리들이 있음을 소개하였다.
다른 부시 행정부 관리 하나는 이스라엘이 최근 시리아에 대한 정찰 비행 끝에, 이스라엘 관리들이 북한으로부터 물자가 공급되었을 수도 있다고 믿고 있는 잠재적 핵시설의 사진을 촬영했다고 전했다. 이 행정부 관리는 이스라엘 관리들이 북한이 자기네 핵물질 일부를 시리아에 부려놓았을 수 있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북한이 이란과 시리아에 그들의 잉여물자를 팔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21]
워싱턴 포스트는 다음 날인 13일, 이 주제를 중점적으로 다룬 별도의 기사를 실었다.
지난 6개월간 미국이 수집한 새 정보에 따르면, 북한은 일종의 핵시설을 시리아에서 운영하는 데 시리아와 협력하고 있을 수 있다고 소식통들이 말했다. 그 증거는 주로 이스라엘에서 넘어온 것으로 일부 미국 관리들은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물질을 생산하는데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일부 미국 관리들을 믿게 한 놀라운 위성 사진을 포함한다. [22]
이는 부시 행정부에서 UN대사를 지내고 현재는 네오콘의 본진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특별연구원으로 있는
존 볼턴이 지난 8월 31일 보수지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했던 컬럼을 떠올리게 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북한과 다른 나라들 간의 핵협력 관계의 상세에 대해 알아야만 한다. 우리는 이란과 시리아가 모두 북한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해 오랫동안 협력해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핵관련 협력을 예상해보는 것은 그리 과한 것이 아니다. 이란, 시리아 혹은 다른 나라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의 "은닉처"가 될 수 있는지, 어느 정도나 그럴 수 있는지, 또는 이미 그러한 데 참여하고 있거나 그로부터 이익을 보고 있는지를 분명히 밝혀내어야 한다. [23]
볼턴은 이 컬럼에서 2.13 미북 핵합의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시리아-북한 간의 비밀핵협력 가능성을 제기했는데, 이는 최근 한 달 사이에 이스라엘에서 제공된 정보가 부시행정부의 일부 고위 관리들로 하여금 시리아-북한 간의 핵협력 가능성을 믿게 만들었다는 워싱턴포스트의 보도와 시기적으로 잘 일치한다. 즉 볼턴은 현직에 있지는 않지만 이 컬럼을 기고할 당시(8월 31일) 이미 이들 정보를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재야로 돌아간 관리들이 자유로운 입장을 이용해 언론플레이를 구사하며 현직에 남아있는 관리들을 측면 지원하는 경우는 흔하며, 네오콘은 언론계의 지지세력과 협력해 이런 심리전을 절정의 경지로 구사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부시 행정부 1기에 북핵특사로 일했던 프리처드에 따르면 "북한 당국자와 만난 자리(2003년 8월)에서 개인적 견해"로 미국은 핵물질 제3자 이전을
레드 라인으로 설정, "이 단계를 넘으면 강경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고 '개인적 견해' 라는 프리처드 전 특사의 설명에도 불구, 북한은 그의 발언을 "미국의 정책으로 받아들였다"고 알려져 왔다.[24] 곧 북한이 시리아를 상대로 핵기술 내지는 핵물질을 이전했다면 이는 분명히 미국의 인내심의 한계를 넘는 것이고, 협상파를 제압하고 2.13 합의를 깰 충분한 사유가 된다. 볼턴이 북한-시리아 핵협력 설에 그처럼 집착하는 이유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결국 볼턴이 대표하는 네오콘 그룹의 의도는 명백하다. 2.13 미북 핵합의는 일방적으로 미국만 불리하니 깨자는 것이다. 컬럼 제목부터가
"악의 축: 북한이 우위에 서 있다"임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라크 전 정보조작의 재래: 난로연통(stovepiping)워싱턴 포스트 기사에 등장하는 북한-시리아 핵합작설은 그 자체로도 한국에게 심각한 교란요소이지만, 여기에는 중장기적으로 그보다 훨씬 더 위험한 요소가 있다. 북한-시리아 핵합작설을 다루는데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WMD)가 있다던 정보를 끌어내기 위해 사용되었던
정보조작기술이 다시 한번 적용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안전보좌관 스티븐 J. 해들리의 지시로 새 증거, 특히 지난 30일 사이에 얻어진 사진을 포함한 증거는 일부 고위 관리들로 배포가 제한되었으며, 많은 정보공동체는 그런 게 있는줄 모르거나 그 중요성을 깨닫지 못했다고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들은 말한다. 몇몇 사람들은 수상한 행동을 다룬 초기 보고서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주 재평가된다고 주의를 촉구하며, 미사일 기술 분야에서 협력해온 북한과 시리아가 핵분야에서도 조인트 벤처를 운영하고 있을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25]
원래 정보기관에 들어오는 첩보들 중에는 단순 오보나 거짓말에서부터 정교한 역정보까지 엉터리가 상당수 섞여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보기관의 중요한 역할은 들어온 미확인 첩보들을 잘 검토해서 가짜나 엉터리를 걸러내고,
믿을만한 정보만 추려서 고위 정책결정자들에게 제공하고
엉터리 정보와 사기꾼들로부터 국가지도자들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보도에 따르면 국가안전보좌관이 직접 지시를 해서
외국 정보기관이 제공한 검증되지 않은 첩보를 고위층끼리 바로 돌려 보았으며 이 첩보의 진실성을 검토해 고위 정책결정자들을 보호해야 할 많은
정보기관은 그런게 있는 줄도 몰랐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저 밑바닥에 있는 검댕을 거르지 않고 꼭대기로 바로 빨아올리는
난로연통(stovepipe)이다.
미국 같은 거대한 나라의 정보기관은 엄청나게 많은 첩보를 수집하며, 엉터리로 밝혀진 경우에도 그 첩보를 보관한다. 또 다른 첩보가 들어올 경우 기존에 엉터리로 밝혀진 첩보나 그 첩보를 가져다 준 정보원의 정체와 대조함으로서 이를 검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위 정책결정자가 자신의 권한을 이용해 엉터리 정보와 진짜 정보가 뒤섞인 거대한 쓰레기통의 맨 밑바닥을 훑으면서 내 입맛에 맞는, 혹은 내가 하려고 하는 정책을 지지하는 첩보가 나타날 때까지 끈덕지게 뒤지면 그런 것 몇 개는 반드시 걸리게 마련이다. 그런 다음, 그런 미검증 첩보를 정보기관에서 운영하는 정상적인 검증과 여과 과정을 우회해서
난로연통을 타고 대통령과 장관들 같은 최고위 정책결정자들 앞에 들이밀어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는 도구로 사용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런 기술을 구사하는 사람들과 그들이 만들어낸 결과를 우리는 이라크전 WMD정보의 실패에서 본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북한 또는 시리아를 겨냥한 땔감이 난로연통을 타고 흐르기 시작한 것을 확인했다. 이라크전 실패에 대한 혹독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부시 행정부의 난로연통은 엄연히 건재한 것이다. 이스라엘의 표적은 물론 북한이 아니라 시리아겠지만, 볼턴의 컬럼으로 볼 때 적어도 볼턴의 표적은 시리아 보다는 북한인 것 같다. 이 점이 특히 나를 우려하게 만드는 요소다.
참고문헌 [1]
Israel accused of air raid on Syria, Guardian(UK), 2007년 9월 6일
[2] Ibid.
[3] Yoav Stern and Mazal Mualem,
Israel mum on any IAF entry into Syria airspace, Haaretz(Is), 2007년 9월 7일
[4] Ibid.
[5]
Uçaklar Türkiye'den kalkmadı, haver7, 2007년 9월 6일
[6] 예를 들어 Laurie Copans,
Questions Cloud Alleged Israeli Flyover, AP, 2007년 9월 7일
또는 Nicholas Blanford,
Why Did Israeli Planes Enter Syria?, Time, 2007년 9월 10일
[7] 이스라엘 공군기, 시리아 대통령 위협 저공 비행(종합), 연합뉴스, 2006년 6월 29일
[8] 김병호, 푸틴, 對시리아 미사일 판매계획 시인, 연합뉴스, 2005년 4월 23일
[9] Time, Ibid.
[10] Time, Ibid.
[11]
Syria-Israel’s cross-border tensions rise after Israeli attack, eitb24, 2007년 9월 6일
[12] Khaled Yacoub Oweis,
Syria accuses Israel of bombing its territory, Reuters, 2007년 9월 6일
[13] Yoav Stern and Mazal Mualem,
Turkey says two IAF fuel tanks found near its border with Syria, Haaretz, 2007년 9월 9일
[14] Reuters, Ibid.
[15] Amos Harel and Avi Issacharoff,
The air strike in Syria is a secret that cannot be kept, Haaretz, 2007년 9월 12일
[16] Yaakov Katz,
'IAF targeted Iranian weapons in Syria', Jerusalem Post, 2007년 9월 11일
[17] Mark Mazzetti and Helene Cooper,
U.S. Confirms Israeli Strikes Hit Syrian Target Last Week, New York Times, 2007년 9월 12일
[18] Kristin Roberts,
U.S. officials confirm Israel strike on Syria, Reuters, 2007년 9월 12일
[19] Sam F. Ghattas,
U.S. Official: Israel Targeted Weapons, AP, 2007년 9월 12일
[20] Rick Francona,
Hezbollah and Hamas - the Iranian connection, 2006년 7월 18일
[21] New York Times, Ibid.
[22] Glenn Kessler,
N. Korea, Syria May Be at Work on Nuclear Facility, Washington Post, 2007년 9월 13일
[23] John R. Bolton,
Pyongyang's Upper Hand, WSJ, 2007년 8월 31일
[24] 이해영, 美, 작년 8월 北에 '핵 레드 라인' 통보, 연합뉴스, 2004년 12월 23일
[25] Washington Post, Ibid.
[n] Sam F. Ghattas,
Murky Raid Heats Up Syria - Israel Tension, AP, 2007년 9월 13일